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2008/07/15'


1 POSTS

  1. 2008/07/15 [S☆N-fanfic] All Wet 02 by 미야 (4)

[S☆N-fanfic] All Wet 02

※ 외도가 길었습니다. 2007년에는 끝났어야 하는 이야기를 갖고 2008년 7월에 이르기까지 뭉기적거리고만 있었으니 이를 워쩐디야. 접어둔지 오래되어 배경이 봄인지 겨울인지조차 헷갈리는군요. 설정 수첩을 뒤져보니 All Wet의 시점은 정확히 2007년 4월 27일... 잇, 무시!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하나를 보면 열 가지를 짐작할 수 있다.
신부는 바짓단에 묻은 회색 얼룩에 신경을 쓰는 척하며 뒤따라 나오는 젊은이를 관찰했다.
등이 구부정한 것은 평소 자세가 바르지 않아서라기 보단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커다란 신장 탓이다. 출입구를 통과하거나 좁은 자동차 속으로 들어가 앉으려면 어지간히 몸을 움츠려야 할 것이다. 키가 큰 것으로 유명했던 작센 출신의 추기경을 떠올린 신부의 이마로 밭고랑이 패였다. 보다 하느님께 가까운 자는 그만한 댓가를 치루는 법이라고 했다. 겸손을 실천하기 위해 땅으로 내려서려면 남들보다 허리뼈가 고생해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쭈그리고 앉는 일에만 세 배의 힘이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도 거들먹거리는 동네 깡패와는 다르게 걷는 동작엔 군더기가 없었고, 보폭이 일정했다. 일정한 직업도 없이 아무렇게나 떠돌아다니는 평범한 건달이 아니라는 건 신발의 앞코가 닳은 모양새만 봐도 짐작이 가능했다. 청년은 꼭 먹이를 노리는 야생 들고양이처럼 발 뒷축을 들고 계단을 내려왔다. 기민하고 민첩하다. 우아하기조차 하다.
「군인이 아니라면 직업모델...」
거기까지 생각한 신부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샘은 그 작은 몸짓을 엉뚱하게 해석한 것 같았다.
『저어... 안에 뭘 두고 나오셨나요?』
그러면서 손가락으로 방쪽을 가리켰다. 이 착실한 젊은이는 토실토실한 몸집의 신부를 위해 기꺼이 모텔로 돌아갈 작정인 것 같다. 잊어버린 열쇠의 모양을 설명하면 그대로 뛰어갈 기색이다. 그게 아니라면 동전 지갑이라던가, 아니면 교구인들의 연락처를 메모한 수첩이라던가... 어쩌면 구닥다리 서류 가방일 수도 있었다.
『제가 가져다 드릴게요.』
호의에 가까운 제안에도 불구하고 신부는 정신 사납게 고개를 흔들어대는 걸 멈추지 않았다.
잠시나마 샘은 그가 도리도리 춤에 도취된 나머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게 아닌가 의심했다.
『신부님?』
그리고 샘은 안전장치가 끌러진 채 자신의 미간을 정조준하는 38구경을 보았다.

방아쇠에 걸려있는 신부의 손가락이 안쪽으로 구부러지기라도 하는 날엔 단순히 재수가 없었다는 말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샘은 발사된 탄환이 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단단한 뼈를 부순 뒤에 아스팔트 표면 위로 튕겨나가는 소리를 상상해 보았다. 그것은 새벽을 깨우는 교회 종소리처럼 맑고 영롱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다지 행복한 소리도 아닐 것이다.
착잡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신부님, 그건 기독교도다운 행동이 아니예요.』
『정확하게 꼬집자면 성직자가 할 행동이 아니지요.』
『제 말이 바로 그거예요.』
『그렇다면 한 번 말해보시지. 나는 방아쇠를 당길까, 아님 당기지 않을까?』
『어디 보자... 3대 7로 당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짜증나네. 그렇게 말하면 헷갈리잖아. 숫자가 큰 게 어느 쪽이오?』
『당기지 않는다.』
『알겠소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은 이몸이 총을 쏜다는 의미겠군요.』
거기까지 말한 신부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쾅 하고 발을 굴렀다.
틀리다. 여기서 화가 났다는 표현은 지극히 단순하다. 주머니에 새끼 고양이를 집어넣고 검푸른 강물에 막 던지려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했다고 하는게 더 정확할 것이다. 악마의 사주를 받은 악당들은 물러가라. 신부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홍해 바다를 둘로 쪼갤 채비를 갖췄다. 아니, 그 이전에 에발 산에 올라 여호와의 저주를 선포한 뒤에 새끼 고양이를 강에 던진 한심한 작자의 모가지를 와지끈 분질러... 신부의 눈으로 실핏줄이 섰다.
『틀렸다, 이놈아!』
『어... 그럼 신부님 생각으로는「총을 쏜다」는 쪽이 3이 아니라 7인가요.』
『크악! 그게 아니라~!!』
숨이 막히는 듯 잔뜩 갈라진 소리로 부르짖었다.
『어이가 없으려니까! 이 마당에「분석」이라는 걸 하면 어쩌자는 거요!』

시골 구석에 처박힌 한적한 모텔이라고 해도 어쨌거나 타이틀은 다중 숙박 시설이다. 거기다 대낮이라는 시간대. 누군가 창밖으로 고개를 들이밀고 두 사람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로마 카톨릭 신부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자가 흉기를 들어 무저항의 젊은이를 살해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식이 통하던 시절은 딱 18세기까지였다고 생각하오만.』
혼잣말에 가까운 투덜거림은 슬그머니 옆으로 치워두고 샘은 딱딱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그 한 낮의 목격자가 마약 중독자나 알콜 중독자라 치부되면 무저항의 젊은이는 단순히 강도에게 당한 것으로 처리되겠지요. 아니면 살해당한 젊은이가 피해자에서 강도로 엉뚱하게 뒤바뀔 수도 있고요. 경찰은 직업도 불분명한 떠돌이의 죽음에 그렇게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을 겁니다. 다만 전... 신부님이 살인하지 말라는 여섯 번째 계명을 무시한 채 하느님을 섬길 분은 아닐 거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날 잡아 잡수, 이러고 가만히 있었다?』
신부의 음성은 차가웠다. 어쩐지 가소롭다는 어조였다.

아무튼 샘의 판단은 옳았다. 신부는 손을 움직여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 대신 입으로 유황 거품 섞인 불을 뿜었는데 그 불꽃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오르는 로켓처럼 기세등등했다. 싫든 좋든 홀라당 타버리는 나무 장작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뒤로 적당히 물러서야 했다.
『내 말을 들어보슈. 모름지기 헌터라면 말입니다, 분석따윈 하지 않아요. 눈앞으로 총구멍이 나타났다 싶으면 반격을 하거나 아예 선수를 쳐버리지요. 멕시코 뱀퍼들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치들은 신부가 총을 들면 이거 보라는 식으로 자동화 소총을 꺼내들고 땅바닥에 몇 방 드륵 갈겨버립니다. 그리고는 발잔등을 조심하쇼 친절하게도 고함을 질러대지요.』
『애시당초 명색이 신부인데 왜 권총을...』
『아.하.하. 믿음으로 아멘하면 그 잘난 뱀파이어들이「어머? 고해성사는 14년 전에 했는데 좀 봐주시지 그래요?」라고 말하며 성호를 그을 것 같소이까. 진짜지 말이 되는 소릴 해요.』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신부가 뱀파이어를...』
거기까지 말한 샘은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존의 오랜 친구이자 이미 고인인 짐 신부는 뭐란 말인가. 단순히 취미 생활로 총기류를 수집하고, 반질반질하게 손질한 은탄환을 성당 지하실에 숨겨놓았다? 언제 터질지 모를 십자군 전쟁을 대비하여 숫돌에 칼날을 갈고? 웃기는 소리다. 짐이 애지중지한 톱날 나이프를 떠올린 샘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신부는 아차 싶었던지 표정을 바꿔 낼름 딴소리했다.
『아, 교황청은 뱀파이어의 존재를 공식적이든 비공식으로 인정한 적이 없습니다.』
이래선 금요일에 고기를 맛있게 먹었음에도「방금 식탁에 올랐던 건 콩으로 만든 두부였습니다. 혹시 사천 요리라고 들어보셨나요?」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샘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도 그들을 사냥하는 헌터는 있는 거군요.』
『노우, 노. 틀려요, 샘 윈체스터 씨. 틀려도 한참 틀립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은 어디까지나 교화와 포교인 겁니다. 창녀를 교회로 불러들여 회개시키고, 그 천박스런 바빌론 음녀의 옷을 벗겨버리는 것이야말로 저희들의 성스러운 책무인 것이죠.』
『화약 냄새 진동하는 권총을 들고서요.』
『으음...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요즘엔 주님의 말씀만으로는 권능이 살지 않아요.』
무뚝뚝하게 말한 신부는 그제서야 권총을 치우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런데 그게 참 웃기는 노릇이다. 무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샘은 비로소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그 점에 당황했다. 상대는 예의「가까운 가게로 가서 커피나 마십시다」의 태도로 돌아갔고, 사흘 전에 있었던 부부 싸움에 대해 기꺼이 상담을 해주겠노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누군가 울음을 터뜨리면 손수건을 꺼내들고 눈가를 닦아줄 태세다. 위안과 위로, 그것이야말로 양떼들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충고를 하지요.』
올 것이 왔다.
『헌터 일은 그만 두시오.』
신부는 눈을 깜빡이지도 않았다.
『당신에겐 어울리지 않아요.』

무의식중에 위장이 있는 곳으로 손을 가져갔다. 속이 더부룩했다.
『아직 할 일이... 나에게는 반드시 마무리를 지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흥! 척 하면 삼천리.』
지겹다는 투로 손사레를 쳤다.
『이 일이라는게 그래요.「그저 소방관이 되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보니 주변의 권유를 받아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몸은 엄청 고되지만 월급이 짭짤해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요. 다들 남에게 밝히고 싶지 않은 사연 한 가지씩 품에 안고 있지요. 나요? 형님이 살해당했소. 내 형님을 죽인 뱀파이어의 이름은 카일이라고 하오. 놈은 반쪽짜리 오리진이고, 강간당한 인간을 모친으로 해서 태어났소. 그리고 그놈을 낳은 자궁의 이름은 리디아 커핸이라고 하오. 요즘엔 글자를 죄다 잘라먹고「리」라고 하더이다만.』
여기까지 말한 신부는 불안한 낯빛으로 건물 쪽을 힐끔거렸다.
『아, 이건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되요. 리디아님은 누가 자기 얘길 하는 걸 싫어하거든.』
그리고 죄 지은 사람마냥 작게 소곤거렸다.
『호적은 할머니면서 주먹은 어찌나 센지.』
샘은 그렇다, 아니다 감히 대꾸도 못 하고 멍청히 입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D-의 성적표를 가져온 손자를 코앞에 세워둔 할아버지처럼 그는 다시 표정을 바꿨다.
『누구에게나 사연이 있어요. 나는 그걸 잊으라거나, 없던 일로 치부하라고 말할 수 없어요. 그런 건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아니까. 내 형님이 돌아가셨을 적에 난 완전히 망가졌소. 하느님의 존재마저 잊었다면 참지 못하고 자살했을 거요. 댁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겠지. 그래서 복수를 다짐했을 거고. 안 그렇소?』
『그건...』
『이 말을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어요. 본인이 죽으면 다 소용 없는 겁니다.』
『신부님...』
『당신은 위태로워 보여요.』
『그렇지만 나는...』
『모진 훈련을 받은 몸이니 괜찮다?』
신부의 차가운 눈동자가 샘의 위아래를 훑었다.
『총을 겨누는 자를 코앞에 세워두고 머리로 분석하는 사람은 이 일을 하면 안 되오! 그러니까 당신과 같이 있었던 형님이 크게 다친 거 아니오!』

뒷 일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샘은 헐레벌떡 뛰어와 방문을 굳게 걸어잠궜다.
『어? 커피 마시러 밖에 나간 거 아니었어?』
리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문지방에 기대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머머! 얘! 너 지금 우는 거니?』
무릎을 세우고 거기에 얼굴을 파묻었다.
작은 흐느낌이 꽉 다물린 이 틈새로 새어나왔다.

Posted by 미야

2008/07/15 13:51 2008/07/15 13:51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957

Comments List

  1. 음냐 2008/07/15 17:05 # M/D Reply Permalink

    감사합니다~ㅠ,ㅠ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미야님은 천사예요! 복받으실꺼예요~행복하세요 ^-^/

  2. 라푼젤 2008/07/15 22:57 # M/D Reply Permalink

    가슴을 후벼파는 소리를 하네요.. 가엾은 샘ㅠㅠ

  3. 로렐라이 2008/07/17 02:29 # M/D Reply Permalink

    아 저 지금 너무 좋아서 모니터 앞에서 덩실덩실 춤 추고 있어요!T-T 샘 전편에 이어 여전히 안타까운 모습 보여주어 제 가슴이 다 아프네효orz 근데 군인이 아니면 직업모델....으하하핳orz 미야님, 덕분에 너무 잘 읽고 가효!

  4. 멍든물고기 2008/07/18 02:52 # M/D Reply Permalink

    헉/// 저 잠시 제눈을 의심했어요ㅠ 할렐루야~! 이게 얼마만에 본 본편인가요ㅠㅠㅠ 아 감동에 감동을 넘어서 전편좀 다시 읽고왔습니다 어서 빨리 딘이 원상복귀해야 샘도 맘고생을 덜할거 같은데말이죠 3편을 간절히 기다릴께요~

Leave a comment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4994
Today:
93
Yesterday:
252

Calendar

«   2008/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