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수

그러고보니 나 역시 한 사람당 영혼은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독교의 영향인가. 그러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건만. (폭소) 인격이 두 개나 세 개인 사람도 있잖는가. 비록 그것이 정신과 치료를 요하는 일이라 할지언정 말이다.

가봉의 왕족은 영혼이 일곱 개라고 한다.
머릿속의 영혼, 마음의 영혼, 이름의 영혼, 생명력의 영혼, 몸의 영혼, 그림자의 영혼, 유령의 영혼.
게중에 하나를 잃어버려도 여섯 개가 남으니까 제법 남는 장사일 듯 싶다. 악마가 영혼을 댓가로 계약을 하자고 하면 <이름의 영혼을 팔도록 할테니 샘을 살려주쇼> 이러는 거다. 궈궈궈.

Posted by 미야

2007/05/06 22:11 2007/05/0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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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이 가물거리는데

X-파일에서 멀더가 죽는 장면이 있었다. 분명 그런 에피소드가 있었다. 멀더의 바디를 와드득 와드득 씹어 먹어서(?) 질병(죽음)을 치료하고, 영험했던 치료사는 그렇게나 염원하던 죽음을 얻는다.

- 설마, 와드득 와드득 먹히는 거야? 새미?

제발 그만하자 스스로에게 오더를 내리고 있음에도 말을 잘 안 듣는 뻑진 헤드.
콜트는 어디서 튕겨나왔으며, 새미는 과연 적그리스도가 되는 건지?!
도시락 폭탄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어이, 콜~!!)
나는 오늘도 분노에 이글거리며 <딘, 저것들을 쓸어버렷~!> 이라 외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데쓰 노트에 이름 적어버린다, 크립키.

오랜만에 로앤오더-SVU 시리즈를 다시 보기로 했다. 일단 7시즌부터 시작하자. 그리하여 망가지고 있는 이놈의 머리를 찬물에 헹구는 거다.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다.
자, 황박사님 러브 유를 외쳐보자.
새미, 진짜 죽는 거... 황박사 러브라니까! 황박사 러브!

Posted by 미야

2007/05/06 20:52 2007/05/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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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맨날 그렇지만 이번에도 역시 급조했습니다. 이거, 시즌 피날레가 다가오면서 피 말라 죽겠군요. 스트레스 받아서 일상 생활마저 망치고 있어요. 촬영을 모두 마친 그들이 30분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은 까닭이라는게 <내용이 이 모양이면 3시즌은 물 건너갔어. 다른 쇼를 알아봐야겠군> 라는 것 때문으로 밝혀지기만 해봐! 쥰쥰은 도시락 폭탄을 들고 크립키 테러하러 미국 갈테다! 크릉! ※


주어진 시간이 겨우 5일 - 거기다 이미 사흘을 소비 - 라는 강박관념이 드넓은 사바나 초원으로 불을 질렀다. 코앞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매캐한 연기 내음이 섞이자 수풀에 숨어있던 하이에나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끼잇끼잇 울었다.
불길이 그들이 있는 곳까지 이르려면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차갑게 식어버린 모카라떼를 옆으로 치운 샘은 뻣뻣해진 뒷목덜미를 손으로 문질렀다.
이제 하이에나는 정신 나간 개처럼 짖기 시작했고, 새끼를 품은 짐승들은 서둘러 이동을 결심했다.
징조는 대흉.

일이 그 지경인데도 딘은 강 건너로 화염이 치솟았다며 느긋한 모습이다. 정말로 5일이 지나면 동네를 뜰 작정인지 꾸려놓은 짐을 도로 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부 가방은 자동차 트렁크로 던져졌다. 무섭다며 울부짓는 하이에나만 꼼짝없이 바보가 된 셈이다.
샘은 그런 형의 귓바퀴를 세게 잡아당기며「평소에 생각이라는 걸 하고는 살고 있는 거야?!」라고 마구 호통을 치고 싶었다. 물론 희망사항이다. 그런 짓을 하려면 아직 개발되지도 않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엄마 메리의 손을 간절히 붙잡고「제가 형 할게요. 딘 말고 저를 먼저 낳아주시면 안 될까요.」애원을 해야 한다.
머리를 잡아뜯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공상을 해야 할 정도로 형은 그의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임팔라의 뒷자석에 거의 드러눕다시피 해서 EVP를 녹음한 파일을 반복하여 듣고 있는 그는 마치 흘러간 유행가를 감상하는 철부지 청소년처럼 보였다. 언뜻 보니 발가락을 까딱거리며 박자까지 맞추고 있다. 심각함이라던가, 진지함은 빵 부스러기마냥 죄다 어디다 흘리고 왔다. 경찰서에 가서 분실물 신고라도 하고 싶다. 정 안 된다면 마녀의 집을 빠져나온 헨델과 그레텔처럼 숲속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하나하나 바구니에 주워담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차갑게 쏘아붙이는 소리가 그래서 나왔다.
『그게 그렇게 재밌어?』
『어...』
대답도 대충대충.
『뭐야, 그 태도는. 진짜로 레드 제플린 노래를 듣고 있는 건 아니겠지, 딘.』
『스콜피언즈네요.』
약이 바짝 올라 성을 내는 동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추워요... 엄마?》
그래봤자 이미 골백 번은 넘게 들은 파일에서 이거다 싶은 점을 새롭게 찾아내기는 어려웠다. 유령은 - 또는 유령이라 짐작되는 그 무엇은 전화질은 무지 좋아하는 주제에 많은 이야기를 하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혼잣말만 하고 있다. 그것도 춥다, 어둡다. 외롭다. 이 세 가지 전통적 주제에서 뱅글뱅글 돌았다.「내 이름은 라일라이고, 꽃다운 나이 열 다섯에 폐렴으로 죽어 1982년에 그린힐 공동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식으로 상세한 수다를 떨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은 정녕 욕심이었다.
진절머리를 내며 고작 단어 몇 개로 이루어진 하소연에 재차 귀를 기울였다.
《추워요...》
안 되겠다. 아버님 댁에 보일러를 새로 놔드려야겠다.

반면 두 번째 샘플은 이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저 나쁜 년의 각을 떠버려...》
딘은 제일 먼저 기계적 조작 없이도 사람의 귀로 그 내용을 알아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엄청난 에너지다. 거기다 상당히 거친 말투다. 화가 단단히 났고, 명령조다. 그 말하고자 하는 내용도 악의가 가득하다. 세상에, 각을 뜨라니. 가엾은 전쟁 포로들의 껍질을 산 채로 벗겨냈던 고대 멕시코로 착각한 거 아니냐고 진지하게 묻고 싶다. 아니, 그것보단 엄마를 찾는 어린애에서 곧장 원한에 사무친 원령으로의 승격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오래된 보호의 주문.
그리고 증오에 찬 목소리.

음악 감상(?)을 끝낸 딘은 뿔딱지가 난 것이 분명한 샘에게로 돌돌 뭉친 휴지 조각을 던졌다. 휴지는 조수석에 앉아있던 동생의 정수리를 정확히 맞추고 바닥으로 굴러갔다. 그런 것에 맞았다고 아플 리 없건만 샘은 두 눈을 시퍼렇게 치켜뜨고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어이, 동생아. 조사는 잘 되어가냐.』
『누구 덕분에 대단히 잘 되어가고 있지.』
그리고는 보복이랍시고 바닥에 떨어진 휴지를 주워 딘을 향해 도로 던졌다.
어깨를 살짝 비틀어 이를 피하고.
『볼.』
딘은 투수의 제구 능력이 형편없음을 마음껏 비웃었다.

『좋아, 마이너리그. 내가 알아보라고 한 건 어떻게 되었니?』
『장난치지 마. 자동차 안이 쓰레기 천지가 되면 곤란해지는 건 바로 형이야.』
샘은 또다시 휴지를 돌돌 말고 있는 딘을 향해 단단히 경고를 주었다. 그제야 후회막급이 된 딘은「어머머! 내가 우리 베이비에게 무슨 짓을?!」이라 혼잣말하며 떨어진 휴지를 부랴부랴 치웠다.
하여간 진짜 못 말린다. 샘은 설명에 앞서 땅이 꺼져라 한숨부터 쉬었다. 답답한 자동차 안에 몇 시간이고 죽치고 앉아 잠복하는 일은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사소한 일에도 발끈하게 되는 이상 서로 조심하는 수밖엔 없다. 누구는 전혀 조심을 하지 않고 있어서 문제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가게에서 얻은 비닐 봉지를 쓰레기통 대신 사용하라 내밀었다.

『아무튼 전통적으로「일곱 해」라는 건 저주가 풀어지는 햇수이자 계약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햇수야. 성경에 나오는 안식년인 셈이지. 레위기 25장에는 6년 동안 밭을 파종하고 포도원에서 열매를 거두어도 7년째가 되면 땅을 쉬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와. 저절로 자라난 곡식이나 포도 열매는 그대로 놔두어야 하는게 규칙이었어. 이런 이미지가 꽤나 오랫동안 이어졌기 때문에 중세 시대엔 마녀가 마법을 걸어 사람을 돼지로 만들어도 7년째가 되면 사람으로 돌아온다고 믿었어.』
『와우! 돼지를 잡아 푸짐한 저녁 반찬으로 먹기 전에 7년은 꼭 기다려야겠군. 혹시라도 그게 돼지가 아니라 몹쓸 저주에 걸린 사람이라면 곤란하잖아.』
정 그렇게 걱정이 되면 아예 돼지 고기를 먹지 마 - 라고 샘이 빈정거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가였던 솔론의 말에 따르면 일곱 살은 최초의 인생 전환기야. 그는 사람의 생애를 7×10 으로 봤거든. 솔론이 생각한 사람의 적정 수명은 70세 - 그 첫 번째 과도기인 일곱 살이 되면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게 되지. 이때부터 인간은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되니까 어른으로서 노동 일에 가세해야 한다고 보았어. 풀을 베고, 밭일을 돕고, 우유를 짜고, 가축에게 먹이를 주고, 물을 길어오고, 세탁을 하는 등의 일들을 해내야 했지.』
『와우! 감옥에서 30년 썩겠다. 그래선 어린애 학대잖아.』
『꼭 그런 것도 아니야, 딘. 옛날 사람들은 아동기를 사춘기, 청년기, 성인과 구분되는 삶의 한 단계라는 걸 생각하질 않았어. 심지어 7살 미만의 아이는 영혼이 없는 동물과 마찬가지라고 여기기도 했으니까. 천 년 전에는 일 하러 밖에 나가기 위해 엄마가 아기를 바구니에 넣어 벽에 하루종일 걸어두기도 했어. 현대인과는 아무래도 감각이 틀리니까 얼굴이 샛노랗게 된 아이들을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겼지. 아이들이 가까이 오는 걸 금지하지 않고 오히려 축복한 예수 그리스도는 누가 뭐래도 사실상 별종이었던 셈이야.』
『거 되게 무섭구먼! 하지만 살짝 이해가 가는 것도 사실이야. 난 네가 일곱 살이었을 적에 거의 미칠 지경이었거든. 앉으라면 서고, 서라고 하면 앉고... 할 수만 있다면 네가 나에게 가까이 오는 걸 금지하고 싶었어.』

샘의 표정이 극단적으로 변했다.
『딘. 거기서 왜 이야기가 그리로 가는 거야?』
『원한이 깊어서 그런다, 아가. 모처럼 새로 세탁해서 갈아입은 셔츠가 동생의 콧물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선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될 수밖에 없잖겠냐. 진짜지 넌 구제불능의 울보였어. 그리고 악당이었고. 내 첫 번째 여자 친구였던 에밀리에게 냄새 고약한 썩은 우유를 끼얹고 지랄했던 걸 떠올리면 아직도 손에서 땀이 나.』
『거짓말! 내가 아무렴 썩은 우유를 여자에게 던졌을까! 그런 기억은 없어. 그리고 형이 첫 번째로 키스한 여자 친구의 이름은 에밀리가 아니라 엘리슨이었다고.』
『뭐야. 무슨 머리통이 그래. 그놈의 잘난 대갈통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기억하는 거냐? 아빠랑 내가 에밀리인지 엘리슨인지 뭔지 하는 여자애 엄마에게 손바닥이 닳도록 빌며 용서를 구했다는 건 생각 안 나? 진짜지 그놈의 암모니아 냄새 풀풀 나는 우유는 지독했다고. 거기다 넌 에밀리인지 엘리슨인지 하는 아이에게 똥 냄새 난다고 욕설을 퍼부어서 그 가엾은 아이가 일주일동안 아예 학교를 못 나오게 만들었어. 덧붙여 나 역시 네놈 엉덩이 껍질을 벗겨서 일주일동안 걷지도 못 하게 만들어 주었고. 젠장,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네. 아직도 이해가 안 가. 도대체 답지않게 왜 그런 나쁜 짓을 한 거니? 새미.』
『모, 몰라. 기억에 없어...』
『흐응, 어련하실까. 스탠포드 대학에서 너에게 장학금을 준 건 순전히 실수야.』
『어, 어린애였잖아! 제대로 된 판단력을 기대하면 곤란하다고!』
『그려. 그러니까 살짝 이해한다는 거야. 일곱 살 미만의 아이는 영혼이 없는 동물과 마찬가지...』
거기까지 말한 딘은 이마를 주먹으로 치며 입을 다물었다.

『아이고, 이런. 바로 그건가.』
애완동물, 그리고 일곱 살 미만의 아동의 공통점은?
연약한 자아. 의심되는 영혼의 부재.
『빌어먹을!』

일의 돌아가는 가닥을 대략으로 잡은 딘은 상체를 앞으로 바짝 내밀어 눈앞의 2층집을 응시했다.
밤 9시가 다 되어가는데도 남편은 귀가를 하지 않았다. 오늘은 아마 무지하게 바쁜 날인가 보다.
그렇다면 재니스는 혼자 거실에 앉아 심드렁한 표정으로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아니다. 재니스는 TV더러 바보 상자라 그랬다. 텔레비전이 있어도 순전히 장식품이다. 그럼 다시 정정한다. 스탠드 조명 아래로 석간 신문을 펼쳐놓고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는 뉴스에 코웃음을 치고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진정한 여자는 남자들 틈새에서 바지를 입고 애쓸 것이 아니라 눈화장을 완벽하게 한 채 진공 청소기를 말끔하게 돌려야 한다, 이러면서...
『지금은 1950년대가 아니야, 딘. 진공 청소기 돌리면서 마스카라를 왜 발라.』
딘은 동생을 무섭게 쏘아보며 버럭 화를 냈다.
『거, 무지하게 꼬투리 잡고 있다! 그런 거 말고 보다 건설적인 주장을 하면 안 되겠니. 예를 들자면 현관을 깨부수려면 망치보단 도끼가 더 효율적이라던가... 응?』

샘은 심하게 짜증을 내는 형을 근심에 젖어 쳐다보았다. 갑자기 허겁지겁 차에서 내리더니 설명도 없이 트렁크를 열고 중장비처럼 생긴 각종 무기류를 챙기고 있음이다.
혹시라도 남들이 볼까 무서웠다. 목소리를 바짝 낮춘 그는 딘을 설득하려 노력했다.

『형! 도끼는 왜 들고 그래. 제 자리에 내려놔. 응? 아직 저 사람들은 깨어 있을 거야. 아무리 못 해도 자정까진 기다려야 할 걸. 초기 청도교 이주민 흉내를 내는 사람이라 해도 9시부터 잠자리에 들지는 않아. 제발, 형! 이러다간 경찰이 체포하러 들 거야!』
『물론 그러시겠지. 나도 잘 알아. 하지만 당장 구해내야 할 어린애가 저 안에 있단 말이다!』
그렇게 외친 딘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동생에게 산탄총을 던졌다.

Posted by 미야

2007/05/06 15:43 2007/05/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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