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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6

※ 부담감 안 느끼고 한 장씩 짧게 쓰니까 번호 올라가는게 장난 아니네요. ※



쇼의 최종 책임자 에릭 크립키는 분노에 찬 나머지 도깨비가 되었다.

그렇다고 극중 윈체스터 형제들이 하던 것처럼 암염탄을 빵빵 쏘아대는 걸로 처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겠다, 젠슨과 제러드는 우산이나 피뢰침도 없이 인드라의 번개를 고스란히 얻어맞아야 했다.


『제러드. 자네는 배우의 본분이 뭐라고 생각하나. 대답해보게!』

『음... 대사를 까먹지 않고 잘 외우는 거요. 같은 장면에서 말을 더듬고 NG를 스무 번 넘게 냈을 적에 주의를 주면서 그런 말을 하셨더랬죠. 잊지 않았어요.』

물론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거론할 때가 아니다.

크립키가 쥐고 있던 연필심이 압력을 못 이기고 뚝 부러졌다.

그 무시무시한 압박에 젠슨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맞네, 그것도 배우의 본분이지. 좋아, 그럼 다시 묻겠네. 배우는 뭘 먹고 산다고 생각하나.』

너무 당연한 걸 물으면 어이가 없어지는 법이다.

제러드는「오늘따라 크립키가 이상해」표정을 지으며 즉답했다.

『밥이오.』


젠슨은 머리를 보호하며 땅바닥에 넙죽 엎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에서 드드듣 기관총이 난사되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고 있음이다. 크립키의 눈은 이미 벌겋게 충혈되었고, 관절마디가 하얗게 변한 손으로 꽉 쥐고 있는 연필은 그 안녕이 심히 의심스러웠다.

제발 전화기는 잡지 말아라. 젠슨은 기도했다. 예산 초과를 이유로 부득부득 줄거리 변경을 요구하던 방송국 관계자와 설전을 벌였던 날에 그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전화기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발로 밟았다는 얘기도 있고, 벽으로 던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신빙성 높은 추측은 돈이 어쩌고, 시청률이 어쩌고를 떠들던 사람의 머리를 그걸로 내리쳤다는 거였다.

슬그머니 고개를 내려 핏자국을 찾았다.

불행하게도 사무실에 깔린 카페트의 빛깔은 암적색이었다.


『저어, 밥이 아니면... 고기?』

『스테이크 같은 소리! 잘 들어! 배우는 얼굴로 먹고 사는 거야, 얼굴로!』

크립키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가뜩이나 동그란 얼굴이 붉게 변하니까 문어 비슷해졌다.

『얼굴로 밥 먹고 사는 주제에 그걸 대놓고 망치면 어쩌자는 거야! 엉?! 피아니스트들은 강도에게 당할 때조차 손을 사수한다는 거 몰라? 마찬가지로 배우는 얼굴을 사수해야 하네!』

『요즘엔 외모만으론 어림 없어요, 크립키.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을 해주지 않으면...』

『끼어들지 말게, 젠슨!』


이미 속이 곪을대로 곪은 연필로 책상을 톡톡 두둘겼다. 아무리 잘 봐줘도 얼굴에 난 심각한 찰과상은 일주일 이상은 기다리고 나서야 메이크업으로 감출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를 바꿔《같은 동업자 헌터들끼리 몸싸움이 있었습니다》라고 해도 시뻘건 스크래치가 난 얼굴을 계속해서 클로즈업 할 수는 없다. 결국 샘 윈체스터가 나오는 장면만 골라 나중에 따로 찍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는데, 젠장맞을! 그렇게 따지면 나중에 찍을 분량이 사실상 거의 전부다. 그가 책임지고 있는 TV쇼「슈퍼내츄럴」은 두 명의 주연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무척 높았고, 그것은 누가 봐도 치명적 위험 요소였다. 한 명이 빠지면 연쇄 도미노 붕괴는 지금처럼 초읽기가 되어버린다.

『으이그~!! 나를 그냥 민둥 대머리로 만들어라, 만들어!』

인정하자. 일주일 촬영 스케줄은 물 건너갔다. 스트레스로 황금 같은 머리카락들을 잃느니 일찌감치 직원들을 휴가 보내고 그동안 에너지를 재충전 하라 지시를 내리는게 훨씬 낫다.


『그래서 말인데.』

순간 크립키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리고는 탐색하는 시선으로 두 사람을 살폈다.

『그 얼굴의 상처, 아래에서 말들이 많더군.』

젠슨은 바짝 긴장했다. 저 너구리가 얼굴을 망친 당사자만을 부르지 않고 젠슨까지 사무실로 오라고 한 까닭이 있었던 거다. 그는 눈을 아래로 내리깐 채 자기네들끼리 무어라 무어라 수군거리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순간 귀에서 띵~♬ 소리가 났다.

『스텝들 말로는 주차장에서 아무도 보지 않을 적에 주먹질을 했다고...』


다 듣지 않고 제러드가 울부짖었다.

『그게 뭔 소리예요?! 나는 젠슨을 해치지 않아요! 절대로요! 젠슨을 다치게 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나만보면 앞발을 든 곰이다, 서스콰치다 그러는데요, 나는 그렇게 사납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아요. 내 주먹은 솜주먹이라고요! 젠슨? 젠슨도 내가 막 무서워 보이고 그래요? 내가 젠슨을 주먹으로 막 때릴 것처럼 보이나요? 그래서 가끔씩 날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그러는 거예요?』

이런, 맙소사. 젠슨은 소란을 피워대는 제러드를 조용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크립키의 눈이 그의 대머리 만큼이나 번들거렸다.

『이상한 표정이라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크립키.』

『왜 거짓말 해요. 이상한 표정으로 보잖아요! 꼭 양치질하다 잇몸에서 피가 난 사람처럼...』

『제발 진정해, 파달렉키. 이곳에 있는 그 어느 누구도 네가 날 때렸을 거라 의심하지 않아. 솔직히 떡이 되도록 맞은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로 보여.』

『에?』

『그러니까 크립키는 지금 내가 널 때린 거냐고「완곡하게」묻고 있는 거야.』

『에?!』

제러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킨 다음, 다시 젠슨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말문이 막혔는지 속눈썹만 꿈뻑거렸다.

『당신이 나, 나를?』


저게 연기라면 오스카 삼촌이 웃으며 맨발로 달려온다. 크립키는 두손을 번쩍 들었다.

『알았으니 그만들 해. 그러니까 그건 단순히 사고였고, 두 사람이 싸운게 아니라는 거지?』

『물론이죠!』

제러드는 굉장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뻣뻣하게 치켜올렸다.

Posted by 미야

2007/11/20 14:47 2007/11/2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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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독자(?) 2007/11/20 18:10 # M/D Reply Permalink

    꺄아. 처음 리플달아봅니다. 항상 목요일날 슈퍼내추럴을 방영하기 전까지 팬픽보는 재미에 산답니다. 요새 꾸분히 올려주셔서 매일이 즐거워요. 힘내세요.

  2. 김양 2007/11/20 21:52 # M/D Reply Permalink

    2등~~~~ㅋㅋㅋ 이번편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네욤...
    다들 감기 조심하셔욤~~~

  3. lyn 2007/11/20 23:22 # M/D Reply Permalink

    wow!! 너무 재미 있어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주를 타고 나셨나봐요~

  4. karina 2007/11/20 23:36 # M/D Reply Permalink

    ㅋㅋ오늘도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ㅋ항상 재미난 글 올려주셔고 감사해요ㅋㅋㅋ

  5. 로렐라이 2008/02/21 14:02 # M/D Reply Permalink

    양치질하다 잇몸에 피가 난 듯한 표정이라니..저절로 따라하게 되는 그 표정 ㅠㅠ 후후 덕분에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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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15

『실수로 넘어졌다고 하면 다들 배꼽을 잡고 킬킬 웃기부터 하죠. 그게 무슨《아메리칸 홈 비디오》라도 되는 것처럼 말예요. 하지만 2층에서 떨어진 사람보다 계단 두 개 위에서 구른 사람의 상태가 더 심각한 경우도 있어요. 빙판에서 잘못 구르면 죽기도 하고요. 그렇게 따지면 파달렉키 씨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겁니다. 무릎의 타박상은 제법 가겠지만 구부리고 펼 수 있는 걸 봐선 뼈는 안 다쳤어요. 하지만 일주일은 안정하는게 좋을 겁니다. 저녁이면 붓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으니 병원에 가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익숙한 태도로 구급 상자를 닫으면서 앤서니는 피묻은 솜뭉치를 마저 치웠다.

『일반 의약품인 진통제를 하나 드리죠. 아픈게 덜해질 겁니다.』

그리고 잔소리를 잊지 않았다.

『얼굴 부위의 찰과상이 심하니까 세수, 면도, 애프터쉐이빙 로션 모두 금지입니다.』

젠슨은 짧게 신음했다. 조만간 제러드는 곰이 되겠군. 세수, 면도 모두 안 된다라. 당분간은 털보로 변한 그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막아야겠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다른 걸 골똘히 생각하느라 보안 요원 앤서니가 하는 말을 한쪽 귀로 흘리고 있었다. 심지어 제러드는 너덜거리는 자신의 무릎 모양새마저 잊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젠슨은「아, 이 녀석이 지금 삽질하려고 한다」라는 걸 눈치채고 가만히 그와 눈을 맞췄다.

『왜?』

『못 봤어요.』

『엉.』

『못 봤다고요.』

위로하려는 듯한 젠슨의 시선을 알아차린 그는 한층 더 풀이 죽어 시무룩해졌다.

『뭘 못 봐.』

『1시간이나 주차장을 뜀박질을 하며 빙빙 돌았는데 거기에 수상한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몰랐어요. 세상에 어쩜 이럴 수가 있죠. 말이 안 되잖아요. 내 눈은 해태인가봐요. 다 제 잘못이예요.』


역시나 삽질이었다. 젠슨은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꾸며냈다.

『어떻게 그게 네 잘못이 되냐. 너도 참... 아마 운전석에 앉아 있었겠지. 그러고 보니 그 남자가 날 뒤에서 껴안기 전에 차문이 열고 닫기는 소리를 먼저 들은 것 같기도 해.』

『그랬어요?』

『응.』

『맙소사! 그럼 더 심각한 거 아녜요! 뭐냐, 그러니까... 우연히 그런게 아니라 그 작자가 작정하고 젠슨을 스토킹을 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어쩌면.』


제러드의 입이 쩍 벌어졌다.

그런데도 이 인간은「빨리 가보슈」이러고 그 나쁜 자식을 순순히 집으로 보내줬다 이거지.

예로부터 스토킹은 납치나 살인, 강간으로 치닫는 일이 많다. 그래서 스토커는 늘 요주의 대상이고, 잠정적 위험 요소였다. 존 레논이 피살당한 걸 봐라. 게다가 그 피해는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지도 않는다. 조디 포스터를 스토킹하던 남자는 엉뚱하게도 레이건 대통령에게 총알 세례를 퍼붓기도 했다.
당연히 제러드는 흥분하여 펄쩍 뛰었다.

『제정신이예요?!』

『난 말짱해.』

『아뇨! 내가 봤을 적엔 젠슨은 돌았어요. 돌은게 분명해요!』

『그치만 그 사람은 우리들 쇼의 팬이었다고. 그 남자는 널 보고 샘 윈체스터라고 불렀어.』

『답답한 소리! 팬이라고 모든 행동이 다 용서받을 수 있는 건 아녜요.』

『맞는 말이다. 집요하게 사타구니 부분만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팬들을 보면 주먹으로 그냥 후려치고 싶어 미칠 지경이 되거든. 팬이라면서 왜들 그러나 몰라.』

『아, 그 사진들요! 젠슨도 봤구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세상에,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얼레리꼴레리 발기했네 킥킥거리고 웃으면 어쩌나 순간적으로 간이 오그라들던... 워워! 잠깐만요. 지금 그 얘기를 하자는게 아니잖아요.』

『어라. 그럼 무슨 얘기였지?』

『제기랄. 딴청부리지 마요. 스토커요! 스토커!』


그의 용의주도한 이야기 유도에 자칫 휘말릴 뻔한 제러드는 혀를 깨물었다.
그럼 다시 본론이다.

『나라면 그 사람 붙잡아 경찰에 넘겼어요. 어째서 그냥 보내줬어요.』

『그야...』

젠슨은 위자 등받이로 깊숙이 몸을 기대며「내가 왜 이런 얘기까지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푸념을 했다.

『그는 널 도우려 했단 말이야.』

『예?』

『네가 넘어지니까 놀란 표정이 되어선 널 도우러 갔다고.』

『뭐요?』

『몇 번을 말해야 하냐!』

『그게... 맙소사. 저기... 그러니까 젠슨은...』

『그걸 보니까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 그래서 그냥 가라고 했어. 됐냐!』


젠슨은 얼굴을 붉혔다.

제러드는?

Posted by 미야

2007/11/19 15:45 2007/11/19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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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arina 2007/11/19 21:57 # M/D Reply Permalink

    젠슨 너무 귀여워요~ㅋㅋ 오늘도 기쁘게 잘 보고 갑니다,ㅋㅋ담 이야기가 너무 기다려 져요ㅋㅋㅋㅋ

  2. 캬초 2007/11/19 23:57 # M/D Reply Permalink

    세상에... 젠슨~~ //////// 이남자 어쩌면 좋아요. 제러드를 도와주려고 한 걸로 스토킹하고 뒤에서 껴안은 게 용서되는 건가요. 꺅-

  3. 수수 2007/11/20 01:52 # M/D Reply Permalink

    ㅋㅋ 제러드는? ^^ 제러드는????????

  4. 로렐라이 2008/02/21 14:00 # M/D Reply Permalink

    어머/ㅁ/ 정말 제가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귀여워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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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샤샤

락샤샤라고 하면 잘 안 와닿는다. 크라운 분장을 떠올리면 더 이상해진다.
우리식으로 바꿔 말해보자. 나찰. <아앙?!> 소리가 절로 나오지 않는가.

인터넷으로 <나찰>을 검색해봤다.

나찰은 범어 락샤사(Raksasa)를 음역한 것이다. 남성신은 나찰사 또는 나차사로 불리며, 여성신은 나찰사 또는 나차사라고 불린다. 뜻으로 번역해 사용하는 말에는 식인귀, 가외, 속질귀, 호자 등이 있다. 나찰은 그 이름처럼 원래 잡귀의 하나로, 신과 인간에게 적대적인 존재였다. 푸른 눈, 검은 몸, 붉은 머리털을 가진 모습을 하고서 신통력으로 공중을 날아다니며 언제나 사람의 피와 살을 먹는다고도 한다. 이런 나찰이 불교의 성립과 더불어 불교에 수용되어 호법 외호신이 된 것이다. 나찰은 야차와 함께 다문천왕 권속에 들어가 있으며, 부처님의 설법을 가장 많이 듣고 부정을 물리쳐 불법을 수호하는 존재로 알려져 있다.

요렇게 생겼다.

아무리 봐도 광대옷의 께롱께롱과는 연결이 안 된다. 그런데 구리로 된 칼로 퇴치가 되는 건가?

퇴치 이전에 그 모습부터가 메롱 아닌가. 아름다운 밤이예효?

Posted by 미야

2007/11/19 11:48 2007/11/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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