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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류의 글을 자주 올리네욤. 캡춰 화면 하나 없는, 전반적 투덜거림입니다.


음... 드라마 작가들이 어떤 시스템으로 대본을 만드는가에 대한 지식이 없어요. 국내와 외국은 상황이 많이 다를 터이니 더더욱 모르겠군요. 아마도 이럴 것이다, 짐작만 해보지만 껍질을 까고 보면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미리 언급하는 바입니다.


처음 그 시작은 큰 줄거리를 잡는 것으로 시작하겠지요? 귀신을 잡는 미청년 퇴마사, 미스테리한 엄마의 죽음, 그리고 여자 친구의 죽음. 두 주인공을 강조해야겠으니 아빠는 어디로 멀리 도망간 것으로 하자. 그렇게 두 주인공 샘과 딘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겁니다.

하나는 덜렁댕이. 다른 하나는 깍쟁이. 둘 다 비슷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요렇게 해두고... A와 B의 칸에 각각의 요소를 적고 대립 형질을 채워넣는 거예요.

A : 와구와구.

B : 깨작깨작.

A : 여자라면 눈이 뒷통수로 돌아감.

B : 고지식한 성격.

A : 침대에 물건을 어지른다.

B : 정리벽이 있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대사 및 행동 패턴을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하다보면 캐릭터는 어느새 생명을 얻고 진짜처럼 살아나지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드라마 횟수가 거듭되면 될수록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부각된다는 거듸요. 네엥, 캐릭터는 발전도 하며 그 반대로 몰락도 합니다. 카톨릭 신자였던 경찰이 이혼을 당하고 폐인이 되었다가 6개월만에 겨우 독립된 홀애비 생활에 적응하게 되었다 - 라는 줄거리가 잡혔다면 그에 따라 캐릭터의 모습이 변형될 수 있다는 거예요. 연출자가「여자라면 꿈뻑 죽어요」라는 설정이 재밌다고 여기면 그 부분만 과장하기도 하죠. 평소에는 마초인데 마음에 들어하는 빵집 아가씨 앞에선 얼굴이 벌개져 어버버버 말을 더듬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추가 설정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캐릭터는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항상 진화합니다.


자, 다시 슈퍼내츄럴로 돌아가 보지요.

원래 이 드라마의 메인은 샘 윈체스터입니다. 모든 비밀은 샘이 쥐고 있고, 현재 많은 부분이 밝혀졌지만 아자젤이라던가, 엄마 메리라던가 하는 부분은 모두 샘에게로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걸 다시 말하자면 초기엔 샘 윈체스터에 대한 설정이 딘 윈체스터보다 훨씬 많았다는 얘기가 됩니다. 샘은 저렇다, 샘은 이러하다는 내용이 포스트잇 쪽지로 가득 채워져 벽에 붙어있었을 거예요. 상대적으로 빈약한 딘과는 다르게 말예요. 쇼에 참여하는 작가는 한 명이 아닙니다. 여러 명의 두뇌들은 기초 설정을 암기해서 샘의 대사, 그리고 그의 행동을 결정합니다.「음, 어쩌지. 이렇게 한 번 해볼까」의 여지가 많지 않은 것만큼 변화의 폭은 좁을 수밖에요. 성장판이 미리 닫겨진 것과 비슷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딘은 눈부시게 활동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① 샘의 보호자(엄마닭)입니다.

②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갑니다.

③ 여차하면 몸으로 때우는 스타일입니다.

라는 기초 설정이 아무래도 샘보다 딘을 눈에 띄게 할 수밖에 없거든요. 몸 동작이 크니 시선이 그리로 가는 건 당연해요. 형은 동생 앞에 서서「나한테 덤벼! 얘는 빼! 내 동생 건드리면 다 죽어!」이러고 있습니다. 샘의 키가 딘보다 훨씬 커도 뒤로 물러선 상태로는 작아보이죠. 거기다 젠슨 애클스라는 배우의 카리스마가 딘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무섭게 가속도가 붙습니다. 딘은 이러하다, 딘은 저렇다 라는 내용이 계속해서 포스트잇에 적혀져 보드에 추가됩니다.


이게 쌓이고 또 쌓이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하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샘 윈체스터를 도무지 모르겠노라.


제러드 파달렉키는 연기력 있는 훌륭한 배우입니다. 작은 표정의 변화와 흔들림으로 많은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배우는 흔치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그뉵 운동은 제발 그만뒀으면 하는 바람이...) 그래봤자 발로 적은 대본 앞에선 주인공은 빛을 잃고 망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샘은 점점 투명해지고 있고, 그림자가 흐려지고 있습니다. 납득할 수 없는 대사와 그렇게 하라고 지시된 행동들은 배우가 단독으로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제러드 파달렉키는 최선을 다해 샘을 연기하지만「혼자서 무덤도 못 파는 공주, 여차하면 비치질, 이기적인 막내」로 적혀진 포스트잇 앞에선 그의 노력은 무용지물인 거죠. 그리고 그 포스트잇의 숫자는 딘과 비교해서 지금은 그리 많지도 않습니다.


둘이 합쳐 윈체스터 - 이건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이 드라마는 발란스를 잃고 무너졌을테니까요. 누가 더 잘났고, 누가 더 못났고는 전~혀 소용이 없는 겁니다. 두 사람은 이미 윈체스터니까요. 형사물에서의 파트너 관계였다면 굉장히 아슬아슬했을 거예요. 하지만 둘은 피와 살이 같은 형제이고, 다른 하나가 없이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무척 기뻐요.


우리의 대머리 대마왕은 슈퍼내츄럴을 5시즌까지 찍겠다고 했습니다. 지금이 4시즌이니 이미 많은 길을 걸어왔어요. 그렇게 따지면 앞으로의 남은 행보는 많지 않군요. 소원이니 임시땜빵이빠이데스는 그만두고 제작진 회의를 충실히 해서 갈팡질팡 드라마를 굳건히 하고 화려하게 빵 터지는 멋진 엔딩을 맞이했음 좋겠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8/10/14 11:06 2008/10/1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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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쥬레스 2008/10/15 02:11 # M/D Reply Permalink

    슈내...5시즌은 대체 결말이 어떻게 날지..지금 같아선 암담합니다ㅠㅠ..

    진짜 샘 설정이 갈수록 미흡해진다는 것에 한표던지구요...
    일단 원래는 샘이 주인공이었는데 말이죠...ㄱ-

    샘 안티가 생기는 것도 다 작가진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정말 보는 시청자의 입장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사가 나오질 않나...
    딘의 심리는 그렇게나 많이 부각시키면서 샘의 심리는 그냥 대충 넘겨버리고..

    하아...진짜 깊이 따지고 들려고 하면 한도 끝고 없는 게 슈퍼내추럴 스토리..ㄱ-

    +그리고 덧붙이자면 저도 개인적으로 제러드 근육운동 좀 자제해줬으면...; ㅅ;
    (<<형제 재회 포옹씬에서 제러드 팔뚝보고 기겁했어요ㄱ-..)

    제발 지금이라도 작가진 정신 좀 차려서 샘 비중 좀 높여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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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은 늘어가고

집중이 되질 않아 쓰던 팬픽은 일단 접어뒀습니다. 오랜만에 흥분했달까. 아무튼 그런 겁니다.


이제부터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게다가 제 입으로 말해놓은 주제에 저도 그리 썩 잘 지키는 편은 아니예요. 하지만 지키려고 나름 노력하고 있습니다.



① 개인 홈페이지(블로그)는 주인장 마음대로 월드입니다. 그 사람이 콩으로 팥죽을 쑨다고 해도 그런가보다 넘어가면 됩니다. 그러다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분명 생깁니다. 이때 제일 좋은 방법은 무시하고 인터넷 창을 닫아버리면 됩니다. 만약 참지 못하고 댓글을 달게 된다면 최대한 정중히 그 내용을 적고, 자신의 닉네임과 홈페이지를 공개하는 것이 보기에 좋습니다. 비공개로 민주주의 만세를 외쳐봤자 한나라당 댓글 알바로 오해받을 뿐입니다. 지적을 하려면 당당히 합시다. (* 그리고 자기 블로그로 돌아와서 웃기네, 미치겠네, 죽을 것 같네 남을 욕하면서 적어놓는 분이 있는데 그 반대의 경우를 상상하시고 그만두셨으면 합니다.)

②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른 분의 블로그에 가서 감 내놔라, 밥상 치워라 요청하는 건 대단히 무례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기독교를 믿는 분이 절에 가서「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면 미친 사람 취급을 받게 됩니다. 교회에 가서 목탁을 두드리며「관세음보살~!!」이러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게 되지요. 신앙은 강제로 믿어라 말라 할 수 없어요. 마찬가집니다.


③ 개인 블로그가 내 맘대로 월드라고 카페나 클럽에서도 똑같이 행동을 해선 곤란합니다. 그곳은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간이고 나와는 뜻이 다른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표현의 자유」에 앞서 모임의 습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내가 올린 글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깊게 심호흡하고「글 올리기」버튼을 클릭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다른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카페에 올린 글을 버릇처럼 개인 블로그에 복사해서 올리거나, 반대로 블로그에 올린 글을 카페로 재등록하는 분들은 이 차이점을 늘 머리에 두고 계셔야 합니다. 블로그에서「당신 글, 도대체 뭥미?」이러는 사람은 찌질이라고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카페에선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클럽 게시판은 공공장소입니다. 안방과는 틀려요.



요즘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일들이 연거푸 생기네요.

Posted by 미야

2008/10/13 23:10 2008/10/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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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 : 쌓여가는 불만

이것들이 대본을 발로 쓰나...

하나 하나 헤집어보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림을 한 장소에 모아놓고 보면 전체 발란스가 안 맞는 겁니다. 머리는 작고, 몸통은 크고, 다리는 짧고, 손과 발은 거인의 그것인... 호비트족 다리에 아틀라스의 발바닥이 붙었다고 상상을 해봅시다. 이걸 두고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 그림이 흐트러지면 디테일이 제 아무리 섬세하고 아름다워도 죄다 꽝인 거예요.


딘이 죽고 4개월 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을 거예요. 지옥의 문이 열려 악마와의 전쟁 어쩌고 하는 건 크립키 대마왕의 립 개그 서비스라고 치고 - 샘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손바닥 펼치고 이얍 기합을 넣으면 상대방이 오바이트를 할 수 있게 하는 신기한 재주가 늘었어요. 그리고 그 재주로 샘은 악마에게 빙의당한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자! 그리고 딘은 기적처럼 살아나 샘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여기서 제작진은 2화 정도를 소진해가며 샘을 집중 조명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저건 나의 형일까. 속임수는 아닐까... 기쁨 이전에 두려움이 생겨야 합니다. 바비가 모든 방법으로 다 확인했다고요? 그러니 낼름 믿어요? 말도 안 됩니다. 뭐, 한 발 양보해서 정말로 (바보) 샘이 딘의 부활을 순수하게 받아들였다고 해봅시다. 드라마에서 샘은 그렇게 기뻐하지도 않습니다. 어깨를 두드리고 반갑습니다, 이러고 끝입니다. 여기 내 옆에 앉아봐, 얼굴을 만져봐도 될까, 흥분한 기색도 없어요.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형에게 자세히 설명하지도 않아요. 루비와 같이 악마를 소탕했노라 고백한 건 밤 외출을 부득이 들키고 난 뒤입니다. 굉장히 어색하지 않습니까. 어느 분 말씀대로 아무런 댓가 없이 부활한 딘은 헌터의 시선으로는 사냥의 대상입니다. 샘은 그 점을 고민하지도 않는 눈치입니다.


엄청나게 기뻐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가며 의심하는 것도 아니고.


샘은 형이 지옥에서 돌아온 걸 멀리 인도나 티벳으로 여행갔다 돌아온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 걸까요? 루비와 나란히 식당 의자에 앉아선 자신의 새로운 사이킥 능력 개발(오바이트)을 어떻게 설명할지를 고민하는게 전부여선 시청자들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니「발로 쓴 대본」소리가 나오는 거예요.


진지하게 말해봅시다.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 처참한 모습으로 죽었습니다.

4개월만에 예전 모습 그대로 돌아옵니다.

어떨 것 같습니까?

오, 서프라이즈~ 이러고 끝이면 그냥 다 때려쳐야 하는 겁니다.

그 심리적 공황상태를 이다지도 깔끔하게 생략하다니오.

시청률은 순조롭게 올라가고 있다지만 저는 작가들을 밧줄로 묶어 들었다 놓았다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Posted by 미야

2008/10/13 12:29 2008/10/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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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전제일 2008/10/13 16:36 # M/D Reply Permalink

    맞아요 누가보면 딘이 지옥에 있었던 4개월간 폐관수련이라도 하고 나온줄 알것같은 샘의 모습이예요..ㅠ;;;;

    작가들이 시간을 잊은건지....먼산-

  2. 아이렌드 2008/10/14 07:51 # M/D Reply Permalink

    작가들은 샘의 캐릭터 형성엔 관심이 없나봐요. 딘 캐릭터 형성에 신경쓰는 반만 좀 할애해주면 좋겠어요 아휴~~

  3. 호시 2008/10/14 22:27 # M/D Reply Permalink

    와 매우 공감 ^^ 딘은 겨우 1화 차이로 4개월이나 겪어서
    그 악마들도 뿅 가는 지옥에서 1화만에 돌아온 건데.. 억지 아닌가요.....(울상)

    말로만 듣던 주인공 굳 파워??? 주인공만 쓸 수있고 주인공은 죽어도 죽지 않는
    그 굳 파워???

    처음에 4기 볼때부터 '자 이제 딘은 어떻게 되살아나는 겨'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덤 파고 기어올라와서 깜놀 ㅇ<-<!!!!!!!! 너무하잖아 하고 울컥했지만
    하지만 4기는 아직 시작이니까 뭐 ㅎㅎㅎㅎㅎㅎㅎㅎ 하는 마음으로
    슈내 보고 있습니다. 왠지 날 뒤죽박죽 리얼 버라이어티로 만드는 슈퍼내추럴..

  4. 쥬레스 2008/10/15 02:04 # M/D Reply Permalink

    아 정말 발로 쓴 대본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ㅠㅠ

    진짜 크립키는 샘은 안중에도 없는걸까요(...)
    4기는 특히나 더 샘을 아웃사이더로 만드는거 같아서 슬픕니다ㅠ

    진짜; 끈끈한 형제애는 다 어디에 가고..뭐 그리 비밀이 많니 새미ㄱ-

    딘이 살아나는거야 예상했고...(형제가 아니면 더이상 슈퍼내추럴이 아니죠)

    그래...무지하게 양보해서 무덤에서 기어나오는거 까지 봐주고...
    천사아찌가 낚시하듯 지옥에 휙 건져올린것도 좋단 말입니다...

    진짜 감동적인 형제상봉은 어디가고...<<
    4개월만에 샘은 영 성격이 확 변해버린거 같고...
    이건 뭐 냉정한 것도 아니고 정말 말그대로 이상하게 변해버려서는...

    ㅜㅜ...진짜 슈내 제작진 이러면 안되는거죠...
    아무리 새미가 변하기로서니 형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여야죠....
    처음 만날때 그리 반가워하지 않은거는 아직 덜 믿겨서 어안이 벙벙해서 그렇다쳐도
    왜 그리 형에게 숨기는게 많게 나오는건지...
    그냥 까놓고 다 털어놓고 형제애를 다시 과시해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ㅠㅠ

    진짜 이러다 딘하고 샘하고 대립해버릴 것 같만 같아서 참..ㄱ-

    천사와 악마의 대립..뭐 요딴거 나오면 저는 크립키 묻어버릴겁니다ㄱ-<<무슨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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