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그거 아세효? 브라우니에선 샌디가 없어효.
맙소사, 이제야 발견했네요. 7만 히트 넘었다. 그래도 자축 이벤트는 없으얍. ^^ ※
「나는 게이가 아닙니다」라는 말을 하루에 열 번씩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그렇군요, 당신은 게이가 아니예요」라고 수긍하면서도 뒤로는「흔히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잖아. 저 친구, 게이 맞구먼」라고 추정할 거라는데 10달러를 건다.
젠슨은 침침해지는 눈을 손가락으로 비비며 여지껏 외우고 있던 대본을 잠시 무릎 위로 내려놓았다. 잡념이 많은 탓인가, 글자가 머릿속으로 들어가길 거부한 채 제멋대로 춤추고 있다. 2시간 정도면 대부분 소화할 수 있겠거니 생각했는데 아직 절반의 절반도 삼키질 못했다. 난감하다. 누구처럼 애드립에 강한 것도 아니겠다, 이런 속도라면 본 촬영에서 죽을 쑤는 건 물을 보듯 뻔하다.
주먹을 쥐고 이마를 콩콩 때렸다. 어쩌다 즉흥적으로 꾸며낸 것들이 히트를 쳐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젠슨은 대본대로 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하늘이 두쪽이 나도 어떻게든 외워야 한다. 집중하도록 하자.
헌터 B와 C에게 욕설과 같이해서 상황을 설명하는 딘.
『이 멍청한 놈아. 네 눈은 장식품이냐. 깨진 거울은 건들지 말란 말이야. 아칸소에서의 첫 번째 희생자 로라 윌리엄즈가 거울 파편을 뒤집어쓰고 바닥에 누워있었다는 걸 그새 까먹었어? 물러서! 이 방의 배치를 자세히 보라고. 벽에 그려진 문양을 잘 봐! 이건 악마를 소환하려는 장치가 아니라 악령을 가둬두는 링크, 음. 가둬두는 어쩌고의... 환장하겠네. 제러드 이 멍청아. 제발 부탁이니 젠슨은 날 안때렸어요 라는 말은 그만 떠들고 다녀.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은 이럴 적에 쓰라고 있는 거란다. 아니, 이게 아닌데. 그 다음이 뭐지.』
도저히 안 되겠다. 젠슨은 짜증을 내며 두 팔을 벌렸고, 지금은 머리를 식힐 시간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바깥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도록 하자. 당겨서 되지 않으면 그때는 물러서야 하는 법이다. 쥐어짜다시피 움켜쥐고 있던 대본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겉옷을 챙겼다. 다행스럽게도 날씨는 화창하고 좋았다.
『난 애클스 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때아닌 반짝 휴가에 촬영장은 상대적으로 한가했다. 아니, 한가해야 했다. 하지만 멀리서 보기에도 인구 밀집도가 의외로 높아 보였고, 젠슨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파달렉키 씨는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 때가 많잖아. 본인에게 악의가 없다고 해도 말이야.』
다섯에서 일곱 명 가량의 사람들이 테이크 아웃 커피를 쥐고 자기네들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몇은 아는 얼굴이었다. 키가 작고 흥분한 톤의 목소리를 내는 여자는 의상 담당인 리사다.
젠슨은 손을 흔들어 모두에게 아는 체를 하는게 옳은 일인지 헷갈렸다.
일단은 멀리서 관망.
『그래도 동료 배우를 뒤로 떠미는 건 심하잖아. 듣자하니 거의「죽어버려」수준이었다던데?』
『임계점을 돌파한 나머지 폭발했겠지. 애클스 씨는 점잖은 사람이라 누가 자기 머리 꼭대기 위로 올라가 봉산탈춤을 춰도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참아주지만 그 사람이 성녀 테레사일 수는 없잖아? 순간적으로 울컥했을 거야. 난 이해가 가.』
『하지만 보통은 말싸움을 하잖아. 게다가 그들은 배우야. 여간해선 몸싸움은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까 내 말이 파달렉키 씨가 더 나쁘다는 거야. 얼마나 몰아붙였으면 그 젠슨 씨가 욕설을 퍼붓는 단계는 무시하고 들입다 몸싸움부터 하겠냐고.』
『뭐야. 그럼 애클스 씨가 잘했다고? 게다가 그는 파달렉키에게「널 때리지 않았다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녀」강요라도 한 모양이던데. 내 생각은 달라. 남자라면 그러는 거 아니야. 느긋하게 넘어갔어야지. 이 바닥이 오죽해? 일일이 반응했다간 스트레스로 위에 구멍날 거야.』
『흥! 꺼져라, 파달렉키 파. 쥐덫으로 공격받고도 댁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두고 보겠어.』
『옳커니. 그래서 마이클도 파달렉키 씨를 주먹으로 때리고 싶었어?』
『설마! 그랬다간 거액의 소송에 걸릴 걸. 난 찢어지는 가난뱅이야.』
『펄쩍 뛰긴. 알았어. 댁하고는 절대로 데이트 못 하겠네. 한심해서. 커피 한 잔 살 돈은 있어? 이 자칭 찢어지는 가난뱅이야.』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사다리로 그 사람 머리를 후려치라고? 그러는 당신은 파달렉키 씨가 글로건으로 남의 모자에 그 흉측스런 도날드 덕 그림을 붙여놨을 적에 왜 참았어. 하이틴 시절부터 애지중지하며 아끼던 모자였다며.』
『참지 않았어. 그 사람이 먹던 젤리에 몰래 왕소금을 뿌려놓은 건 바로 나야.』
『잘 했어! 캐시! 그래야 애클스 파지. 하이-파이브!』
『하이-파이브! 애클스 파 만세.』
짝, 하고 손바닥을 경쾌하게 마주치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지. 트레일러 뒤에 숨어 쭈그리고 앉은 젠슨은 숨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맙소사, 언제부터인가 스텝들이 왕당파와 공화파로 나뉘어져 있었다. 아님 민주당과 공화당, 그것도 아니면 그린피스와 참치잡이 어선... 나쁜 소식이다. 젠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