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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밥 하려면

우리집은 목숨을 걸고 늘 아침밥을 먹는다.
엄마가 이모랑 룰루랄라 놀러간 지금, 오로지 나홀로 아침 밥상을 차려내야 하는 이 마당에 자명종을 과연 몇 시에 맞추고 잠을 자야 할 것인가를 두고 잠시 갈등한다.
.......... 6시? 아님 5시 40분?
저녁에 먹은 반찬 그대로 먹고, 아... 밥은 회사 다녀와서 저녁에 해도 괜찮겠다. 퇴근하고 돌아와서 쌀 씻어놓고, 두부랑 오이를 사자.

살림하는 분들, 존경합니다. 엉엉.
청소와 세탁까지 연계 플레이가 되면 숨 막힌다.
여기다 직장일에 육아까지 해내는 엄마들은 원더우먼이다.
그게 가능은 한 건지.

Posted by 미야

2007/05/01 23:11 2007/05/0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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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의 날이라는 건 좋군요. 랄라라라~ 러브리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기분이 대단히 언짢은 것이 분명한 가죽 재킷의 청년이「캐빈 쉐퍼드 씨?」라고 이름을 묻는 것과 동시에 경찰 신분증을 덥썩 내밀었다. 서류뭉치를 품에 안고 거래처를 향해 걷던 캐빈은「지난 주에 발급받은 신호위반 범칙금을 여지껏 납부를 안 했던가?」생각하며 걱정스런 표정부터 지었다. 동시에 그놈의 범칙금 때문에 일부러 사복 경찰이 직접 얼굴을 들이밀었다는 점에 저항감을 느꼈다.
미친 공무원 새끼. 전화부터 하면 어디가 덧 나냐. 나는 대단히 바쁜 사람이란 말이다.
그래도 선량한 시민인 캐빈 쉐퍼드는 공권력에 기꺼이 협조하며「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건가요, 보이든 형사님」이라고 공손히 되물었다. 평소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버릇 탓에 업체와의 미팅 시간까지는 아직 15분 정도 여유가 있었고, 그까짓 망할 범칙금따윈 당장 처리할 의사가 있었다.
째깍소리가 환청으로 들려오는 가운데 시계를 쳐다봤다. 자진 납부가 늦어지는 것에 대해 설교를 들어야 한다면 대략 2분이면 충분할게다. 저 사내의 성격이「단칼」이 아니라면 최장 5분... 희망을 버려선 안 된다. 미팅엔 늦지 않을 것이다.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급해도 다음부터 내가 과속 비슷한 걸 하나 봐라.
일주일 전에도 같은 맹세를 했다는 건 까마득히 잊어먹고 가슴을 쳤다.

순간 로버트 보이든 형사가 떫은 감을 통째로 씹은 표정을 했다.
와이프가 그를 향해「사탄」운운한 것이 가장 큰 원흉이라는 건 꿈에도 모르는 캐빈은 바쁘다는 투로 시계를 내려다보던 동작이 그의 심기를 상하게 만들었는가 보다 추측을 해볼 뿐이었다.
실수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예의바르지 않게 굴었다. 그래서 캐빈은 서둘러 차렷 자세를 취하고 잠시나마 시계 초침 돌아가는 소리를 못 듣는 척했다.
그걸 신호로 남자가 수첩을 꺼내들고 안에 적은 메모를 주욱 흝어내렸다.

『음, 그러니까... 선생이 세를 놓은 집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건 알고 계시죠?』
『무슨 문제요. 뿌리가 썩은 나무가 지붕을 덮친 것 말씀입니까? 그게 큰 일이었다는 건 압니다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된 것 아닌가요.』
『지붕 얘기가 아닙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젊은 형사 나으리의 질문은 과속딱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2분 안에 과연 모든 대화가 마무리될 수 있을까? 근심하며 이마를 접었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죄송하지만 제가 지금 부득이하게...」라는 식의 대화를 꺼내는 일 없으면 좋으련만.
불현듯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라는 걸까. 망가진 집의 수리는 얼마 전에 끝마쳤다. 업자와의 트러블은 없었다. 물론 견적서와 틀리게 나온 가격을 놓고 실랑이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거야 엄마가 나이 어린 딸을 향해「그놈의 흉측한 빨간 셔츠는 그만 입거라!」라고 호통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마지막엔 분명히 신사답게 악수도 나눴다.
캐빈은 차분히 손가락을 하나하나 헤아리며 아내와 같이 집을 둘러보던 기억을 되살렸다. 하수관에서 오물이 누출되는 기미도 없었고, 지반이 내려앉거나 하지도 않았고, 흰개미가 벽장 선반을 맛있게 먹어치운 것도 아니고... 고개를 흔들었다. 까놓고 말해 부부 공동명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집세 이외엔 별 관심이 없던 터였다.
이어진 질문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 그의 상상력 수준이 어떠하다는 걸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저어, 못된 애들이 장난이랍시고 담벼락에 페인트로 낙서라도 해놓은 건가요. 아니면 돌을 던져 유리창을 깨부수었다던가...』
『그보다 훨씬 더 고약한 건데요, 쉐퍼드 씨. 거실 일부가 멋지게 주저 앉았어요.』
『어이쿠!』
부릅뜬 눈과 벌어진 입,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보아 정말로 놀란 눈치다. 주먹으로 배를 한 방 맞았다는 투다. 손에 힘이 풀려 서류뭉치가 아래로 굴러떨어지려 했다. 보이든 형사가 그것을 지적했고, 간발의 차이로 미끌어지던 물건을 도로 끌어당겼다. 이것이 연기라면 그는 당장 브로드웨이 무대로 진출이 가능한 대단한 실력자다.

형사가 한쪽 눈썹을 활처럼 구부렸다.
『어라. 여지껏 모르고 계셨던 겁니까. 바로 어제 일인데요.』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뭔가 전화가 온 것은 같았는데... 하지만 집사람은 제게 그런 말은 하지 않았어요. 출근하면서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한게 전부입니다.』
헤에, 이상하다. 뭔가 핀트가 잘 맞지 않았다. 아내가 말을 안 해서 전혀 몰랐다고? 보이든은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계속 해보라는 투로 두 팔을 벌렸다.
캐빈은 다시 몸을 가누고, 침을 꼴깍 삼킨 뒤에 다시 말했다.
『부동산 쪽의 재정 관리는 아내가 전적으로 담당하고 있어요. 심지어 찰스턴로 23번지에 있는 2층집의 소유자는 제가 아니라 재니스입니다. 그런데 진짭니까, 형사님. 거실이 폭싹 내려 앉았다고요?』
『음? 소유자가... 아내라고요.』
형사는 쥐고 있던 수첩을 반으로 접어 품속에 도로 집어 넣었다.
『예. 집사람이 어려서 태어나 자란 집입니다. 외동딸이었던 재니스가 장인 어른으로부터 집을 물려받았지만 저와 결혼하고 나서도 그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았어요.』
그리고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망가진 집에 대해 근심하며 질문했다.
『그런데 거기서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거실이 무너졌다니, 말로만 들어선 엄청 심각한 것 같은데... 요즘 진짜 왜 이러냐. 가스 폭발이라도 있었나요?』
가스 폭발은 무슨. 잔뜩 화가 나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자 섬세하게 생긴 얼굴이 열 살은 더 어리게 보였다.
『제가 거기서 발을 쿵쿵 굴렀어요. 그랬더니 푹 꺼집디다.』
『예?』
『왜 놀라슈. 당연히 농담인데.』

사내는 시치미를 뚝 잡아떼곤「부근으로 수상한 사람이 어슬렁거린 일은 없었느냐, 손해 보험에는 가입이 되어 있느냐, 임대료 같은 것으로 언성을 높이고 싸운 사람이 있느냐」며 경찰이 해봄직한 형식적인 질문을 몇 개 던졌다. 캐빈은 기억나는 것 전부를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면서「얼마 전에 자동차를 후진하면서 접촉 사고를 냈어요. 음... 혹시 그 사람이 제게 원한을 가지고 해코지를 하는 걸까요?」라며 걱정했다.
『사고라고요. 그때 많이 다투셨나요, 쉐퍼드 씨. 아님 사람이 크게 다쳤다거나...』
『미등만 깨졌는데요.』
지랄염병하고 있네. 미등 갖고 살인 나디.
겉으로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젊은 법집행관의 표정은 걸작이었다.
『쯧쯧. 그럼 기껏해봐야 삿대질만 했겠네요. 그 정도론 원한을 가질 리가 없잖아요.』
『아무래도... 그렇죠?』
마지막으로 캐빈은 또다시 비용을 들여 집을 수리해야 한다는 사실에 넌더리를 내며「이참에 용한 무당을 불러 액땜이라도 해야겠어요」라고 불평했다.

늦은 점심 식사를 거의 끝마칠 즈음에야 딘이 건들건들 팔을 흔들며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브로콜리가 몇 개 남은 더러운 접시를 옆으로 치운 샘은 따뜻한 동료애 - 내지는 가족애를 느끼며 환영의 의미로 함박 미소를 지었다.
『기다렸어. 어서와, 딘.』
그래봤자 답으로 돌아오는 웃음은 없었다. 그의 형은 배고파 죽겠다는 얼굴로 쓰러지듯 해서 건너편 의자에 앉았다. 동시에 달각 스위치가 켜지면서 대략 18년 전에 녹음된 소리가 육만하고 삼천 일흔 다섯 번째로 재생되었다.
『야채는 왜 남겨, 이놈아.』
그가 웃어주지 않은 까닭이 아마도 야채 때문이었나 보다. 동생이 남긴 브로콜리를 손가락으로 집어올려 싹싹 해치우면서 잔뜩 내리깐 목소리로 야단을 쳤다.
『음식을 가리고 먹으면 키가 안 큰다고 그랬잖아.』
눈앞이 아찔해지는 내용이었다. 샘은 신음했다.
『딘. 여기서 키가 더 크면 똑바로 허리를 펴고 출입구를 지날 수 없게 되어버려.』
『그래서 일부러 남겼다고? 변명은 집어치워. 다음부턴 남기지 말고 전부 먹도록 해. 대답은?』
『.......... 응.』
다섯 살짜리 어린애 취급에 발끈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하지만「아예 걸리버 여행기를 쓰지 그러냐」라는 이죽거림은 목구멍 속으로 삼켰다. 죽도록 배고파 하는 딘과 그깟 브로콜리를 두고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대신 샘은 친절하게 메뉴판을 건내주며 자신이 먹은「스페샬 런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양도 푸짐하고 맛도 괜찮다. 가격도 적당했다.
『여기요?』
딘의 표정에서 긍정을 읽은 샘은 얼른 손을 들어 형을 위해 음식을 주문했다.

날아가는 동작으로 받아쓰기를 마친 웨이츄리스가 주방쪽으로 사라지기가 무섭게 샘은 손깍지를 끼고 딘과 눈을 맞췄다. 그게 꼭 강아지가 간식을 달라고 졸라대는 것 같아 딘은 가볍게 실소했다.
『어때. 뭐 건진 건 있어?』
딘은 기꺼이 자신이 알아낸 것 전부를 동생에게 알려줬다.
『캐빈이 아니었어. 그는 그 집에 지하실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더라. 차를 거칠게 몰고 다니는 나쁜 버릇만 빼면 너와 비슷한 수준의 바른 생활 사나이더구나. 털면 약간의 먼지는 나오겠지. 그치만 피 묻은 칼이라던가, 권총이라던가 하는 건 절대로 나오지 않을 거야. 거실 바닥이 꺼져 숨겨둔 진실이 드러났다는 내 말에 그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너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니까. 꼭 자동차 전조등 불빛을 정면으로 받은 멍청한 사슴 같더군.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 꼼짝도 않고 1분간 내 입만 뚫어져라 쳐다보더라. 난 그가 일순간이나마 그가 영어를 못 하는 거라 믿을 뻔했어. 그래서 말했지. 실례합니다. 당신, 영어 할 줄 아세요.』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던 것 같다. 킬킬 소리내어 웃다말고 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쉐퍼드 부부의 공동 소유도 아니었어. 주인은 재니스였어. 그렇지?』
『그래.』
『내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재니스가 일곱 살이 되었을 적에 가족 전부가 이사를 나왔어. 재니스 쉐퍼드의 처녀적 성은 애링턴이고 그들이 거기서 나온 건 1976년이야.』
『흐응, 어디서 많이 듣던 거잖아. 일곱 살... 그게 자꾸 맘에 걸리네.』
목이 말랐는지 딘이 물을 마셨다.
일부러 따라 하려고 한 건 아닌데 샘도 덩달아 갈증을 느끼고 목을 축였다.

『애링턴 부부는 어땠어? 샘.』
컵을 나란히 내려놓고 샘은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게 말이지... 잘 모르겠어. 짐 애링턴은 61세의 나이로 심장마비로 사망했어. 아내인 로지 애링턴은 그보다 두 해 전에 암으로 죽었고.』
『그건 너무 평범하잖아.』
『미안해. 평범한 죽음이라.』
『이상한 놈. 그걸 왜 네가 사과하니. 어쨌든 좋아. 그럼 애링턴 부부가 1976년 이후부터 살지 않았으면서 그 집을 팔지 않은 까닭이 뭔지는 알아냈어?』
『짐 애링턴은 눈에 띄는 갑부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재산가였어. 특별히 무슨 사연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투자라고 생각하고 팔지 않았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야. 주식, 채권, 양도성 예금증서, 골프 클럽 회원권... 거기에 문제의 주택도 끼어 있었던 거지.』

팔을 번쩍 들었다. 이어지는 건 자신의 능력 부족을 한탄하는 기다란 탄식이다.
『욕해도 좋아, 딘. 완전히 막혔어.』
『뭐야, 결국은 이거다 싶은 건 전혀 없었다는 거냐?』
『하늘에서 계시라도 내려왔음 좋겠다니까. 오전까지 내가 조사한 건 모조리 허탕이었어. 아, 나왔다. 식사는 이쪽이예요. 고마워요, 아가씨.』
맛있어 뵈는 프라이드 치킨을 딘 앞으로 밀어주면서 샘이 다시 말을 이었다.
『혹시 재니스에게 다른 형제는 없었나 알아봤는데 그것도 꽝. 애링턴 부부가 주술이나 마법에 심취했다는 증거도 없어. 짐 애링턴은 무신론자였고, 로지는 교회에 열심히 나가 많은 봉사활동을 했어. 겉으로 보이는 것만 봐선 햇빛 하나 안 들어오는 지하실에 아이 방을 만들 괴짜는 아니야. 섣불리 판단을 내리기엔 아무래도 단서가 많이 부족해.』

접시로 눈을 내리깔고 미친 듯이 포크와 나이프를 움직여 음식을 탐하던 딘이 흘끔 고개를 들었다.
『바비 아저씨께 조언은 구했고?』
『악마로부터 보호의 의미를 담은 문장이라는 건 아저씨도 동의했어, 딘.』
『그러니까 뭐시냐... 보호만?』
『부탁이니 먹는 도중에 포크를 들고 사람을 가리키지 말아줘.』
동생의 간절한 소원을 못 들어줄 것도 없었다. 감자를 찍어 입안으로 넣으면서 딘은 도로 먹는 일에 열중했다. 버터를 바른 롤빵도 맛있다. 콩 볶은 요리도 먹을 만하다. 파슬리는 별로다. 그래도 상관하지 않고 계속해서 입에 넣었다. 시장이 반찬이었는데다, 원래 그는 음식을 가리지 않는다.
『다응 의미응 업데?』
『입에 음식을 가득 넣고 말하는 건 실례야.』
『아우튼!』
『바비 아저씨는 이게 회색 마법의 한 종류래.』
『우?』
『자신이나 타인에게 육체적 혹은 비육체적인 도움을 줄 목적으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행해지는 마법으로 오늘날 서양과학이 이해 못 하는 수단을 사용하여 의지에 따라 변화가 일어나도록 하는 예술이며 과학이다 - 책에 나온 설명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래.』
『그러니까... 단도직입적으로 긍정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단, 바비 아저씨가 이 말을 덧붙였어.「안이냐 밖이냐의 차이가 여기선 매우 중요하다」라고.』
『이해가 잘 안 되는데, 샘.』
『권투 글러브는 권투 선수의 손을 보호하기 위한 장비야. 그렇지? 동시에 상대방 선수를 때리기 위한 도구가 되는 거야. 아저씨가 말한 안과 밖의 차이라는 거, 이제 이해가 가?』
거기까지 말한 샘은 너무 빨리 음식을 삼켜 호흡곤란까지 일으키게 된 딘에게 서둘러 물컵을 내밀었다.

Posted by 미야

2007/05/01 21:58 2007/05/0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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