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 필요하다고 껑껑거려도 함부로 나설 수 없는 분야는 있기 마련.
- 형? 나야, 제러드. 내 얘기 좀 들어줘.
- 바빠.
- 그래? 그럼 엄마에게 전화할게. 그리고 형이 쌀쌀맞게 대했다고 일러바칠테다.
- 환자가 있단 말이야! 에잇! 그러고 보니 생각났다. 너 또 옷장에서 내 분홍색 셔츠 맘대로 꺼내입었지! 그걸 또 물 빠지는 청바지랑 같이 세탁하면 어떻게 하니. 진짜지 정형외과 의사를 등쳐먹는 헐리웃 배우라는 건 듣지도 못했어. 사서 입어! 왜 남의 걸 자꾸 빌려가!
- 색이 예쁜 분홍색 셔츠는 구하기 힘들어. 그리고 형은 분홍색 셔츠 많잖아.
- 내가 그걸 좋아서 입는 줄 아나. 이 형이 근무하는 병원 컬러 컨셉이 핑크라고. 벽지도 분홍이고, 간호사의 슈즈까지 모조리 핑크다. 옛날처럼 흰색 가운을 입고 다니던 시절이 좋았지... 아무튼! 경고하는데, 다음에도 허락없이 내 옷장 뒤지면 빗자루로 끝장나게 맞을 줄 알아.
- 짠돌이.
- 거울을 보고 댁한테 말씀하세요. 원조 짠돌아. 그나저나 이 바쁜 세월에 분홍 셔츠 때문에 전화한 거냐? 너도 참 한가하구나. 촬영은 없는 거니?
- 제기랄. 셔츠 이야긴 형이 먼저 꺼냈잖아.
- 그랬던가.
- 그랬다니까!
- 그럼 본론은 뭔데, 멍멍아.
- 저기... 있잖아... 에... 그러니까... 어떤 사람이 나에게 밥을 사준다고 그랬는데... 음... 이거 힘드네. 아무튼 그랬는데...
- 오케이, 오케이. 뜸은 그만 들이고. 밥을 사준다고 그랬는데.
- 조금 싸웠거든. 어쩐지 얄미워서 그 사람이 잘 먹지 못하는 종류로 골랐어. 생선 초밥으로.
- 흐음... 어지간히 그 사람이 싫었구나.
-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싫어하지 않아! 조금 싸운 것뿐이야.
- 지랄한다.
- 문제는 그 사람은 생선 초밥을 정말 못 먹어. 입에 넣은 걸 몰래 뱉는 것도 봤거든?
- 그거 불쌍하네.
- 있지... 속이 불편하다며 화장실에 가서 토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 볼만하겠네.
- 뭐가 볼만하겠다는 거야! 그 사람이 괴로워하는게 좋아?! 좋냐고!
- 어라. 왜 나에게 화를 내냐. 일부러 약속을 그렇게 잡은 거라며.
- 맞아! 제기랄! 그래서 형에게 조언을 구하는 거잖아!
- 뭐야... 언제는 심술을 부려놓고, 지금에 와선 취소하고 싶은 거야?
- 큰일났다니까! 그 사람이 제패니스 레스토랑에 예약을 해놨다고 연락해왔어. 어쩌지?!
- 어쩌긴. 나가서 즐겁게 식사하고 와.
- 아앗?! 형! 나, 진짜 안 도와줄 거야?!
- 넌 이미 성인이다, 쨔샤. 청춘 사업은 알아서 처리하도록.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