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내용이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을 적엔 마우스를 움직여 화면을 닫는 멋진 센스를 보여주세요. 그런데 이게 내 글이 아닌 것 같다능. 얘네들 누구냐능. ※
침착하게, 서둘지 말고, 하나, 둘, 하나, 둘, 여유를 가지고... 라고 해봤자 하나된 구호는 이미 바스라지고 흔적도 남지 않았다. 이건 완전히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꼬락서니다. 체면이고 뭐고 판자 부스러기라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안 잡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소리도 지른다.
『하으읏!』
그가 빠진 곳이 푸른 물결 넘실대는 대서양 한 복판이 아닌「사랑」이라 할지언정.
죽을 힘을 다해 버둥거린다는 점에선 두 가지의 차이점이 뭔지 해명하기도 귀찮다.
『새미! 천천히 해, 천천히!』
딘은 진작부터 질려하고 있다. 그걸 모르는 샘이 아니다. 그래서 샘은 손바닥에 동그라미와 세모를 반복해서 그려대며《침착하게, 서둘지 말고, 여유를 갖고》주문을 반복하여 외우곤 했다. 그리고 우아한 여성 무용수가 빠드망 탄듀, 에뽈망 크로와제 동작을 연습하는 걸 상상했다.
문제는 주문의 효과가 겨우 5초간 지속된다는 것.
서로의 아랫입술이 맞닿자마자 배경으로 흐르던 하이든의 현악4중주는 순식간에 쾅쾅 대포 쏘는 굉음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혹자는 심장이 뛰는 소리라고 일축하겠으나 - 아무튼 팔다리를 버둥거리느라 정신이 없는지라 천둥과도 같은 비행기 엔진 소음엔 신경을 쓰는둥 마는둥 했다.
『야! 내가 그렇게 세게 잡아당기지 말랬지!』
항의하며 짐짓 몸을 떼려는 연인을 기를 쓰고 붙잡는다.
손톱이 피부를 파고 들어간다. 빨갛게 자국을 남기며.
『아프다고, 새미!』
딘의 바람대로 느긋하게 있을 수 없다. 죽을 거 같으니까, 숨이 막히고 목이 말라서 당장에라도 죽어버릴 것만 같으니까, 물주머니 하나 없이 사막에서 조난당한 순례자는 지푸라기를 움켜쥐고 헐떡거릴 뿐이다.
『키스해줘.』
호흡을 삼키며 딘의 입술을 물어뜯었다.
『빨리... 제발, 빨리!』
타락한 대지로 유황의 불이 내린다. 신의 섭리를 배반한 그들에겐 낙원의 꽃향기는 정녕 꿈이다. 때문에 편안해질 수 없다.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계속해서 불안해지기만 한다. 깍아지른 절벽에서 거꾸로 굴러떨어지는 악몽을 꾸었을 때처럼 심장이 조여온다.
샘은 상상한다.
이것은 종말의 예감을 많이 닮았다.
아아, 별들이 높다. 별들이 떨어진다... 눈물이 나오려 한다. 샘은 불가사의한 구역질을 느꼈다.
번영하던 도시의 마지막 밤을 알았던 예언자도 그와 같은 심정이었던 걸까.
『워, 워! 나는 어디에도 가지 않아, 샘.』
씁쓸한 미소를 지은 딘은 동생을 달랬다.
『지금 이 모든게 마지막인게 아니야.』
그는 샘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입술을 포개왔다. 따스하고도 부드럽다.
『우린 이걸 느긋하게 즐겨도 된다고.』
즐겨 - 라고 한 번 더 강조하여 말하고 딘의 눈동자가 스륵 감겼다. 동시에 뾰족하게 선 혀가 샘의 입안을 훑었다. 그리하여 샘은 다시금 높은 하늘에서 추락하는 별을 볼 수 있었다. 징조는 둥글게 궤적을 그리며 마침내 땅으로 내려선다. - 하느님 - 눈부신 섬광이 흙을 부순다. 바위를 쪼갠다. 파편은 어디에나 있다. 이제는 겁이 나 눈을 감을 수조차 없다. 갈증은 더욱 깊어지고 품었던 두려움은 곱절로 커진다. 덕분에 꼴사납게 흐느끼다 딘의 혀를 깨물었다.
괘씸했던 것 같다. 딘은 손바닥을 들어 동생의 엉덩이를 찰싹 갈겼다.
『너, 한 번만 더 그러며언~』
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가 흠칫했다.
둑이 무너졌다는 표현은 이럴 적에 써먹으면 아주 적합할 것이다. 채찍질을 당한 말은 허옇게 눈을 뒤집었고, 가파른 언덕길을 단숨에 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씩씩거리는 숨소리가 어지럽다. 시끄럽다. 젖은 머리카락을 마구 흔들며 되지도 않은 말들을 주워삼켰다. 사랑하니까, 누가 뭐래도, 빼앗기지 않아, 내꺼, 내꺼, 떨며 매달려온다. 무게를 더하며 붙잡는다. 간절한 소원을 담아 - 나와 같이 죽어줘 - 그 긴 팔과 다리로 옭아맨다.
뿌옇게 가라앉은 동생의 눈을 들여다보며 딘은 대답했다.
『물론 그래줄 수 있어.』
그러고는 단단해진 성기를 동생의 달아오른 몸속으로 빠르게 집어넣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