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볼 것이다. 반드시 본다. 혹시 산속에 잠들어 있는 초록의 어둠 속에서 그것을 찾아내지 못한다 해도, 나의 어둠 속에 꽃피우게 하겠다.
벚나무 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 나의 어둠 속 나무 밑에는 여러 사람이 묻혀 있다. 나의 아이들, 여자들이. 그들은 분명 화려하게 꽃을 피울 것이다.
어둠에 지고 어둠에 빛나는 벚꽃 꽃잎을 생각하면서, 아직 보이지 않는 새벽을 향해 우리는 달려간다.
3장 마키오의 장 맨 마지막 부분이다.
묘비에 적고 싶은 문구라 생각한다. 취향이 좀 그런가. 그래도 내 납골함 위에 저 글귀를 적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졌다. 가능하다면 훌륭하게 생긴 벚나무 가지도 하나 잘라서 같이.
어둠에 지고 어둠에 빛나는 분홍의 꽃 잎사귀를 생각하며 보이지 않는 새벽을 향해 달려간다... 그리고 나는 다시는 이세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마키오는 나를 많이 닮았다. 이기적이고, 혼자 있어 하고 싶어하고, 결정적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없다. 솔직히 나는 안심했다. 소설에 나올 정도니까 현실에도 이런 사람은 있다는 것이고, 나 혼자만 나사가 빠진 것이 아님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다. 그치만 한편으론 무섭다. 아마도 나 또한 마키오처럼 자식마저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나의 벚나무 아래로는 세 명의 시체가 묻혀 있다.
그들은 화려하게 꽃을 피울까.
언젠가 나는 초록의 어둠 속에서 그 꽃을 찾아낼 수 있을까.
훌훌 던지고 새벽을 향해 달려가는 내 뒷모습을 상상해본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