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망했어 휴가

어디 좋은데 다녀오셨쎄요, 라고 절대로 묻지 말 것.
비 온다. 오늘도 비 온다. 내일도 비냐, 모레도 비. 크앙... 하늘이 날 안 돕네.
이틀 여유잡고 수목원에 천천히 다녀오려고 계획했던 건 비바람에 녹아내렸습니다.

포기하고 모처럼 집안 대청소를 했습니다. 쓰레기 분류하는데 하루, 버리는데 1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오늘도 주방 플라스틱 그릇을 정리했으니까 정리정돈 작업은 아직 미완성입니다. 발굴 작업에 들어가자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오더군요. 상상을 초월하는 분량이어서「이사 가십니까」소리까지 들었습니다. 거의 100만원어치 물감을 버렸다는 점에선 피눈물이... 오래되어 돌덩이가 되어버린 물감을 들고 엉엉 울었음. 해적판으로 출판된 옛날 만화책은 라면 박스로 두 상자 버렸어요. 어린애들이 꺅꺅거리고 뒤적거려서 어찌나 민구스럽던지. 야오이 만화가 제법 되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내가 안 버렸쎄요, 모르는 척했어요.

이대로 집에서 청소만 할 수는 없다는 위기감에 용산 박물관에 다녀왔습니다.
워낙에 이런 걸 좋아해서 구경하는 내내 대단히 즐거웠습니다만... 돌아와서 발열.
진짜지 나더러 어쩌라는 건지. 결국 나머지 시간 내내 끙끙거리며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해외여행은 정녕 꿈인 겁니다. 인천에서 서울가는 것도 감당이 되질 않으니.
그렇담 기왕 앓아누운 김에 책이나 읽자?
에라이. 토요일에 주문한 책이 오늘 오후에 도착했어요. 이거 무슨 타이밍이 이래.「암흑관의 살인」이랑「살인 예언자」는 결국 한 장도 넘겨보지 못했어요. 이래도 되는 거래요?

Posted by 미야

2008/07/24 20:58 2008/07/2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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