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은 아무에게도 방해를 받지 않고 늘어지게 늦잠을 잤다. 자명종의 찢어지는 비명 소리 없이 깨어난 그는 천국을 방문한 베드로처럼 마음이 꽉 찼고, 하루의 시작이 매일 이렇다면 3가지 소원을 이뤄준다는 지니의 마법 램프를 굳이 홈쇼핑으로 주문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할렐루야.』
지니의 램프는 한정 판매로 한 개당 가격이 무려 4만 5천달러나 했다. 물론 그의 명의로 된 통장에 기장된 예금 잔액 숫자는 그보다 훨씬 위여서 꼭 갖겠다고 마음만 먹는다면야 열 개가 아니라 백 개라도 주문이 가능했다. 그러나 젠슨은 마트에서 묶음 포장해서 파는 셔츠를 색깔만 달리해서 입고 다닐 정도로 알뜰한 살림꾼이었고, ① 실컷 자고 싶다, ② 늘어지게 자고 싶다, ③ 이듬해 봄이 올 때까지 죽어라 자고 싶다, 라는 3개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 단순 계산으로 소원 한 개당 1만 5천 달러다 - 그렇게나 많은 돈을 일시에 날려버리는 건 바보 같다고 여겼다.
뭐, 따지고 본다면야 지니 앞에서 그런 멍청한 소원을 진지하게 빈다는게 더 바보 같지만.
아무튼 침대를 정리하고 일어나 머리를 빗었다.
그렇게나 욕심껏 잠을 잤음에도 도로 감기려는 눈꺼풀이 성가셨어도.
욕실 거울에 비친 남자는「인생이 이렇다면 살 만은 하겠다」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쪽과 왼쪽에 자리한 천사는 서로간의 균형을 잘 잡아 불행에 빠진 인간에게 아름다운 장미를 보여주기도 하고, 반대로 행복감에 도취된 사내를 삽시간에 구렁텅이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것이 그들 천사의 일이다. 균형. 그리고 절제. 저울은 늘 평형을 이루어야 했기에 더해진 접시에서 무게를 덜어내는 건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의무였다. 행복한가? 그럼 조금만 불행해져라. 천사가 깃발을 들었고, 그 즉시 젠슨의 차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어랍쇼. 이 녀석이 갑자기 왜 이런담.』
말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소리가 나면서 차체가 요동쳤다. 어제만 해도 큰 말썽이 없던게 갑자기 그러니까 무서워졌다. 도로를 주행하던 젠슨은 까무라칠 뻔했고,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뻔했다. 예고도 없이 주춤거리니까 얌전히 뒤따라오던 차가 신경질적으로 빵빵 소리를 내며 야단을 쳤다.
『이러지 말자! 오늘은 약속이 있단 말이야.』
어르고, 빌고, 애원해봤자 무기물 덩어리가 사람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어줄 리 만무했다.
망할 놈의 렉서스 차량이 끼꺽거리며 대놓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키가 작고 몸집이 왜소한 카센터 직원은 머리가 약간 모자른게 분명했다.
『뭐가 문제죠, 선생님.』
내가 묻고 싶은게 바로 그겁니다. 당신이 그 답을 나에게 말해줘야 할 거 아닙니까.
그러나 젠슨은 그 직업이 배우였고, 이를 달리 설명하자면 공공장소에서는 행동거지를 퍽이나 조심해야 한다는 거였다. 짜증이 난다고 신경질을 부려선 밥이 죽이 되어버린다. 망나니 짓을 하고도 인기를 유지하는 배우는 없다.「난 원래 이런 놈이야」커밍 아웃한 헐리우드 악동 및 스캔들 메이커 약간 명을 제외하고 말이다.
젠슨은 짙은 색이 들어간 썬글래스를 고쳐쓰고 침착하게 1부터 5까지의 숫자를 세었다.
『주행 중에 이상한 소리가 납니다.』
『어떤 소리죠?』
『...』
이 인간이 그걸 나더러 지금 흉내내어 소리내라는 거냐?!
젠슨은 꾸욱 참고 다시 6부터 15까지의 숫자를 세었다.
『표현하기가 어려운 소리입니다.』
『그래도 예를 들자면...』
『음... 그러니까 우르르 찍, 쿵?』
나름 열심히 묘사하려 노력했는데 키 작은 직원은 인상을 썼다.
『한 번 더 해보세요.』
『우르르, 찍, 쿵...』
40일 내내 장대비만 왔다며 남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허리로 손을 얹었다.
『팅 딸각 팅, 10달러. 딸각 윙윙 딸각, 30달러. 꽝 윙윙 꽝, 50달러, 쿵 쾅 쿵, 100달러, 덜컹 쿵 덜컹, 200달러.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소리, 500달러. * 자! 선생님. 댁의 차는 어느 쪽이죠? 정확하게 설명을 해주셔야 우리가 손을 보죠.』
얼어죽을.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젠슨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질렀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