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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크앙... 3시즌이 고프다. 엘리스님이 올려주는 팬픽 번역이 없었다면 진작에 시체됐을 거예요. ※


홧김에 뛰어나왔으나 그 다음부터가 막막했다. 아침부터 내린 가느다란 빗줄기는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수중엔 우산조차 없다. 이래선 꼭 부모에게 버림을 받고 숲속을 방황하는 헨델과 그레텔이 된 기분이다. 어디로 가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멍한 눈길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대로라면 미아가 되어버리는 건 기정 사실이다. 비록 그것이 식인 마녀의 끔찍한 함정일지언정 과자로 만든 집이 코앞으로 나타나면 반색하고 들어가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버릴지도 모른다.
보슬비에 목덜미가 흠뻑 젖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몸을 차갑게 하면 감기에 걸릴 수 있다. 벌써부터 어깨가 덜덜 떨렸다.
샘은 모텔에서 500m가량 떨어진 곳까지 팔을 흔들며 걸어오고 난 뒤에야 아무런 준비 체조 없이 강으로 뛰어들었음을 깨달았다. 멱을 감으려면 최소한 수영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감정을 앞세워 무작정 달려나온 건 실수였다.
그렇다고 다시 방으로 돌아가 이것저것 더 챙겨들고 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는 수 없었다. 옷깃을 바짝 세우고 불빛이 많은 방향을 향해 계속 걸음을 옮겼다.

영화나 보러 가? 팝콘을 먹으면서 1시간 30분짜리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럭저럭 시간을 맞출 수 있다. 단, 예약도 없이 아무 때나 입장이 가능한 영화관은 호환마마나 전쟁보다 훨씬 더 무서운 필름을 돌리고 있는 경우가 다수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스펙타클한 액션 영화나 특수효과 죽여주는 오락 영화는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게 좋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살색의 제전이다. 이렇다 할 대사도 없고, 줄거리도 없는... 그걸 깨닫자 오랜만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 달아났다.
그럼 무얼 하는게 좋을까.
아니, 그보다 어디로 가면 되는 걸까.
가슴 안쪽이 새파랗게 식어갔다.
무심코 한숨을 내쉬었다. 추위를 떨쳐버리기 위해 가벼운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어서 겨 들어와!》
전화를 걸어봤자 받지 않을 거라 짐작한 딘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날렸다.
이를 무시하고 뛰는 속도를 올렸다.
《이눔이 형이 하는 말 안 들을겨?!》
짜증이 치밀어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어째서일까.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맹세한 그날 밤이 생각난다.
「나는 아버지 부하가 아니예요! 날 언제까지고 맘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거예요?! 명령을 내리면 로봇처럼「그러겠습니다」대답하는게 자식의 도리라는 건가요? 그건 절대로 아니예요. 저도 생각이 있고, 판단도 할 줄 알아요. 그런데도 아빠는 나를 무슨 부품인양 다루려 하죠. 어둠에 숨어있는 존재를 사냥하기 위한 요긴한 부품 말예요. 샷건이나 사냥용 나이프와 하나도 다르지 않아요. 항상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반들반들 닦여 있어야 하고, 기회가 오면 우릴 휘둘러 그들을 죽이는데 사용해요. 평소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시는 적도 없죠. 의견을 제시하면 깨끗이 묵살하고요.」
그것은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대단한 싸움이었다.
「질문을 할게요, 아버지. 당신의 둘째 아들이 사냥을 싫어한다는 건 아세요? 꿈이나 장래희망이 뭔지는 알고 계시냐고요!」
죽을 각오를 하고 시작한만큼 쌓아두고 하지 않던 말을 이때다 하고 퍼부어댔다.
「하나도 모르죠. 아빠는 나에 대해 하나도 몰라요. 뿐만 아니라 알려고 하지도 않아요. 그럴 필요도 못 느끼고요! 그거 알아요? 당신은 이기적이야!」
목에 핏대를 세우고 바락바락 대들었다. 손을 가위표로 흔들며 선언했다.
「이젠 지긋지긋해. 모두 관둬요. 끝내요! 차라리 생판 모르는 남남으로 사는게 낫겠어요!」

원시적인 주먹다짐이 오고가도 하나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도 존은 사랑스런 아들을 두둘겨 패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냉정함을 유지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는 주워담을 수 없다는 걸 기억해라, 새뮤얼.」
「주워담을 필요 없어요, 아버지. 난 떠날 거예요.」
「어디로 간다는 거냐.」
「상관 마세요. 오늘부터 난 당신 아들이 아니니까.」
그때 샘은 뭔가가 뚝 끊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싸고 효과 좋은 접착제로도 다시 이어붙일 수 없는 그 무엇이 삽시간에 두동강이 나버렸다. 정확히 무엇이 망가진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걸 무어라 명칭해야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하느님께 빌어도 한 번 부숴진 건 절대로 복구되지 않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소중한 거였는데... 영원히 잃어버렸다.

한심스럽게 에취 재채기가 나왔다.
비가 내리는 밤은 어느 때보다 어둡다. 쌉쌀한 느낌의 코를 문지르며 쓰게 웃었다.
나는 오늘부터 당신 아들이 아니야.
아아, 어쩌면 좋아.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원래 철새처럼 떠돌며 살던 그들이었다. 가지고 있던 개인 물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옷가지와 책, 그리고 약간의 소지품을 전부 모아봤자 가방 3개 분량이 전부였다. 제일 비싼 물건이 중국제 워크맨이었다. 샘은 누르고 또 눌러서 가방의 지퍼를 닫았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겨울 외투와 신발 두 개는 과감히 쓰레기통에 던졌다. 계절이 바뀌면 나름대로 아쉬워할 거라는 걸 알았지만 일단 버리기로 결정하자 냉정하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결심이 서자 그 다음부턴 일사천리였다. 큰 가방 두 개는 어깨에 걸치고 나머지 하나를 손에 들었다. 기세 좋게 나가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거울을 보았다. 굳은 표정의 젊은이가 표독스럽게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어쩐지 그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보여 머리카락이 쭈삣 곤두섰다. 그래도 샘은 뒤를 돌아다보지 않았다. 그저 달각 소리가 나면서 닫기던 현관문의 촉감만을 기억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결코 미련을 두지 말자고. 이것은 평소 그가 꿈 꾸던 새 인생, 새 삶으로의 첫 걸음이었다.
고개를 들었다. 예식장으로 들어가는 새신랑처럼 크게 호흡하고 허리를 꼿꼿하게 폈다.
비록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았을지언정.
어제와는 완전히 다른 하루를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기억 속에... 샘은 불현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딘이 없었다.
아빠와 샘이 싸운다 싶으면 항상 중재자의 입장으로 두 사람을 뜯어말리던 딘이다. 그래서 언젠가 농담처럼 딘이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너무 자주 끼어들다보니 권투 경기의 심판이 되어「이제부터 싸울 시간입니다. 시작~!」선언하는 기분이 된다고.
농담만 한게 아니라 짓궂게 장난도 쳤다. 입으로 땡 울리는 종소리를 흉내내고는「새뮤얼 윈체스터, 경기 시작하자마자 독설을 퍼붓습니다~! 아아, 존 윈체스터, 반격을 시도합니다! 순식간에 코너로 몰리는 새뮤얼 윈체스터! 시작은 좋았지만 언제나처럼 형편없군요.」이러고 중계 방송을 했다.
동생의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일부러 그런 거였다면 그건 대박의 성공이었다. 진절머리가 난 나머지 샘은 그 이후로 약 두 달간 실어증 환자의 증상을 흉내내며 살았으니까. 그때가 윈체스터 가문 역사상 가장 고요했던 두 달이었다. 옆구리를 세게 꼬집혀「이게 무슨 짓이야! 아프잖아!」라고 샘이 버럭 고함을 지르기 전까지 그곳은 침묵의 수도원이나 다름 없었다.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이후로 냄비가 펄펄 끓어 넘치지 않도록 가스 불을 조절하는데엔 입은 그다지 쓸모 없다는 걸 딘이 깨달았다는 거다. 그래서 실없는 소리를 꺼내는 대신 샘의 팔을 잡고 강제로 그의 방으로 돌려보내곤 했다. 언성이 조금만 높아진다 싶으면 얼른 대기하고 서서 흥분한 곰을 포획할 태세를 갖추었다. 뛰어난 재주꾼인 딘은 그가 나서야 할 타이밍이 언제라는 걸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그 타이밍이라는 걸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딘은 일절 두 사람의 다툼에 관여하지 않았다.
모습을 감추고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일 때문에 어디 멀리 떠나 있던 것도 아니었다. 고장난 TV 안테나를 고쳐보겠다고 지붕 위에 올라갔다가 실수로 사다리를 걷어차 오작가작 못 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 그는 지하 감옥에 갇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딘은 샘이 가방을 꾸리든 말든 일절 모르는 척했다.
떠나지 말아달라 애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화를 내며 들고 있던 가방을 빼앗을 거라 상상했는데.
침묵했다.

대학에 갈 거라고 딘에게 미리 언질을 준 적도 있다. 집을 나가겠다는 결심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다만 그게 언제냐가 문제였을 뿐이다. 말린다고 그대로 주저앉을 샘이 아니었다. 딘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며 팔을 잡으려 들었다면 단번에 뿌리쳤을 거다.
그런 주제에... 얼굴을 보이지 않은 딘에게 심한 배반감을 느꼈다.
「내가 집 밖으로 나가는데도 형은 내다보지도 않았어. 딘은... 날 안 봤어!」
샘이 그들을 버린 거다. 존과 딘을 그곳에 버리고 떠나왔다.
정말로 그런가.
샘은 동요했다.
어쩌면 그 반대가 아닐까.
소리를 내고 뚝 끊어져버린 그 무엇...
딘은 떠나는 동생을 향해 작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토록 원하던 대학으로 오고 나서도 샘은 행복하지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가끔씩 악몽에 시달렸다.
그 내용은 늘 똑같았다. 쓰레기통에 겨울 외투와 신발 두 켤레를 버린다. 손바닥을 탁탁 털고 속 시원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샘은 그 모습을 우두커니 서서 지켜본다. 물건을 버린 사람은 그가 아니라 딘이다. 그리고 형은 뒤돌아 태평스런 목소리로 존에게 질문한다.「이거 말고 더 버릴 건 없나요? 아버지.」그때마다 샘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 벌떡 깨어났다. 뿐만 아니라「싫어! 그러지 마! 왜 버리는 거야!」라고 소리도 질러댔다. 제시카의 증언이다.
「어떤 건지 몰라도 대단히 마음에 들었던 외투였었나봐, 자기.」
그래서 제시카가 마음을 담아 샘에게 선물한 첫 번째 물건이 바로 겨울 코트였다.

2년이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그 딘이 전화도 걸지 않았다.
혹시라도 은행을 턴 건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의 수상한 돈뭉치를 들고 직접 나타나기 전까지, 샘은 딘이 동생이라는 자신의 존재를 철저하게 말살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여어, 얼간이. 어디서 귀신이라도 봤냐. 하얗게 질려가지곤.」
전혀 짐작 못 했다. 뜬금없이 나타나 그는 웃었다. 거칠거칠하게 수염이 돋아난 뺨을 긁으면서 바보처럼 미소를 지었다.
「왜 나타났어, 딘. 여긴 뭐하러 온 거야?」
2년만에 얼굴을 본 형이 반갑기는커녕 당장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샘은 그제야 자신이 마음속 깊이 상처 입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꺼져.」
「알았어.」
딘은 담백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담백했다.
「돈도 도로 가져가.」
「아니. 이건 여기다 두고 갈게. 정 필요 없음 버려.」

송두리째 말라버렸다고 생각한 눈물이 사실은 바다 만큼 남아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샘은 술을 마셨다. 이대로 죽어도 괜찮겠다 싶도록 마시고 또 마셨다. 그리고 주정했다.
「나쁜 놈. 필요 없음 버리라고 딱 잘라 말 하다니.」
마음이 너무나 아파 길거리 한 복판에 엎드려 누워 엉엉 울었다.
일주일 뒤에 딘이 안부 전화를 걸지 않았다면 샘은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너무나 속상해서, 외로워서, 미칠 것 같아서 죽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딘은 태도를 돌연 바꿔 전화를 여러 번 걸어왔다. 메시지도 남겼다. 안녕, 잘 있니, 시험은 잘 봤니, 아빠는 건강하셔, 나도 잘 있어... 그 답게 가끔은 철자도 틀렸다.
물론 샘은 딘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형이 걸어오는 전화를 받으면 그토록 고생하며 일궈낸「평범한 일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것임을 그는 잘 알았다. 그래서 무시했다. 더 이상 버려진 외투와 신발 두 켤레의 악몽을 꾸지 않음에 만족하고 귀를 막았다.
귀를 막았다... 귀를 막았다...

샘은 걸음을 멈추고 모텔이 있는 쪽을 돌아다 보았다.
이젠 너무 멀어서 간판의 불빛조차 알아보기 힘들었다.
모든게 혼란스럽다. 가슴을 윽죄는 애절함에 목이 매였다.
『이 바보 멍청아아아아~!!』
고통 섞인 울부짖음에 근방을 지나가던 운전자가 급 브레이크라도 밟은 모양이었다. 끼익 하고 타이어가 지면을 긁어대는 소음이 희미하게 빗방울 속에 녹아들었다.

Posted by 미야

2007/05/31 01:24 2007/05/3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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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관 모양 가방

퇴근길에 빨간색 관 모양의 가방을 매고 있는 남자아이를 봤다.
각트 팬인가... 순식간에 지나쳐 아쉽게도 뒷모습밖에 못 봤다.
우와! 등에 작은 관이 매달려 있어... (<- 눈이 하트가 되었다) 뚜껑만 열면 로젠 메이든 되는 건가. 달려가 관을 열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간 진짜 광년 되었겠지.

http://rebirthday.co.kr

검색해보니 여기서 판 물건. 이미 품절... (콰광) 안녕 프란체스카였다. 하하하. 드라마를 보지 않아 미처 몰랐음.

대중교통을 이용할만한 패션 아이템은 결코 아니라고 본다.

PS : 슈퍼내츄럴 회지 예약은 안 하나욤?

Posted by 미야

2007/05/29 21:42 2007/05/2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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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허락된 글자를 다 읽어버렸다. 다음 달 구매일까지 손가락만 쪽쪽 빨게 생겼군... 아무튼 요즘은 괴로운 일 투성이다. 달력을 노려보며 <채액~ 채액~!! 책책책~!!> 울부짓고 있으시다. 도서관에서 퍼질러 앉아 미친듯이 글자를 읽어대던 시절이 그립다. 사는데 도움을 줄 공부는 전혀 안 하고 쓸데없는 책을 읽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만... 에라, 모른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은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 부족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해봤다. 캐발랄한 이야기에 개성적인 등장 인물들, 마지막까지 재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가 부족하다. 어째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둘겨봤다.
그리하여 나는 선언한다. 범인은 바로 당신!

* 여기서부터는 네타레바입니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의 두 주인공 중의 하나인 교텐이라는 인물을 창조함에 있어 작가는 실패했다. 그러니까 A와 B의 갭이 너무 커서 교텐이라는 인물이 붕 떠버린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졸업할 때까지 교텐이 입을 열어 말한 것은 <아야!> 라는 말이 전부다. 그것도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대형 사고였다.
그런데 십수년이 흘러 이놈의 인물은 맨발의 건강 샌들을 신고 느닷없이 버스 정류장에 나타나선 다다의 식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는 주인이 버리고 간 치와와를 두고 <목을 졸라서 쓰레기 버리는 날에 버리면 들킬 염려가 없다> 라고 당당히 말한다. 마약쟁이 모리오카 신을 보곤 손가락을 V자로 펼치고는 <신짜아아앙~!!> 이라 외치며 눈을 찌르러 달려간다.
댁은 누구쇼? 라고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냥 특이한 사람이라고?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학대받아 맛이 갔다고? 농담하냐.
다다가 기억하는 교텐과 지금의 교텐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몰입이 되지 않는다. 뭐, <사람은 누구든 변하는 법입니다> 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서도... 책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교텐이라는 인물을 짐작할 수가 없다.
주인공 빼고 반면 주변 인물들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대단히 기이한 느낌을 준다. 양아치 호시라던가, 아용 발음의 자칭 콜롬비아 매춘부라던가, 집앞을 지나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을 감시하는 오카라던가 하는 인물들은 톡톡 튄다. 조연이 주연을 잡아먹은 격이다. 그래서 캐발랄한 이야기들은 아쉽게도 살짝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뭐, 그래도 1시간의 즐거움이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개그에 정신 없이 읽어댔다. 그래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면... 쩝.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뭐, 어쨌든 다음 달까진 질러라 책은 불가능이고.
당분간은 <우부메의 여름> 부터 <광골의 꿈> 까지 다시 읽으련다.
장광설이 고파, 장광설이~!!

Posted by 미야

2007/05/28 21:03 2007/05/28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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