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드디어 미쳤나 보다. 짧고, 가볍게. 일단 시작만 하고 나중에 폭파시킬 수도. ※
나사로야 나오너라 누군가 외쳤다.
무덤에서 부활하는 걸 거부해도 괜찮겠습니까. 상관 없다면 이대로 계속 죽어있었으면 하는데요 - 젠슨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모로 돌아누웠다. 그는 원래 잠이 많은 사람이다. 일단 잠들면 시체였고, 눈을 토끼처럼 새빨갛게 충혈되게 만드는「부활의 약」은 달갑지 않았다.
『젠-슨.』
예수는 막무가내였다.
그거 참 짜증나네. 기적을 행하는 것도 좋지만 물로 포도주부터 만들고 나서 나를 부활시키면 안 되는 겁니까 - 싫든 좋든 꿈의 가장자리에서 현실로 돌아와야 했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을 손등으로 비벼가며 하품을 참았다. 조증 환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사람 답지않게 이상하게 무표정인 제러드가 그런 그를 지긋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자명종은 아직 안 울렸어, 제러드. 난 아직 잠들어 있을 권리가 있다고. 미국의 수정 헌법에 의하면...』
『헌법 같은 소리! 집 샀다면서요.』
『앙?』
『집. 여기. 캐나다에.』
『목 말라서 그래? 형이 냉장고 열어줘야 하니? 아참, 럭키 참스는 진작에 다 떨어졌다.』
『젠슨. 나는 샘이 아녜요. 그러니까 잠꼬대 하지 말고 나를 위해 현실로 돌아와줘요.』
『널 위해? 차라리 날 죽여. 딱 10분만 더, 아니, 20분만 더!』
『젠슨...!!』
이젠 진짜 안 되는가 보다. 젠슨은 투덜거리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까 집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것도 같은데. 잠결에 날벼락이라고 눈은 감은 채인 젠슨은「파달렉키 어쩌고가 모처럼 심각한 걸 봐선 우리 집에 불이라도 났는가 보다」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뭐, 어쩌다 가끔 파김치가 된 몸으로 기어들어가는 곳인데다, 보험에 들어야만 했던 귀중품이라곤 요만큼도 없다. 홀라당 탔어? 그런가보지. 사람만 안 다쳤으면...
『불 안 났어요.』
제러드는 퉁퉁거렸다.
『그럼 부기맨이라도 출동했다든.』
『부기맨은 안 나타났지만 수퍼맨은 출동했군요. 톰 웰링은 집으로 초대했다면서요!』
『초대하지 않았어. 어쩌다보니 우연하게...』
그 즉시 제러드의 목소리 톤이 한 옥타브 이상을 올라갔다.
『수퍼맨만 초대하는게 어딨어요! 게다가 그는 아직 쫄쫄이 바지도 안 입었는데! 그런데 왜 나는 초대 안 해요! 우리 사이에 이럴 수는 없는 거라고요! 난 젠슨이 집을 샀다는 것도 몰랐는데!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다른 친구만 초대하고, 나는 따돌리고, 그러고도 캥기는 거 없다는 식으로 쿨쿨 잘만 자고, 머그컵이 필요할 거예요. 에스프레소 머쉰이랑 같이 세트로, 내일 7시, 오케이? 아니라고 하면 그냥 레슬링이다. 그런데 젠슨은 딸기 무늬 좋아해요? 나는 좋아해요.』
『이봐! 너 지금 주어랑 서술어랑 제대로 나열한 거 맞냐. 네가 횡설수설해 하면 어쩌자는 거야. 잠에서 방금 깨어난 쪽은 나라고. 그러니까 요점은 에스프레소 기계를 사서 집으로 갈테니 초대를 해달라는 것 같은데. 맞아?』
『와. 역시 젠슨은 머리가 좋아.』
씨익 웃지 좀 마라.
젠슨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억지로 깨어난 탓도 있지만 일정에도 없는 초대는 반갑지가 않다. 여자친구를 데려가는 것도 아니니 청소를 하네, 커튼을 새로 다네, 식탁보를 까네 부산을 떨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주일에 무려 나흘 이상이 텅 비어있는 곳이고, 젠슨은 먼지 구덩이 속에서 친구와 같이 웃고 떠들며 축구 중계를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일은 많았다. 예를 들자면 책을 읽는다던가, 최신 DVD 영화를 본다거나, 잠을 잔다거나... 아아, 마지막이 제일 좋아. 따라서 젠슨은 이미 마음을 정했고, 그 점은 이미 표정으로 드러난 상태였다.
『기각.』
『우와악?!』
『와봤자 볼 거 하나 없다고. 노총각 혼자 사는 집구석에서 뭘 바래.』
『그치만!』
『끝!』
젠슨은 성가신 제러드의 머리를 옆으로 밀어내고 임시방편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 촬영까지 앞으로 1시간 20분.
뜨겁게 덥힌 커피와 구운 토스트를 먹을 시간이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