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이 어른들끼리 사탕을 주고받는 날인가를 곰곰이 생각한다. 그건 아닌 것도 같은데.
하지만 제러드는 그리 상관하지 않는 눈치다. 어쩌면 그는 할로윈이 뭐 하는 날인지조차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과자와 사탕, 그것 말고 다른 의미가 있단 말이야? 천진난만한 얼굴로 거꾸로 반문을 할 것 같아 젠슨은 일찌감치 입을 다물었다.
사탕을 안 주면 골려줄테다. 파달렉키 어쩌고 대형 개는 코를 킁킁대며 달콤한 냄새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느라 바빴다. 그리고 그의 잔인한, 아울러 늘 배고파 하는 습성을 줄줄이 꿰고 있는 스텝들은 위험한 신을 진정시키고자 제물을 미리 마련한 상태였다. 덕분에 사탕과 과자로 가득찬 바구니는 아침 일찍부터 트레일러의 정 중앙에 자리를 잡고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 분홍 리본까지 달려서.
게중에서 사탕 하나를 집어든 젠슨은 짧게 탄식했다.
마이클, 죠, 리사, 앤디... 포장지 겉면으로 이름까지 써있다. 그것도 굵은 싸인펜으로.
얼마 전엔가 쥐덫의 공격을 받았던 마이클은 그때의 경험에 진저리가 났던지 꼼꼼하게 메모지까지 첨부했다. 이번에 그가 가져다 바친 공물은 생강 과자였다. 메시지는 이거 먹고 나를 그냥 내버려두세요. 눈물이 나려 한다. 제러드의 안내를 받고 뿡뿡 소리가 나는 방석에 앉아 모두로부터 불쾌한 오해를 받았던 리사는 특대형 포장의 캔디를 사왔다. 억 소리가 날 정도로 크다. 대단한 물량 공세다. 앞으로 10년동안 절대로 나를 건드리면 안 됩니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다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러고보니 리사는 제러드가 낄낄대며 웃었을 적에 고개를 숙이고 훌쩍훌쩍 울려고 했던 것도 같다. 원래 마음이 여린 사람들은 그런 식의 장난이 질색인 법이다. 마찬가지로 장난이 질색인 젠슨은 동병상련에 마음이 쨘해졌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설의 서스콰치는 오늘도 행복하다.
『헤이! 젠슨.』
『헤이.』
『과자를 안 주면 골려줄테다.』
젠슨은 읽고 있던 대본에서 잠시 눈을 떼었다. 뭐? 나를 골려? 저놈이 돌은게지.
『살찐다, 이눔아. 그리고 나이가 얼마인데 아직까지 과자 타령이냐.』
『그래서 뭐요. 없어요?』
『없는데.』
『어... 그렇단 말이지.』
파달섬띵 어쩌고는 그 즉시 젠슨의 겨드랑이로 손을 넣었다. 흠칫해서「간지럽잖아!」소리를 지르려던 찰나, 이번엔 시야가 역전되어 바닥이 하늘이 되고, 다시 하늘은 바닥이 되었다. 의자에 앉아있는 성인 남자를 아무렇지도 않게 번쩍 들어올리는 괴력도 놀랍거니와, 그 성인 남자에게 다짜고짜 레슬링 기술을 거는 그 무대포 정신도 놀라워 죽을 지경이다. 젠슨은 파랗게 질렸고, 짓누르는 악력에 숨이 막혀 끙끙거렸다. 참을 수가 없어져 항복의 의미로 손바닥으로 트레일러를 세 번 쳤다. 그래봤자 파달섬띵 어쩌고는 낄낄거리면서 큰 대자로 엎어진 젠슨의 엉덩이 위로 주저앉아 어린애처럼「골려줄테다~♡」를 외치고 있었다.
죽기는 무서워서 주머니를 뒤져 껌을 주었다.
『고마워요, 젠슨. 아껴두었다가 내일 씹어야지.』
마침내 젠슨을 풀어준 제러드는 만족한 얼굴로 트레일러를 쿵쾅거리며 뛰.어.서. 나갔다.
『아참.』
뭐 하나 빠뜨렸다며 재빨리 고개만 뒤로 돌리고 윙크했다.
『해피 할로윈. 내가 젠슨을 엄청 사랑하는 거 알죠?』
『누가 누굴 사랑하냐. 사랑한다면서 사람을 자빠뜨려 그냥 다리를 꺽냐!』
제러드는 장난스럽게 에베- 혀를 쏙 내밀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