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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부터 괴녀를 만나다

지하철 승강장이 좁은 곳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학생은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직장인 냄새도 나지 않는 한 여자가 눈을 부릅뜨며 날 쳐다보았다.

- 줄 섰어요.

찬바람 쌩쌩 분다.
그런데 나는 줄 안 섰나? 다만 줄을 설 공간이 여의치 않으니까 옆으로 선 것뿐이다.
그 점을 지적하려 하는데 말을 도중에 끊고 짜증에 겨워 <아줌마, 방해되요> 라고 하는 거다.
그 여자는 벽쪽으로 붙었고 나는 승강장 앞으로 바짝 붙어 있었다. 아무렴 맨날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데 사람들 지나가는데 방해가 되게끔 자리를 잡을까. 방해? 그거 참... 헐.

전철에 올라타서 보니 몸을 바짝 세우고 앉아 신문을 읽는다. 오라가 풀풀 풍긴다.

- 나 지금 무지 화났어.

우와, 별 이상한 여자 다 봤다. 아침부터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신경질을 부린다. 성격 참 나쁘다.
여러분, 신경질을 부리면 얼굴이 미워져요. 아름다운 여성은 웃으면서 화내는 거예요.

Posted by 미야

2007/05/28 09:00 2007/05/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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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그런게 없었다. 그런데 요즘엔 <서비스>라는게 있어 기쁘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 책을 구입했더니 파란색 손수건을 주었다. 여름이니까 땀 닦아가며 읽으라는 친절함인가? 아무튼 이런 건 대단히 마음에 든다. (그러나 차마 소지하고 다닐 수는 없을 것 같다. 너무 눈에 띈다) 사진은 그림 부분만 살짝. 손떨림증은 무시하라.

책 커버를 그대로 축소 인쇄한 포스트 잇이라던가, 비매품인 미니북, 때로는 덤으로 다른 책도 준다. 사사키 노리코의 <월관의 살인> 만화에선 종이로 인쇄된 보드게임도 주었다. 해본 적은 없는데 아무튼 덤이라는게 기분 좋다.

- 커피라는 것도 어울리지 않아? 헤이즐넛 커피를 덤으로 주는 거야.

이런 걸 두고 독자는 탐욕스럽다고 하지, 아마. (틀려!)

Posted by 미야

2007/05/27 22:11 2007/05/27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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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볼 것이다. 반드시 본다. 혹시 산속에 잠들어 있는 초록의 어둠 속에서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해도, 나의 어둠 속에 꽃피우게 하겠다.
벚나무 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나의 어둠 속 나무 밑에는 여러 사람이 묻혀 있다. 나의 아이들, 여자들이. 그들은 분명 화려하게 꽃을 피울 것이다.
어둠에 지고 어둠에 빛나는 벚꽃 꽃잎을 생각하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 새벽을 향해 우리는 달려간다.


3장 마키오의 장 맨 마지막 부분이다.
묘비에 적고 싶은 문구라 생각한다. 취향이 좀 그런가. 그래도 내 납골함 위에 저 글귀를 적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훌륭하게 생긴 벚나무 가지도 하나 잘라서 같이.
어둠에 지고 어둠에 빛나는 분홍의 꽃 잎사귀를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이세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마키오는 나를 많이 닮았다. 이기적이고, 혼자 있어 하고 싶어하고, 결정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안심했다. 소설에 나올 정도니까 현실에도 이런 사람은 있다는 것이고, 나 혼자만 나사가 빠진 것이 아님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다. 그치만 한편으론 무섭다. 아마도 나 또한 마키오처럼 자식마저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벚나무 아래로는 세 명의 시체가 묻혀 있다.
그들은 화려하게 꽃을 피울까.
언젠가 나는 초록의 어둠 속에서 그 꽃을 찾아낼 수 있을까.
훌훌 던지고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내 뒷모습을 상상해본다.

Posted by 미야

2007/05/27 10:14 2007/05/2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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