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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13 [JJ-fic] Brownie 07 by 미야 (3)

[JJ-fic] Brownie 07

※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씁니다. 먼젓번 글을 읽어주신 분은 레드 썬을 외쳐주세요. ※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한 마리 곰을 보고 리사는 기겁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느긋한 자태로 의자에 앉아 제과점에서 구입한 초콜렛칩 쿠키를 간식으로 먹고 있었는데 이것은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① 배우들의 의상을 다루는 사람의 손에 기름기가 묻어선「이 천벌받을 것아! 옷에 얼룩이 묻잖아!」고함이 터지게 되어 있었고,
② 하필이면 들킨 대상이 식충이 제러드여서는「치사하게 숨어 혼자만 먹는 거냐. 같이 나눠먹으면 배꼽에서 풀이 자라나냐. 내놔라, 내놔라~!」비난을 면치 못할 터였다.

리사는 겁에 질려 얼어붙었고, 모르는 사이에 입에 물고 있던 쿠키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얼마 전에 제러드는 그녀의 손을 잡아당겨 뿡 소리가 나는 방석 위에 억지로 앉혔다. 소심한 리사는 까무라쳤고, 미리 짜고 있던 것이 분명한 사람들이 장난삼아 그녀의 머리로 팝콘을 던졌다. 그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목젖이 보이도록 깔깔대며 웃던 제러드는 사자처럼 고약했고, 리사는 그 이후로 그를 피해왔다.

『저, 저, 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속설에 의하자면 곰은 죽은 척하는 사람을 먹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 리사는 그 이야기는 코흘리개 아이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일종의 죠크라고 여겼다. 그래서 정말로 곰을 만나면 가방을 벗어던지고 재빨리 나무로 올라가야지, 하고 생각했다. 대도시인 토론토 출신인 그녀가 산책 중에 덩치 커다란 엄마 곰을 만날 확률이 과연 얼마나 될련지를 따져보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아무튼 그녀의 취미는 다행스럽게도 인공 암벽 등산이었다.
그런데 그게 정말이었나 보다. 단단한 나무토막으로 변한 그녀를 제러드는 미처 보지 못하는 듯했다. 코앞에 앉은 멀쩡한 사람을 두고도 좌우를 두리번거리고「여보세요? 젠슨?」이라 외쳤다.

징조가 좋았다. 리사는 자신이 흉악한 곰을 만나고도 머리카락 하나 안 다치는 행운을 누릴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품었다. 그래서 핸드백 속으로 먹던 과자를 재빨리 숨기고 떨리는 손으로 얼른 입가를 닦았다. 공포심 때문에 여전히 그녀의 갈색 눈은 휘둥글 벌어진 채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쿵쾅거리며 난리를 치던 심장은 약간 진정되었다.
그럼 계속해서 죽은 척하는 거다. 죽은 척... 난 죽었어. 죽은 거야. 그러니까 괜찮아. 곰은 나에게 관심을 두지 않을 거야. 그 멍청한 소리가 나는 방석에 날 강제로 앉히려 하지도 않을 거야. 제러드는 과자를 못 봤어. 내가 과자를 먹고 있었다는 것도 눈치 못 챘어. 그런데... 오, 하느님. 바닥에 떨어진 저 쿠키 조각은 어쩌지.

리사는 그 망할 것이 째깍째깍 소리를 내는 시한폭탄처럼 여겨졌다.
굵은 땀방울이 이마에 맺혔다.

『어? 여기도 없네. 이상하네, 약속에 늦을 사람이 아닌데.』
곰은 머리를 긁었고, 투덜거렸다. 손목에 찬 시계를 한 번 쳐다보고는 혀를 찼다.
이때다 하고 리사는 비호처럼 날아 자신이 떨어뜨린 과자를 손으로 움켜잡았다.
『리~사~ 땅에 떨어진 걸 주워먹으면 배탈나요.』
제러드는 무심하게 말하며 다시 시계를 봤다. 그리고는 우는 소리를 내며 네 다리로 바닥에 엎드린 의상 담당을 그대로 냅두고 밖으로 나왔다.

시곗바늘은 오후 2시를 넘어 이제 15분에 이르고 있었다. 그래봤자 겨우 15분이었지만 제러드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 젠슨은 점심 식사를 각자 마친 뒤에 2시에 만나자고 사전에 약속을 했고, 지금은 그가 대단히 힘들어 하는 아침이 아니다. 늦잠을 잔 젠슨이 까치집을 하고 헐레벌떡 달려올 일은 없으니 분명 뭔가 다른 요소가 끼어들었다.
나 모르는 사이에 일정이 바뀌었나. 그럴 리 없다. 캐릭터 설정상 일부러 짧게 입어야 하는 양복 바지의 치수를 재기 위해 젠슨과 제러드가 의상 담당자들과 만나기로 한 것은 오후 3시. 리사가 덩그마니 혼자 있는 걸 봐선 그쪽 팀들은 아직 모이지도 않았다.

제러드는 부르퉁한 표정으로 주차장을 응시했다.
망치와 전선 꾸러미를 들고 가던 마이클이 그를 보고 인사를 했다.
바지 주머니로 손을 집어넣은 제러드는 인사를 하는둥 마는둥하고 다시 주차장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Posted by 미야

2007/11/13 11:18 2007/11/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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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라기 2007/11/13 19:41 # M/D Reply Permalink

    리사 어떻게해요~~~ ㅋㅋㅋㅋㅋㅋ 땅에 떨어진걸 주워먹으면 배탈난다는 소릴 제러드가 하니까 좀 이상합니다. 주워먹고도 남을 녀석같아서요.ㅋㅋ 잘 읽었어요 ^^

  2. 미야 2007/11/13 22:20 # M/D Reply Permalink

    파달렉키 어쩌고 씨가 먹을 걸 등한시했다는 점부터 이미 비정상인 거예요. ^^

  3. 로렐라이 2008/02/21 13:47 # M/D Reply Permalink

    어머 리사 ㅠㅠ ㅋㅋㅋ 제라드~ 슬슬 삐져가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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