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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사기진지 캐릭터라고 해도 가끔씩 드러나는 빈틈이 장난이 아닌 분이죠, 리스는.

우리 사장님에게 꼬리 치면 안 되는 거예요, 멍멍.
물론 이럴 리는 없고요... 신념에 의거하여 규칙을 지켜나가던 카터가 법을 무시하고 능숙하게 흔적을 말살하는 모습을 보이자 "법을 어기는 재주를 타고 난 거 아니냐" 톡 쏘는 말씀을 하십니다.
당연히 카터는 짜증이 난 표정을 보여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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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의 반격은 만만치 않아서
"난 실력 좋아요. 그러면서 누구처럼 사람을 쏘지도 않죠." 갚아줍니다... 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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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님 말씀에 상처 받았음. 그리고 한참동안 멍 -
나는 능력이 없는 남자인가, 나는 아무나 쏘고 다니는 남자인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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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미야

2012/05/31 21:49 2012/05/3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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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17)

적이 계단 위에서 나타난 경우 : 곤란하다.
예전 군 복무 시절에 들었던 훈련 교관의 퉁명스러운 설명이 떠올랐다. 이 경우 곤란하다는 표현은 너무 많은 의미를 한꺼번에 함축하고 있어서 이를 접한 생도 또한 입장이 곤란했다. 다친다는 건가, 죽는다는 건가, 아니면 닥치고 작전상 후퇴라는 건가.
그보다 조금 더 친절했던 부사관이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나는 적의 다리를 쏠 수 있으며, 적은 나의 머리를 노릴 수 있다 : 잿밥 털리는 날이 된다.
덧붙여 악마 같았던 2인조는 어리버리한 훈련생들을 발길질하여 계단 아래로 굴러뜨렸다.

그렇다면 품속에 반자동 브라우닝을 숨기고 있을 저 사내도 나를 걷어찰 것인가.
리스는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멈추지 않고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그래, 일라이어스는 요즘 어떤가.』
『물어봐줘서 고맙군, 존. 두목은 건강하셔. 다만 최근 살이 7파운드나 불어서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계시지.』
여전히 두 손을 앞으로 모은 남자가 이쪽 눈치볼 것 없이 어서 올라오라는 눈짓을 했다.
물론 먼저 인기척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이쪽을 공격할 의향이 없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는 변덕스러운 성격이었고, 고음 처리가 유별난 이태리 오페라 같은 사람이었다. 상대방이 악수를 청한다고 아무렇게나 손을 내밀었다가는 독사의 어금니가 손바닥을 물게 된다. 기본적으로 그는 믿어선 안 되는 종류의 사람이었다.

이제 두 사람의 거리는 겨우 계단 다섯 개의 차이밖에는 남지 않았다.
『혹시 나에게서 좋은 다이어트 방법을 추천받고 싶은 건가.』
『아무렴 어때. 치즈를 잔뜩 넣은 라쟈냐는 이제 그만 끊는게 좋겠다고 설득하는게 먼저야.』
반자동 브라우닝이 골치가 아프다는 투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우리 두목은 저지방 치즈니까 마음껏 먹어도 괜찮다고 우기지. 건강에 좋지 않아요, 라는 이쪽의 충고따윈 한쪽 귀로 흘려버려. 하지만 뭐... 두목이 좋아한다면야.』
독사 같은 이 남자는 맹독의 애정을 가득 담아 그렇게 투덜거렸다.

특이한 사내다. 리스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리스의 판단에 의하면 저 사내가 움직이는 원동력은 기계적인 충성심이 아닌 다른 그 무엇인가다. 공포? 두려움? 틀리다. 그런 어두컴컴하고 불길한 감정이 아니다. 그와는 정 반대로 좋아하는 가수나 영화배우를 따라다니는 극성 팬의 심리와 매우 닮았다. 이 남자는 일라이어스에게 광적으로 반해 있다. 일라이어스라는 신화에 한껏 취해 있다. 너무 좋은 나머지 물불을 가리지 못하게 되었다. 일라이어스는 피리를 불고 독사는 음률에 맞추어 흔들흔들 춤을 춘다. 그리고 독니를 드러낸다. 희생자를 물어뜯는다. 리스는 휘파람 소리를 닮아 있을 피리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좌우로 흔들거리는 독사의 머리 움직임에 주목했다.

자, 그래서?
이게 다 무슨 소동인 거지, 일라이어스.

『미안하지만 수다는 나중으로 미뤄야 할 것 같군. 이 앞으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
『오! 미안, 복도가 좁아서 그런 거지 내가 일부러 가로막은 건 아니라고.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한다면 막지는 않겠네, 존. 어서 지나가게. 하지만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건 그다지 보기 좋은 구경 거리는 아닐 거야.』
『그게 무슨 뜻이지.』
동시에 건물 안쪽에서 한 남자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총성 없음. 몸싸움 기척 없음. 리스는 허리춤에서 권총을 꺼내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1, 2초의 간격 후, 다시 울부짖는 소리가 콘크리트 벽면을 할퀴었다. 첫 번째 비명이 날카롭게 찢어지는 소리였다면 이번에는 흥분한 코끼리에게 옆구리를 밟혀 납작하게 짜부라진 소리에 가까웠다. 간헐적인 흐느낌과 애원을 닮은 신음이 그 뒤를 이었다.
리스는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며 장갑을 낀 사내를 노려보았다.
다시 한 번 저 멀리서 아르멘다리즈가 숨 넘어가는 비명을 질러댔다. 피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울음이었다.

독사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냐고 묻는 시선이군. 그러면서도 알고 있어. 전부 다. 내가 설명할 필요가 과연 있나? 입만 아파질 것 같은데.』
리스는 비명을 쫓아 달리지 않았다. 대신 계산을 했다. 인원은 두 명 이상. 제압 완료. 아르멘다리즈는 이미 움직임을 제한받는 상태가 되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린치를 당하고 있다. 살해당할 것 같으냐고? 어쩌면. 하지만 일라이어스는 콜롬비아산 헤로인을 멋대로 유통시키려는 놈들에게 본보기로「메시지」를 보내고 싶어하는 거지 잔챙이 아르멘다리즈를 관 속에 처박고 싶어하는 건 아니다.

『나는 그를 경찰에 넘길 생각이야.』
『우리 두목도 그럴 생각이야, 존.』
『시체로?』
『우리 두목은 널 대단히 좋아하지. 내 마음엔 들지 않지만 두목이 널 좋아하니까 널 봐서 놈의 목숨은 살려둘 거야.』
『그렇다면 지금 멈추어야 해.』
『오, 걱정 말게. 금방 끝나.』

장담한 바 그대로 안쪽에서 문을 열고 거구의 사내 둘이 의기양양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가스통이 장착된 휴대용 네일 건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경찰보다는 구급대가 필요했다.
의료진들은 양 팔이 못 박힌 남자를 벽에서 떼어내기 위해 근육을 절개해야만 했다.

Posted by 미야

2012/05/31 21:11 2012/05/3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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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16)

후스코가 목소리를 잔뜩 낮추고 리스에게 일러바쳤다.
《쥐새끼가 텼어요.》
특수 기동대에서 아르멘다리즈의 아지트를 급습, 증거물을 획득하고 벽에다 총알 구멍 여러 개를 뚫어놓기는 했으나 정작 체포해야 할 대상은 진작에 낌새를 눈치채고 달아난 후였다.
이 졸렬한 보스는 자기 몸 하나 보전하겠다고 급습 정보를 숨긴 채 부하들을 미끼로 내버려 두었다. 부하들이 체포에 불응하며 총격전을 벌이는 동안 그는 휘파람을 불며 SUV 핸들을 조작하고 있었다. 뒷좌석에는 금괴와 현찰이 가득 들어간 가방이 들어가 있어 앞날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당분간 허리띠 졸라매어야 할 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긴 하겠으나... 아르멘다리즈는 운전석 유리창을 열고 바깥 바람을 크게 들이마셨다. 사업이라는 건 햇빛 쨍쨍한 날이 있는가 하면, 때 이른 가뭄에 시든 풀처럼 갑자기 고개를 떨구는 날도 있는 법이다.

《이 자식이 경찰 내부에 정보원을 두고 있다는 건 진작에 알고 있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그렇게까지 조심했는데도 정보가 새어나간 걸 보면 아르멘다리즈가 문 경찰이 보통이 아니라는 거겠죠. 덕분에 분위기가 매우 안 좋아요. 감찰팀 사람들이 잔뜩 화가 나선 누가 급습 정보를 흘렸는지 알아내기만 하면 얼굴 가죽만 남기고 회를 떠버리겠다고 장담하고 다니고 있거든요.》
통화하기가 영 껄끄러운 상태였던지 후스코는 일방적으로 자기 할 말만 마치고 전화를 끊었다.
그래도 리스는 불평하지 않았다. 사실 화장실 물 내리는 리얼한 소리를 전부 듣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으므로 오히려 리스는 후스코가 전화를 빨리 끊어준게 고맙기까지 했다.

『도망쳤단 말이지. 그럼 하는 수 없이 플랜B로 가야겠군.』
그렇게 혼잣말을 하기는 했으나 일이 이렇게 흘러갈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플랜A의 연장선이다. 영어를 전혀 모른다던 외국인 창부 스롤란이 사실은 영어를 할 줄 알며, 그녀가 내부 고발자가 되어 아르멘다리즈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 수 있다는 극비 내용이 누설되기까지 한 마당에 특수 기동대의 급습 정보가 그쪽으로 흘러나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문제는 그 끄나풀이 누구냐는 거다.

귀 안쪽으로 숨겨놓은 통화 장치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핀치?』
《2시간 전에 아르멘다리즈의 핸드폰으로 익명의 암호화된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누가 보낸 건지 확인할 수 있겠어요?』
《알아내려고 하는 중입니다.》
지금 쯤이면 모니터의 열린 화면으로 아담스 패밀리의 집사가 현란하게 연주하는 쳄발로 악보 모양새로 엄청난 정보들이 흘러내리고 있을 터였다. 그 앞에서 핀치는 안구 건조증으로 고통 받으며「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희곡을 읽고 있을 적의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라.
《400년 전처럼 밀납으로 봉인된 편지를 상대에게 보낸 뒤에 난롯불에 태워버리게 하면 모를까, 진정한 의미에서의 익명이라는 건 현대 사회에선 존재하지 않지요. 그보다 미스터 리스? 아르멘다리즈가 어디로 도망갔는지 알아낼 수 있겠습니까?》
『염려 마세요. 이럴 줄 알고 아르멘다리즈의 차에 위치 추적기를 몰래 달아두었습니다.』
《흠... 우리에게 각자 할 일이 생겼군요.》
그럼 서둘러라, 수고해라, 조심해라, 덧붙는 이야기 일절 없이 핀치와의 연락이 끊겼다.
약간의 서운함을 뒤로 한 채 리스는 미리 세팅해 둔 위치 추적기로 시선을 주었다.
아르멘다리즈는 외부로 주소가 노출된 적 없는 그만의「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이 부분이 가장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어째서 집으로? 설마, 위조된 여권을 가지러?
리스라면 지하철 유료 보관함 같은 장소에 여권을 숨겨두었을 것이다. 침실 서랍장 깊숙이 숨겨놓는 건 무모하다. 그런데 매우 놀랍게도 다수의 사람들은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맨몸으로 달아나기는커녕 집으로 돌아와 서랍장을 열고 갈아입을 여벌의 속옷따위를 챙기는 이상한 짓을 저지른다. 그러고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난주에 이미 다락방에서 여행용 가방을 꺼내놓았어, 참 잘 생각했지 - 웃기는 짓이다. 궁지에 몰렸을 적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야 하는 법이다. 집에 들려 소지품을 챙길 여유따윈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무언가에 홀린 듯이 집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길가에 주차된 검정색 SUV를 확인하고 건물 계단으로 향했다.
아르멘다리즈의 감춰진 둥지는 사무실 빌딩의 4층에 위치했다. 1층은 보험회사며 T셔츠를 파는 일반 점포가 입주해 있었고, 2층은 전당포, 3층은 비어 있었다. 꼭대기인 4층은 원래 주거용은 아니었는데 자물쇠 달린 셔터를 달아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복도식 맨션처럼 불법 개조를 해놓았다. 보이는 문의 숫자는 모두 둘, 엘리베이터 이용 없이 4층까지 곧장 올라가자니 이마로 땀이 솟았다. 물론 숨이 차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다른 이유로 땀이 났을 거라는 가정도 가능하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적막 속에서 길게 늘어진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리스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하나하나 계단을 밟아 올라가면서 상대방을 응시했다.
뺨에 난 길죽한 상처가 인상적인 사내였다. 리스는 긴장했다. 일라이어스의 오른팔이자 게슈타포와도 같은 남자 - 그는 장갑을 낀 두 손을 가지런히 앞으로 모으고 -
『냉동 트럭에서 고생한 사람치고 건강해 보이니 좋군. 우리 두목이 안부 전하라고 그랬네.』
책을 읽는 듯한 어조로 존에게 간단한 안부 인사를 전했다.

Posted by 미야

2012/05/29 20:35 2012/05/2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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