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미남 배우보다는 개성 돋는 중년 캐릭터에 반하는 경향이 없지 않으나...;;
"핀치 사장님, 꺄악 알라뷰~" 이건 정말 예상도 못한 일이라서 격하게 당황스럽습니다.
완전히 코가 꿰였음. 존 리스는 핀치의 농노가 되어야 함, 이러면서 사장님 만세 만만세라는 것을...;;

해롤드 핀치는 참 묘한 캐릭터입니다. 수 많은 가면을 가지고 있지요. 그 많은 가면을 일사불란하게 연기한다는 점에서 에머슨 찬양합니다.

제일 먼저 와닿은 핀치의 이미지는 이런 거였어요. "천한 것들" 이러면서 하계를 내려다보는 듯한...;;
이때가 리스가 부상을 당했을 때라 핀치 사장님이 카터 형사를 보는 눈초리가 곱지가 않습니다.
미소 띈 위장 꺼풀을 벗고 1대 1로 만나면 실제로 이런 모습일 거라는 생각이 팍팍 듭니다.
이 분은 타인에게 곁을 주지 않아요. 약혼녀가 있었다는 설정은 그래서 농담 따먹기 에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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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보스가 저런 눈초리로 쳐다보면 "넌 해고야" 라는 거죠.
천민은 입 다물고 한 번만 봐주세요 빌어야 하는 겁니다.
네이슨이나 윌을 대할 적에는 결코 이런 얼굴이 안 나오죠.

그런데 리스와 어느 정도 친해진 그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있습니다. 귀염귀염 열매를 잡수시고 헤엄을 칠 수 없게 된 몸이 되어버린 - 음? 그러고보니 형제가 수영장에 처넣어 억지로 수영을 배우게 했다고 그랬던가요? 드라마 초반엔 전화도 걸지 말라 그러면서 떽떽거리던 양반이 점점 표정이 풀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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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를 죽이고 싶어진 걸까요 - 라는 리스의 추측에 반응. 설마, 댁도 날 죽이고 싶어지고 막 그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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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질 환자용 도넛 방석이라 모양은 흉해도 써보시면 알아염. 고맙다는 인사는 나중에 해도 되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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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게 한 에피소드에 왕창 나온다는게 함정. 정말 알다가도 모를, 속 깊은 캐릭터.
막 납치하고 싶은 거다... 흙흙.


멋대로 해석하자면  * * *
네이슨 : 유일하게 믿는 대상. "신뢰하고 있어요" 라는 얼굴을 하고 대함. 으앙, 네이슨.
윌         : 애정을 표현하면서도 위장용 얼굴을 할 때가 많음.
카터     : 원래 우린 말을 섞을 사이가 아니죠, 라며 반사시킴. 상대가 여성이라서 일단 한 수 접고는 있음.
후스코 : 진화론의 다윈이 원숭이 쳐다보듯 할 때가 있음.
리스     : I'm so sorry.
기타     : 격식을 가지고 대하지만 곁을 허락하지 않음.

Posted by 미야

2012/05/17 21:52 2012/05/1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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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서 케빈 채프만을 검색해 보았어효.
영화 미스틱 리버는 보지 않았는데요. 사진이 분위기 있게 잘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체중을 줄이고 수염 기르면 멋질지도... 그래도 후스코와 리스를 나란히 세워두는 건 반댈세. 죄송해요.

Posted by 미야

2012/05/17 19:32 2012/05/1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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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라는 건 말이죠, 미스터 리스. 권총을 입에 물고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만 있는게 아닙니다. 때로 어떤 이들은 타인의 손을 빌려 교묘하게 자신의 죽음을 초래하지요.』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핀치가 말했다.
『왜냐하면 대다수의 종교에선 자살이 죄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국 열쇠를 가진 베드로를 속이려면 약간의 사기를 쳐야만 하는 것이죠.』

- 그 천국 열쇠라는게 예수 그리스도 호주머니에 들어가 있는게 아니었단 말인가.
장례식이 아닌 이상 교회에 들어간 적이 없는 리스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종교와 신학에 무지했던 그는 궁금함을 해소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대신 얌전히 입을 다무는 편을 선택했고, 따라서 핀치는「이번에도 고용인에게 무시당함」에 이마를 찡그려야 했다.

물론 그의 얼굴이 구겨진 건 읽고 있는 책의 내용 탓도 있었다.
망할 컷-업-테크닉. 약에 취한 윌리엄 버로스의 독특한 저술 기술은 이야기를 꼬고, 비틀고, 두드렸다가 독자가 토기를 느낄 즈음에 도로 제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나마 가끔은 원 위치로 안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타자기가 바퀴벌레로 변신하는 기괴한 환상에 동조하고픈 생각 자체가 없지만 이야기의 줄거리 정도는 기승전결에 따라 정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게 핀치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하아, 이것 모두가 미친 바퀴벌레가 우주 안테나로 인간에게 선포한, 평화로운 항문 운동을 위한 주체 선언문으로 보였다. 그러니까 제목을「벌거벗은 점심」이라고 하지 말고 신 자유주의 바퀴벌레 선언문이라고 고쳐야...

무심결에 내뱉은 핀치의 한숨을 다른 방향으로 오해한 리스는 청소 중인 베레타가 핀치의 시야에 안 들어가도록 비스듬히 몸을 돌렸다.
그의 고용주는 총을 대단히 싫어한다. 도서관 서가의 빈 장소로 여벌의 무기를 숨겨두는 것도 혐오한다. 그러나 그들의 일이라는게 무기 없이 맨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기에 리스는 시간이 허락될 적마다 총기류를 점검하고 꼼꼼하게 정리해뒀다. 특히 자주 사용하는 종류는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닦고 기름칠했다. 일련번호가 지워진 낡은 베레타 92F는 리스가 가장 아끼는 것으로 이것을 손질하는 것만으로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되었다. 뭐랄까, 비유하자면 유리창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청소했을 적의 쾌감을 닮았달까.

『그런데 베드로가 그렇게 쉽게 속아 넘어갈까요. 그는 성인(聖人)이잖습니까.』
『기본적으로 속지 않겠죠, 미스터 리스. 하지만 성인이니까 전후 사정을 다 꿰뚫어보곤 눈을 감아줄 겁니다. 그러니까...』핀치가 책에서 짐짓 얼굴을 들었다.
『그러니까 제이크는 남의 손을 빌어 자살한 것이고, 리스 씨는 그 일에 대한 죄책감을 가질 까닭이 없습니다 - 라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덧붙여 천국이라는 곳이 그렇게 완벽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군요. 서류상 죽은 것으로 되어 있는 우리들도 이승에서 멀쩡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천국에도 그런 류의 빈틈이 어딘가에 있을 겁니다. 여동생을 아끼고 사랑한 제이크를 위한 그런 빈틈 말입니다.』

그야 하느님 나라 컴퓨터를 해킹해서 천국 명부를 조작하는게 가능하다면야...
그 이전에 여러 가지 이유로 당혹스러웠다.
리스는 쥐고 있던 총기 청소용 브러쉬를 내려놓고 차렷 자세를 취했다.
『핀치는 천국의 존재를 믿어요?』
그게 무슨 뚱딴지 소리냐며 핀치 또한 정색했다.
『믿지 않습니다. 그건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진 인류 신화이잖습니까.』
리스의 눈이 더 커졌다.
『천국이 신화라고요?』
『정확히는 - 글쎄요.』
핀치는 귀찮아 죽겠다는 투로 손바닥을 좌우로 팔락였다.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에게도 크리스마스 선물은 기쁜 것이다, 이 정도로 끝내죠. 리스 씨에게 신앙이 없는 것처럼 저에게도 종교는 그다지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보단 슬슬 배가 고픈데요... 나가서 같이 식사라도 할까요. 저번에 먹었던 인도 요리는 어떻습니까.』
리스에게 의견을 묻는 것과 동시에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며 외출 준비를 서둘렀다.

핀치로서는 약간 후회스러운 점은 있었다.
언제 기분이 우울했느냐는 식으로 리스가 눈을 반짝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겉옷을 챙기기가 무섭게「산타클로스가 세상에 없다는 걸 몇 살 때 깨달았느냐」질문이 튀어나왔다.
그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여전히 유효한 탓에 핀치는 눈살을 찌푸리고 리스의 질문에 솔직히 대답해야만 했다.
『다섯 살때요.』
『정말요?』
제이크를 쏘아 죽인 후 처음으로 리스가 환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Posted by 미야

2012/05/17 13:28 2012/05/1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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