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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15 [S☆N-fanfic] A signal for Help 14 by 미야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에... 이번 이야기도 덜 끝났는데 다음 이야기《Bloody Blast》의 1차 콘티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예전의 슬레쪽의 기분 나쁜 소동의 재현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일부 내지는 전부를 블라인드 처리를 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계셔서 그 점을 두고 얘기를 다시 진행하는 중입니다. 상황을 보고 알려드릴게요. ※


「으아, 디러!」라는 의미로 손가락을 대놓고 옷에 비벼 문지르고 있는 형을 보고 샘은 발끈했다. 방구를 소리내어 뀌는 것으로도 모자라 손톱으로 엉덩이를 긁어대는 주제에「나는 네놈이 그렇게 지저분한 녀석인지 미처 몰랐어」라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샘은 허리에 손을 얹은 채 삐딱한 태도를 취했다.
몽정하고 더럽힌 속옷을 만장하신 가운데 침대 위로 널어놓아 아버지에게 한바탕 야단을 먹은 것도 딘이다.
『임마! 사람이 열 네 살이었을 때 딱 한 번 실수했던 걸 아직까지 울궈먹기냐!』
땅콩 샌드위치를 걸고 누가 목욕을 하지 않고 오래 버티나 내기를 했을 적에 압도적인 차이로 승자가 되었던 것도 딘이다.
『그건 내가 여덟 살 때 얘기잖아!』
이가 드글거리는 노숙자 캠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잠들곤 했던 대단한 신경줄이다.
『지저분하긴 했어도 이는 없었어. 너, 지금의 그 발언은 짐 신부님에게 큰 실례야.』
요컨대 하나도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 깨끗한 척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
『개뿔 같은! 난 너와는 달리 어제 저녁에 머리를 감았다고. 봐, 이 청결한 머리카락을!』
흥이다. 짧은 머리에 비누칠 대충 하고 찬물로 얼른 헹궈냈으면서 뭐가 그리 잘났다는 것인지?

어둠 속에서 딘이 으이그 소리를 내며 두 팔을 들었다 놓았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일도 쉽지 않은데 동생의 짜증까지 고스란히 받아주어야 한다는 건 성가시다. 어깨를 가볍게 으쓱이는 동작은 이른바 휴전 신청이다. 입씨름은 나중에 계속하자는 간단한 몸짓에 샘은 일단 더 이상의 추긍 - 형이 나보다 훨씬 더럽잖아, 인정하란 말이야 - 을 멈췄다. 사실 이놈의 망할 계단은 더도 말고 발을 헛디디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깍아지른 절벽에 발판이랍시고 판자 몇 개를 대충 가져다 붙인 꼬락서니다. 이걸 만든 사람은 안전 수칙 미준수로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 35° 내외가 아니라 50°가 넘는 살인적 기울기다. 그냥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게 훨씬 쉽겠다. 머리 정수리부터 그냥 곤두박질치지 않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입을 다물어야 했다.

『어딘가에 전등이 있을 것도 같은데...』
조명 스위치를 찾아 벽면을 더듬거렸다. 아쉽게도 계속 허탕만 쳤다. 그래서 이번엔 재니스의 키가 자신보다 훨씬 작다는 걸 염두에 두고 짐작되는 높이보다 두 뼘 정도 아래 부근을 살폈다.
에이, 역시나다. 그 흔한 전선 기럭지 하나 안 보인다.
손전등을 들어 위를 비춰보았다. 이거다 싶은게 눈에 안 띈다. 대신 오래된 먼지가 가득하다.
가느다란 거미줄이 얼굴에 와닿는 듯한 불쾌한 느낌.
샘은 좁고 밀폐된 곳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하루에 세 번씩 식사를 가져다 주어야 했을 터인데 이건 좀 이상하군. 눈을 감고도 스프와 빵접시를 옮기는게 가능했다는 건가?』
아니면 하루에 단 한 번도 이리로 내려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것은 너무나도 섬짓한 가정이었다.
심하게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손전등을 아래로 치우쳐 발잔등을 비추어봤다. 역시나 바닥에도 고운 먼지가 수북하다. 사람이 계속해서 들락거렸다고 가정하기엔 상태가 썩 좋지 않다. 거기다 냄새도 났다.

『머리를 안 감았다며, 샘.』
『그 냄새를 말하는게 아니라는 건 딘도 잘 알잖아.』
감정을 가득 실어 형의 등을 쳤다.
누가 뭐라고 했는감요, 맞은 곳이 가렵다며 딘이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러고도 영양가 제로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뭐랄까, 이 냄새... 빗물이 스며든 오래된 다락방 같아. 딘.』
『틀렸네요. 여기엔 습기는 없어. 그것보단 30년만에 옷장에서 꺼낸 청바지 냄새 같지 않니?』
『비유를 해도 참 독창적이다.』
『후후후. 내가 원래 시적이잖냐.』
『독후감 숙제랍시고「몽테크리스토 백작은 탈옥범입니다」라는 한 문장만 달랑 써갔으면서 그런 말이 참 잘도 나온다.』
『누구 동생이 이리 삐딱해. 최소한 난 너처럼「즐거운 우리집」이라는 주제로 허구 100%의 소설은 쓰지 않았어. 우리 할머니는 매일 아침 맛있는 팬 케이크를 직접 구워주십니다? 단풍나무 시럽도 많이 부어주시곤 해요? 그걸 읽고 아빠가 비참한 표정으로 줄담배를 피웠다고.』
『팬 케이크는 형이 구워주었으니 아주 거짓말은 아니지.』
『졸지에 할머니가 된 내 입장은 뭐냐. 난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아니야.』
『물론 그러시겠지.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번쩍이는 은식기에 프랑스 요리를 담아내면 담아내었지, 밑바닥이 새카맣게 탄 맛 없는 팬 케이크는 굽지 않을 거야.』
『자식, 그렇게 맛 없다면서 접시 밑바닥까지 싹싹 핥았니?』
『그야 음식을 남기는 건 일절 허락되지 않았으니까. 형이 주먹을 들고 있는데 어떻게 남겨. 그리고 아빠가 구워주신 것보단 양반이었거든.』
『음... 감히 부정은 못 하겠군. 천하무적이던 아빠도 가스렌지 앞에선 한 없이 키가 작아지셨지. 다른 건 몰라도 아빤 요리 솜씨 하나는 젬병이었으니까.』
딘의 불평에 샘이 킬킬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아빠가 만든 엉터리 치킨 스프를 두고 형이 먹고 죽을 것인가, 아님 개수대에 통째로 퍼붓고 장렬히 맞아 죽을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던게 생각나.』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먹고 죽자 - 였었던가.』
『아니.「실수로 냄비를 거꾸로 엎었다로 위장하자」였어.』
『뭐? 우리가 그런 얄팍한 술수를 썼다고?』
『왜 깜짝 놀라는건데. 그러니까 형이 독창적이라는 주장은 씨도 안 먹힌다는 거야. 뭐가 독창적이냐. 속이 훤히 보이는 거짓말인데. 아빠가「이것들이 어디서...」라며 화내시던게 지금도 선명하다.』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덧붙여 형의 기억력은 진짜지 형편 없어. 발효 요구르트 수준이야.』
폭언에 화가 단단히 난 딘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동생을 돌아다 보았다.
『인석아! 자동차를 조립할 줄 아는 발효 요구르트라는게 세상에 있을 것 같냐!』
『알게 뭐야. 난 유산균에 대해선 아는게 그리 많지 않아.』
그걸 무시한 채 샘은 좌우로 불빛을 비췄다.

안쪽으로 걸어갈수록 공간은 더욱 좁아졌다. 여전히 사람이 오작가작 했다는 증거는 없다.
후우, 하고 딘이 숨을 길게 내쉬었다. 공기는 대단히 탁해서 솜으로 코를 틀어막은 듯했다. 공기중에 석면이 가득 떠다니고 있는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석면은 대단히 위험한 발암물질이다.

돌연 분위기를 바꿔 딘이 목소리를 낮추었다.
『새미는 아마 살아 있지 않을 거야.』
그리고는 쓸데없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부연 설명을 덧붙였다.
『내가 지금 말한 새미는 네가 아니야. 오케이?』
『오케이.』
한줌을 덜어내도 크게 변함이 없을 어둠 속에서도 샘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형의 말은... 새미는 악령이다? 아, 여기서 새미는 내가 아니야. 오케이?』
『오케이.』
쓸데없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별도의 장치가 필요할 것 같다. 이 새미, 저 새미 이러니까 골치가 아팠다. 칼칼해진 목도 있겠다, 딘은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오른쪽 벽면을 발로 툭툭 걷어찼다.

『너도 이미 짐작했겠지? 재니스는 아마 너랑 비슷한 별종이었을 거야.』
샘은 딘의 걱정과는 달리 담담하게 반응했다.
『초능력자라고 해도 괜찮아, 딘.』
『그래, 샘. 네 말대로 초능력자라고 하자. 그것이 집안 내력이었는지, 아니면 재니스 개인의 문제였는지는 지금에 와서 확인할 길이 없지만... 아무튼 그녀의 부모는 아이를 일곱 살이 될 때까지 특수하게 만든 방에 가둬두는 것으로 초능력을 없앨 수 있다고 믿은 것 같아. 점쟁이의 조언이었을까? 그거야 모르지. 마법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 그렇게 하는게 좋을 거라 알려 주었을까? 그것도 모르지. 부두교의 사제가? 알게 뭐야. 어쨌든 확실한 건 그녀는 일곱 살이 될 때까지 헥사그램이 그려진 방안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는 거야. 그건 나름대로 굉장히 힘든 일이었을 것이고, 그때의 상처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잠재 의식에 계속 남아 있었겠지. 아무래도 쉽게 잊혀질 종류의 경험은 아니잖아? 피크닉 가방을 들고 강가로 소풍을 갔던 것도 아니니까.』
『불쌍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빠가 알았다면 그런 바보 짓은 하지 말라고 말렸을텐데.』
『그러게나 말이야.』

오른쪽 벽면은 꽉 막혀 있다. 딘은 위치를 바꿔 이번엔 왼쪽 벽면을 발로 찼다.
『억지로 무의식 저 아래로 가라앉혔을진 몰라도 그런 경험은 일종의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지. 결국 뭔가가 계기가 되어 아물었던 상처가 도로 곪아 터졌어. 자글자글 끓던 물이 마그마처럼 폭발했고, 둑이 무너졌고, 봇물이 터졌고, 분노와 좌절감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어. 아마도 그건...』
『임신.』
『이엽.』
딘이 손전등을 손아귀에서 빙글 돌렸다.

『하지만 출산 기록은 없었는데?』
『임신 초기에 사산하면 기록엔 안 남아, 샘. 아니면 유전자 이상이다 뭐다 해서 의학적 이유로 중절을 했을 수도 있어. 아니면 그녀 스스로 아이를 원치 않았을 수도 있고. 내 생각엔 그녀는 임신 스트레스를 이겨낼 수 없었을 거야. 자신이 그렇게나 싫어했던 짓을 자기 자식에게 고스란히 반복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 팟.』
딘은 풍선이 터지는 듯한 손짓을 해보였다.
『평소에도 대단히 위태위태했을 거야. 아까도 전화기가 저절로 날아오는 거 봤지? 그건 염력으로 움직인 거야. 그녀의 부모가 딸 아이를 악마라고 무서워했을 법도 해.』
샘의 목소리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재니스는 악마가 아니야, 형.』
딘은 서둘러 사과했다.
『그래, 악마는 아니지. 그녀는... 그래. 그저 남들보다 약간 다른 별종이었어.』

이쯤해서 샘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그녀가 출산을 하지 않았다면 도로 원상복구 되어야 하는게 옳지 않아? 불안감은 해소되었을 테니까.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어야 할 아기가 없으면 어둠에 가둬두어야 할 아기도 동시에 없는 거잖아.』
『아니. 아기는 있어, 샘. 망상, 환상, 착각, 나쁜 기억... 뭐라고 불러도 좋아.』
『맙소사... 일곱 살이 되기 전의 재니스 자신이라는 거야?』
『정답. 그래서 전화 목소리는 두 종류였던 거야. 춥다고 호소하며 엄마를 찾는 연약한 아기, 그리고 나쁜 년의 각을 뜨라는 무서운 말을 서스럼 없이 뱉는 어른. 둘은 같으면서 달라. 하나이면서 동시에 둘이야.』

막다른 장소에 이르렀다. 딘은 눈짓으로 급하게 그려넣은 듯한 헥사그램 무늬를 가리켰다.
딘이 긴장하며 무기를 챙기는 기척을 냈다. 덩달아 샘도 긴장했다.
한동안 그들의 숨소리 이외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숨 막히는 고요함과 어둠 속에서 샘은 자신의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바늘이 떨어지면 커다란 접시가 쨍그렁 깨지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른다.

『새미...?』
지금 딘이 조심스럽게 부른 건 샘 윈체스터가 아니다.
하지만 샘은 딘의 부름에「네」라고 대답하고 싶은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동생의 생각을 고스란히 읽어낸 것 같다. 딘이 쓸데없는 말을 덧붙였다.
『샘, 너 말고.』
『나도 알아.』
『새미?』
『이번에도 날 부른 거 아니지? 딘. 이거 진짜 무지 헷갈려.』
『미안해. 이번엔 널 부른게 맞아. 손전등으로 저길 비춰보겠어?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아.』
『젠장. 착각하지 않도록 따로 신호를 정하는게 낫지 않겠어?』
『알았어, 샘. 다음부턴 널 부를 때《멍청아》라고 할게. 그럼 안 헷갈릴...』

순간 호오, 하고 가늘게 내쉬는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동시에 차가운 손이 딘의 다리를 잡았다.
《엄마...》
그것은 보라색 손톱을 가진 어린아이의 손이었다.

Posted by 미야

2007/05/15 19:23 2007/05/15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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