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미가 여장한 적 있나요? 이건 뭐 불끈불끈 솟아오르고... 리퍼러 로그는 낚시인가. 암튼 현실도피용 브라우니는 오늘도 쓱쓱. 이건 아닌데 싶어도 그냥 넘어가주는 당신의 멋진 센스~ ※
제러드 파달렉키를 가리키는 핸드폰 번호의 아이콘은 우습게도 플루토 (멍멍이) 였다.
사실 그건 복수의 의미였다. 어느날부터인가 제러드는 젠슨의 썸네일 아이콘으로 땅콩에 파묻힌 투실투실한 다람쥐를 올려놓았고, 거기서 한술 더 떠서 슈퍼내츄럴 인터넷 팬사이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무명씨 가라사대 :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하하!」라고 정신없이 리플을 달았다. 그걸 알고 젠슨은 눈이 뒤집어지는 줄 알았다. 추측하자면 Tall-Tales 에피소드에서 사탕을 최대한으로 입에 물고 찍은 그 장면 때문에 그러는 모양이었는데... 제기랄, 인정하자. 사실 그건 추측도 뭐도 아니다. 고백하자면 젠슨도 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간 사진을 보고 약 10분간 침묵한 뒤에「똑같네」라 생각했으니까.
아무튼 젠슨은 한숨을 섞어가며 플루토 모양의 단축키를 눌렀고, 정확히 벨 소리가 두 번 울린 뒤에 제러드가 악을 쓰며 외치는 소리가 귓청을 때렸다.
《젠슨, 젠슨! 납치된 거라면 내가 몸값을 다 낼 거라고 악당들에게 말해요!》
아유, 귀 아파. 우거지상을 하고 통화 종료 버튼을 꾹 눌렀다.
조금 있다가 삐로찌릉찌릉 벨이 울렸다.
젠슨은 안경을 쓴 눈으로 벽을 노려봤다.
『네. 젠슨 애클스입니다.』
《우~. 농담이었어요. 장난이었어요. 미안해요.》
『이거 하나만 묻자. 너, 내 몸값을 얼마까지 낼 수 있냐.』
플루토는 입에 문 장난감 공을 잘못 삼키고 숨이 넘어갔다. 플루토의 친구 미키-마우스가 마우스 투 마우스 CPR을 해주지 않으면 그는 곧 호흡곤란으로 죽을 것이다.
《허억! 진짜예요?!》
『아니. 인질의 몸값을 가족이 아니라 친구더러 내라고 하는 정신 나간 악당은 없을 거라 생각해. 하지만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현금은 좀 곤란해요. 유가증권에다 신탁으로 묶인게 많아서요. 하지만 놈들이 카드도 괜찮다고 하면 1만 달러까지는 어떻게...》
『납치범들은 카드 같은 건 취급 안 할 걸. 영화 같은 걸 보면 그렇잖아. 네녀석이 가지고 있는게 블랙 센추리언이라고 해도 아마 안 된다고 할 거야. 하느님. 그럼 난 외국으로 팔려가겠군.』
《에엑?! 뭐예요. 지금 배에 실렸어요?! 화물선? 여객선? 아님 뗏목?! 묶였어요? 비행기예요? 그래서 못 오는 건가요? 거기 어디예요. 내가 지금 구하러 갈까요? 젠슨! 내가 구해주러 갈게요!》
100%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건 아닐 거다. 실제로 납치당한게 아니니까. 말장난이니까.
그래도 젠슨은 미소가 샘물처럼 솟아나는 걸 참을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제러드는 손톱을 질겅질겅 씹어댈 것이고, 울상을 지을 것이고, 화장실이 급하기라도 한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를 것이다.
누군가 그를 많이 걱정해준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동시에 미안한 일이기도 하고.
젠슨은 손가락으로 눈두덩이를 가볍게 문질렀다.
『미안, 차가 갑자기 말썽을 부렸어. 달리는 도중에 우르릉, 찍, 쿵 소리를 내더라고.』
《음? 우르르 찍 쿵? 머플러가 나갔나. 아무튼 다친 곳은 없는 거죠?》
『응. 나는 멀쩡해. 하지만 내 차는 멀쩡하지가 않아. 그거 아냐? 내 차에 그렘린 있다.』
《Motherfucker 그렘린들... 암염탄으로 그냥 쏴죽여야 하는 건데.》
투덜거리는 그의 반응에 젠슨은 소리내어 웃었다. 그리고 맞장구치며 농을 쳤다.
『아냐, 제러드. 이 경우엔 소금은 안 되고 화염 방사기로 태워버려야 한다고.』
《맞다, 화염방사기. 그러니까 자정에 먹이를 주고, 몸에 물을 묻히지 말라고 제가 주의를 주고 그랬잖아요. 그걸 잊어버렸으니까 일이 커진 거라고요.》
『그것들이 너무 배고파 하길래 별 생각 없이 군것질용 과자를... 커다란 눈으로 쳐다보며 애원하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 자정 넘어 먹이를 주지 않겠다던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해.』
《괜찮아요. 젠슨이 일부러 약속을 어긴 것도 아니잖아요. 그것들이 너무 귀여우니까. 그리고 젠슨은 정이 많으니까.》
그러니까 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지 못 하게 된 걸 용서할게요.
제러드는 침착하게「그럼 있다 봐요, 젠슨」이라는 인사말로 마무리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는 녀석이다. 그것도 다섯 살 수준이다. 펄펄 뛰며「이럴 수는 없다, 어떻게든 와라, 아이스크림의 신이 결코 젠슨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천벌이 내리기 전에 헬기를 부르면 안 되는 거냐」억지를 쓰고 생떼를 부리면 어쩌나 내심 걱정하던 젠슨은 후, 한숨을 내쉬고는 바지춤으로 핸드폰을 집어넣었다. 일단 한 고비는 어떻게 넘긴 것 같고... 괜찮다. 아직은 살아봄직한 인생에서 그리 멀리 벗어나진 않았다. 살다보면 자동차도 고장나고, 세탁기도 고장나고, 냉장고도 고장나는 법이다. 나머지 반나절동안 달리 무슨 큰 일이 벌어질 것도 아니겠다, 젠슨은「어제와 마찬가지인 평범한 오늘」을 억지로 믿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