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허락된 글자를 다 읽어버렸다. 다음 달 구매일까지 손가락만 쪽쪽 빨게 생겼군... 아무튼 요즘은 괴로운 일 투성이다. 달력을 노려보며 <채액~ 채액~!! 책책책~!!> 울부짓고 있으시다. 도서관에서 퍼질러 앉아 미친듯이 글자를 읽어대던 시절이 그립다. 사는데 도움을 줄 공부는 전혀 안 하고 쓸데없는 책을 읽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있지만... 에라, 모른다.
<마호로역 다다 심부름집>은 135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괜찮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20% 부족한.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서 든 생각이 바로 그거였다.
왜 그럴까 한참을 생각해봤다. 캐발랄한 이야기에 개성적인 등장 인물들, 마지막까지 재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가 부족하다. 어째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둘겨봤다.
그리하여 나는 선언한다. 범인은 바로 당신!
* 여기서부터는 네타레바입니다.
고등학교 입학 이후 졸업할 때까지 교텐이 입을 열어 말한 것은 <아야!> 라는 말이 전부다. 그것도 새끼손가락이 절단되는 대형 사고였다.
그런데 십수년이 흘러 이놈의 인물은 맨발의 건강 샌들을 신고 느닷없이 버스 정류장에 나타나선 다다의 식객이 되어버린다. 그리고는 주인이 버리고 간 치와와를 두고 <목을 졸라서 쓰레기 버리는 날에 버리면 들킬 염려가 없다> 라고 당당히 말한다. 마약쟁이 모리오카 신을 보곤 손가락을 V자로 펼치고는 <신짜아아앙~!!> 이라 외치며 눈을 찌르러 달려간다.
댁은 누구쇼? 라고 진지하게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냥 특이한 사람이라고? 어렸을 적에 부모로부터 학대받아 맛이 갔다고? 농담하냐.
다다가 기억하는 교텐과 지금의 교텐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래서 몰입이 되지 않는다. 뭐, <사람은 누구든 변하는 법입니다> 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서도... 책의 마지막에 이르기까지 교텐이라는 인물을 짐작할 수가 없다.
주인공 빼고 반면 주변 인물들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대단히 기이한 느낌을 준다. 양아치 호시라던가, 아용 발음의 자칭 콜롬비아 매춘부라던가, 집앞을 지나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을 감시하는 오카라던가 하는 인물들은 톡톡 튄다. 조연이 주연을 잡아먹은 격이다. 그래서 캐발랄한 이야기들은 아쉽게도 살짝 균형을 잃고 비틀거린다.
뭐, 그래도 1시간의 즐거움이다. 정말 재밌게 읽었다. 일본 특유의 과장된 개그에 정신 없이 읽어댔다. 그래도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면... 쩝.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뭐, 어쨌든 다음 달까진 질러라 책은 불가능이고.
당분간은 <우부메의 여름> 부터 <광골의 꿈> 까지 다시 읽으련다.
장광설이 고파, 장광설이~!!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