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딴짓을 좀 하느라 예정보다 늦었습니다. 까마득히 잊어먹고 있었는데 글의 배경이 2007년 3월이예요. 도중에 덥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 자체가 치명적 실수... (창백)
저도 다른 분들처럼 가슴이 화아~ 해지고, 심장이 찌릿찌릿해지는 멋진 글을 쓰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단순한 부분에서조차 감당이 되질 않으니 영 글렀어요. ※


뜬금없이 여기서 어린아이가 왜 나와.
『갑자기 왜 그래. 저 집에 어린애가 있다니. 쉐퍼드 부부에겐 자식이 없다는 건 형도 잘 알잖아. 재니스의 의료 기록엔 출산 이야긴 없어. 딘! 제발 나랑 말 좀 해. 얘기를 하자니까. 응?』
샘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형을 통제할 수 없음에 - 마찬가지로 딘 또한 자신의 동생을 통제할 수 없음을 늘 불평하니까 피장파장이지만 - 땅을 치고, 가슴을 쳤다. 긴급시 단추 하나만 눌러「동작 그만」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장치를 발명하는 사람이 나오면 필히 노벨상을 주어야 할 것이다. 뭐, 철인 28호는 싫다며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할지언정 샘은 사비를 몽땅 털어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챙겨줄 의향이 있었다.

소매춤을 붙잡기도 전에 딘은 서슬 퍼런 표정으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갔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마지막 모히칸족 인디언 전사처럼 오른손엔 무시무시한 장총을, 왼손엔 손도끼를 들었다. 완전히 막무가내다. 그 뒷 모습에서 명백한 살인의 뉘앙스를 읽어들인 샘은 딘의 머리가 살짝 잘못되었다는 한 가지 가능성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저녁으로 먹은 햄 치즈 샌드위치가 상했다. 마트에서 괜히 20% 할인을 한게 아니다. 추측하자면 유통기한이 1년은 넘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그놈의 몹쓸 대장균은 사람의 아랫배가 아닌 머리를 공격하는 것인지? 샘은 카누를 타고 강 하류를 따라 내려가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도 만났다는 식으로 두 팔을 머리 위로 높게 올렸다.
『으아~ 이해가 안 가! 식중독에 걸리면 머리가 아니라 배가 아파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다고 여기서 외마디 고함을 질러대면 이웃들 중 누군가는 누가 부부싸움이라도 시작했나 싶어 호기심에 창문을 기웃거릴 것이다. 그러면 도끼를 든 수상한 사람을 눈으로 목격할 것이고, 한바탕 숨을 훅 들이마신 뒤에,《여보! 텍사스 도끼 살인마가 우리 동네에 나타났어!》호들갑을 떨다가, 결국은 숨 넘어가는 태도로 전화기를 찾을 것이다.
경찰과는 아무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이상 샘은 딘의 뒤통수를 향해「멈춰!」라고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엉거주춤한 것도 잠시, 산탄총을 품에 안고 성큼 걸음으로 형의 뒤를 따라갔다.

드라이아이스로 문지른 듯한 감각이다. 허리로 냉기가 자르르 타고 흘렀다.
햇빛 쨍쨍한 낮과는 완전히 달라 3월의 밤공기는 이가 시리도록 차가웠다.
더하여 고개를 뒤로 돌리고 동생이 잘 따라왔는지를 확인한 딘의 표정도 엄청 쌀쌀맞았다.

『샘? 이리 와서 여기 손잡이를 부수어라.』
『에엑?!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안엔 사람이 있다고!』
『그래서 뭐. 여기서 정중하게 초대장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자고?』
『초대장까진 바라지 않아. 그치만 좀 더 은밀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어. 우린 지금 너무 눈에 띄어!』
『무슨 말이 그리 많아. 부술 거야, 안 부술 거야.』
『으이그!』

산탄총을 거꾸로 들고 문의 손잡이를 세게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쇠붙이로 만들어진 걸쇠가 불투명한 울림을 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찌그러진 경첩이 성대가 망가진 고양이처럼 울어댔다. 동시에 딘이 오른 발을 들어 문짝을 세게 걷어찼다.
『샘! 넌 재빨리 거실로 가서 카펫을 치워!』
진입과 동시에 특공 대장이 호각을 불며 명령했다.
『맙소사. 집안에 있을 재니스는 어쩌고!』
『어쩌긴. 총으로 위협해야지. 그 일은 나에게 맡겨.』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인줄 알아?!』
악당으로 오해 받는 것과 정말로 악당이 되는 건 천지차이다.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나 퍼부어대면서 - 당연히 겉으로는 그 두 배로 악담을 퍼부어대면서 딘을 지나쳐 거실 쪽으로 몸을 날렸다. 카펫을 치우라고? 말이 쉽지. 그 이전에 소파며 커피 테이블 같은 부피 듬직한 가구들을 모조리 끌어내야 한다. 덧붙여 정리가 되지 않은 잡지와 신문이라는 소품이라는 것도 있다. 평소 집안 정리를 게을리한 가정주부가 있어 유리 주전자와 마시다 만 커피잔까지 올라와 있었다. 샘은 어쩔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깨지는 물건부터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철컥 소리가 나도록 총알을 장전하면서 딘이 악을 썼다.
『계집애 같은 자식! 네놈 엉덩이를 뻥 차주랴? 네가 무슨 출장 가정부냐! 조신하게 주전자까지 나르고 지랄이야!』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두꺼운 팔뚝 근육은 두었다 어디다 써먹을겨. 내가 허락할테니 한 번에 밀어붙여!』
말을 끝맺기가 무섭게 2층 침실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어깨로 푸른색 숄을 두른 재니스가 2층에서 총총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을 조준하는게 상당히 뒷맛 나쁜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는 단호한 자세로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큰 소리에 놀라 침실 밖으로 뛰쳐나온 재니스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걸 미처 감추지도 못 했다. 가뜩이나 새하얀 얼굴이 약품으로 표백한 종이처럼 변했다. 그녀는 짤막한 비명을 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혀가 굳었고. 손으로 입을 가렸으며, 자신의 머리를 정확히 겨누고 있는 총구에 경악했다.
샘은 그녀가 견기지 못하고 기절할 거라 생각했다. 정신을 놓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다리가 풀려 주저앉겠구나 여겼다. 하지만 그건 XX라는 염색체를 가진 생물이 의외로 강하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그녀는 샘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행동했다.

『꺄아악! 이 뻔뻔한 도둑놈!』
그녀는 당돌하게도 벽에 걸려진 액자를 잡아뜯고 그것이 마치 성스러운 엑스컬리버라도 되는 양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가죽 소파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는 곰 덩치를 향해 힘껏 던졌다.
날아오는 흉기에 소스라치게 놀란 샘은「무기를 들고 침입한 괴한에게 결코 격렬하게 저항하지 마십시오」라는 경찰의 홍보 팜플렛이 다 까닭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것이 세금 낭비의 결정판이라고 욕하던 나를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괴한이 쏜 총에 맞을 수 있다는 걸 새카맣게 잊었거나, 아니면 총알이 부드러운 밀가루로 만들어졌을 거라 굳게 믿는 눈치다. 그녀는 용감했다. 아니, 무모했다. 두 번째 엑스컬리버가 비수와도 같은 흉폭함을 띄고 날아왔다.
이제 치워야 할 의자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샘은 넙죽 엎드리며 머리를 보호하고자 두 팔을 들었다. 재수가 없어 모서리로 맞으면 피가 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악에 받친 사람은 평소보다 힘이 곱절로 세지는 법이다. 재니스의 눈동자로 수상쩍은 광채가 돌았다. 샘은 바로 그 점이 두려웠다.

『제발 진정해요!』
명백한 항복의 제스츄어에도 용서는 없었다. 쨍그렁 소리가 나면서 유리가 깨졌다.
『경찰을 부를테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
기세가 한풀 꺾여 몸동작이 둔해진 동생을 대신하여 딘이 이에 응수했다.
『그거 좋지. 불러! 당장 경찰을 부르라고.』
그는 재니스가 무기를 든 자신이 아닌, 가구를 치우려는 샘을 공격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곧 자신의 추측이 상당한 확률로 적중했음을 암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는 분명히 딘이 가지고 있는 장총이 아닌, 샘이 옮겨대는 거실 가구들로부터 만만치 않은 위협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 번째 엑스컬리버를 바위에서 뽑아낸 아더는 - 뭔 놈의 벽에 액자를 그리도 많이 걸어두었는지 그 소동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손에 쥐고 써먹을 수 있는 총알은 여전히 충분했다. -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서 왕의 상징을 높게 들어올리는 대신 몸을 둥글게 움추렸다.
백성들이여, 마법사 멀린이여. 아더는 지금 번뇌하고 있소이다.
좌우를 힐끔거리는 눈매는 그녀가 이 상황을 마음속으로 저울질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어쩐지 비열한 느낌을 주는 세로 모양의 잔주름이 그녀의 표정을 한층 더 음산하게 만들었다.
머뭇거리며 아더는 자신의 칼을 내려다보았다. 바위에서 뽑아낸 칼은 엘프의 피를 이은 음류시인이 노래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한낱 이끼보다 더 초라했다. 틀렸다. 이것은 전설의 무기 같은 종류가 아니다. 마법은 풀렸고 전설의 영웅은 사라졌다. 대신 그곳에 자리한 건 아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발가벗은 임금님이었다.

『뭐해요, 아줌마. 어서 경찰을 부르라고!』
딘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재니스는 전화기를 잡지 않았다.
침입자, 경찰, 그리고 숨겨둔 비밀.
세 명은 동시에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알았다. 이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경찰의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총을 어깨 높이로 들고 있는 딘이 이때다 하고 턱을 움직였다.
소리 없는 종용에 샘은 다시 가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재니스는 숨 죽여 우는 소리를 내며 계단 난간을 움켜잡았다. 금방에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은 좀약 냄새 지독한 오래된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을 찾은 노처녀처럼 흉칙했다.
애원하며 팔을 벌렸다. 불쌍히 여겨달라며 호소했다. 그래봤자 가슴에 꽃을 꽂은 젊은 청년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골단지를 피해 뿔뿔이 달아나느라 바빴다. 이를 본 바이올린 연주자가「당나귀 왈츠」를 신나게 켜는 것으로 그녀를 두 번, 세 번 조롱했다.

바짝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핥으며 탄식했다.
『제발 그만둬요! 당신네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알아요?!』
『당신이야말로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딘은 드디어 조각 러그를 치우고 카펫을 싹 걷어내기 시작한 샘을 곁눈질로 보았다.
정확하게는 그가 보고 있는 건 동생이 아니라 화장이 말끔하게 지워진 맨 바닥이었다.
미모의 이집트 공주를 보쌈하는 식으로 카펫을 돌돌 말다 말고 샘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의견을 구하려는 걸까, 그가 턱을 들었다.
나도 봤다며 딘이 눈짓했다.

이곳 바닥에도 무늬가 있다.
또다. 헥사그램이다.

재앙이 선포되어 두꺼비의 비가 대지로 내렸다. 차가운 파충류의 뒷다리로 얼굴을 얻어맞은 것도 아니건만 재니스가 의미가 불분명한 비명을 질러댔다.
『안 돼, 안 돼~!! 아직은 때가 다 차지 않았어! 만지면 안 돼~!!』
그걸 무시하고 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중에 세척제에 적신 솔로 마루를 박박 문질러 그 흔적을 지웠죠. 그건 무척 힘든 일이었을 거예요. 오로지 혼자서, 그것도 남들 모르게 닦아내야 했어요. 덕분에 둥글게 원 모양으로 나무가 상했죠. 그치만 위로 카펫을 새로 깔면 모든게 감쪽같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요, 당신은 이 모든게 성공적으로 은폐되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수 년동안 안심했어요...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른 뒤, 얼굴을 찌푸렸다.
『흔적을 지운다고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똑바로 기억하고 있었죠. 화상 자국처럼 머리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어요. 곰팡이 냄새, 지하실의 탁한 공기, 불러도 오지 않는 엄마, 절대로 볼 수 없는 태양... 그러니까 당신은 그게 옳지 않은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감옥 같은 곳에서 무려 7년 동안이나!』
비난의 빛을 띄고 딘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려 7년 동안이나! 바로 그 점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도대체 왜 그랬던 거죠?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그 집 지하에 갇혀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었잖아요.』
동시에 화가 나서 외쳤다.
『그게 어떤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게도 당신은 당신 부모님들이 그렇게 한 것처럼 똑같은 일을 했어요! 바로 이곳! 여기에서! 당신의 집에서!』
발을 굴러 헥사그램 문장을 짓밟았다.
『대답해! 어린 아이에게 뭔 짓을 저질렀느냔 말이다! 이 망할 잡년아!』

Posted by 미야

2007/05/09 21:54 2007/05/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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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앙

예뻐보이는 T셔츠와 청바지를 샀다.
입어보니.

작다.
작다.
대단히.
작다...

이불 끌어않고 잠이나 자기로 했다. 아니, 지금은 아침이다. 출근을 준비해야...
의욕이 도무지 안 생겨.

* 수정으로 덧붙이기 *
무려 560페이지에 이르는 - 읽느라 매우 행복했다 - 다이안 세터필드의 <열 세번째 이야기>를 다 읽었다.
거 뭐시다냐. 제목이 <다락방의 핀 꽃들>이었던가. 흘러가는 분위기가 그와 비슷하다.
그치만 난 이 책의 결론은 반칙이라 생각한다. 하나보다 둘이 좋고, 둘 보단 셋이 좋다는 이건 절묘한 반전도, 머리를 치는 히트 앤 런도 아니다.
아무튼 훌훌 털고... 그간 미뤄둔 끄적거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아융. 유령이 나온다는 고성에서 하룻밤 자고 싶다.

Posted by 미야

2007/05/09 07:24 2007/05/09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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