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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dirty'

※ 눈 그만 왔음 좋겠어요. 누가 기상청에 전화 좀 걸어줘요. 집에 어떻게 가지. ※


최근들어 샘의 짜증이 곱절로 늘었다.
그래봤자 그놈의 썩어빠진 막내 기질이 어디로 달아나는 것도 아니겠다, 딘은 언제나처럼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로 했다. 비누로 빨아 싱크대에 널어놓은 양말에서 구린내가 난다고 타박하는 것도 무시, 냉장고에서 외계인의 알이 껍질을 벗고 있다는 울부짖음도 무시, 제대로 된 인간은 아침부터 느끼한 베이컨 버거를 두 개나 삼킬 수는 없는 거라고 잔소리를 퍼붓는 것도 무시, 때때로 몸이 가려워진다고 불평하는 것도 무... 이건 살짝 걱정스럽고.

셔츠를 대충 반으로 접어 개키다 말고 이마를 접었다.
아기 시절부터 피부가 유독 예민한 동생이다. 기저귀 습진으로 엉덩이가 짓무르기라도 하는 날엔 너만 죽냐, 이 형도 죽겠다 - 가 되었다. 샘은 쉬지 않고 울어댔고, 딘은 베이비 파우더를 쥐고 노래진 얼굴로 동생의 벌개진 엉덩이 살을 노려보곤 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상태는 썩 좋질 않아 옹알이나 겨우 배운 샘이 콧물을 매달고 도와달라 칭얼거리는게 이해가 갔다. 만약 딘의 엉덩이 꼬락서니가 저렇다면 살갗이 쓰리고 아파 그는 변기 위에도 제대로 앉지 못할 것이다.
축축해진 더러운 기저귀를 너무 오래 차고 있는게 문제였다. 하지만 타이틀만 형이고 여전히 아기에 불과한 딘은 샘이 언제 일을 치루는 건지, 새 기저귀를 채울 타이밍이라는게 뭔지 알 재간이 없었다. 기계치인 존이 전쟁을 치루듯 해서 조작해둔 타이머 신호에 맞춰 분유를 먹이는 것만으로도 넉아웃이 되었다. 가끔씩 몸이 약한 동생이 삼켰던 우유를 도로 게워내기라도 하는 날엔 세상의 모든 직선이 곡선으로 휘어지곤 했다. 쓰레기통에서 유통기한이 넘은 햄버거가 썩어갔고, 악취 나는 배설물 속에서 그 역시 푹푹 썩어갔다. 딘은 그게 육아 노이로제라는 것도 몰랐다.

『딘. 청바지를 그렇게 접으면 안돼. 둘둘 말지 마. 방법이 틀렸다고.』
『아아.』
『뭐야, 형. 내 말을 하나도 안 듣고 있잖아.』
『듣고 있어, 새미. 우유 먹을 시간이 지났다는 거지?』
『엉?』
『베이비 파우더.』
『여보세요. 여기는 지구입니다만?』

결국 그는 샘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있지 않았다.
가방에서 얼른 낡은 로션 통을 꺼내들고 앞뒤로 살폈다. 내용물은 제대로 남아 있으시고... 유통기한이라는 건 아예 언급을 말고... 딘은 시큰둥히 콧김을 내뿜었다. 플라스틱 통으로 길고 고운 여자들의 손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만 봐도 그 용도가 짐작이 갔으나 무릇 남자라는 건 손에 바를 걸 얼굴에 바른다고 군소리를 하지 않는 법이다. 아니, 그게 아니다. 진정한 사내는 쓸데없는 화장품은 몸에 바르지 않는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계집애의, 계집애를 위한, 계집애에 의한 물건이다. 통을 움켜쥐고 샘을 불렀다.

『샘? 이리 가까이.』
『시, 싫어.』
『이 자식이 어디서 빼고 있어! 불평하려면 네놈의 건조 피부에 대고 욕을 퍼부으란 말이다. 간지럽다며. 무심결에 피가 나게 긁어대면 너만 손해야.』

쭈삣거리며 뒤로 물러서려던 녀석을 재빨리 붙잡았다. 팔을 잡고 소매자락을 걷어올리려 하자 샘이 거부의 의미로 불명확한 콧소리를 냈다. 역시나 계집애. 엄마는 황새가 고추 달린 아기를 보내왔다며 자랑을 했었는데 그게 심각한 배달 사고는 아니었나 근심스럽다. 고추... 있었어?
눈빛으로 경고하며 동생의 팔을 더욱 꽉 잡았다.
순간 샘의 뺨으로 홍조가 퍼져나갔다.

『역시 긁었구나.』
손톱줄이 세 개나 났다.
딘은 어쩔 줄 몰라하는 동생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가 팔뚝으로 도로 시선을 내렸다. 잠자리에서 여자가 할퀸 거라면 자랑스럽기도 하겠지만 이건 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종류다. 색기라곤 요~만큼도 없는, 진드기 광시곡일 뿐이다.
『더 걷어봐라. 위쪽도 보게. 아니다. 차라리 벗어. 등은 어떤지 봐야겠다.』
혹시라도 발진이 있지는 않은지를 살피며 채근했다.

샘은 맨발로 시베리아까지 단숨에 도망이라도 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렇다고 해도 딘은 눈썰매를 타고 뒤쫓아가「뛰어봤자 벼룩이지」를 외칠 것이니 상관 없다.
『귀 닫았냐. 벗어.』
『저기... 형.』
『뭐야. 부끄럽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
『로션 발라줄게. 등에는 손이 안 닿잖냐.』
『그, 그러지 않아도...』
『웃긴다. 뭘 그렇게 우물거리고 있어. 셔츠 벗고 돌아앉아. 빨리.』
『내, 내가 할 수 있어. 내가 할게.』
『네가 무슨 긴팔 원숭이라도 되니? 이눔이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릴 지껄이고 있어.』
형의 으름장에 마지못해 샘은 단추를 끌렀다.

적당량의 로션을 덜어내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때문에라도 앞으로는 돈이 더 들더라도 깨끗한 모텔방을 잡아야겠다.』
『그래봤자 형이 금방 어질러 놓을 거잖아. 냉장고에 수상한 거 막 집어넣고...』
『그려, 미안허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너 모르게 바퀴벌레 막 키우고 그런다.』
뚱한 목소리를 내며 동생의 등으로 손바닥을 찰싹 가져갔다.

차가워서일까. 샘이 흠칫하고 몸을 떠는게 보였다.
무시하고 날갯죽지를 따라 손을 위로 올렸다. 여자애처럼 부드러운 피부 - 건조증이 있지만 - 둥글게 원을 그리며 천천히 원위치로 돌아왔다. 젖어가는 모양새를 짐작하고 그 동작을 두 번 반복했다.
『등은 안 긁었구나. 역시 네 팔은 원숭이보다 짧은가 보다.』
『그, 그래?』
부드러운 자극에 반응하여 샘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이봐, 이봐. 어째서 긴장하는 거야 - 덩달아 손이 위축되어 마사지하듯 움직이는 걸 멈췄다.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건 그 즈음이었다.
『왜...』
멈춘 까닭을 묻는 샘의 목소리는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딘은 겁이 더럭 났다.
『벼, 별 것 아냐. 로션을 더 발라야 할 것 같아서.』
『좋아.』
따뜻하고도 단단한 근육이 툭툭 소리를 내며 여물었다.
그 자리마다 피어나는 건 꽃, 그리고 흥분된 열기.
어느새 딘의 뺨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문질러 스칠 적마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여자의 가슴을 만질 적에나 맛보던 설레임 - 말도 안돼! - 애무하듯 손바닥을 미끌어뜨렸다. 이런 식으로 동생을 만지는 건 반칙 - 탄력을 실어 눌렀다가 가만히 떼어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주어 문질렀다. 소리 없이 샘의 어깨가 안쪽으로 구부정히 휘었다.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등, 만지는게 즐겁다.
혀로 입술을 축이며 허리를 지나 더 아래를 터치했다.
목덜미로부터 골반까지 곧게 이어진 샘의 등뼈가 꿈틀거리며 좌우로 흔들렸다. 마치 환영하는 깃발처럼... 그는 이것이 뭘 의미하는지를 정확히 알았다. 그렇기 때문에 소름이 돋았다.
- 더 많은 접촉을, 더 많은 자극을... 부디. 허락할테니까. 제발.
비명을 지르려던 걸 가까스로 참고 동생의 살결에서부터 스스로를 잡아 떼어냈다.

『끝났다. 이제 옷 입어.』
『딘.』
『이 형님은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나는...』
『치킨 버거. 어때? 샘.』
일부러 밝은 목소리를 내어본다.
그래봤자 가식된 가면엔 치명적인 금이 가 있다는 걸 숨길 수가 없다.
샘이 뭔가에 홀린 듯한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을 때, 억지 웃음을 짓는 딘의 입술은 체면도 잊고 이미 덜덜 떨리고 있었다.


※ 본편으로는 안 들어갑니다. 뒷 이야기 묻지 마소. ※

Posted by 미야

2008/01/11 14:50 2008/01/1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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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1. 미모사 2008/01/11 18:21 # M/D Reply Permalink

    어흑어흑어흑~~~
    여기서 끝내시면 오늘저 잠못자요~~!!ㅠㅠ
    책임지세요 미야님~~!~!(땡깡 부리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 캬초 2008/01/12 00:43 # M/D Reply Permalink

    미,미야님.ㅠㅠㅠㅠㅠㅠㅠㅠ 안되요, 여기서 끊으시면 안되욧!! (...받은 리퀘도 다 못한 주제에 어디서 땡깡인게냐) 그치만, 그치만.ㅠㅠㅠㅠ

  3. 이즈 2008/01/13 09:01 # M/D Reply Permalink

    헉!!!완전.....완전 잔뜩 궁금증을 유발시키시곤 절묘하게 끝내버리시면.....T^T;;;
    어흑....ㅠ_ㅠ;;;

  4. 로렐라이 2008/02/21 14:51 # M/D Reply Permalink

    아이고 ㅠㅠ 애가 타서 죽어갑니다 ㅠㅠ
    절묘한 끊기신공이라니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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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dirty

최근들어 딘의 음주량이 곱절로 늘었다.
그래봤자 자기 앞가림은 분명하게 할 줄 아는데다, 사냥 일을 당장 망칠 정도로 절제를 못 하는 편은 아니라서 샘은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가끔은 긴장을 풀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편이라는게 필요했고, 알콜이라는 물질이 몸속에 들어가면 팽팽하게 당겨진 신경줄을 부드럽게 손봐준다는 걸 모르지 않았다. 고장이 안 나게 하려면 총기류도 가끔씩 나사를 풀고 분해해서 그 속을 닦아줘야 하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바짝 날이 선 상태로 독충이 우굴거리는 정글을 언제까지고 헤집기만 하면 금방 미쳐버린다. 때로는 쏟아지는 폭우를 피해 나무 아래로 앉아 햇빛 찬란한 - 반라의 젊은 여자들이 꽃 목걸이를 걸어주며 알로하를 외치는 - 파라다이스를 꿈꿔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심신을 유지할 수 있다.
기껏해봐야 싸구려 술이고, 입간판으로 꾸며진 가짜 낙원이라고 할지언정.
샘은 억지로 누워 잠을 청해보기로 했다.
초자연적인 것들과 계속해서 싸워온 딘은 그곳에서 짧게나마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그의 파라다이스는 그럼 어디에? 휴식은 어떻게? 쉼을 얻을 자격은 과연 있기는 있나.

차분하게 손깍지를 한 자세로 천장을 응시했다. 짤각거리며 반복적인 소음을 자아내는 모텔의 벽걸이 시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위험한 폭약 장치의 아찔함을 닮은 그 소리는 머리통을 삽으로 긁어대며 끝도 없는 잔념의 생산에 이바지했다.

견딜 수가 없게 된 샘은 두 귀를 막은 채 엎드려 코를 베개 위로 눌러댔다.
싫은 느낌.
숨이 막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반복하여 주문을 외웠다. 그만둬. 닥쳐. 사라져버려.

이불을 차고 벌떡 일어나 벽걸이 시계의 건전지를 빼놓는 건 어떨까 진지하게 고민해봤다.
그러나 곧 그것이 수가 아니라는 걸 깨닫고 낙담했다. 시계 초침이 움직임을 멈추면 이번엔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그를 고문하기 시작할 것이다. 신통치 않은 수도꼭지를 수건으로 틀어막는다? 다음으로는 바람에 달각달각 흔들리는 유리창을 총으로 쏘고? 관두자. 죽지 않은 세계는 어떤 식으로라도 소리를 내기 마련이다. 그걸 멈추라고 요구하는 건 콘크리트 구조물인 자유의 여신상더러 대서양을 향해 열 발자국 걸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쪽에서 억지를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무거워지려 하지 않는 눈꺼풀을 감았다 도로 떴다.
작은 날벌레를 닮은 어둠이 방 건너편에서부터 살며시 떠올랐다 도로 가라앉았다.
그걸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온몸이 미치도록 가려워졌다.
마침내 샘은 겉옷을 쥐고 방문을 나섰다.

『뭐? 지금 나에게 아프가니스탄이 어디냐고 물었어? 몰라. 난들 아나. 아마도 남쪽이겠지!』
완전히 쩔어 맛이 간 털복숭이 사내가 킬킬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군인처럼 목덜미를 짧게 다듬은 바텐더가「지랄하지 말아라」는 의미로 손칼로 목을 쳤다. 그 동작은 이성을 잃은 원숭이에겐 술은 더 이상 팔지 않겠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그만하고 집으로 돌아가, 지미. 당신, 오늘 충분히 오버했다고.』
『허어~! 이거 왜 이러시나. 술 마실 돈은 아직 많아. 나, 부자야! 게다가 내 얘긴 안 끝났어. 빈 라덴? 확 불질러 죽여야지. 부시? 거꾸로 매달아 볼기짝을 때려야지. 클린턴은 오입질이나 하는 멍청이다. 그리고 난 외칠 거야. 안녕하쇼, 끝내주게 멋진 사모님.』
『지미!』
탁 소리를 내며 하얀색 행주가 튕겨올랐다.

이래서 술주정뱅이들은 끔찍스럽다. 바텐더에게 혹시 딘을 봤느냐 물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졸지에 힐러리 클린턴으로 착각당했다. 샘은 균형도 잘 잡지 못하는 털보를 피해 몸을 사리며 좁은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래봤자 코가 뒤틀리게끔 확 풍겨오는 악취는 피할 재간이 없어서 남이 게워놓은 토사물을 밟은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몸서리가 쳐진다. 더럽다. 샘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봐. 내가 뭘 어쨌다고 피해! 똥 밟았냐?! 나, 그렇게 나쁜 놈 아냐. 아니라고! 내가 욕을 했어, 떠밀기를 했어. 왜 범죄자 취급이야! 에이, 씨잉~!』
샘은 어느 쪽으로도 해석이 안 되는 불가사의한 미소를 지은 채 지미라는 이름의 사내를 무시했다.

『그래, 젊은 형씨에겐 뭘 드릴까.』
지친 인상의 바텐더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샘과 시선을 맞춰왔다.
『술은 필요 없습니다. 미안합니다.』
지금 샘에게 필요한 건 술이 아니라 입술을 델 만큼 뜨겁고 진한 커피였다. 뱃속에 화로가 들었다고 착각하게 될 만큼 아주 뜨겁게 덥힌 커피 말이다.
정중히 사과하며 손짓발짓을 섞어 가죽재킷을 걸친 딘의 인상착의를 상세히 설명했다.
『혹시 보셨어요?』

매상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손님도 뭐도 아니다. 바텐더는 왕소금이라도 뿌리고 싶은 눈치였다. 손가락으로 토닥토닥 테이블 바닥을 두드리는 동작엔 짜증이 넘실거렸다.
『아... 그 예쁘장하게 생긴 친구. 알지. 지금 안에서 한창 재미 보고 있을 걸.』
『어.』
『안젤라는 손이 빠르니까. 그치만 그 총각도 만만치 않게 빠르더군. 둘이서「하자」고 결정하는데 단 5분도 안 걸렸어. 내가 알기론 우리 가게 오픈하고 나서 신 기록이야.』
『어.』
『잘 됐네~ 당신 친구라고? 그럼 가서 우리 가게 화장실은 호텔이 아니라고 나 대신 얘기 좀 전해줘. 그리고 바닥에 쓰고 난 콘돔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하고. 아무튼 지긋지긋한 금요일이야. 헤이, 지미! 열쇠는 이리 내놔. 운전은 절대 안돼! 산드라를 생과부로 만들 작정이야?!』
이어지는 건 나발을 부는 소리와 원시인이 횟불을 켜고 둥둥둥 북을 치는 리듬 뿐이었다.

《아이, 거기... 좀 더... 응응... 좋아...》
안쪽에서 재주껏 걸어잠군 화장실에선 듣기 민망한 여자의 신음 소리가 노골적으로 흘러나왔다.
날아오는 공을 정면으로 세게 얻어맞은 감각이었다. 샘은 곧 얼굴이 누래졌다.
《아앙, 아앙...》
기겁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술꾼들이 터질 듯한 방광을 처리하러 닥치기라도 하면 낭패다. 나쁜 짓을 하다 들키는 건 어디까지나 샘이 아닌데도 심장이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쿵쾅거렸다. 이런 식으로 본능적 행태의 꼴사나움을 생중계 하다니, 취미가 고약스럽다.

- 제기랄, 딘. 이게 뭐냐고. 대로변에서 발정하고 여자 치마 들추는 것과 뭐가 달라

정신 사나운 음악 소리에 섞여 가까운 곳에서 발자국 기척이 들렸다.
흠칫 몸을 사린 샘은 마술이라도 써서 그 누구도 이리로 올 수 없게끔 콘크리트로 차단 벽을 쌓고 싶었다. 핵폭탄이 떨어져도 절대로 붕괴되지 않는 단단한 벽을 말이다.

《조, 좋아... 거기, 거기! 아흑, 아흑!》
처음, 중간, 나중으로 나눈다면 확실히 후반부다. 일을 치룬지 제법 되었는지 여자는 거의 절정에 이르렀다. 흐느끼고, 울고, 까무라치고. 한층 격해지는 남자의 움직임에 맞춰 교성을 질러댔다.
샘은 갑자기 목 놓아 울고 싶어졌다.
《새, 새미잇~!!》
그리고 화장실 안에 들어간 남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짧게 외쳤다.

주먹을 불끈 쥐고 화장실 문을 쾅 하고 때렸다.
안에서 놀란 여자가 꺅 소리를 질렀다.
앞을 보지 않았다. 뒤도 보지 않았다. 샘은 눈을 감고 오로지 뛰었다.
사고라는 건 이미 불가능했다. 생각이라는 걸 멈추어야만 살 수 있었다.

뭐지. 나는 지금 화가 난 건가.
왜. 무엇 때문에. 분노한 건가.

입술을 마구 깨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흉한 마음이 송곳이 되어 등가죽을 꿰뚫었다.

이런 감정, 더럽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다.

- 내 이름을 불렀으면서! 그런데 어째서 그 순간 딘과 같이 있는 건 내가 아닌 거지?!

숨을 쉬기 위해 열심히 집중했다. 눈가에 차오른 물기를 제거하려 노력하며 눈꺼풀을 쉬지 않고 움직였다. 하지만 두통이 너무 심해 그 단순한 동작조차 계속하기가 버거웠다. 세상의 모든 불면의 밤이 샘의 등짝에 매달려 무거운 추처럼 좌우로 흔들거렸다. 이가 시려왔고, 위가 조여왔다.
지난 20여년동안 그는 이렇게나 빨리 달려본 적이 없었다. 샘은 후욱 소리를 내며 어두운 공기를 한 웅큼이나 집어 삼켰다. 그 즉시 심한 어둠이 몸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 나여야만 해. 오로지 나! 제기랄, 이름도 모를 그 여자가 아니라!

짧은 쉼을 얻을 수 있는 그만의 낙원.
어떻게든 간절히 붙잡고 싶어 팔을 앞으로 내뻗었다.
바로 그 순간, 샘은 자신이 지금 엎드려 누운 상태로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초침 소리에 취해 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옆 침대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Posted by 미야

2008/01/11 09:31 2008/01/11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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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fic] Brownie 35

냉장고에 넣었다 방금 꺼낸 듯한 차가운 손이 이마를 덮었다.
등줄기가 섬짓한 건 둘째고 그냥 좋은 거다. 맛있는 얼음 과자 생각도 났겠다, 젠슨은 팔짱을 끼고 간이식 접이 의자에 등을 기댄 자세 그대로에서 이 행복한 느낌을 간결, 극명, 과감하게 표현했다.
『소름끼쳐.』
이래선 백년의 순애보도 한 순간에 식는게 정상이다.
하지만 제러드는 자신이 온혈 동물과는 거리가 먼 파충류 취급당했다는 건 신경도 쓰지 않았다. 대신 가깝게 접촉한 피부로부터 여행용 비자를 발급받고 건너온 따땃한 열기 - 어딜 봐도 정상이 아닌게 확실한 - 가 걱정이었다. 체온계를 꺼내 억지로 입에다 꾸셔넣어야 하는 건 아닐까. 아님 등에다 짊어지고 냅다 뛰어야 하는 걸지도. 이마에서 손을 떼어내고 이번엔 귀를 만졌다. 맙소사, 이쪽도 라지에이터처럼 후끈거린다.

『으음... 그렇게 조물거리면 느낌이 이상해져.』
『엇. 그런 쪽으로의 수상한 의도는 없는 거니까 느끼진 말아줘요, 젠슨. 그나저나 제가 지금 손가락 몇 개를 들고 있는지 알아보겠어요?』
『열 여섯 개.』
『장난치지 말고. 이쪽은 진짜로 심각하단 말예요.』
『괜찮아. 해열제를 미리 두 개나 먹어뒀거든. 그나저나... 끙. 지금 몇 시?』
『오후 3시가 좀 넘었어요.』
『큰일났네. 잠시 쉰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그렇게 되었나. 리허설까지 얼마 안 남았잖아.』
『그것보단 충혈된 눈이 더 문제로 보이는데요.』
『아닌게 아니라 눈물이 말랐다. 어쩌지. 나, 지금 술주정뱅이로 보여?』
『술주정뱅이처럼 보이는게 아니고 상당히 아픈 사람으로 보여요. 젠~슨.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시끄러. 뼈가 부러져도 촬영은 취소 못해. 고작 감기 갖고 수선 피우지 마.』
『고작 감기가 아니예요. 미국에서 1년에 감기로 죽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몰라.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데.』
정색하고 물어보니 대꾸할 말이 없다. 나는 그렇게 머리 좋지 않거든요. 당황해서 대략 많겠거니 싶은 숫자를 아무렇게나 거론했다.
『그, 그러니까... 대충... 한 100명?』
『됐어, 뉴욕시 인구만 821만명이 훌쩍 넘어. 사람은 감기로 안 죽는다는게 숫자로 딱 보이는구먼.』

말은 그렇게 했어도 발 밑이 출렁거렸다. 부드러운 젤리로 만들어진 마루 위를 체셔 고양이가 발꿈치를 들고 걸어갔다. 오른발이 5cm 아래로 푹 꺼졌다가 탄력을 받고 튕겨올랐다. 불가항력적으로 균형을 잃은 몸이 뒤로 기울어졌고, 제러드는 코앞으로 말벌이 나타났다며 펄쩍 뛰었다.
『젠슨!』
『어익후.』
허리를 단단히 붙들리고 나서야 말캉거리던 젤리가 굳어 단단한 바닥으로 변했다. 후후, 심호흡하며 어지러움을 털어내고자 기를 썼다. 거짓말 안 보태고 심장이 살짝 엇박자로 움직였다. 감기로는 아무도 안 죽는다는 발언 - 취소. 롤러코스터를 타고 별들이 빙빙 돌았다.

『젠슨, 젠슨! 기절하면 안 되요!』
큰일났다고 생각한 것 같다. 양팔을 위 아래 방향으로 세게 문지르며 안색을 살폈다. 이럴 적엔 어떻게 하는게 좋더라. 가만 있어 봐라, 텔레비전에서 의사들이 이렇게 하는 걸 봤던 것도 같다. 제러드는 젠슨의 눈꺼풀을 뒤집었다.
『조금만 참아봐요. 내가 도와줄게요!』
그리고는 이것만이 최선이다며 입을 가까이에 대고 후, 숨을 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젠슨은 펄쩍 뛰었다.
『아웃! 이 바보야, 그건 눈에 들어간 티끌을 빼는 방법이잖아.』
『엇.』
『가뜩이나 눈이 시려운데 무슨 짓이야!』
『미안, 미안! 급하다보니 착각했다!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됐어. 일부러가 아니라는 건 잘 아니까.』
『잘못했어요!』
『시끄럿! 됐다고 했잖아!』
『켕.』
오줌 쌌다고 야단을 맞은 강아지가 앓는 소리를 냈다.

그러든 말든, 젠슨은 협탁에 놓인 렌즈를 흘깃 쳐다봤다.
「아파서 도저히 착용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이걸 어쩐다... 저걸 안 끼면 죄다 자갈 밭이라는게 문제야. 장님이 콩밭에서 나물을 캐면 카메라맨이 좋아라 하고 봉산탈춤을 출 터인데, 그렇다고 딘 윈체스터가 안경을 쓰고 나갈 수도 없고.」
렌즈통을 손에 쥐었다. 주머니에 넣었다. 미신이라는 걸 알면서도 손가락에 침을 발라 코에 발랐다.
『가자, 판쵸!』
지금으로서는 촬영 종료까지 아무 일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Posted by 미야

2008/01/10 15:45 2008/01/1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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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기 2008/01/12 00:02 # M/D Reply Permalink

    어찌어찌 이곳에 흘러들어 읽기시작하다가 단숨에 달렸습니다!!!
    촬영현장 일기같아요^^
    판쵸!!! 우리 딘도 csi팬인거군요^^

  2. 로렐라이 2008/02/21 14:43 # M/D Reply Permalink

    판쵸! ㅎㅎ csi 생각나며 정겹네요~
    후후 잘 읽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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