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아롱다리하다. 이 정도로 더위를 먹는 일이 없는데 올해는 유독히 힘이 든다. (← 늙었다는 징조) 언젠가 연극을 끝낸 젠슨이 팬미팅 중에 손을 덜덜 떨어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긴장해서 그런게 아니라 순전히 더워서, 내지는 힘들어서, 불가항력적으로 손을 떨었던게 아닌가 싶다. 아놔, 볼펜을 쥐고 글자를 쓸 수가 없잖아.
과일도 싫고, 아이스크림도 싫고, 콜라도 싫어서 과자점에 들려 가장 예뻐보이는 미니 케이크를 샀다. 그런데 얼마나 비틀거리고 걸어댔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자 속의 케이크가 사방에 부딪쳐 뭉개졌다. 뭐... 괜찮아. 어차피 내가 먹을 건 아니니까. (← 그럼 왜 샀냐!)
냉장고에 넣어두고 방바닥에 걍 주저앉았다. 누군가 먹겠지. (← 이래서 썩혀버리는 음식물이 장난이 아님) 뽀얗고, 하얗고, 설탕에 절인 과일로 데코레이션을 한 모양만 봐도 좋다. 그런데 여전히 덥다. 속이 메슥거린다. 물을 꺼내 벌컥 마시고... 라면을 뜨겁게 끓여 먹었다. (← 이열치열을 노렸으나 효과는 전혀 없었음) 속이 아프다. 역시 소화가 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깜깜한 새벽 3시.
시원하고 향긋한 냄새가 맡고 싶다.
질러라, 향수! 다소 이상한 결말.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