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 엔딩 증후군이랍니다. BB 완결을 짓기 싫어 열심히 딴 짓을 하는 거라는... ※
윈체스터 형제들의 직업은 삽질하기, 무덤파기, 땅두더쥐와 함께 차차차... 요즘엔 시체 들치는 내용이 안 나오네 싶자마자 누군가 그의 마음을 읽었다는 식으로 공동 묘지에서의 야간 촬영이 떨어졌다.
딘 역의 젠슨은 갈색의 얇은 셔츠 한 장만 걸친 어깨를 주물렀다. 부패한 시신을 파내서는 소금에 버무려 바비큐를 굽는다는게 이번 촬영분의 줄거리로 그가 외워야 할 대사는「구엑구엑 (헛구역질)」이 전부다.
젠슨은 아무도 자신을 보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뒤에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구엑구엑」연습을 해보았다. 그러고보니 방금 내가 한 거, 뉘앙스가 이상하지 않았어? 아줌마 입덧처럼 보여선 곤란하잖아. 젠슨은 입술을 깨물었다.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면 더 토기가 올라온다는 식으로 뱃가죽을 뒤집어볼까? 구엑구엑... 틀려. 이번 건 회충에 감염된 환자야.
역병신에 씌인 시신은 겨우 사흘 전에 무덤으로 떨어졌고, 딘이 관뚜껑을 열자마자 아수라장일 거라고 했다. 썩은 녹색 스프에 구더기가 가득일테니 기대하라며 맥거번이 호탕하게 웃었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가짜 관을 묻은 맥거번 팀은 일주일에 걸쳐 리얼하게 썩은 시체를 제작했고, 누가 봐도 악 소리를 내고 도망갈만한 작품을 두고 무척이나 자랑스러워했다. 밀납으로 만든 외관에 핀셋으로 일일이 가짜 모발을 심은 정성도 정성이거니와,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FBI 소속의 시체 농장으로 견학까지 갔다 왔다. 보람이 있어 투명한 종이처럼 변한 피부가 허물을 벗는 모습까지 재현한 맥거번은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지나친 열정은 비정상에 가까운 법. 젠슨은 그가 변태일 거라 의심했다.
『험하게도 생겼다. 이거, 냄새는 안 나겠죠.』
젠슨은 흉측하게 생긴 밀납 덩어리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만약을 위해 표면을 꾹꾹 누르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야속하네. 이봐, 예쁜이. 이건 예술 작품이라고. 여기서 더 완벽하길 바라?』
『너무 감쪽 같으니까 걱정이 되어 물어본 겁니다.』
분명 칭찬일 거라 생각한 맥거번은 기분이 좋아졌다.
『아하하하! 걱정 말게, 애클스. 도날리 2호는 - 맙소사, 그는 불에 타서 없어질 시체 모형에 이름까지 붙여놨다 - 벌떡 일어나 자네를 공격하는 일은 없을 걸세. 하지만 미리 경고하는데 구더기들은 진짜야. 그것들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어야 한다면 최대한 입을 꽉 다물고 있게. 얌전할 것 같으면서도 그것들은 콩처럼 튀거든.』
말 그대로 젠슨은 벌레씹은 표정이 되었다. 엉덩이를 벌에 쏘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수로라도 구더기를 입에 물게 된다면 그때는 정말 죽고 싶을 것이다. 불만으로 그의 입이 한 자나 나왔다.
『그런데 왜 삽질은 맨날 저만 하는 걸까요. 샘이 덩치도 더 크고, 딘보다 힘도 좋게 생겼는데 말예요. 우리 시나리오 작가는 이게 힘의 불균형이라는 걸 아는지 모르겠어요. 샘이라는 캐릭터는 대학 중퇴이긴 하지만 화이트 칼라는 아니잖아요.』
샘은 자동차에 앉아 마녀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여자를 감시 중이었고, 무덤을 파는 힘든 일은 딘이 온전히 도맡았다. 누가 어떤 일을 할 것인가 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딘이라는 캐릭터는 바로 이게 내가 할 일이라는 투로 기꺼이 삽을 쥐었고, 젠슨은 바로 그 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네,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가.』
맥거번이 이런 바보 같은 소리는 처음 듣는다며 한쪽 눈썹을 활처럼 구부렸다.
『물론 샘이라는 캐릭터는 화이트 칼라가 아니지. 하지만 강아지에게 삽을 쥐게 하는 바보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나! 강아지는 공을 물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수는 있어도 삽질은 하지 못 한다네. 젠슨, 자네는 동물의 왕국 내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도 안 보나.』
당신이야말로 지금 그게 뭔 소리예요...
그러나 젠슨은 내심 맥거번의 말에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등으로 부드러운 고무공이 닿았고, 자기가 나설 장면이 하나도 없음에도 쓸데없이 무덤가를 어슬렁거리던 강아지는 젠슨이 뒤를 돌아다 보자마자 깡~♬ 소리를 내고 엎드렸다.「저와 놀아주세요」라는 눈빛은 반딧불처럼 반짝거리고, 꼬리는 흔들리고, 애정을 담아 젠슨을 향해 분홍색 고무공을 또 던졌다.
무표정을 가장하고 어깨에 맞고 떨어진 공을 주워 흥분한「개」를 향해 던졌다.
그 즉시 제러드는 허공을 향해 날아가는 공에 시선을 맞추고 재빨리 달려나갔다.
넘어지진 않을까 걱정이다. 빠르다! 그리고 웃기다! 허겁지겁 허리를 굽혀 공을 주워선 바람처럼 뛰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젠슨~!! 촬영은 언제 시작한대요?』
그리고는 맞아도 아프지 않게끔 힘을 조정해서 또 던졌다.
젠슨의 가슴을 맞추고 또로록 굴러가는 공을 쳐다보던 맥거번이 말했다.
『그런데도 저치에게 삽질을 시키고 싶어? 애클스.』
젠슨은 그 질문에 무어라 대답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