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분전환용 습작입니다. ※
곧 죽을 사람의 소원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 딘은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긍정하며 턱을 끄덕였다. 형을 위해서라면 사하라 사막으로 푸른 강이 흐르게 하고 싶을 정도다. 아프리카 코끼리가 두 발로 서서 춤추게 만드는 건 아무것도 아니다.
그치만 그놈의 망할《마지막》소원이라는게 지금까지 수십 개가 넘었다는 것, 더하여 그 내용이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철저히 담을 쌓았다는 점이 샘으로 하여금 욱하게 만들었다.
입덧하는 아내가 한밤중에 딸기를 찾으면 귀엽기라도 하지.
뜬금없이 달 뒷면에다 거대한 황금 피라미드를 건설하라는 주문엔 기가 막혔다.
『뭐? 누가 어디에 뭘 건설하라고 했다고?』
식어빠진 감자튀김을 우걱우걱 삼키던 딘은「잠깐만!」소리를 지르며 끼어들었다.
『황금 피라미드?』
『지금 그렇게 말 했잖아요, 형님.』
『내가 언제. 너, 귓속에 두꺼운 거즈 같은 거 집어넣고 있냐. 뭘 어떻게 하면 얘기가 그렇게 해석이 되지?』
딘은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내가 말한 건《네가 검정색 실크 브래지어 입고 있는 걸 보고 싶어》라는 거였다고.』
그러니까 달 뒷면으로 피라미드를 건설하라고 한 거 맞잖아요. 샘은 노골적으로「이 문딩이 자식!」이라 욕하며 딘을 쏘아보았다. 세상에 어느 형님이 남동생에게 여자 속옷을 입히고 싶어하느냔 말이다. 놀려먹으려고 한 농담치곤 질이 나쁘다. 그것도 아주 나쁘다.
맞장구칠 기운도 없어 테이블에 벌려놓은 패스트푸드로 눈을 돌렸다.
눅눅한 햄버거는 냄새부터 역겨웠으나 어린애처럼 음식투정을 하기엔 현재 형제들의 지갑 사정은 매우 위태로운 상태다.「이런 쓰레기 같은 것밖에 먹이지 못하는 날 용서해」민망해하는 딘의 표정을 읽었기에 의무적으로 한 입 베어물었다. 옛 말에 배가 고프면 바퀴벌레도 날로 먹는다고 했다. 빠삐용과 비교하면 이건 양반이다. 가스렌지 위에서 위생적으로 조리가 된 고기, 그리고 빵이다. 집중하고 다시 이로 씹었다.
『주문할 적에 양파는 빼달라고 할 것이지. 내가 양파 싫어하는 거 잘 알면서.』
『이 형의 마지막 소원이야. 응? 한 번만... 응?』
『뭐야. 아직도 그 이야기야?』
샘은 이마를 찌푸리며 종이컵에 든 콜라를 마셨다. 그리고 엉뚱하게 답했다.
『그만해. 난 딘의 생각처럼 그렇게 많이 화가 나진 않았어.』
『어? 무슨 소리냐.』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르는 척하긴. 불가항력적으로 입술이 뒤틀렸다.
『형이 부른 쌍둥이 콜걸 말이야. 덕분에 알거지가 되었지만 난 용서했다고.』
정확하게는 100만분의 1 가량만 용서가 되었지 - 그렇게 중얼거리며 씹다 만 햄버거를 꿀꺽 삼켰다.
7대 죄악을 전부 짊어지고 있는 그의 형은 뒤틀린 욕망의 소유자라서 여자 둘을 동시에 데리고 으샤으샤를 할 만큼 정신이 썩었다. 그것도 일란성 쌍둥이 자매랑 한 침대에 누워 - 토기가 올라온다 - 섹스하는게 아무렇지도 않다. 솔직히 말해보랴. 대들보에 거꾸로 매달고 엉덩이를 세게 쳤음 좋겠다. 그리고 존에게 가서 따지고 싶었다.
도대체 아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예요, 아버지!
피클은 유통기한이 지난 것처럼 보였다. 곁눈질로만 흘깃 보곤 그 즉시 옆으로 치웠다.
『내 눈을 칼로 파버리고 싶었지만 말이야.』
다행히 애플 파이는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형이 그렇게 하고 싶다는데 내가 어떻게 말릴 수 있겠어.』
포장지를 벗겨 쓰레기통에 휙 던졌다.
『난 더 이상 무어라 할 자격도 없는 놈이야. 그러니까 형은 내 잔소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다 끝났고, 다 됐으니까 관점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려고 날 놀리지 마. 알아 들었어?』
딘은 필요 이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알아 들었어.』
하지만 바로 치고 나왔다.
『그런데 말이지, 새미.「네가 부라자 찬 거 보고 싶어」라는 소원과 그게 무슨 상관이니?』
『......』
이성의 끈이 뚝 소리를 내며 끊어졌다.
『그러니까아아~!!』
테이블을 손바닥으로 팡팡 내리치며 발끈했다.
『하이힐 신어봐, 랩댄스 춰봐, 마릴린 먼로 포즈 취해봐, 다리털 밀고 망사 스타킹 신어봐, 그딴 쪽팔리는 소원은 그만 빌라는 거얏! 이 멍청아!』
『너무해, 이 형의 마지막 소원인데... 새미는 냉정하구나.』
『냉정한게 아니라 제정신인 거닷!』
『음... 정말로 안돼?』
『안돼!』
그래봤자 딘의 손에는 이미 실크 브래지어가 쥐어져 있었다.
곧 죽을 사람의 소원 정도는 들어줄 수 있잖아 - 딘은 손을 모으고 합장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한다. 긍정하며 턱을 끄덕였다. 형을 위해서라면 남극 빙산을 모조리 녹여 아이스크림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럼 입어줄 거지? 응?』
『......』
하루라도 빨리 딘의 목숨이 1년밖에 안 남은 이 상황을 어떻게든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의미에서) 큰일이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