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나, 케이티. 오늘은 기분이 좋은 모양이네?
- 이모? 나, 오늘 병원에서 엄청나게 키 큰 팬더 곰 봤다?
- 팬더 곰이 어디가 아팠나. 감기라도 걸렸나.
- 물어봤더니 나처럼 아파서 병원에 온 건 아니고 잠시 놀러왔대. 그런데 팬더가 조용히 내 옆에 와서는 사탕을 달라고 막 졸랐어.
- 그래서 줬어?
- 안 줬어. 팬더는 대나무 잎만 먹어야 한다고 말해줬어. 그랬더니 팬더가 막 소리 질렀어.
- 저런. 그냥 주지 그랬어. 케이티가 팬더를 울렸네.
- 그치만 맥스가 그랬다고. 갠 땅콩 버터를 먹으면 숨이 막혀 죽는대. 혹시 팬더도 캔디를 먹음 숨이 막혀 죽을 수도 있잖아. 그럼 큰일이지.
- 우리 케이티는 똑똑하기도 하지. 팬더에게도 그 이야길 해줬어?
- 응. 했어.
- 팬더 곰이 그 말을 듣고 뭐라고 하든?
- 숨이 막히는 일은 없는데 캔디를 먹음 배가 나온대. 좀 곤란해 하는 목소리였어.
- 아핫핫핫! 어쨌든 안 먹는게 낫겠다.
- 그런데 그 팬더는 눈이 안 좋았던 것 같아. 자꾸 벽이나 문에 부딕치더라고.
- 흐응... 안경이 필요했을까?
- 몰라.
- 넘어지지 않게끔 손을 잡아주지 그랬니.
- 그러려고 했는데 예쁘게 생긴 왕자님이 팬더 오른손을 붙잡고 있었어.
- 예쁘게 생긴 왕자님?
- 있잖아, 이모! 어느 나라 왕자님인지는 모르겠는데 케이티가 결혼해달라고 했어.
- 어머나~!! 케이티. 왕자님에게 한 눈에 반했구나. 그래, 왕자님이 뭐라고 했어?
- 웃으면서 자기는 왕자가 아니라 팬더 곰의 친구라고 그랬어.
- 아니, 아니. 결혼해달라고 했다며. 너랑 결혼하겠다고 하든?
- 몰라. 팬더 곰이 그러는데 왕자님과 결혼하려면 산타클로스의 허락이 필요하다면서 막 끼어들어서 나한테 한참 뭐라고 그랬어. 이모? 그거 진짜야?
- 글쎄다... 처음 듣는 이야긴데. 팬더 곰이 잘 몰라서 그런 거 아니야?
-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왜냐하면 키가 커다란 의사 선생님이 뛰어와서 팬더를 야단쳤거든. 엉덩이 때렸어.
- 의사 선생님이 그러신 걸 봐선 역시 팬더 곰이 잘 몰랐나 보다.
- 그래도 괜찮아. 팬더잖아.
- 케이티 말이 맞아. 대나무 잎만 먹는 팬더니까.
- 팬더라서 노래도 엄청 못 불러.
- 그래?
- 모두 찡그리며 귀를 틀어막았어.
- 저런!
- 그래서 듣다 못해 왕자님이 팬더를 옆으로 밀치고 대신 노래 불렀어.
- 왕자님은 노래 잘 부르든?
- 엄청! 기타도 쳤어!
- 와아, 이모도 봤음 좋았을 걸.
- 그런데 이모? 고개를 푹 숙이고 선 팬더가 조금 불쌍해서... 있잖아. 이모에게 주려고 그린 꽃밭 그림을 팬더에게 줬거든? 괜찮지?
- 당연히 괜찮지! 팬더 곰이 그림 가져갔어?
- 응!
- 다행이네. 팬더 곰이 좋아하든?
- 아~아주 많이! 깡충깡충 뛰다가 넘어졌어.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