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fic] Brownie 02

제러드는 여차하면 꽃병을 깨먹고, 의자를 뒤엎고, 바지를 찢어먹을 정도로 산만한 성격이었지만 일단 연기에 집중하면 180° 달라질 수 있었다.
그 서스콰치와 동일 인물이 맞기는 맞아? -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로「딘은 이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해?」라고 밀어치는 그와 얼굴을 마주한 젠슨은 허리 아래서부터 오도도도 진동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성적인 쾌감마저 닮은 이 흥분감, 연기자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지금처럼 내적인 긴장감이 높은 장면을 찍을 때였다.

샘과 딘은 늑대인간으로 변한 남자를 죽이는 문제를 두고 대립한 상황이었고, 샘은 무모하게 행동하려는 딘을 강하게 제지하려 했다. 샘의 입술이 한 일자로 굳어졌다. 주먹다짐까지 각오한 그는 성큼걸음으로 다가와 딘이 쥐고 있는 권총을 붙잡았다. 총의 안전장치는 진작에 풀려 있어서 딘 역의 젠슨은 소스라치게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뒤로 물러나야 했다. 실수로라도 동생을 쏠 수는 없으니까 - 분위기는 곱절로 고조되었다. 조명이 이동하면서 카메라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두 주연 배우의 갈등이 겉으로 드러나는 극적인 순간이다. 킴은 378번 씬이 에피소드의 하이라이트라고 진작에 못을 박은 상태였고, 젠슨은 머리카락이 죄다 곤두섰다. 현장을 둘러싼 스텝들이 저마다 숨을 죽이며 두 명의 윈체스터를 주시했다.

젠슨은 늪으로 가라앉은 목소리로 경고했다.
『너는 이래선 안돼. 나는 네 형이고, 내가 연장자니까 너는 내 결정에 무조건 따라야만 해.』
『엿이나 먹어. 형이 연장자이긴 해도 나에게 명령할 권리는 없어.』
『내가 이 일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해?! 맙소사, 샘. 피치 못할 상황이니까 어쩔 수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뿐이야. 그리고 우리가 이 인간을 제지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보름달이 뜨는 건 내일이야. 우리에겐 그리 많은 시간이 없어. 잔소리 말고 출발하자.』
『나는 싫다고 말했어.』

대사가 끝났다.
여기서부터는 눈빛 연기다. 서로 죽자고 쏘아보며 약 5초간 기 싸움을 벌렸다.
아아, 거시기가 실룩거린다. 어둠 속에서 제러드의 눈이 번들번들 빛났다. 짐승의 야광이었다.
- 대단한데. 이녀석 정말 얼음장처럼 차갑잖아. 무지하게 화난 것처럼 보여.
그의 성난 눈빛을 똑바로 쳐다보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생판 모르는 상대였다면 평화주의자 젠슨은 한 걸음에 쌩 소리가 나게끔 도망쳤을 것이다.
다행히 대본에 의하면 눈을 먼저 아래로 내리는 쪽은 딘이었다. 젠슨은 무슨 버릇이라도 되는 것인양 권총을 만지작거렸고, 살짝 풀어진 얼굴로 꺽다리 동생을 살살 달래기 시작했다.
『샘... 제발.』
『...』
『내가 어떻게 했음 좋겠니. 응?』
기다렸다는 식으로 제러드가 냉큼 대답했다.
『집으로 초대해줘요! 네?! 젠슨 집으로 초대해줘요~!!』
그게... 아니잖아!

『NG!』
이거 좋다, 좋다 소리를 연발하다 배반감에 화가 치밀어오른 킴이 어린애 장난감인 3cm 크기의 소프트 볼을 제러드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고탄력 고무로 만들어진 공은 정확히 제러드를 맞춘 뒤에 통 소리를 내고 어디론가 튕겨나갔다. 덕분에 제2차 피해자 발생, 여자 스텝 중 하나가 관자놀이 부근을 감싸쥐고 작게 악 소리를 질렀다.

『제러드.』
젠슨은 나잇살을 덜 먹은게 확실한 멍청한 동료 배우를 어이가 달아난 표정으로 올려다 보았다.
『우... 아파요. 켕켕켕. 방금 킴이 던진게 골프공인 건 아니겠지요? 한 번 봐줄래요. 분명히 혹이 났을 거예요. 지금도 노란 별이 왔다갔다 하고 있다고요.』
노란 별 같은 소리. 대답 대신 따악-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모형 건으로, 그래도 제법 단단한 플라스틱인데, 혹이 났을 거라며 손가락으로 가리킨 부위를 정확히 노리고 세게 가격했다.
『아우!』
『한 번만 더 그래라?』
젠슨은 화가 나면 살벌해진다. 제러드는 하인처럼 굽신거리느라 바빴다.

『다시 진행합니다. 씬 378번!』
꺼졌던 조명이 다시 켜졌다.

Posted by 미야

2007/11/09 06:52 2007/11/0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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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11/09 11:34 # M/D Reply Permalink

    우음.... 완전 좋은데요. 클라이막스에서 박터지는 소리하는 제라드...

  2. 미로 2007/11/09 11:55 # M/D Reply Permalink

    orz 진지하게 막 공감까지 하면서 읽고 있다가 '집으로 초대해줘요'에서 폭소 orz 쳐사랑스러워요, 흑흑흑흑!

  3. 로렐라이 2008/02/21 13:37 # M/D Reply Permalink

    제러드 성격 정말 사랑스럽네요^^ 후후 앞으로 둘은 어떻게 될것인가~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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