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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제러드와 극중 인물인 샘의 이미지가 충돌하여 조금 복잡하다. 1시즌의 샘과 2시즌의 샘이 다르다는 점에서도 마구 헷갈리고 있다. 이건 작가의 잘못인가, 아님 원래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된 건가, 내지는 안경을 쓴 시력 나쁜 감상자의 단순한 착각인 건가?

어쨌든 그는 바른 생활 사나이다. 신용 카드 사기라던가 하는 일을 꺼려한다. 카드 게임으로 돈을 버는 형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그러는 주제에 열쇠는 기가 막히게 딴다.

뭐, 열쇠 따기는 억지로 배운 거라고 치고.

샘은 나름 룰이라는 걸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세상은 이치에 맞게 돌아가야 하는 것이고,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움직이길 강하게 원하는 느낌이다. (노인네 취향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가 법학을 공부하겠다고 한 건 아주 잘 맞는다. 좌측통행이라 한 번 정해지면 죽도록 좌측통행이어야 한다. 수퍼내츄럴한 우측통행은 무지 싫다. 일상생활에 대한 강력한 동경은 그 일상생활을 파괴하는 것들에 대한 강력한 혐오로 이어진다.

그러면서도 아부지가 결정한 규칙은 똥 씹어대듯 했으니 이 또한 묘한 언 발란스.

샘은 쉽지 않은 캐릭터다. (제러드 잘못도 있다고 본다)


★ 공부하면서 여자와 동거하는 학생... 나름「말도 안 돼!」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샘은 혼자 있는 걸 싫어했을 거라 본다. 보살핌을 받는 것에도 대단히 익숙하기 때문에 여자 친구와 동거하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자칫하다간 물 빨아들이는 스펀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쥰쥰은 샘이라는 캐릭터가 매우 부담스럽다. 본인은「나도 어른이야,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혼자서 척척 다 해낼 수 있어」라고 열심히 주장하지만 3초 뒤에 정색하곤「어디 안 가고 날 도와줄 거지?」라고 물어볼게 뻔하다. 막내는 아무래도 이중적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기적이다.


★ 결코 아니라고 주장하겠으나 이미 뽀록난 극악의 브라더 콤플렉스. 형이 여자랑 뒹구는 꼴을 못 본다. 뭐니뭐니해도 1시즌에서 딘이 푹 빠져 있던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못 했다고 깜짝 놀라는 장면에서 기겁. 아무리 형제라도 어떻게 그런 이야길 막 나누고 그러냐. 그런데 샘은 당연시 하고 있다. 설마... 형의 여자친구 이야기를 줄줄 꿰고 있는 거니?

물론 형은 엄마 대신이니까 의붓 아버지가 생기는 것에 격렬한 반감을 가질 법도 하긴 하지. 엄마가 낯선 남자와 키스하는데 가만히 있을 아들은 없다. 그치만 샘? 네 형은 엄마가 아니야.

샘이 존과 경쟁하는 건 완전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다. 딘은 파파존이면 꿈뻑 죽으니까 질투가 무럭무럭 피어올랐을 거다. 그 결과는 존에게 대드는 것이고, 싸우는 것이다.

뭐냐, 이건. 결국 누가 딘을 차지하느냐를 놓고 대결 무드였다는 거냐?

아무튼 샘은 아빠보다 딘을 더 믿고, 신뢰하고, 좋아한 건 맞다. 아빠가 더 소중했다면 1시즌 마지막에서 딘이「넌 울 아빠 아냐!」라며 존에게 총구를 겨눴을 적에 그런 반응을 보일 수가 없지.


★ 술에 무지 약함. 주정 심각함. 담배는 피우지 않음. 엑스타시 및 대마초 경험 없음.

워째 키스도 못 하는 것 같음. 배우의 연기가 미숙해서? 여자 앞에서 너무 뻣뻣하다.


★ 이 녀석은 총보단 칼이 어울린다. 형님이 아빠 찾으러 가자고 하니까 가방으로 요상하게 생긴 칼부터 챙기는 녀석... 제시카랑 살면서 그런 칼을 용케 숨기고 있었다는 점이 더 놀랍다. 그러나 몸동작이 그리 날렵하진 않아서 그런 건지 (폭소) 허공으로 힘찬 손가락질이나 하면서「형아, 저기 귀신!」이러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삽으로 무덤파는 일도 잘 안 해, 곡괭이 질도 잘 안 해... 손전등으로 불빛이나 비춰주는 우리의 근육맨. 훌륭한 팔뚝이 아까워 미칠 지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색하고 싸우려고 들면 정말 무서울 거다. 일단 그의 덩치는 곰이다. 앞발을 들어 적의 머리를 치면 단번에 목뼈가 부러질 거라 의심치 않는다.


★ 이건 좀 심각한 주제인데... 나는 샘이 아빠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된 시점이 딘을 대신하여 죽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놀랍게도 샘은 딘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점을 비난한 적이 없다.

물론 사고 당시 운전하고 있던 사람이 샘이었다는 점 - 딘이 죽었다면 샘은 자신이 형을 죽였다고 생각하고 괴로움에 몸부림쳤을 것이다 - 그리고 심장을 쏘라는 존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콜트로 다리를 쐈다는 점에서 본인의 과실을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형을 살리기 위해 아빠가 악마와 거래라는 걸 해버렸어!」라는 점에 분노를 느끼는게 정상이다.

다른 영화로 예를 들어보자. 절벽을 등산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딸과 아들, 아버지 셋이 자일 하나에 목숨을 매달고 있다. 줄은 세 사람의 몸무게를 이길 수 없다. 아버지는 자신이 희생하는 것으로 두 자녀를 살리려 한다. 딸은 울부짓고, 아들은 아버지의 목숨 줄을 끊는다. 아버지는 사랑한다고, 이것이 옳다고 말하고 지상으로 추락한다. 남매는 이후 얼굴도 안 보고 산다.

흥! 분노? 그런게 있기는 있었어? 오히려 샘은 심적 고통에 힘들어하는 딘을 혼신을 다해 위로한다. 먼저 영화를 예로 들자면 여동생이 괴로워하는 오빠를 끌어안고「오빠 탓이 아니야, 오빠를 사랑해」라고 말해준 것과 같다. 현실에선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여동생이 오빠의 얼굴에 침을 뱉는다. 그리고 셋이서 나란히 죽는게 나았다고 욕을 퍼붓게 된다.

뭐, 샘이 그런 짓을 저질렀다면 쥰쥰은 도시락 폭탄을 들고 제러드를 혼내키러... 이하생략.


★ 성격이 예민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잠도 잘 못자고, 아무거나 막 먹지도 않고, 싱크대에 더러운 양말이 있음 지랄한다. (하긴 나라도 지랄하겠다) 물건을 절대로 잃어버리지 않는다는 본인의 주장도 있겠다, 무지 꼼꼼한가 보다. 사실 막내는 물건을 줄줄 흘리는 법이다. 엄마나 형들이 곧잘 챙겨주기 때문이다. 그런 걸 보면 딘이 교육을 참 잘 시켰다.

샘의 마누라는 힘들겠다. 침대 시트가 헝클어져 있으면 무어라 잔소리할 것 같다. 아니, 그의 마누라는 편할 것도 같다. 마누라 앞에서 찡그린 표정을 짓느니 차라리 직접 청소하려 들 것이 뻔하다. (폭소) 아울러 그는 딘이 귀찮다고 겔름거리면 직접 빗자루와 걸레를 들었을 것이다. 진공청소기를 돌리고, 입으로 투덜거리며,「형, 그러고 있지 말고 다리 들어봐」이랬을 거다. 쓰레기통을 비우고, 세탁물을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도 시키고... 그런데 임팔라의 비밀 트렁크 정리는 손 놓은 듯하여 슬프다. 뭔 놈의 무기를 그렇게 대충 싸잡아 꾸셔넣고 다니는 건지. 딘이 위험하다고 못 만지게 하든?

그것보단 머리에 신경을 써주세요. 소가 핥은 머리스타일 싫어요.


★ 샘은 아이들을 좋아할까? 막내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 엄청 심각했을 그의 10대 시절. 폭풍과도 같았을 거라 생각이 든다. 집안 문제에 이성 교제, 학업 문제와 존의 강압적인 분위기 등등으로 완전히 꼬였을 거다. 아버지와의 말다툼은 딘이 진절머리를 냈을 정도다. 대략 어떠했을 거라는게 눈에 훤하다. 공부는 잘 해도 원래 이런 스타일의 아이들이 가장 다루기 힘든 문제아인 법이다. 다행히 친구는 많았을 거라 생각된다. 그리고「샘의 친구니? 반갑다. 난 샘의 형이야. 그런데 너에게 누나가 있니?」라고 말을 붙였을 딘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을 것이다.

Posted by 미야

2007/05/10 13:28 2007/05/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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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수 2007/10/31 13:11 # M/D Reply Permalink

    하하하하... 완전 동감입니다...ㅋㅋㅋ 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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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모는 엄마를 많이 닮았지만 의외로 파파존과 성격이 비슷하다. 소중한 물건에 대한 집착은 병적이지만 그 이외의 것은 필요할 적마다 구해다 쓰고 버리는, 일종의 헌신짝이다. 정을 주면 마지막에 괴로워지기 때문에 처음부터 벽을 세우는 경향이 없잖아 있음. 나는 존이 이것을 위해 일부러 귀여운 강아지를 일주일 정도 키우다가 다른 집에 버리고 오라 명령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봤다.


★ 극악의 브라더 콤플렉스. 바뜨, 샘보단 덜한. (샘은 무섭다)

간이고 쓸개고 샘이 달라고 하면 다 내줄 것이 분명함. 새미가 일곱 살이 될 때까지 한 침대에서 잤다고 생각함. (제발 그렇게 했기를 원함!) 공갈 젖꼭지 대신 우는 동생에게 자기 젖을 물려봤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음. (꺅! 뵨태~!) 하지만 설탕물에 조린 당과처럼 마냥 달콤하진 않았을 것임. 냉정할 적엔 냉정하고, 잘못을 혼내킬 적엔 존보다 더 무서웠을 거라 생각함. 엉덩이 껍질을 벗기는 것은 보통이고 훈련을 가장하여 때려눕힌 적도 많았을 거라 본다. 물론 딘은 훌륭한 형이자 어머니니까 이유 없이 주먹으로 호소하진 않았을 것이다.


★ 담배를 피우지 않음. (샘이 기침을 하기 때문에)

술은 진탕 마시는 편임. 체면상 술주정을 동생 앞에서 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리라고 봄. 알딸딸한 알콜 기운이 돈다 싶으면 아마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을까.

대마초 경험 있음. (샘이 따라할까봐 곧 그만둠)

엑스타시 경험 있음. (샘이 따라할까봐 곧 그만둠)

필로폰, 헤로인 등등은 경험 없음. (샘이 아빠에게 고자질할까봐 손을 대지 않음)

기타 좀도둑질 경험 다수.


★ 샘은 엎드려 잘 것 같고, 딘은 똑바로 누워 잔다? 알게 뭐냐.

일단 잠들면 시체. 2시즌에서 동생이 버럭 화내고 가출을 결행했을 적에 이 잠꾸러기는 눈치를 못 챘다. 샘의 행동이 워낙에 조용했겠지만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서면 보통은 깨어나게 되어 있다고.

수면 타입은 보통이거나 약간 많이 자는 스타일로 생각된다. 1시즌에서 전화가 삐릿삐릿 울렸을 적에 잠결에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고「여보셔~」대답한 건 샘이었다. 아무래도 예민한 동생님하가 형님보다 더 빨리 깨어나는 편이라는 건 확실하다.


★ 음식은 아무거나 먹는 편으로「먹을 수 있을 적에 무조건 먹고 본다」경향이 있다. 비상시 언제까지고 굶게 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서? (미리 먹는다고 에너지를 축적할 수 없다는 건 기본 상식이잖냐!) 음식을 남기거나 맛 없다고 타박하는 건 계집애 같은 짓이라고 생각함. 그러나 샘이 음식을 가려먹는 문제에 대해선 대체로 너그러운 편임. 왜냐면 샘은 계집애니까. (폭소)

갑자기「이거 먹어봐. 딜리셔수~」생각이 나는구먼.


★ 손재주는 훌륭하나 그림은 막대기 인간밖에 못 그린다. (그림을 대단히 잘 그린다고 묘사된 팬픽을 진작에 읽었더라면 이 부분은 보정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라디오를 빡세게 조립할 줄 아는 것과 장미꽃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건 많이 다르다. 감수성의 문제도 있다. 나는 딘이 대단히 메말라 있다고 본다. 소설책을 읽었겠어, 드라마를 봤겠어.

그러나 그는 영화광이다. 아울러 특정 부류의 음악에 매우 심취해 있다. 개발 가능성은 농후하다. (쓰고 보니 야하게 읽힌다)


★ 왜 딘은 비행기를 싫어할까? 발이 닫지 않으면 불안하다?「비행기는 추락하잖아」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사실 난 이 부분에 대한 팬픽도 구상해봤다. 어려서 서커스를 구경하러 갔다가 장난감 비행기 기구에 타자고 샘이 졸라대는 거다. 그러다 기구가 거꾸로 뒤집어졌고 딘은 허공에 매달린 동생을 죽을 힘을 다해 붙잡는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울부짓는 찰나 손이 미끌어지고 샘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다행히 광대 아저씨가 나이스캐치, 샘은 다치지 않는다. 이것의 정신적 데미지로 샘은 광대를 무서워하고 딘은 비행기를 싫어하는 거 아닐까... 한 번 써보고 싶은 이야기다.

그러나 나는 샘이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인「It(그것)」미니 시리즈를 보고 대단히 질려했다는 걸 짐작해보고 있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잇」은 큰 비가 내리는 날, 살인 광대 때문에 하수구로 흔적도 없이 빨려들어가버린 동생을 보고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형의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오래 전에 읽어 내용이 약간 다를 수도 있다) B급 호러 영화광인 딘이 이걸 안 봤을 리가 없고, 샘도 덩달아 같이 봤을 것이며, 광대가 동생을 죽였다 라는 설정에 딘이 어떤 반응을 보였을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종합평가 : 샘이 광대를 싫어하는 건 결국 딘의 작품이다.


★ 샘이 대학에 들어갔을 적에 아빠는 왔는데 딘은 한 번도 살피러 안 왔다?

이 부분은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난 딘이 줄창 전화만 걸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샘을 보러 왔다면 결심이 와르르 무너져 어떻게든 집에 같이 가자고 설득, 꼬심, 협박, 회유, 기타등등을 하려 들었으리라고 본다.


★ 그는 문제 청소년으로 학교 공부는 딴청이고 여자 친구는 수시로 갈아치웠다? 청소년기의 딘은 아직 상상해본 적 없다. 심각한 사춘기는 아마도 딘의 문제가 아닌 샘의 문제였을 것이다. 바닥을 기는 학교 성적과는 별도로 딘은 오히려 눈에 띄지 않는 조용한 학생이었을 수 있다. (물론 폭발하면 장난 아니었을 거다) 그러니까 내 말은 동급생 라커에 스프레이로 낙서하거나, 주먹질을 하거나, 하급생을 상대로 삥을 뜯거나 하는 일이 일절 없었을 테니까 - 그랬다간 존이 아들의 머리통을 망치로 때렸겠지 - 숙제를 버릇처럼 안 해와도 선생들은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미야

2007/05/10 10:41 2007/05/1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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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딴짓을 좀 하느라 예정보다 늦었습니다. 까마득히 잊어먹고 있었는데 글의 배경이 2007년 3월이예요. 도중에 덥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나온 것 자체가 치명적 실수... (창백)
저도 다른 분들처럼 가슴이 화아~ 해지고, 심장이 찌릿찌릿해지는 멋진 글을 쓰고 싶어요. 하지만 이런 단순한 부분에서조차 감당이 되질 않으니 영 글렀어요. ※


뜬금없이 여기서 어린아이가 왜 나와.
『갑자기 왜 그래. 저 집에 어린애가 있다니. 쉐퍼드 부부에겐 자식이 없다는 건 형도 잘 알잖아. 재니스의 의료 기록엔 출산 이야긴 없어. 딘! 제발 나랑 말 좀 해. 얘기를 하자니까. 응?』
샘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형을 통제할 수 없음에 - 마찬가지로 딘 또한 자신의 동생을 통제할 수 없음을 늘 불평하니까 피장파장이지만 - 땅을 치고, 가슴을 쳤다. 긴급시 단추 하나만 눌러「동작 그만」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장치를 발명하는 사람이 나오면 필히 노벨상을 주어야 할 것이다. 뭐, 철인 28호는 싫다며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버린다 할지언정 샘은 사비를 몽땅 털어 감사한 마음으로 돈을 챙겨줄 의향이 있었다.

소매춤을 붙잡기도 전에 딘은 서슬 퍼런 표정으로 반대편으로 길을 건너갔다.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마지막 모히칸족 인디언 전사처럼 오른손엔 무시무시한 장총을, 왼손엔 손도끼를 들었다. 완전히 막무가내다. 그 뒷 모습에서 명백한 살인의 뉘앙스를 읽어들인 샘은 딘의 머리가 살짝 잘못되었다는 한 가지 가능성밖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저녁으로 먹은 햄 치즈 샌드위치가 상했다. 마트에서 괜히 20% 할인을 한게 아니다. 추측하자면 유통기한이 1년은 넘었다.
그렇다고 해도 어째서 그놈의 몹쓸 대장균은 사람의 아랫배가 아닌 머리를 공격하는 것인지? 샘은 카누를 타고 강 하류를 따라 내려가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도 만났다는 식으로 두 팔을 머리 위로 높게 올렸다.
『으아~ 이해가 안 가! 식중독에 걸리면 머리가 아니라 배가 아파야 하는 거 아니냐고!』

그렇다고 여기서 외마디 고함을 질러대면 이웃들 중 누군가는 누가 부부싸움이라도 시작했나 싶어 호기심에 창문을 기웃거릴 것이다. 그러면 도끼를 든 수상한 사람을 눈으로 목격할 것이고, 한바탕 숨을 훅 들이마신 뒤에,《여보! 텍사스 도끼 살인마가 우리 동네에 나타났어!》호들갑을 떨다가, 결국은 숨 넘어가는 태도로 전화기를 찾을 것이다.
경찰과는 아무래도 사이가 좋지 않은 이상 샘은 딘의 뒤통수를 향해「멈춰!」라고 큰 소리를 낼 수 없었다. 엉거주춤한 것도 잠시, 산탄총을 품에 안고 성큼 걸음으로 형의 뒤를 따라갔다.

드라이아이스로 문지른 듯한 감각이다. 허리로 냉기가 자르르 타고 흘렀다.
햇빛 쨍쨍한 낮과는 완전히 달라 3월의 밤공기는 이가 시리도록 차가웠다.
더하여 고개를 뒤로 돌리고 동생이 잘 따라왔는지를 확인한 딘의 표정도 엄청 쌀쌀맞았다.

『샘? 이리 와서 여기 손잡이를 부수어라.』
『에엑?! 지금 농담하는 거지. 안엔 사람이 있다고!』
『그래서 뭐. 여기서 정중하게 초대장이 올 때까지 가만히 기다리자고?』
『초대장까진 바라지 않아. 그치만 좀 더 은밀하게 행동했으면 좋겠어. 우린 지금 너무 눈에 띄어!』
『무슨 말이 그리 많아. 부술 거야, 안 부술 거야.』
『으이그!』

산탄총을 거꾸로 들고 문의 손잡이를 세게 내리쳤다. 한 번, 두 번... 쇠붙이로 만들어진 걸쇠가 불투명한 울림을 내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찌그러진 경첩이 성대가 망가진 고양이처럼 울어댔다. 동시에 딘이 오른 발을 들어 문짝을 세게 걷어찼다.
『샘! 넌 재빨리 거실로 가서 카펫을 치워!』
진입과 동시에 특공 대장이 호각을 불며 명령했다.
『맙소사. 집안에 있을 재니스는 어쩌고!』
『어쩌긴. 총으로 위협해야지. 그 일은 나에게 맡겨.』
『그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일인줄 알아?!』
악당으로 오해 받는 것과 정말로 악당이 되는 건 천지차이다. 속으로 욕을 한 바가지나 퍼부어대면서 - 당연히 겉으로는 그 두 배로 악담을 퍼부어대면서 딘을 지나쳐 거실 쪽으로 몸을 날렸다. 카펫을 치우라고? 말이 쉽지. 그 이전에 소파며 커피 테이블 같은 부피 듬직한 가구들을 모조리 끌어내야 한다. 덧붙여 정리가 되지 않은 잡지와 신문이라는 소품이라는 것도 있다. 평소 집안 정리를 게을리한 가정주부가 있어 유리 주전자와 마시다 만 커피잔까지 올라와 있었다. 샘은 어쩔 수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면 깨지는 물건부터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철컥 소리가 나도록 총알을 장전하면서 딘이 악을 썼다.
『계집애 같은 자식! 네놈 엉덩이를 뻥 차주랴? 네가 무슨 출장 가정부냐! 조신하게 주전자까지 나르고 지랄이야!』
『그럼 나더러 어쩌라고!』
『두꺼운 팔뚝 근육은 두었다 어디다 써먹을겨. 내가 허락할테니 한 번에 밀어붙여!』
말을 끝맺기가 무섭게 2층 침실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어깨로 푸른색 숄을 두른 재니스가 2층에서 총총걸음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살아있는 인간을 조준하는게 상당히 뒷맛 나쁜 일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그는 단호한 자세로 무기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큰 소리에 놀라 침실 밖으로 뛰쳐나온 재니스는 날벼락을 맞았다는 걸 미처 감추지도 못 했다. 가뜩이나 새하얀 얼굴이 약품으로 표백한 종이처럼 변했다. 그녀는 짤막한 비명을 질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혀가 굳었고. 손으로 입을 가렸으며, 자신의 머리를 정확히 겨누고 있는 총구에 경악했다.
샘은 그녀가 견기지 못하고 기절할 거라 생각했다. 정신을 놓지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다리가 풀려 주저앉겠구나 여겼다. 하지만 그건 XX라는 염색체를 가진 생물이 의외로 강하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그녀는 샘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행동했다.

『꺄아악! 이 뻔뻔한 도둑놈!』
그녀는 당돌하게도 벽에 걸려진 액자를 잡아뜯고 그것이 마치 성스러운 엑스컬리버라도 되는 양 높게 치켜들었다. 그리고 가죽 소파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는 곰 덩치를 향해 힘껏 던졌다.
날아오는 흉기에 소스라치게 놀란 샘은「무기를 들고 침입한 괴한에게 결코 격렬하게 저항하지 마십시오」라는 경찰의 홍보 팜플렛이 다 까닭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것이 세금 낭비의 결정판이라고 욕하던 나를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괴한이 쏜 총에 맞을 수 있다는 걸 새카맣게 잊었거나, 아니면 총알이 부드러운 밀가루로 만들어졌을 거라 굳게 믿는 눈치다. 그녀는 용감했다. 아니, 무모했다. 두 번째 엑스컬리버가 비수와도 같은 흉폭함을 띄고 날아왔다.
이제 치워야 할 의자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샘은 넙죽 엎드리며 머리를 보호하고자 두 팔을 들었다. 재수가 없어 모서리로 맞으면 피가 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악에 받친 사람은 평소보다 힘이 곱절로 세지는 법이다. 재니스의 눈동자로 수상쩍은 광채가 돌았다. 샘은 바로 그 점이 두려웠다.

『제발 진정해요!』
명백한 항복의 제스츄어에도 용서는 없었다. 쨍그렁 소리가 나면서 유리가 깨졌다.
『경찰을 부를테다! 당장 내 집에서 나가!』
기세가 한풀 꺾여 몸동작이 둔해진 동생을 대신하여 딘이 이에 응수했다.
『그거 좋지. 불러! 당장 경찰을 부르라고.』
그는 재니스가 무기를 든 자신이 아닌, 가구를 치우려는 샘을 공격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이는 곧 자신의 추측이 상당한 확률로 적중했음을 암시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녀는 분명히 딘이 가지고 있는 장총이 아닌, 샘이 옮겨대는 거실 가구들로부터 만만치 않은 위협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 번째 엑스컬리버를 바위에서 뽑아낸 아더는 - 뭔 놈의 벽에 액자를 그리도 많이 걸어두었는지 그 소동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손에 쥐고 써먹을 수 있는 총알은 여전히 충분했다. - 작렬하는 태양빛 아래서 왕의 상징을 높게 들어올리는 대신 몸을 둥글게 움추렸다.
백성들이여, 마법사 멀린이여. 아더는 지금 번뇌하고 있소이다.
좌우를 힐끔거리는 눈매는 그녀가 이 상황을 마음속으로 저울질하고 있음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어쩐지 비열한 느낌을 주는 세로 모양의 잔주름이 그녀의 표정을 한층 더 음산하게 만들었다.
머뭇거리며 아더는 자신의 칼을 내려다보았다. 바위에서 뽑아낸 칼은 엘프의 피를 이은 음류시인이 노래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한낱 이끼보다 더 초라했다. 틀렸다. 이것은 전설의 무기 같은 종류가 아니다. 마법은 풀렸고 전설의 영웅은 사라졌다. 대신 그곳에 자리한 건 아이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게 될 발가벗은 임금님이었다.

『뭐해요, 아줌마. 어서 경찰을 부르라고!』
딘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재니스는 전화기를 잡지 않았다.
침입자, 경찰, 그리고 숨겨둔 비밀.
세 명은 동시에 서로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알았다. 이들 중 그 어느 누구도 경찰의 개입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총을 어깨 높이로 들고 있는 딘이 이때다 하고 턱을 움직였다.
소리 없는 종용에 샘은 다시 가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재니스는 숨 죽여 우는 소리를 내며 계단 난간을 움켜잡았다. 금방에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은 좀약 냄새 지독한 오래된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을 찾은 노처녀처럼 흉칙했다.
애원하며 팔을 벌렸다. 불쌍히 여겨달라며 호소했다. 그래봤자 가슴에 꽃을 꽂은 젊은 청년들은 빅토리아 시대의 유골단지를 피해 뿔뿔이 달아나느라 바빴다. 이를 본 바이올린 연주자가「당나귀 왈츠」를 신나게 켜는 것으로 그녀를 두 번, 세 번 조롱했다.

바짝 말라버린 입술을 혀로 핥으며 탄식했다.
『제발 그만둬요! 당신네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건지 알아요?!』
『당신이야말로 무슨 짓을 저지른 건지 알고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딘은 드디어 조각 러그를 치우고 카펫을 싹 걷어내기 시작한 샘을 곁눈질로 보았다.
정확하게는 그가 보고 있는 건 동생이 아니라 화장이 말끔하게 지워진 맨 바닥이었다.
미모의 이집트 공주를 보쌈하는 식으로 카펫을 돌돌 말다 말고 샘이 심각한 얼굴을 했다.
의견을 구하려는 걸까, 그가 턱을 들었다.
나도 봤다며 딘이 눈짓했다.

이곳 바닥에도 무늬가 있다.
또다. 헥사그램이다.

재앙이 선포되어 두꺼비의 비가 대지로 내렸다. 차가운 파충류의 뒷다리로 얼굴을 얻어맞은 것도 아니건만 재니스가 의미가 불분명한 비명을 질러댔다.
『안 돼, 안 돼~!! 아직은 때가 다 차지 않았어! 만지면 안 돼~!!』
그걸 무시하고 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나중에 세척제에 적신 솔로 마루를 박박 문질러 그 흔적을 지웠죠. 그건 무척 힘든 일이었을 거예요. 오로지 혼자서, 그것도 남들 모르게 닦아내야 했어요. 덕분에 둥글게 원 모양으로 나무가 상했죠. 그치만 위로 카펫을 새로 깔면 모든게 감쪽같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요, 당신은 이 모든게 성공적으로 은폐되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리고 수 년동안 안심했어요... 하지만!』
잠시 숨을 고른 뒤, 얼굴을 찌푸렸다.
『흔적을 지운다고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당신은 똑바로 기억하고 있었죠. 화상 자국처럼 머리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어요. 곰팡이 냄새, 지하실의 탁한 공기, 불러도 오지 않는 엄마, 절대로 볼 수 없는 태양... 그러니까 당신은 그게 옳지 않은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을 거예요! 감옥 같은 곳에서 무려 7년 동안이나!』
비난의 빛을 띄고 딘은 그녀를 노려보았다.
『무려 7년 동안이나! 바로 그 점이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요. 도대체 왜 그랬던 거죠? 일곱 살이 될 때까지 그 집 지하에 갇혀있던 건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이었잖아요.』
동시에 화가 나서 외쳤다.
『그게 어떤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을 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게도 당신은 당신 부모님들이 그렇게 한 것처럼 똑같은 일을 했어요! 바로 이곳! 여기에서! 당신의 집에서!』
발을 굴러 헥사그램 문장을 짓밟았다.
『대답해! 어린 아이에게 뭔 짓을 저질렀느냔 말이다! 이 망할 잡년아!』

Posted by 미야

2007/05/09 21:54 2007/05/09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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