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5 : ... 14 : Next »

낙서, 낙서... 할로윈

할로윈이 어른들끼리 사탕을 주고받는 날인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그건 아닌 것도 같은데.
하지만 제러드는 그리 상관하지 않는 눈치다. 어쩌면 그는 할로윈이 뭐 하는 날인지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과자와 사탕, 그것 말고 다른 의미가 있단 말이야? 천진난만한 얼굴로 거꾸로 반문을 할 것 같아 젠슨은 일찌감치 입을 다물었다.

사탕을 안 주면 골려줄테다. 파달렉키 어쩌고 대형 개는 코를 킁킁대며 달콤한 냄새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의 잔인한, 아울러 늘 배고파 하는 습성을 줄줄이 꿰고 있는 스텝들은 위험한 신을 진정시키고자 제물을 미리 마련한 상태였다. 덕분에 사탕과 과자로 가득찬 바구니는 아침 일찍부터 트레일러의 정 중앙에 자리를 잡고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분홍 리본까지 달려서.

게중에서 사탕 하나를 집어든 젠슨은 짧게 탄식했다.
마이클, 죠, 리사, 앤디... 포장지 겉면으로 이름까지 써있다. 그것도 굵은 싸인펜으로.
얼마 전엔가 쥐덫의 공격을 받았던 마이클은 그때의 경험에 진저리가 났던지 꼼꼼하게 메모지까지 첨부했다. 이번에 그가 가져다 바친 공물은 생강 과자였다. 메시지는 이거 먹고 나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눈물이 나려 한다. 제러드의 안내를 받고 뿡뿡 소리가 나는 방석에 앉아 모두로부터 불쾌한 오해를 받았던 리사는 특대형 포장의 캔디를 사왔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크다. 대단한 물량 공세다. 앞으로 10년동안 절대로 나를 건드리면 안 됩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다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러고보니 리사는 제러드가 낄낄대며 웃었을 적에 고개를 숙이고 훌쩍훌쩍 울려고 했던 것도 같다. 원래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그런 식의 장난이 질색인 법이다. 마찬가지로 장난이 질색인 젠슨은 동병상련에 마음이 쨘해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설의 서스콰치는 오늘도 행복하다.
『헤이! 젠슨.』
『헤이.』
『과자를 안 주면 골려줄테다.』
젠슨은 읽고 있던 대본에서 잠시 눈을 떼었다. 뭐? 나를 골려? 저놈이 돌은게지.
『살찐다, 이눔아. 그리고 나이가 얼마인데 아직까지 과자 타령이냐.』
『그래서 뭐요. 없어요?』
『없는데.』
『어... 그렇단 말이지.』

파달섬띵 어쩌고는 그 즉시 젠슨의 겨드랑이로 손을 넣었다. 흠칫해서「간지럽잖아!」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이번엔 시야가 역전되어 바닥이 하늘이 되고, 다시 하늘은 바닥이 되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성인 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도 놀랍거니와, 그 성인 남자에게 다짜고짜 레슬링 기술을 거는 그 무대포 정신도 놀라워 죽을 지경이다. 젠슨은 파랗게 질렸고, 짓누르는 악력에 숨이 막혀 끙끙거렸다. 참을 수가 없어져 항복의 의미로 손바닥으로 트레일러를 세 번 쳤다. 그래봤자 파달섬띵 어쩌고는 낄낄거리면서 큰 대자로 엎어진 젠슨의 엉덩이 위로 주저앉아 어린애처럼「골려줄테다~♡」를 외치고 있었다.

죽기는 무서워서 주머니를 뒤져 껌을 주었다.
『고마워요, 젠슨. 아껴두었다가 내일 씹어야지.』
마침내 젠슨을 풀어준 제러드는 만족한 얼굴로 트레일러를 쿵쾅거리며 뛰.어.서. 나갔다.
『아참.』
뭐 하나 빠뜨렸다며 재빨리 고개만 뒤로 돌리고 윙크했다.
『해피 할로윈. 내가 젠슨을 엄청 사랑하는 거 알죠?』
『누가 누굴 사랑하냐. 사랑한다면서 사람을 자빠뜨려 그냥 다리를 꺽냐!』
제러드는 장난스럽게 에베- 혀를 쏙 내밀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Posted by 미야

2007/10/31 16:09 2007/10/31 16:09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627

Comments List

  1. real 2007/10/31 16:27 # M/D Reply Permalink

    불쌍한 스탭들인거지요orz 미야님의 파다클스는 처음이에요! 아싸! 해피 할로윈!

  2. 미야 2007/10/31 16:35 # M/D Reply Permalink

    한참 내려가면 <Heart> 에피소드 관련으로 하나 더 있어요. 그치만 분류가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 (작성일은 2007년 1월 28일이예요)

Leave a comment

도망가고 싶은 월말

할로윈 같은 건 신경 못 쓴다. 월말이다. 월말이란 말이다! (책상 덜컹덜컹덜컹덜컹~)
날씨도 추워지는데 마음은 더더욱 심란하다.
따끈한 미떼라도 한 잔 마시면서 다시 업무로 돌아가야... 젠장. 돌려줘, 점심시간!

딘은 죽었습니다. 샘은 미쳤습니다. 리는 달아났습니다. 끝. 이러면 나는 살해당하는 거지.
우엥. 쫓기는 건 싫어.
크리미널 마인드도 아직 못 봤고, 나의 완소 드라마 라이프도 아직 못 봤다.
어제는 판타지-라이브러리 시리즈 중에서 <타락천사> 편을 구입해서 읽어봤다.

그냥 단테의 실락원이나 에녹서를 정독하는게 나을 것도 같은데 가볍게 정리해서 심심풀이 땅콩으로 읽는 종류로는 딱 적당한 것 같다. 고전, 그것도 장편 - 차라리 날 죽여 - 절대로 못 읽긔. 난 아직 죄와 벌, 전쟁과 평화 같은 류의 고전은 잡아본 적이 없다. (공부를 못했던 까닭이 다 있는 거다) 음식만 편식하는게 아니라 책도 편식하는데 당연히 내 취향은 환상문학 내지는 추리소설이다. 이런 내가 침대에 엎드려 실락원에 신곡을 읽으면 껍질을 뒤집어쓴 외계인 설이 나오게 된다. 그러니까 이런 건 다이제스트로 만족하자.

암튼 의아했던 것 한 가지.
바포메트가 마호메트라던 신주사마 교고쿠도의 주장은 맞는겨, 틀린겨?

Posted by 미야

2007/10/31 12:45 2007/10/31 12:45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626

Comments List

  1. 수수 2007/10/31 13:06 # M/D Reply Permalink

    ㅎㅎㅎ 저도 월말은 싫어요.. 항상 모든 일들이 와르르..쏟아져 내려서 켁!! 압사한답니다... ㅠㅠ 그래도 슈네보고 참아내고 있는걸요.. 아아..이틀이나 참으려니.. 환상이..^^;; 헉.. 안되여...('')딘은 죽으면..에엥..ㅜㅠ

Leave a comment

초큼 급조한 맛이 나고 있지만, 원래 슈퍼내츄럴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여차하면 산으로 올라가곤 했던 관계로 큰 신경은 쓰지 않기로 했다.
2시즌 파이날에서 어이 없게 아미타불하신 우리의 황달이 아저씨가 아자젤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 귀로는 아지엘, 혹은 아젤로 들린다. 어이? 쭉빵 언니. 어느 쪽이 맞아요?)

* 찾아보니 아자젤 = 아젤 = 아지엘 = 하자젤 다 맞다.

으음... 작가진은 지옥에서 탈출한 200마리의 악마 군대를 그리고리로 정의를 내릴 작정인감?
문제는 그리고리의 천사들이 인간과 관계하여 거인을 낳았다는 점인데...

큼직한 막내둥이 샘, 그리고 엄마 메리가 수상하다.

<- 그렇다고 사실처럼 받아들이면 곤란하긔.

아무튼 셰미히자까지 나오면 이 드라마는 알프스를 점령할 수 있게 된다. 힘내라, 크립키!


- 알프스로 올라가면 사탕 주나효? (눈 커진 아저씨)

- 알프스로 올라가면 사탕 주나효? (자다 벌떡 일어나는 제러드)

Posted by 미야

2007/10/30 18:34 2007/10/30 18:34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625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2 : 3 : 4 : 5 : ... 1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5258
Today:
2
Yesterday:
355

Calendar

«   2007/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