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줄거리는 알프스 정상을 향하여 멈춤 없이 진격하고 있긔 ※
『슈퍼 핫.』
『너에겐 안경이 필요해, 보이. 내가 입은 건 아줌마들도 질색하는 푸대자루 원피스라고.』
『그래도 무진장 섹시.』
『어랍쇼. 이 자식 눈 풀린 거 봐라.』
『나한테 윙크해봐요, 윙크. 입술 내밀고. 응? 젠슨. 한 번만 해봐요.』
『싫어. 졸라대지 마. 그러다 나한테 진짜로 반하면 곤란하단 말이야.』
『이미 옛날에 반했는데 뭐.』
지나가던 사람들이 낄낄대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제러드는 눈을 야리며 그들을 야단쳤다.
『내 여자 친구예요! 넘보면 죽을 줄 알아!』
거기에 맞장구치듯 젠슨은 가발인게 분명한 치렁치렁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넘겼다. 애교로 가운데손가락을 들어보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야유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가 더 커졌다.
『이것들이 간이 부었군. 방금 내 남자 친구가 하는 말 못 들었어? 다들 눈 깔아~♥』
여성의 가성으로 꽥꽥거리는 젠슨을 보고 세 명의 사내가 호흡 곤란을 일으켰다. 수염 자국이 퍼런 얼굴로 못 하는 짓이 없다. 그런데도 치켜든 손가락엔 정성껏 바른 빨간색 매니큐어가 선명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어머머, 잠깐만. 그런데 너 지금 뭐 하는 거니.』
소동이 벌어진 외야로 신경을 쓰다 말고 젠슨은 깜짝 놀랐다. 제러드가 손가락을 걸고리처럼 사용해 원피스의 목 언저리를 잡아당기고 그 속을 정신없이 훔쳐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브래지어 속을 아무렇게나 채워넣은 손수건의 모양새를 살피고 있었던 거지만, 어쨌거나 공공 장소에서의 속살 구경은 범죄다. 특유의 욱 하는 표정을 지은 젠슨은 찰싹 소리를 내어 그 손등을 후려쳤다. 오븐에서 막 꺼낸 과자를 탐내는 어린애를 혼내키는 식이어서 제러드는 움찔하고 몸을 움추렸다.
『허니! 아무리 몸이 달아도 그렇지. 이게 무슨 추태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좌우 모양이 짝짝이로 보, 보여서요. 맹세코 불건전한 생, 생각은...』
『쯧쯧! 얼굴 붉히고 말해봤자 아무도 안 믿어요. 그런데 정말로 짝짝이?』
되묻는 목소리가 은밀해졌다. 제러드는 그의 귓가에 대고 소곤거렸다.
『오른쪽이 더 커요. 안에 집어넣은 걸 다시 만져봐요.』
『젠장. 똑같이 두 장씩 넣었는데 왜 그렇담. 그나저나 이놈의 망할 뽕브라. 너 혹시 그거 아냐? 와이어가 들어간 건 완전히 흉기야. 받침대가 아니라 완전히 조임쇠더라니까. 족쇄에 눌린 것 같아 늑골이 아파 죽겠어.』
『가슴둘레 사이즈가 안 맞는 걸 차니까 그렇죠.』
『그려, 브라자 박사님, 쇤네 미처 몰라뵈었습니다.』
이젠 막 나가기로 작정했나 보다. 옷속으로 팔을 집어넣고 빨래판과 한바탕 읏샤읏샤라는 걸...
구경하러 모여든 여자들이 그 모습에 일제히 아우성을 치기 시작했다. 빙 둘러선 그녀들은 저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홀로 집에 남은 매컬린 컬킨이 되어 입술을 오- 모양으로 만들었다. 짖궂게 휘파람을 불어대는 남자들을 멀리 내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멀리 밀침을 당한 사람들 중엔「그녀의 남자 친구」제러드도 포함되어 있었다.
『왕언니! 그러면 안되요.』
『옷도 이게 뭐예요. 센스 부족이야. 이래선 허리선이 안 살아나잖아요.』
『그러지 말고 이 립스틱 발라볼래요? 요즘 유행하는 색인데 어울릴 것 같아요.』
『제가 귀걸이 빌려드릴게요! 이거 귀찌형이라서 귓불을 뚫지 않았어도 하실 수 있어요!』
『누가 거울 갖고 있는 사람.』
『저요!』
『왕언니, 우리랑 같이 화장실 가요. 더 예쁘게 해드릴게요.』
젠슨은 느긋한 표정으로 분첩을 꺼내들었다. 그리고는 보란 듯이 가루분을 볼에다 톡톡 두 번 찍었다. 꺅 소리가 우주 저너머까지 울려퍼졌다. 게중에는「좋아서」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도 나왔다.
『실례라고, 동생들. 난 지금도 충분히 예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물론 그래요~♥』
『백설공주가 예뻐, 아님 내가 더 예뻐?』
여자 스텝들이 하나같이 입을 맞춰 소리를 질렀다.
『꺄악~ 왕언니요!』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