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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그 엄마.


- 얘야? 네가 찾았다던 그 회색 티셔츠는 잔디깎기 기계에 기름 넣을 적에 걸레로 쓰라고 아빠 드렸어.
- 어쩐지 한참을 찾았어도 안 보이더라. 엄마~ 너무해. 그거 두 번은 빨아서 더 입으려 했단 말이야. 걸레로 쓰기엔 빠르다고요.
- 아들? 지금 뭐라고 말했지? 통장에 저금만 하지 말고 제발 사 입어. 그 흉칙한게 옷이더냐.
- 뭐가 흉측하다고 그래요. 조금 늘어지긴 했어도 구멍난 곳 하나 없는데.
-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면 나중에 색시에게 아들을 잘못 키웠다며 이 엄마가 욕을 먹어요. 사람이 너무 아끼고만 살아도 못 쓰는 거예요. 당장 옷가게로 Go 하는 거다. 알겠니?
- (삐죽삐죽)
- 젠슨?
- 알았어요. 지구의 한정된 자원을 낭비하러 당장 가게 갈게요. 그런데 그거 참 용하네. 제가 그 회색 티셔츠를 찾고 있었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 응? 제러드가 말해주던데. 지난 화요일이었나, 수요일이었나... 아무튼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날이었어.
- 에?
- 왜.
- 저어... 이런 말하기 정말 싫은데... 엄마? 설마 제러드랑 같이 아줌마 토킹하고 그래요?
- 아줌마 토킹이 뭐니!
- 어익후, 깜짝이야. 그럼 정정할게요. 우아하고 교양있는 중년 여성들의 친밀한 사교적 전화통화요. 그러니까 제러드랑 전화통화도 하고 그래요?
- 뭐가 어드래서. 걘 네 동생이잖니. 안부도 나누고 수다도 떨고 그런다.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너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파달렉키 가에 인사드리고 해라. 그런데 너, 밥 먹다 실수로 바지에다 소스 엎었니? 칠칠맞게스리.
- 제러드가 그런 얘기까지 해요?!
- 케첩 얼룩 빼는 방법에 대해 묻더구나. 물걸레로 두드리듯 닦아낸 뒤에 식초를 써보라고 그랬지.
- 크아. 엄마... 덕분에 내 트레이너가 온통 식초 냄새로 엉망이예요. 그런 까닭이 있었구먼.
- 내친 김에 붕산과 양파로 바퀴벌레약을 만드는 것도 가르쳐줬어.
- 엑?! 어, 어, 엄마... 엄마... 설마... 설마...
- 제러드는 바퀴벌레가 끔찍하게 싫다고 하더구나. 그래서 너도 바퀴벌레를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고 말해줬지. 왜 있잖니. 기억나니? 매켄지가 네 살 무렵에 바퀴벌레를 생으로 집어삼켰잖아? 그걸 보고 네가 불쌍한 우리 동생, 병 걸려 죽게 되었다며 막 통곡하고 난리를 치고...
- 제러드에게그이야긴말하지않았다고제발엄마!
- 정말 무서웠겠네요, 하고 제러드가 심각하게 맞장구치더라.
- 엄마~!!
- 그런데 너, 아직도 바퀴벌레를 보면 책상 위로 기어올라가고 그러니?
- 엄마~!!

Posted by 미야

2008/07/25 10:32 2008/07/25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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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뒤잔봉 2008/07/25 14:20 # M/D Reply Permalink

    ㅋㅋㅋㅋㅋㅋㅋ매켄지양 생으로 바퀴벌레를ㅠㅠㅠ

  2. 마제노 2009/07/08 23:17 # M/D Reply Permalink

    OM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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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망했어 휴가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쎄요, 라고 절대로 묻지 말 것.
비 온다. 오늘도 비 온다. 내일도 비냐, 모레도 비. 크앙... 하늘이 날 안 돕네.
이틀 여유잡고 수목원에 천천히 다녀오려고 계획했던 건 비바람에 녹아내렸습니다.

포기하고 모처럼 집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쓰레기 분류하는데 하루, 버리는데 1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주방 플라스틱 그릇을 정리했으니까 정리정돈 작업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발굴 작업에 들어가자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오더군요. 상상을 초월하는 분량이어서「이사 가십니까」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거의 100만원어치 물감을 버렸다는 점에선 피눈물이... 오래되어 돌덩이가 되어버린 물감을 들고 엉엉 울었음. 해적판으로 출판된 옛날 만화책은 라면 박스로 두 상자 버렸어요. 어린애들이 꺅꺅거리고 뒤적거려서 어찌나 민구스럽던지. 야오이 만화가 제법 되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내가 안 버렸쎄요, 모르는 척했어요.

이대로 집에서 청소만 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에 용산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워낙에 이런 걸 좋아해서 구경하는 내내 대단히 즐거웠습니다만... 돌아와서 발열.
진짜지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결국 나머지 시간 내내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해외여행은 정녕 꿈인 겁니다. 인천에서 서울가는 것도 감당이 되질 않으니.
그렇담 기왕 앓아누운 김에 책이나 읽자?
에라이. 토요일에 주문한 책이 오늘 오후에 도착했어요. 이거 무슨 타이밍이 이래.「암흑관의 살인」이랑「살인 예언자」는 결국 한 장도 넘겨보지 못했어요. 이래도 되는 거래요?

Posted by 미야

2008/07/24 20:58 2008/07/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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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로 예민해진 젠슨 애클스, 서스콰치를 바닥에 앉혀놓고 손가락 하나를 세워보인다.

- 나랑 그렇게 같이 밥 먹고 싶냐.
- 응.
- (손도 안 씻고) 날 만지는게 그렇게 좋아? 좋냐고!
- 좋고 말고요. 있잖아요, 젠슨... 저번에 작가 파업하면서 쉴 동안 난 노트를 한 권 샀어요. 그리고 젠슨이랑 같이 해보면 좋겠다 싶은 걸 적어봤어요. 같이 영화를 찍으면 좋겠다. 동물원에 놀러갔으면. 소호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디즈니랜드에도 놀러가고. 하와이에서 서핑보드도 같이 타고. 로즈베이에서 나란히 선탠도 하고.
- 야! 거긴 누드 해변이잖아!
- 태양의 서커스도 같이 보고... 아! 언젠가는 티베트의 조캉 사원에도 같이 가봐요.
- 티베트... 입니까.
- 너무 멀어요? 그럼 드레스덴으로 트라비 자동차 여행을 가는 거예요. 젠슨도 자동차 좋아하잖아요. 밝은 색상의 옛날 동독 자동차를 타고 도심을 구경하는 건 멋진 경험일 거예요.
- 그게 과연 멋진 경험일까. 워째《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투어일 것 같은데.
- 쇄빙선을 타고 북극의 오로라 구경하기!
- 으, 생각만 해도 이가 덜덜 부딪쳐... 이봐? 그러지 말고 나랑 같이 하기 싫은 걸 말해봐.
- 같이 하기 싫은 거?
- 그래. 둘이서 같이 하기 싫은 거. 이를테면 북적북적한 백화점에서 속옷 쇼핑하기라던가, 무대에 올라가서 디스코를 추는 거라던가...
- 안 싸웠음 좋겠어요.
- 응?
- 서로에게 화내는 일이오. 그거 안 했음 좋겠어요. 끄응... 젠슨? 끄응...

※ 목요일까지 여름휴가. 그런데 비온다늉. ※

Posted by 미야

2008/07/20 16:48 2008/07/2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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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노코멘트 2008/07/20 21:08 # M/D Reply Permalink

    아놔.. 저런 유딩같은 제라드..ㅠㅠㅠ 흐흑.. 저런 순진한 애? 를 두고 어떻게 화를 냅니까.. 무려 같이 하기 싫은게 화내는 거라니! 젠슨도 이런 제라드에게는 오래 삐칠 수 없을 듯 ㅋㅋㅋㅋㅋ

  2. 뒤잔봉 2008/07/20 22:02 # M/D Reply Permalink

    일요일인데 혹시나해서 들어와봤더니
    신소설(!)이 !!!
    제럳은 역시 영원한 똥강아지일수밖에 없어효..
    여름휴가인데 장마라니, 미야님 워째ㅠㅠ..!

  3. 로렐라이 2008/07/22 18:17 # M/D Reply Permalink

    아 미야님, 비록 장마철이지만 여름휴가 즐겁게 보내셔요!

    애들 너무 귀여워효T-T 한창 시즌4 촬영중일텐데, 정말 이러고 놀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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