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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상태 메롱입니다. 지뢰는 적당히 피해가세요. ※


유감스럽게도 리가 두 다리를 뿌리내린 이곳은 달이 아니라 지구였고, 100kg에 육박하는 몸뚱이는 약간의 에누리도 없이 그녀를 찍어눌렀다. 빠르게 몇 걸음 걸었다가 심호흡을 하기 위해 잠시 멈추어섰다. 보통의 여자들은 감히 흉내도 못낼 일을 해내고 있다고 쳐도 무릎과 허리의 관절이 우지끈 소리를 내며「더 이상은 무리!」라는 신호를 열심히 보내오는 것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다. 머리에 짐짝처럼 이고 있는 샘 윈체스터는 진짜지 지랄맞게 무거웠고, 이대로 가다간 누름돌에 단단히 짓눌려 수분이란 수분은 모조리 빠져나간 오이 짱아찌가 되고 말 터였다.
『망할. 내가 단단히 미친게지.』
아틀라스의 형벌이 대략 어떻겠거니 추측을 해봄직했다.

으샤 기합을 넣곤 정가 100달러짜리 - 싸구려 - 몸뚱이를 잘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샘을 바닥으로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약간의 요령을 부렸다. 즉, 자신의 얼굴과 목을 시뻘겋게 만들고 있는 원흉이 사람이 아닌 최신식 평면 플라즈마 텔레비전이라고 상상하기로 했다. 가장 눈에 띄고, 화려한 곳에 진열되어 반짝반짝 조명을 받는 바로 그 꿈의 텔레비전, 카달로그만 봐도 너무나 멋진, 모두가 구입을 하고 싶어 안달을 하는 꿈의 가전 제품... 그러자 약간 기분이 나아졌다. 자신감도 붙었다. 이번에도 그녀는 무사할 수 있을 것이고, 일주일 뒤에는 느긋하게 커피 테이블에 한쪽 다리를 걸치고 앉아 쿠바산 시가를 만지작댈 수도 있을 것이다. 지출이 허락되는 수준에서 최고급 바닷가재 요리와 로마네 콩티를 홀짝거리는 호사를 만끽할 수도 있다. 큰 맘을 먹고 2천달러짜리 핸드백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짊어지고 나온 플라즈마 TV는 반 영구적으로 정상 작동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어쨌든 외형만이라도 번지르르하다면 나름 할 일은 다 했노라 자부해도 괜찮지 않을까.

『제기랄!』
고개를 번쩍 들고 악을 썼다. 나름 할 일을 다 한 거 좋아하네. 끊어질 것 같던 어깨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그 반동으로 축 늘어진 샘의 한쪽 팔이 거의 바닥에 닿으려 했다. 리는 숙녀라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들을 계속해서 중얼거렸고, 입구로부터 이제 열 발자국 남았음에 한 없이 신을 저주했다.

너무나도 가깝고도 먼 걸음이었다.
앞으로 열 발자국.
그 차이는 커서 한 사람은 살고, 한 사람은 죽는다.

새카만 먼지를 뒤집어쓰고 창고에서 고스란히 썩어갈 플라즈마 TV를 떠올려봤다.
구속복을 걸친 채 멍한 눈으로 온종일 하얀 벽만 쳐다보고 살아갈 한 남자를 추측했다.
동전을 아무리 잘 던져도 앞면만 나올 일은 없다. 그것은 누가 보더라도 옳지 않았다. 그치만 리는 뒷면이 나온 동전을 들고 앞면을 보았다고 마지막까지 우겨야만 하는 자신의 입장을 잊지 않았다. 시야를 훤히 밝히며 쏟아져 내리는 불길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마침내 그들은 통로로 나왔고, 기억을 더듬어 계단을 찾았다.

지켜야만 할 것이 있다는 것과, 지킬 것이 전혀 없다는 것 중에 무엇이 더 강할까.
결론만 간단히 말하자면 둘 다 형편 없다.
지킬 것이 있는 사람은 약하다. 때로 그들은 소중한 것을 위해 자신의 전부를 쉽게 포기해 버린다. 마치 모자를 집어 던지듯 자기 목숨을 던진다. 여기서 더 무서운 건 후회마저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킬 것이 전혀 없는 자 또한 약하다. 이미 완전히 망해버렸기 때문에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전혀 구분하지 못 한다. 기름통을 들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었어도「그게 뭐가 어때서?」라는 태평한 소리를 읊기 일수다. 그것이 한 없이 자살 행위에 가까운 거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차피 모든 것이 의미가 없었다.

딘은 크롬 재질의 나이프를 꺼내 날이 튕겨나오게끔 스프링 단추를 재빨리 눌렀다. 그러다 실수로 엄지손가락을 베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칼날을 비스듬히 해서 여자의 목으로 재빨리 들이밀었다. 게지나는 딘의 공격을 깨닫고도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똑바로 쳐다보며 몸을 앞으로 더 밀착시켰다. 덕분에 얇고 말랑말랑한 피부를 자르는 촉감이 손가락에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진저리를 치며 뒤로 물러선 건 그래서 오히려 딘쪽이었다.

그녀가 손을 들었다. 동시에 혹독하고 음산한 섬광이 코앞에서 번쩍거렸다. 딘은 그것이 뾰족하게 날이 선 유리 파편이었다는 것과, 그것이 자신의 쇄골 부근을 제법 깊숙이 찍었다는 걸 깨달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려 상처를 쳐다봤다. 따뜻한 피가 쉬지 않고 솟구치고 있었다.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쉴 적마다 리듬에 맞춰 셔츠가 흥건히 젖어들었다. 딘은 다시 시선을 들어 게지나를 쏘아봤고, 그녀는 마치 그것만이 자신의 할 일이라는 투로 유리 조각을 흔들며 비틀어댔다.
『으아악!』
폐가 고통으로 인해 수축했다. 뜨거운 것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코를 찌릿하게 만들었다.

『넌 죽을 거다.』
여자가 감정이라는게 섞이지 않은 목소리로 조곤거렸다.
『누구 맘대로... 난 당신 목을 날릴 거야!』
딘이 지지 않고 응수했다.
그래봤자 게지나는 두려운 기색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는 편안한 것 같았다.
『그래. 아마도 넌 내 목을 가질 수 있을 거다.』
딘이 휘두른 칼날은 피부를 자르고 이미 근육에까지 닿고 있었다. 깨어진 수도 파이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물 색깔은 온통 붉었다.
깔깔대며 웃는 소리, 그리고 붉은 물.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딘은 좌우로 머리를 흔들어댔다.
『그리고 난 네놈의 심장을 찢어낼 거고.』
망할 놈의 유리 조각이 아래로 1cm 내려갔다. 외마디 비명을 질러대며 몸부림쳤고, 덕분에 상처는 좌우로 각각 0.5cm씩 더 벌어졌다.

『무서운가.』
『무섭지 않아!』
『억지로 참을 것 없어. 나는 네가 무섭다고 울어도 놀라지 않을 거야.』
『울지 않아!』
『과연 그럴까. 넌 곧 혼자가 돼.』
눈의 눈이 황소 만큼이나 벌어졌다.
그녀는 그것이 무시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또박또박 말해주었다.
『너 혼자만 남게 돼. 네가 그리워하는 사람은 주변에 아무도 없어. 그래도 안 무서워?』

숨 죽여 낄낄대는 소리는 더 이상 없었다.
딘은 하얗게 눈 내리던 겨울 날의 무시무시한 정적을 떠올렸다. 제설 작업 자체가 포기된 도로 위로는 야생 동물의 발자국마저 남지 않았다. 간혹가다 바람이 창문을 흔들면 샘은 딘의 어깨를 끌어안았다. 세상은 이미 멸망해서 샘과 딘, 그들 형제들 단 두 사람밖에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심장이 뛰는 소리도 둘, 서로를 붙잡은 손도 둘.
싸구려 히터가 말썽을 부린 탓에 코끝이 시렸고, 하루종일 굶어 배가 고팠다.
그래도 딘은 거기서 300년이라도 거뜬히 살아갈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동생이 옆에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싫어! 난 혼자 되는 거 싫어!』
딘은 자신이 분노에 차서 고함을 질렀다고 여겼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보자면 그것은 그저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에 질려 애원하는 것에 불과했다. 마치 실수로 접시를 깬 어린애가 잘못했다고 손바닥을 비벼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게지나는 푸른 핏줄이 섬세하게 드러난 손가락으로 딘을 세게 붙들고는 초점이 흐려진 눈으로 웃었다. 딘은 붉은 담요가 자신을 둘둘 말았다고 생각하고 몸을 경직시켰다.
『그래봤자 넌 혼자가 될 거야.』
『저리 가!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이래! 왜 나에게 이러는 거야! 지옥에나 떨어져!』
『몰랐어? 깔깔깔! 여기가 지옥이야. 여기가 바로 지옥이라고! 아픔이 끝나기를 바라나, 인간아. 내 장담하는데 고통은 지금부터다. 내가 있는 곳으로 온 걸 환영한다, 이 바보 놈. 발버둥치다 절망해서 그대로 돌아버리라지. 깔깔깔!』

불타는 유황불. 뜨거운 열기.
머릿속이 완벽하게 투명해졌다. 딘은 또다시 떼쓰는 아이처럼 울부짖었다.
혼자가 되는 건 싫다. 혼자만 남겨지는 건 싫다.
아버지는 캘리포니아로 사냥을 하러 떠나선 갑자기 연락을 끊고 종적을 감췄다.
샘은 대학에 간다며 나 몰라라 가방을 싸들고 나가버렸다.
엄마는 천장에 달라붙어 뼛가루 하나 안 남기고 불타버렸다.

왜 다들 떠나버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원하는 건 하나 뿐인데.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그렇게나 나쁜 어린애인가요.
내가 그렇게 못된 어린애였던가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제발 용서해주세요.

여자는 유리조각을 쥐고 있던 손에서 천천히 힘을 뺐다. 그리고는 일부러라고밖엔 말 못하는 동작으로 스스로 그 목을 앞으로 내밀었다. 순간 칼날이 피부 속으로 완벽하게 파묻혀 사라지면서 역겹고도 뜨거운 액체가 천장까지 튀었다. 딘은 아무것도 잡을 수 없는 손을 앞으로 무기력하게 내밀었고, 이윽고 생기를 잃어버려 무거워진 몸이 파도처럼 그를 덮쳤다.
창백한 뺨이 얼굴에 닿았다. 그리고 피 묻은 검은 입술이 귀를 스쳤다.
그때 무어라 속삭이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았다.
- 이것은 예언이다. 넌 나처럼 될 거야.
아니다. 그럴 리 없다. 단순히 착각이었다.
딘은 진저리를 치며 어떻게든 그 끔찍한 걸 치워버리려 애썼다.
- 재밌게 두고 보겠어.
더 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는 여자의 몸을 끙끙대며 체중을 실어 밀었다.
- 좋아. 네가 지금부터 무얼 하려는지를 나에게 보여봐.
입술이 반쯤 벌어진 상태로 여자의 얼굴이 땅바닥에 쿵 소리를 내며 닿았다.

느릿느릿 일어나자 무릎이 한심할 정도로 떨렸다. 바싹 마른 목이 빌어먹게 아팠고, 이가 덜덜 떨렸다. 딘은 가쁜 숨을 헐떡이며「그가 해야만 할 일」을 떠올렸다.
『제기랄. 머리가...!!』
선명한 글씨로 단호한 명령이 적혀 있었다. 메모지는 식탁 위에 사탕봉지와 같이 하여 얌전히 놓여져 있었다. 딘은 그 글자를 소리내어 읽었다. 지렁이가 상한 진흙을 먹고 토악질이라도 해놓은 것 같은 아버지의 글씨체였다.
- 총을 찾아라.
존은 집안 구석구석에 총을 숨겨두었다. 자녀들이 총을 가지고 놀다 끔찍한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존은 틈틈이 주의를 주었고, 우습게도 그것은「너는 어리니까 총을 만져선 절대로 안 된다」같은 종류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까웠다.
- 총을 잡아.
침실 서랍장 맨 윗칸에 웃기는 스웨터 아래로 권총이 한 자루 들어가 있었다.
딘은 발돋음을 해서 서럽장을 열고 총을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가 깜짝 놀랄 정도로 뜨거워서 얼른 손을 떼어냈다.
- 괜찮으니까 어서 총을 들어.
썩 내키진 않았지만 시키는대로 했다.
- 어서 네 동생을 찾아.
딘은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리고 방아쇠를 당겨.
정나미가 뚝 떨어지는 목소리는 침착하게 다음으로 그가 해야만 할 일을 지시했다.

Posted by 미야

2007/10/14 23:04 2007/10/14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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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고고 2007/10/15 01:57 # M/D Reply Permalink

    딘은 아직도 그여자 손아귀에 붙잡혀 있군요. '나처럼 된다아~'이게 빈말은 아닌거 같고. 홧~ 기대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요즘 연재속도 아주 쪼아요. 멋져요.

  2. 지니 2007/10/15 12:45 # M/D Reply Permalink

    넘넘 기대하고 보고 갑니다..힝.. 아무래도 딘이..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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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 블라블라

짧막하게 하고 싶은 말만 하자면...

크립키, 퍽이나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만화는 그만 봐. 강철의 연금술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

군소리 말고 당신네들 아역배우 뽑는 기준을 밝혀.

아울러 우리나라에서도 송대관, 내지는 이미자, 현철 가수를 좋아하는 어린이는 분명 있긴 있어. 그치만 그래선 너무 억지스럽지 않니?
크리스마스 특별편에도 아역배우 이상하게 쓰면 이 누나, 맹세코 대머리 만드는 주술 읊는다.


미모가 비교되어 무지 슬펐다.
부탁이니 크리미널 마인드 팀에 연락을 해서 아역배우 캐스팅을 어디서 했는지를 알아봐!

Posted by 미야

2007/10/14 14:00 2007/10/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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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온나 - 1799

가사가... 크헉! 내 머린 진짜 왜 이렇지?! 10여년이 흘러 라벨이 송두리째 사라진 관계로 상세하게 떠올릴 길이 없으나 <그들은 성지 위로 피의 십자가를 세웠다> 이다.


왜 하필 1799년?
추측하자면 나폴레옹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혁명은 끝났소> 라고 선언한게 1799년이라는 거다. 시민 혁명이 피의 성지(聖地)를 의미한다면 키 땅딸한 영구적 총통 각하는 종말의 십자가와 같이 역사의 역적이 되는 것일테고, 신의 재래를 속삭이는 부드러운 후렴구는 <공화당 만세, 만세, 만만세~> 가 되는 걸지도.
자코뱅당이니, 테르미도르니 하는 건 묻지 말자.
그냥 쌀쌀한 가을 밤에 커피를 즐기며 맘 편하게 듣고 싶은 노래다.

슈퍼내츄럴엔 절대로 삽입될 수 없는 종류의 음악이라는 점에서 살짝 슬퍼지시고.

Posted by 미야

2007/10/13 23:28 2007/10/1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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