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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서 아래로 흘리는 말

연쇄살인자 구보 슌코의 장례는 교고쿠도가 일본 신도의 방법으로 치뤘다.

<광골의 뼈> 라는 책에서 참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특히나 구보가 (악)신이 되었다고 표현하는 건... 책 이야긴 접고, 아무튼 엽기 살인마라고 해도 장례 만큼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흉악한 죄인이라고 해도 그 관속에 장미 한송이는 가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지은 죄를 보속하기 위한 여정 길은 앞으로 구만리다.



죽었으면 그 다음은 신이 심판한다.

인간의 영역에선 인간의 법을 따르고 신의 영역에선 신의 법을 따르도록 하자.

시체는 독이다. 씹어선 안 된다. 죽은 몸은 수습하여 저승으로 보내어야 한다.



별별 험악한 말들이 올라오는 넷-스페이스지만 정말 아니다 싶어질 때가 바로 이런 때다.

Posted by 미야

2008/03/12 14:57 2008/03/1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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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긴 한데 뭐가 더 귀찮은 걸까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 룹 횽님과 언뜻 비슷한 길이가 되었어라. 이제 이걸 워쩐다.

어릴 적부터 여자 분위기를 내지 못하게끔 길러졌다. 한복으로 갈아입고 사촌들과 찍은 오래된 흑백사진 속의 나는 놀랍게도 복건을 하고 있다. (<- 이도령 패션) 초등학교 입학식 사진은 일본 남자애로 보일 지경이다. (<- 반바지 정장)

당연히 머리를 기르는 것도 금지.

이발소에 다녀왔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짧게 자른 적이 많았다.



어쨌든 딸네미가 화장하는 것조차 질색하던 아버지는 이미 세상에 안 계시고.

늙으신 어머니는 딸의 머리카락 길이에 대해 푸념하기엔 기력이 딸리시고.

본인은 미용실 가는게 귀찮아 맨날 방바닥을 데굴렁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흘러 <어레?> 소리가 나오게 된 거다.



부끄럽지만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이 정도 길이가 된 것은 처음이다.

모든게 다 생소하다. 그러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에 봉착했다.



- 가방끈에 머리카락이 끼어 아프다. 가방을 어깨에 멜 수가 없어.

- 옷이나 지갑, 가방에 달린 지퍼에 여차하면 머리가 걸린다. 브래지어 끈에도 걸린다.

- 엉키면 죽음. 브러쉬에 들러붙은 걸 칼로 몽땅 도려낸 적도 있음.

- 샴푸 값에 린스 값, 너무나 비싸서.

- 끈으로 안 묶여, 핀으로 고정이 되질 않아. 여름은 덥겠구나.

- 스트레이트 파마를 하려고 했더니 마담 언니가 가격을 더블로 불러.

- 방안이 온통 머리카락 천지. 하나만 떨어져도 끝장. 그런데 청소는 하질 않거든.

- 화장실도 온통 머리카락 천지. 덕분에 가족들이 날 죽이려고 하고.

- 물 안내려가는 배수구 청소 해봤어? 난 해봤어.

- 출근 준비가 점점 오래 걸려. 드라이기로 머리 말리는 것만 20분이야.

- 자다 말고 한밤중에 거울 보고 악 고함 지르기.

- 이게 가장 문제인데 이제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거.



미용실 가기 귀찮아... 밥 먹기도 귀찮은데.

그런데 머리를 길게 하면 더 귀찮은 것도 같고... 뭐가 더 귀찮은 걸까.

Posted by 미야

2008/03/12 11:32 2008/03/1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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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3/12 17:55 # M/D Reply Permalink

    제 머리도 그대로 방치해뒀더니 아주그냥..
    숫사자가 뛰어와 '우리 친구할래?' 라고 하게 생겼어요 ㅠㅠ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릴때 흰 소복만 입으면 그분이겠구나 싶구요..
    미용실이 집 근처에 5개는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안가지는건지!
    여러가지 문제점들에 심히 공감합니다 ㅠㅠ

  2. elsra 2008/03/12 18:12 # M/D Reply Permalink

    머리가 긴 사람으로서... (허리까지...)
    여름에는 위로 확 올려 묶어버리는 게 좋아요. 긴 끈 말고 동그란 도너츠 모양 끈으로 묶거나 묶은 머리 양에 잘 맞는 크기의 똑딱이 핀을 큰 거 하나 사서 묶거나 두 개 다 활용해서 안에 끈으로 묶고 좀 큰 핀으로 끈 위에 고정을 하는 게 좋더군요.
    재주 있으면 올려서 핀으로 고정하기도 하는데 제가 하면 너무 아줌마 스타일이 되어서 전 그냥 묶기만 합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안 뻗치니까 긴 머리가 편해요.
    화장실 머리카락은 자주 청소해주는 수밖에 없고 전 머리 드라이로 안 말리고 수건 감고 있다가 대충 마르면 수건 벗고 머리띠하고 좀 헐렁하게 끈으로 묶고 있어요.
    전 미야 님보다는 조금 젊지만 예전에 50대로 머리 허리까지 오는 피아노 선생님께 배운 적이 있어서 보고 아는데 안 젊어도 머리는 기를 수 있답니다 ^^

  3. 미야 2008/03/12 19:38 # M/D Reply Permalink

    그분은 피아노 선생님이잖아요. (<- 예술가) 저는 일반인. ^^
    머리핀과 끈을 동시에 사용해보는 것도 괜찮겠네요. 집에서는 거 뭐시냐, 곱창밴드로 머리를 묶고 있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면 바닥에 떨어져 있더라고요. 귀신 산발하고 돌아다니면 편한데 설거지를 잘 하지 못하게 된다는 거... 물론 눈 감고 접시를 닦을 수는 있지만요. (설마 깬다고 밖으로 내쫒는 건 아니겠제)

  4. 2008/03/12 23:18 # M/D Reply Permalink

    비녀로 틀어올려도 멋있더라고요.^^ 연습 몇번하면 연필이나 젓가락; 볼펜등 막대기면 다 할 수 있어요. 예쁜 비녀도 팔고요. 여름에 아무거나 집어서 쓱쓱 머리를 올렸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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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완성본입니다. 종이에 그린 걸 참고삼아 포샵으로 다시 그렸어요. 강과 바위가 빠졌고... 꽃을 옮겨심은 부분도 있거든요. ^^ 웅덩이 두 개도 빠졌네요. 궈궈궈 소리가 절로 나는 꽃밭입니다. 나무가 별로 없죠? ^^

심시티를 참 좋아했구나 싶더라고요. 네모반듯한 구획도시... 쿨럭.

Posted by 미야

2008/03/10 14:07 2008/03/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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