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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08

젠슨은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자명종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 없이 깨어난 그는 천국을 방문한 베드로처럼 마음이 꽉 찼고, 하루의 시작이 매일 이렇다면 3가지 소원을 이뤄준다는 지니의 마법 램프를 굳이 홈쇼핑으로 주문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할렐루야.』
지니의 램프는 한정 판매로 한 개당 가격이 무려 4만 5천달러나 했다. 물론 그의 명의로 된 통장에 기장된 예금 잔액 숫자는 그보다 훨씬 위여서 꼭 갖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야 열 개가 아니라 백 개라도 주문이 가능했다. 그러나 젠슨은 마트에서 묶음 포장해서 파는 셔츠를 색깔만 달리해서 입고 다닐 정도로 알뜰한 살림꾼이었고, ① 실컷 자고 싶다, ② 늘어지게 자고 싶다, ③ 이듬해 봄이 올 때까지 죽어라 자고 싶다, 라는 3개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 단순 계산으로 소원 한 개당 1만 5천 달러다 - 그렇게나 많은 돈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건 바보 같다고 여겼다.
뭐, 따지고 본다면야 지니 앞에서 그런 멍청한 소원을 진지하게 빈다는게 더 바보 같지만.
아무튼 침대를 정리하고 일어나 머리를 빗었다.
그렇게나 욕심껏 잠을 잤음에도 도로 감기려는 눈꺼풀이 성가셨어도.
욕실 거울에 비친 남자는「인생이 이렇다면 살 만은 하겠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과 왼쪽에 자리한 천사는 서로간의 균형을 잘 잡아 불행에 빠진 인간에게 아름다운 장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행복감에 도취된 사내를 삽시간에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것이 그들 천사의 일이다. 균형. 그리고 절제. 저울은 늘 평형을 이루어야 했기에 더해진 접시에서 무게를 덜어내는 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의무였다. 행복한가? 그럼 조금만 불행해져라. 천사가 깃발을 들었고, 그 즉시 젠슨의 차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랍쇼.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런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소리가 나면서 차체가 요동쳤다. 어제만 해도 큰 말썽이 없던게 갑자기 그러니까 무서워졌다. 도로를 주행하던 젠슨은 까무라칠 뻔했고,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예고도 없이 주춤거리니까 얌전히 뒤따라오던 차가 신경질적으로 빵빵 소리를 내며 야단을 쳤다.
『이러지 말자! 오늘은 약속이 있단 말이야.』
어르고, 빌고, 애원해봤자 무기물 덩어리가 사람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줄 리 만무했다.
망할 놈의 렉서스 차량이 끼꺽거리며 대놓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한 카센터 직원은 머리가 약간 모자른게 분명했다.
『뭐가 문제죠, 선생님.』
내가 묻고 싶은게 바로 그겁니다. 당신이 그 답을 나에게 말해줘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나 젠슨은 그 직업이 배우였고, 이를 달리 설명하자면 공공장소에서는 행동거지를 퍽이나 조심해야 한다는 거였다. 짜증이 난다고 신경질을 부려선 밥이 죽이 되어버린다. 망나니 짓을 하고도 인기를 유지하는 배우는 없다.「난 원래 이런 놈이야」커밍 아웃한 헐리우드 악동 및 스캔들 메이커 약간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젠슨은 짙은 색이 들어간 썬글래스를 고쳐쓰고 침착하게 1부터 5까지의 숫자를 세었다.
『주행 중에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어떤 소리죠?』
『...』
이 인간이 그걸 나더러 지금 흉내내어 소리내라는 거냐?!
젠슨은 꾸욱 참고 다시 6부터 15까지의 숫자를 세었다.
『표현하기가 어려운 소리입니다.』
『그래도 예를 들자면...』
『음... 그러니까 우르르 찍, 쿵?』

나름 열심히 묘사하려 노력했는데 키 작은 직원은 인상을 썼다.
『한 번 더 해보세요.』
『우르르, 찍, 쿵...』

40일 내내 장대비만 왔다며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허리로 손을 얹었다.
『팅 딸각 팅, 10달러. 딸각 윙윙 딸각, 30달러. 꽝 윙윙 꽝, 50달러, 쿵 쾅 쿵, 100달러, 덜컹 쿵 덜컹, 200달러.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 500달러. * 자! 선생님. 댁의 차는 어느 쪽이죠?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셔야 우리가 손을 보죠.』

얼어죽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젠슨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Posted by 미야

2007/11/13 14:40 2007/11/1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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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2/21 13:48 # M/D Reply Permalink

    우르르, 찍, 쿵..에 이은 카센터 직원의 소리 표현 ㅠㅠ 와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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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07

※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씁니다. 먼젓번 글을 읽어주신 분은 레드 썬을 외쳐주세요. ※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한 마리 곰을 보고 리사는 기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느긋한 자태로 의자에 앉아 제과점에서 구입한 초콜렛칩 쿠키를 간식으로 먹고 있었는데 이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① 배우들의 의상을 다루는 사람의 손에 기름기가 묻어선「이 천벌받을 것아! 옷에 얼룩이 묻잖아!」고함이 터지게 되어 있었고,
② 하필이면 들킨 대상이 식충이 제러드여서는「치사하게 숨어 혼자만 먹는 거냐. 같이 나눠먹으면 배꼽에서 풀이 자라나냐. 내놔라, 내놔라~!」비난을 면치 못할 터였다.

리사는 겁에 질려 얼어붙었고, 모르는 사이에 입에 물고 있던 쿠키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얼마 전에 제러드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뿡 소리가 나는 방석 위에 억지로 앉혔다. 소심한 리사는 까무라쳤고, 미리 짜고 있던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장난삼아 그녀의 머리로 팝콘을 던졌다. 그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목젖이 보이도록 깔깔대며 웃던 제러드는 사자처럼 고약했고, 리사는 그 이후로 그를 피해왔다.

『저, 저, 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속설에 의하자면 곰은 죽은 척하는 사람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 리사는 그 이야기는 코흘리개 아이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일종의 죠크라고 여겼다. 그래서 정말로 곰을 만나면 가방을 벗어던지고 재빨리 나무로 올라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대도시인 토론토 출신인 그녀가 산책 중에 덩치 커다란 엄마 곰을 만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련지를 따져보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아무튼 그녀의 취미는 다행스럽게도 인공 암벽 등산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이었나 보다. 단단한 나무토막으로 변한 그녀를 제러드는 미처 보지 못하는 듯했다. 코앞에 앉은 멀쩡한 사람을 두고도 좌우를 두리번거리고「여보세요? 젠슨?」이라 외쳤다.

징조가 좋았다. 리사는 자신이 흉악한 곰을 만나고도 머리카락 하나 안 다치는 행운을 누릴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그래서 핸드백 속으로 먹던 과자를 재빨리 숨기고 떨리는 손으로 얼른 입가를 닦았다. 공포심 때문에 여전히 그녀의 갈색 눈은 휘둥글 벌어진 채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쿵쾅거리며 난리를 치던 심장은 약간 진정되었다.
그럼 계속해서 죽은 척하는 거다. 죽은 척... 난 죽었어. 죽은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곰은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거야. 그 멍청한 소리가 나는 방석에 날 강제로 앉히려 하지도 않을 거야. 제러드는 과자를 못 봤어. 내가 과자를 먹고 있었다는 것도 눈치 못 챘어. 그런데... 오, 하느님. 바닥에 떨어진 저 쿠키 조각은 어쩌지.

리사는 그 망할 것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다.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

『어? 여기도 없네. 이상하네, 약속에 늦을 사람이 아닌데.』
곰은 머리를 긁었고, 투덜거렸다. 손목에 찬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혀를 찼다.
이때다 하고 리사는 비호처럼 날아 자신이 떨어뜨린 과자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리~사~ 땅에 떨어진 걸 주워먹으면 배탈나요.』
제러드는 무심하게 말하며 다시 시계를 봤다. 그리고는 우는 소리를 내며 네 다리로 바닥에 엎드린 의상 담당을 그대로 냅두고 밖으로 나왔다.

시곗바늘은 오후 2시를 넘어 이제 15분에 이르고 있었다. 그래봤자 겨우 15분이었지만 제러드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젠슨은 점심 식사를 각자 마친 뒤에 2시에 만나자고 사전에 약속을 했고, 지금은 그가 대단히 힘들어 하는 아침이 아니다. 늦잠을 잔 젠슨이 까치집을 하고 헐레벌떡 달려올 일은 없으니 분명 뭔가 다른 요소가 끼어들었다.
나 모르는 사이에 일정이 바뀌었나. 그럴 리 없다. 캐릭터 설정상 일부러 짧게 입어야 하는 양복 바지의 치수를 재기 위해 젠슨과 제러드가 의상 담당자들과 만나기로 한 것은 오후 3시. 리사가 덩그마니 혼자 있는 걸 봐선 그쪽 팀들은 아직 모이지도 않았다.

제러드는 부르퉁한 표정으로 주차장을 응시했다.
망치와 전선 꾸러미를 들고 가던 마이클이 그를 보고 인사를 했다.
바지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은 제러드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Posted by 미야

2007/11/13 11:18 2007/11/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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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기 2007/11/13 19:41 # M/D Reply Permalink

    리사 어떻게해요~~~ ㅋㅋㅋㅋㅋㅋ 땅에 떨어진걸 주워먹으면 배탈난다는 소릴 제러드가 하니까 좀 이상합니다. 주워먹고도 남을 녀석같아서요.ㅋㅋ 잘 읽었어요 ^^

  2. 미야 2007/11/13 22:20 # M/D Reply Permalink

    파달렉키 어쩌고 씨가 먹을 걸 등한시했다는 점부터 이미 비정상인 거예요. ^^

  3. 로렐라이 2008/02/21 13:47 # M/D Reply Permalink

    어머 리사 ㅠㅠ ㅋㅋㅋ 제라드~ 슬슬 삐져가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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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는 걸까?

가끔 외국 팬픽 사이트를 보면 (그래봤자 검정은 글씨요, 흰색은 알짤없이 바탕인긔라) 등급 표시와 성향 표시는 그렇다 치고 000,000 Words 라는 표현에 눈을 꿈뻑꿈뻑하곤 한다.

- 저기요? 하나하나 세어보는 겁니까? 타이핑한 단어의 숫자가 몇 개인지를?!

원고지 한 장에 평균적으로 들어가는 단어가 대략 몇 개니까 추정하여 대략 이 정도겠거니 하고 밝히는 건가. 감기약 캡슐을 열어 동글동글한 구슬이 600개인지를 세어보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설마, 그런 득도한 신선에 가까운 경지는 아닐게야.

Posted by 미야

2007/11/12 00:16 2007/11/12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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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델리퀸 2007/11/12 00:27 # M/D Reply Permalink

    MS워드에 도구 메뉴 들어가시면 단어 수 세기 메뉴 있어요. 아래한글에도 낱말수 세기 메뉴 있고요. 웬만한 텍스트 편집기마다 저 기능은 다 있을거예염. 저 콘흥600 캡슐 세어본 적 있어요! 무려 술먹기 게임 벌칙이었던ㄷㄷㄷ... 483개 나와서 뭔가 사기당한 느낌에 막 괘씸해했던 기억나요 으흐흐

  2. 요델리퀸 2007/11/12 00:29 # M/D Reply Permalink

    와아 근데 단어 10만자리 카운트 넘어가는 소설들은 막 분량에 머리가 어찔어찔;

  3. 미야 2007/11/12 16:01 # M/D Reply Permalink

    한글2002에도 글자 세는 메뉴 잇나요. 한참을 뒤져보는데 못 찾겠어요.

  4. 요델리퀸 2007/11/12 22:21 # M/D Reply Permalink

    앗 한글 2002는 안써서 모르겠어요. 근데 아래한글 다 비슷하니까 아마 [파일>문서정보>문서통계] 보시면 글자수랑 낱말수, 쪽수, 원고지 환산매수까지 다 보실수 있을거예염!

  5. 미야 2007/11/13 09:31 # M/D Reply Permalink

    와아아, 발견했어요. 이렇게 하는 거구나. 진짜 원고지 장수까지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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