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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20 [S☆N-fanfic] Bloody blast 35 by 미야 (1)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내용의 설정이 2시즌 중반으로 맞춰져 있습니다. 새미는 아직 파파존의 유언을 전해듣지 못했고, 드라마의 줄거리를 따라가려면 무지하게 읏샤읏샤를 해야할 판국입니다. (싫엇!)
본인의 취향과 그 내용에 따라 언짢을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으면 마우스를 움직여 윈도우를 닫고 과감한 레드썬을 외쳐주세요. ※


눈앞에서 어지럽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마도 전등일 것이다.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모양새를 보고 있자니 멀미가 나려 했다. 기분이 나빠진 딘은 손을 뻗어 술 취한 닭처럼 헤롱거리고 있는 전등을 똑바로 고정시켜 보고자 했다. 하지만 그의 두 팔은 맹한 허공을 흝었고, 주황색의 밝은 빛을 뿜는 성가신 전등은 발이라도 달렸는지 삽시간에 십 리를 달아났다. 움직임이 무섭게 빨랐다. 공을 물고 반대편으로 죽어라 도망가는 강아지 뺨쳤다.
『쳇! 전등 주제에 나를 약올려.』
망할 놈의 전등, 망할 놈의 두통.
손가락을 들고「거기에 얌전히 있어!」라고 고함을 지르면 꼬리를 내리고 도로 얌전해질까. 아쉽게도 당장은 그럴 가능성이 적어보였고, 딘은 바로 그 점에 짜증이 치솟았다.

영리한 개들은 순전히 사람을 골탕먹이기 위해 귀가 먹은 척한다. 이웃집 말썽꾸러기 암캐 롤리는 몰래 훔쳐간 남의 운동화를 배 밑에 깔고 앉아선 늘어지게 하품을 하곤 했다. 딘이 눈썹을 위로하고 신발을 돌려달라 진지하게 요구하면「네 신발은 여기 없다니까 그러네」구라를 쳤다. 주둥이를 잔디밭에 처박고 지나가는 개미들의 행렬을 장시간 구경했다.
개에게 놀림을 당하는 기분은 진짜지 더럽다. 하물며 상대는 전등이다. 딘은 언젠가 롤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 전등 위로 후추 가루를 살살 뿌려보면 어떨까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코가 아프다고 난리를 치면 제법 고소할 것도 같다. 다만 마음씨 착한 동생 새미는 계집애처럼 또 울음을 터뜨릴 것이다.
「형, 후추는 안돼. 전등을 괴롭히지 마. 그건 나쁜 짓이야.」
딘은 투덜거렸다.
전등이 그를 괴롭히는 건 그럼 괜찮고? 그래선 차별이라고, 샘.

열이 나는 것도 같다.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렸다. 딘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누르고 자신의 체온을 짐작해보려 했다. 나는 감기에 걸린 건가? 콧잔등이 보일러가 고장난 집안처럼 냉골이었다. 딘은 납득했다. 감기가 맞다. 만세. 그럼 병을 핑계삼아 학교를 빼먹어도 괜찮겠지.
독후감 쓰기 숙제를 혼자서만 빼먹었다고 제임스 선생이 일주일 내내 도끼눈을 뜨고 있는 판국이다. 제임스는 쓰디 쓴 몰약이라도 마신 듯한 표정으로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직접 그려가며 사흘의 말미를 주었다. 사실상 그것은 최후통첩이었다. 존은 아들의 성적이 바닥을 기고 있어도 그다지 개의치 않았지만 학부모 입장으로 학교를 방문하는 일 만큼은 대단히 싫어했다. 결국 딘은「자꾸 이러면 아버지를 모셔와야 할 거다」라는 교사의 협박에 못이겨 몇 개의 글자를 종이에 적을 것이다. 허나「하퍼 리가 쓴 그 책은 정말이지 두껍더군요. 어쨌든 저는 작가와 마찬가지로 그 착한 앵무새를 죽인 범인을 꼭 조지고 싶습니다. 애완동물 학대는 나쁩니다. (To Kill A Mockingbird - 1960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고전이며 1962년에는 그레고리 펙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딘이 막연히 추측한 것처럼 앵무새를 보호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백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흑인 남성을 변호하는 백인 변호사의 이야기다)」라고 쓰는 건 꼭 오늘이 아니어도 되었다. 딘은 정해진 시간보다 기한을 더 벌었음에 기뻤고, 다리가 엇지자로 자꾸 꼬이려는 지금의 상황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숙제는 귀찮다. 학교는 엿이다. 빨리 졸업하고 아빠랑 같이 헌팅이나 하러 다녔음 좋겠다. 나쁜 도깨비들을 잡아 죽이고, 사악한 귀신들을 박살내는 거다. 딘은 파르르 떨리는 눈을 꼭 감았고, 처음으로 유령을 향해 암염탄을 발사했을 적의 쾌감을 떠올렸다. 그 총성을, 그 반동을, 그 화약의 독특한 내음을...

「난 사냥이 싫어, 딘.」
어둑어둑한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아 무릎을 세우고 앉은 새미가 눈살을 찌푸렸다.
「헌팅을 하러 다니는 건 결코 내 운명이 아니야.」
동생의 목소리가 마치 여자와의 첫 경험을 떠벌리는 것인양 은밀하게 낮아졌다.
「형은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없어?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아? 나는 대학에 가고 싶어.」

토기가 올라왔다. 딘은 바닥에 토하면 결국 그 징그러운 오물을 치워야 할 사람이 자신이라는 걸 가까스로 상기하고 참았다. 의지가 내부에서 작동하여 경련하는 위장을 약간 진정시켰다.
아침으로 먹은 참치 샌드위치가 상했던 걸까. 그러고보니 랩 포장을 벗겼을 적에 코를 자극하는 불쾌한 냄새가 났던 것도 같다. 유통기한을 아슬아슬하게 넘긴 문제의 샌드위치는 가게 직원인 버크가 공짜로 준 것이었고, 버크는 딘이 그걸 가져가도록 허락하기에 앞서 샌드위치가 쓰레기통으로 직행하지 않았다는 걸 점장이나 그 누구도 알아선 안 된다는 점을 단단히 주의시켰다. 이를 다시 해석하자면 그걸 먹고 설사병이 나도 겉으로 내색을 하지 말라는 얘기다. 딘은 신성한 보이스카웃 맹세를 했고, 때문에 고통을 참고 동생을 향해 억지로 웃었다.

「나는 억지로 아빠를 따라다니는게 아니야. 난 사냥이 좋아, 새미.」
「새미가 아니라 샘이야.」
「하하하. 어쨌거나 꼬맹아, 우리가 그 문제를 얘기하기엔 너무 빠른 것 같다. 네가 아무리 똑똑해도 고추에 털도 안 났잖아. 넌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공부를 무지 잘 해도 최소한 고추에 털이 나야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어른들이 법으로 그렇게 정해놨다고.」
점잖치 않은 이야기에 새미가 얼굴을 찌푸렸다. 샘은 음담패설을 썩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스탠포드 대학에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어.」
「이눔이 쥐약이라도 삼켰나.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를 하네. 넌 너무 어려서 대학엔 못 가.」
「거기서 전액 장학금을 주겠대.」
「이 바보 멍청아! 형이 하는 말 못 들었냐. 아니라니까! 넌 그냥 내 옆에 있는 거야. 오줌싸개인 주제에 어디를 가겠다는 거니.」
초록의 눈동자가 한 치도 밀리지 않고 딘을 응시했다.
「형이 이해를 못 한다면 할 수 없지. 난 오줌싸개가 아니야. 난 어른이고, 곧 집을 나갈 거야.」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이제 딘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벽에 몸을 기대고 중심을 잡아야 했다.
- 난 집을 나갈 거야. 안녕.
손바닥이 축축하다. 전등이 빙글빙글 돌았다. 손바닥이 네 개로 보이고 바닥이 물결쳤다. 싫은 느낌, 싫은 감정, 가슴을 쇠격자로 마구 조여대는 듯한 독특한 고통... 그 아픔은 높은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고 넘어졌을 때의 욱씬거림을 많이 닮아 있었다.
「별난 녀석. 넌 슬프다는 걸 그런 식으로 느끼냐?」
비에 젖은 탓에 이상한 모양으로 뒤틀린 가죽 구두를 손질하던 케일럽이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더러워진 기름 걸레를 옆으로 치우고 진지하게 물었다.
「죽을 상이군. 어떤 여자가 널 찼지? 말해봐, 속을 끓일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었어?」
모르겠다. 딘은 대답할 수 없었다.
「오우, 딘 윈체스터가 운다. 사진으로 찍어놔야 할텐데 이놈의 사진기가 어딨더라.」
- 망할. 케일럽, 입 다물어. 당신은 메그에게 목이 잘려 죽었잖아.

새미가 대학에 간다. 새미가 떠난다.
각오는 하고 있었다. 샘은 덩치가 곰처럼 커졌고, 더 이상 형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동생이 혼자서 수저를 들고 밥을 먹었던 날을 기억한다. 스스로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던 밤을 기억한다. 넘어지지 않게끔 붙들어주지 않아도 뛸 수 있게 되었고, 자전거를 탔고, 비누로 머리를 감았다. 코를 으쓱이며 망나니 마이크를 성공적으로 때려줬다고 알려왔다. 딘은 웃었다. 그러나 미소는 촛불처럼 금방 꺼졌다. 이제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내 동생 괴롭히면 나한테 죽어~!」라고 외치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딘은 당혹스러웠다. 샘은 부엌에 앉아 숙제를 하고, 식사를 챙기고, 설거지를 했다. 빨래와 청소도 했다. 맙소사, 샘은 색 빨래와 흰 빨래를 구분할 줄 알았다! 덕분에 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방안을 속수무책으로 어질러놓는 것밖에 안 남았다.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지독하다고 생각한다.
이 형은 아직 널 보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날 위해 계속 아기로 있어줄 수는 없는 거야?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땀인지 물인지 모를 것들로 범벅이었다.
『제기랄! 아프단 말이야~!!』
욱씬거리는 불량품 심장따윈 몸에서 파버렸음 좋겠다.
잔인한 샘. 이기적인 녀석.
동생은 자신의 인생에서 서서히 딘을 몰아냈다. 착실하고도, 확실하게. 그리고 빈틈없게.

문을 열고 닫는 커다란 쿵 소리가 들렸다.
아빠가 돌아오셨다. 아빠가 돌아오셨다.
딘은 얼른 고개를 들었다.
『아빠!』
현관문을 닫고 집안으로 들어선 존은 팔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은 온통 붉고 파랬다. 이마가 찢어졌고, 턱에는 핏자국이 선명했다. 옷도 엉망이었다. 딘은 크게 놀랐고, 트럭에라도 치인 그 모습에 순간적으로 몸을 움추렸다.
『아빠...? 무슨 일이예요. 괜찮으신 거예요?』
존은 오랫동안 집을 비워왔고, 딘은 그가 무사한지 알 수가 없어 발을 동동 굴러댔다. 절망한 딘이 시체 공시소를 뒤져야하나 고민을 시작할 즈음에야 존은 예의 정나미 떨어지는 무뚝뚝한 말투로 캘리포니아 제리코로 떠날 거라 그 행선지를 짤막하게 알려왔다. 제리코시 외곽에서 남자들이 연달아 실종되고 있었고, 문제의 2차선 도로에서 사람이 없어진게 20년간 무려 10건이나 되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았다.
『아빠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들었어요.』
존은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위험」을 경고했다.
『제리코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맙소사.』
통상적으로 사냥은 항상 위험했다.
그렇다고 해도 존이 이렇게 크게 다친 걸 보는 건 흔치 않았다.
그는 너무나 엉망진창이어서 거의 죽었다 기적처럼 겨우 되살아난 사람처럼 보였다.
딘의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존이 무기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늙어보였고, 다르게 보자면 낙심한 것처럼도 보였다.
「정말로 트럭에 치었단다, 에이스.」
『예?』
「나는 제리코에서 돌아온게 아니야. 표정이 왜 그러니. 기억이 나지 않느냐? 너랑 샘. 그리고 나... 셋이서 같이 교통 사고를 당했잖니.」
『언제요.』
사고? 무슨 사고. 딘은 지상 최대의 멍청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샘은 대학에 갔다. 집을 나갔다. 그렇지 않은가? 샘은 부지런히 가방을 꾸렸고, 존과 심각하게 말다툼을 벌렸으며, 이렇다 할 작별인사도 없이 떠났다. 그러니까 셋이서 나란히 자동차를 타고 가다 사고를 당했다는 건 질 나쁜 농담이었다. 아무리 아버지라고 해도 해서는 안 될 말이었다. 딘은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싫어요. 그런 말씀 마세요. 우리 똥강아지는 팔로알토에 있어요, 아버지.』
딘의 그 대꾸에 존은 어이가 없는 듯했다.
「기억해내라, 에이스. 너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냐. 지금이 몇 년이지?」
『나는...』
「우린 지금 병원에 있다. 너는 큰 부상을 입었고, 혼수상태에서 방금 깨어났다.」
『그럴 리 없어요. 봐요, 아버지. 여긴 병원이 아니라 우리 집이고, 난 다친 곳이 하나도 없...』
아니다. 뭔가 아구가 맞지 않았다. 딘은 피로 젖은 자신의 어깨를 내려다 보곤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다친 곳이 없다고? 그게 아니잖아! 맙소사. 이 상처는 당장 꿰매야 할 것처럼 보여! 지금이 몇 년이지? 샘은 어디에 있지? 삽시간에 모든게 엉망으로 뒤섞였다.

『아버지! 샘은 무사해요? 많이 다친 건 아니죠?!』
「마음을 가라앉히거라.」
『녀석은 무사하냐고요!』
「이 애비가 널 대단히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꼭 알았으면 한다.」
『아빠!』
「두려워 말거라... 만약에...」
『아빠!』
「.......... 한다면...」
『제발!』
「네 손으로...」
『안돼! 말하지 마! 말하지 말라고!』

지평선으로 눈부신 열 다섯 개의 태양이 쏟아졌다.

Posted by 미야

2007/10/20 22:38 2007/10/2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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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10/20 23:27 # M/D Reply Permalink

    으음...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란걸 보여주는 백일몽이군요. 딘의 현실세계는 어떨지.....꿈이란 현실을 반영하고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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