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 40g은 너무나 적었다

약속 지켰수, 아몬드양.
자고 일어나자마자 두다다다 자판을 두둘기느라 팔목이 다 쑤시다. 머리로 생각만 하면 자동으로 글자를 쳐주는 마법의 토미노커 타자기가 있음 얼마나 좋을까.

그건 그거고, 과자 같은 종류들이 대부분 칼로리를 표현하면서 일종의 구라를 친다는 건 다 알려진 사실. 예를 들자면 과자 1봉지 전부의 칼로리를 한 번에 표기하는게 아니라 <총 6회 분량, 1회 180kcal> 이런 식이다. 어느 놈이 포장을 뜯고 무려 여섯 번에 걸쳐 나눠먹느냔 말이다. 에이, 퉤퉤퉤.

시리얼 봉지에 적힌 글귀를 읽어보니 정량이 40g에 우유가 200ml였다.
우유는 작은 포장용 팩으로 따져보면 되니까 용량이 얼마인지 짐작이 갔고...
40g이 문제였다. 우리집엔 조리용 저울이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던 모양이었다.
시리얼 제조회사 담당자는 <작은 밥공기로 최대한 살랑살랑> 이라는 표현으로 히트를 때렸는데 그렇게나 가슴에 와닿게 답변을 해준 담당자에게 선물이라도 주고 싶었다. 정확하게는 일반 밥공기로 2/3 가량을 채우면 대략 맞는다고 한다.

자! 여기서의 문제.
시리얼은 넓은 접시에 담아 우유에 말아 먹는다.
그릇의 크기에 심리적으로 속을 염려가 있으니 작은 밥공기로 시리얼을 퍼서 접시에 옮겨보자.


젠장! 작다고! 너무나 작아! 이건 다섯 살 유아들이 먹는 량이잖아!

정량대로 그릇을 채우자 알거지 고양이 밥 같은 모습에 충격받았다. 그동안 나는 60~70g 가까이를 먹고 있었고, 그것은 정량의 거의 두 배에 가깝다.
드라마 미디엄(국내 제목 고스트 앤 크라임)에서 아이들이 아침 식사랍시고 먹었던 시리얼은 마법의 콩가루냐?! 화면에 보이는 그 정도의 량이면 표준 정량의 3배에 육박하고, 칼로리는 무려 900kcal가 된다! 둘째 브리짓이 통통하게 살찐 까닭이 있었구먼.

새미의 덩치가 크고 상체가 불떡불떡한 것도 다 까닭이 있었다.
럭키참스는 영양가는 엉망일지라도 칼로리는 대단히 높았던 것이다. 아아, 망할.

Posted by 미야

2007/10/27 21:28 2007/10/2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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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예상보다 샘은 빨리 깨어났다.
등으로 전해져오는 꿈틀거림에 리는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두 다리가 허공에 붕 떠있음에 불만을 품은 사스콰치는 본능적으로 주먹부터 휘둘러댔다.
발톱을 세우고 버둥대는 고양이도 다루기 힘든 법인데 하물며 상대는 신장이 2m 크기에 육박하는 전설의 몬스터다. 머리를 한웅큼이나 쥐어뜯겼고, 옆구리를 쥐어박혔다. 그러고도 성이 차질 않았던지 샘은 길죽한 다리를 풍차처럼 돌려대며 난동을 부렸다. 여기다 압도적인 신장의 차이까지 더해지자 누가 누구를 끌고가는 것인지 구분을 하기 어려워졌다.
분노의 외침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를 질러대며 샘이 허리를 꼿꼿하게 펴자 한계점에 육박했다. 리의 걷는 모습이 달 표면에 착륙한 우주인들을 닮아가면서 부츠의 한쪽 굽이 지면으로부터 정확히 7cm 위의 지점을 찍었다. 무게도 없는 공기가 발판이 되어줄 리 없는 까닭에 불가항력적으로 몸이 왼쪽으로 쏠렸고, 무게중심을 잃은 등뼈가 듣기 민망한 우득 소리를 냈다.
맙소사. 그녀는 두피로부터 뜯겨나간 자신의 머리카락을 쥐고 있는 샘의 주먹을 봤고, 다음으로는 계단의 날카로운 모서리가 숫사자처럼 달겨드는 걸 봤다. 그로부터 0.1초가 채 되지 않아 두 무릎이 활활 불탔다.

『아윽!』
순간 뇌가 독한 소독액에 담겨져 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래도 리는 이를 악물었다. 안 된다. 이런 때일수록 침착해야만 한다. 코가 앞으로 붙었는지 뒤로 붙었는지 모를 상황에서도 그녀는 샘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궁리부터 했다. 일단은 강제로 바닥에 앉혀놓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설득의 주먹질이라는 것을...
『케엑!』
애완동물 훈육백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개의 꼬리를 덥썩 잡으면 손등을 물리니 주의하자.
샘은 머리를 잡히자 격렬히 반항했고, 리는 그 댓가를 톡톡히 치뤘다. 쇠사슬이라도 끊어먹을 기운이었다. 뉴욕으로 상륙한 고질라가 브루클린 다리를 엿가락처럼 끊어먹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퍼렇게 힘줄이 돋은 팔뚝으로 다섯 척 높이의 다곤 신상을 단번에 분지를 기세여서 리는 하는 수 없이 꽉 붙잡은 머리를 도로 놓았다. 그러자 샘은 이때다 하고 계단을 네 다리로 기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돌아갈 거예요.』
아무 것도 보지 않았다. 아무 것도 보려 하지 않았다. 지금의 상황에선 화염과 연기는 그리 신경을 쓸 대상이 아니었다. 저 안으로 아직 딘이 있었고, 맙소사, 샘은 교회에 불을 지른게 당사자라는 걸 떠올리고는 그냥 죽으려 했다. 만약 이대로 딘이 무사히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그는 친 형제를 통째로 숯가마에 던져놓고 태워죽인 셈이 된다. 샘은 크게 숨을 들이마셨고, 뜨거운 열기로 인해 뒤틀리고 부풀어오른 유리창을 노려봤다. 이럴 수는 없다. 딘은 아기인 그를 불구덩이 속에서 구해줬는데 그 은혜도 모르는 샘은 어른이 된 딘을 화형에 처하려 하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있을 수도 없다.
통곡을 닮은, 한 음절로 된 절망의 외침이 목구멍을 꿰뚫었다.

허겁지겁 무릎을 털고 일어난 리는 재빨리 길을 가로막고 섰다.
『멈춰! 자살이라도 할 작정이야?!』
샘은 대답 대신 리를 옆으로 세게 밀쳤다. 뿐만 아니라 여자를 길바닥에 벌렁 드러눕게 만들고도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여자를 밀쳤다는 수치심도 없고, 죄책감도 없었다. 어떻게 보자면 지금의 샘은 오랜 단식과 기도 끝에 무아지경에 빠진 광신도처럼 보였다. 부릅뜬 눈은 정면을 향해 고정시키고, 두 귀를 닫았다. 자신의 전부를 걸고 아직 죽지 않았을 - 멀쩡하게 살아 있을 그의 형을 간절히 염원했다. 지금의 그는 방향타가 망가져 오로지 앞으로만 전진할 수 있는 배나 마찬가지였다. 육지가 코앞이라고 할지언정 결코 멈출 것 같지가 않았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 배는 연료까지 가득 채워져 있는 상태였다. 끓어오르는 감정이 바로 무한대에 가까운 연료였다.

『오냐~! 이 망할 자식아!』
직업이 직업인지라 별별 험한 꼴은 이미 다 당해본 터다. 떠밀려 넘어졌다고 울음을 터뜨리는 바보 짓은 하지 않는다. 이런 것쯤은 별 것 아니라는 투로 손을 털고 일어난 그녀는 개구리처럼 점프해서 샘의 등으로 달라붙었다. 날씬한 몸매 말고 자신의 몸무게가 지금보다 10kg 이상 더 나갔음 좋겠다고 생각한 건 맹세코 지금이 처음이었다. 빌어먹게도 샘은 그리 개의치 않는 눈치였고, 달라붙은「길바닥의 껌」은 죽을 힘을 다해 샘의 몸에 다리를 휘감았다.
무작정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것이다. 조르고, 감고, 주먹질하며 귀를 물어뜯었다. 그녀는 천안문 광장을 진압하려던 탱크를 맨몸으로 세웠던 한 중국인 남자를 떠올렸고, 그 남자를 당장 성인 반열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니 분명 성자다. 사람을 멈추게 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돌진하는 탱크를 세웠으니 진실로 위대하지 않은가.

『그만둬!!』
이번에도 샘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귀찮다는 식으로 리의 턱 아래부위를 손바닥으로 감싸쥐고는 거머리의 머리를 떼어내는 요령으로 힘주어 비틀었다.
그 통증이 상당했기에 그녀는 보복이랍시고 구둣발로 샘의 가랑이 사이를 걷어찼다.
남자의 몸에 눈에 띄는 급소를 만드신 하느님의 선견지명을 찬양할지니. 탱크에서 수상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면서 움직임이 둔해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젖먹던 힘까지 더해 샘의 사타구니를 재차 걷어찼다.
되었다. 끄응 신음소리를 흘리며 샘이 몸을 둥글게 웅크렸다.

분해, 또는 와해. 잘게 부수어지는 정신의 공동.
짜부라지고 깨어진 그곳의 틈바구니로 재빨리 끼어드는 건 하루살이 날벌레다.
원망하는 눈빛이 고개를 들었다.
싫은 표정, 싫은 눈빛. 상처입은 짐승의 으릉거림. 저것은 증오다.
샘의 눈매가 스윽 가늘어졌다. 초록의 눈동자로 번져가는 새카만 감정을 알아차린 리는 아차 싶었다. 방어할 준비를 갖추기도 전에 단단한 머리가 전속력으로 리의 가슴을 들이받았다.
인공위성이 추락했나 싶었다. 욱씬거리는 흉곽의 통증에 눈물이 쏙 우러나왔다.

『샘!』
『내 다리를 잘라가고 싶다면 잘라가. 하지만 날 말리려 하진 말아!』
『그게 소원이냐?! 오냐! 네놈 다리를 확 분질러주지!』
『맘대로 해! 하지만 맹세코 난 혼자의 몸으론 돌아가진 않을 거야.』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냐?! 이것아. 딘은 네가 그렇게 하길 원치 않아!』
『알아! 하.지.만. 내.가. 그.러.길. 원.해!』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울컥하는 마음에 리는 샘의 멱살을 움켜잡고 그냥 메다꽂으려 했다.
이런게 제일 짜증난다. 리의 목소리엔 그래서 시퍼렇게 날이 서있었다.
『이 자식이 지금 뭐라고 그랬어. 뭐라고 했느냐고! 네 형을 쓰레기로 만들 작정이냐! 널 위하는 그의 마음을 이런 식으로 짓밟을 거냐고!』
그런다고 샘이 움추려들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었다. 그는 오냐오냐 키워진 윈체스터 가문의 막내둥이였고, 그 고집불통 존 윈체스터가 항복을 선언하고 두손을 번쩍 들어버린 아들이었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대드는 건 그만의 전매특허였다.
『그럼 형이 내 마음을 짓밟는 건 괜찮고?! 누구는 그래도 되고, 누구는 그래선 안 된다고 차별하는 거야?! 이거 왜 이래!』
『샘!』
『닥쳐! 아버지나 형이나 말로는 나를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내 의견은 물어본 적도 없다고! 웃기지 말라고 그래! 진실로 날 위한다면 그래선 안 되는 거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나에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나도 형을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어. 그는 그걸 알아야 해! 어미새가 알을 보호하듯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그걸 바라지도 않아. 나, 나도 형을 보호해줄 수 있어. 난 더 이상 아기가 아니야. 나도... 있... 할... 수 있다고. 제기랄.』
마지막 말은 거의 흐느낌을 닮아서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샘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었고,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높은 비명을 가까스로 삼켰다. 눈물의 짠맛이 섞인 호흡이 반 박자 쉬고 코를 통해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샘은 그게 어쩐지 자신의 영혼이 아닐까 싶어 더럭 겁이 났다. 만약 그것이 정말로 영혼이라면... 재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그는 더 이상 샘 윈체스터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수 없을 것이다.

자포자기의 심정이었다. 고개를 떨구고 있던 샘은 피식 코웃음을 쳤다. 맘대로 하라지. 다리를 잘라가도 된다고 말했던 건 결코 거짓이 아니다. 차라리 그녀가 빨리 일을 해치우고 그를 보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깟 팔 다리 하나쯤, 딘과 비교하자면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이니까.
그래서 샘은 리가 신경질적인 표정이 되어 허리춤에서 무기를 꺼내들었어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반항도 하지 않았다. 곧 닥쳐올 무시무시한 통증따윈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홀가분했다. 다 끝내고 형에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런데 참 이상했다. 리는 무저항의 샘은 그대로 놔두고 허겁지겁 등을 돌렸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굉장했다. 샘이 서있는 위치에선 아직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볼 수 없었고, 리는 일부러라고밖엔 볼 수 없는 태도로 팔을 좌우로 크게 벌려 샘의 시야를 차단했다.
『뭐예요, 갑자기. 지금 무슨...』
『얌전히 있어. 침착해야 한다, 샘.』
샘의 질문을 도중에 가로막은 그녀는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가운데 통로를 주시했다.
무대의 막이 올라 얼굴에 하얀 분칠을 한 유령이 등장하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오싹한 기운이 뺨을 스쳤고, 공기가 크게 술렁였다. 흡사 얼음 위로 세찬 바람이 한바탕 흝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 창백한 기운에 샘도 덩달아 흠칫거렸다.
『제기랄! 뜨거운 물에 튀겨져 털 뽑힌 닭 같으니!』
리의 얇은 등가죽이 도마뱀의 그것처럼 물결치는 것과 동시에 한 방의 총성이 위협조로 울려퍼졌다. 귓청이 날아가는 굉음에 샘은 본능적으로 눈을 감고 팔을 들어 얼굴을 방어했다. 코앞에서 불꽃이 번쩍이면서 깨어진 콘크리트 돌조각이 높게 튕겨올랐다.

『리!』
『됐어! 안 맞았어. 안 맞았다고! 넌 맞았냐?!』
『괜찮아요.』
도망가야 하는 상황인가. 아님 맞서 대항해야 하는 상황인가.
샘은 어중간한 자세로 계단 하나를 내러갔고, 잠시 생각한 뒤에 도로 두 계단을 밟고 올라왔다.
등짝으로 여섯 개의 눈이 달린 리는 그런 샘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칫 잘못되었다간 흥분한 상대에게 다시 방아쇠를 당기게 하는 신호가 되어줄 수 있었다. 얼레리꼴레리, 날 쏘아죽여라, 맞출 순 있겠냐, 이런 거 말이다. 돌진하는 황소의 눈앞에서 붉은 기를 흔들면 좋을 거 하나 없다. 리는 그 점을 분명히 했다.
『내 말 못 들었어?! 함부로 움직이지 마!』

하지만 그녀는 샘에게 일부러 주의를 줄 필요도 없었다.
놀란 샘의 눈이 휘둥글 벌어졌다.
『맙소사. 딘?』
늘어뜨린 왼쪽 팔은 힘없이 흔들렸다. 심하게 다쳤는지 소매 아래가 온통 붉었다. 반면에 총을 움켜쥔 오른손은 리와 샘이 서있는 방향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여차하면 쏠 태세였다.
처음엔 질 나쁜 농담이라 여겼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무리 끝장나게 화가 났어도 그의 형은 동생에게 총구를 겨눈 적이 없었다. 비록 그것이 장전되지 않은 빈 총이었어도 말이다.
샘은 믿을 수 없다며 자신에게로 겨누어진 총구와 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형! 돌았어?!』
정말로 돌은 건지도.
어쩐지 어린애의 칭얼거림을 닮은 목소리로 딘이 작게 웅얼거렸다.
『아빠. 부탁할게요. 제발 나에게 이러지 마세요.』
등줄기로 소름이 돋았다. 아빠? 지금 아빠라고 그랬어?
『딘?!』
『제발 저에게 새미를 죽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내가 잘 보살필 수 있어요. 정말이예요. 약속할게요. 새미가 얼마나 착한지는 아빠도 잘 아시잖아요. 가끔씩 말 안 듣고 망나니 짓을 하지만 본심은 정말 착한 아이예요. 어쩌다 삐딱하게 굴면 제가 책임지고 엉덩이를 따끔하게 때려줄게요. 그러니까 나더러 새미를 죽이라고 하지 마세요. 이렇게 빌게요. 아빠...』
그을음과 검댕이 잔뜩 묻은 뺨 위로 눈물이 하얗게 흘러내렸다. 딘은 창피한 것도 모르고 코를 훌쩍거렸고, 그런 그의 모습은 샘의 이성을 솥단지 안에서 온갖 야채들과 뒤섞여 펄펄 끓게 만들었다.
딘 윈체스터가 울고 있다.
차라리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타이타닉호가 조류에 휩쓸려 저절로 떠올랐다고 말할 것이지.

긴장한 채 빳빳하게 얼어붙은 샘을 뒤로하고 리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쉬이... 그만 울고 날 봐. 딘? 우리가 누군지 알아 보겠어?』
완전히 생기를 잃은 눈동자가 목소리에 반응하여 진흙 뻘에서부터 천천히 떠올랐다.
『누...구?』
『천천히 총을 내려놓고 잘 생각해봐.』
딘은 열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정과 거부, 그리고 불확신에 찬 행동이었다. 게다가 우는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콧물을 들이키며 정신없이 흐느꼈다.
『아빠.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모두 내 잘못이야. 난 정말이지 최선을 다했는데... 세상엔 노력만 갖곤 안 되는 일이 너무 많아.』
리는 어떻게든 설득하려 애썼다.
『딘. 괜찮아. 정말 괜찮으니까... 제발. 총 내려놔.』
『미안해요. 모두 다 내 잘못이예요. 정말 미안해요!』
목 놓아 엉엉 울던 딘은 눈을 불끈 감았고, 두 번째 총성이 공기를 찢었다.
샘은 여전히 입을 벌린 채였다. 그의 마음은 그놈의 빌어먹을 솥단지 속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였고, 충격이 바지를 축축하게 만들기 일보 직전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엎드렸고 또다시 노란 불꽃이 푸지직 일어났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딘이 눈을 감고 총을 쏘았다는 점이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두 사람 중 하나는 머리가 송두리째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딘은 사격 솜씨가 매우 좋았다.
『젠장! 저게 완전히 맛이 갔어. 이봐, 딘 윈체스터! 깨어나! 당장 눈 떠!』

후후, 하고 거칠게 숨 뱉는 소리만 들려왔다. 가슴에 든 공기를 모조리 토해내는 모양이었다.
딘은 눈을 내리깔았다. 고개를 가로저어 싫다고 하는 의사 표시를 계속 했다.
『아빠. 도저히 못 해요. 못 하겠어요. 내겐 샘이 너무나 소중해요. 나는 녀석을 못 죽여요.』
『딘? 아무도 안 죽여도 돼. 다 괜찮아. 진짜야. 그러니 제발 현실로 돌아와.』
『좋은 아들이 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아빠, 아빠...』
바들바들 떨리던 총구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섰다.
『새미... 형은 너랑 꼭 축구하고 싶었는데. 날 용서해라.』
리와 샘은 동시에 훅 하고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세 번째 총성이 공기를 찢었다.

Posted by 미야

2007/10/27 21:05 2007/10/2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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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수 2007/10/28 12:52 # M/D Reply Permalink

    안되여~~~~으흑.......ㅠㅠ

  2. 고고 2007/10/29 09:48 # M/D Reply Permalink

    안되여~~~~~ 으흐흑. 절단마공. 너무 강룍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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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의 현장이라는 느낌. 딘이 그저 셔츠를 살짝 들어올렸을 뿐인데 온도가 10도는 올라간다.
새미의 저 표정은 마누라 바람피는 현장 잡은 것 같고...;;
배를 들이밀어서 그런가. 요즘 배 나왔다는 소문과는 달리 날씬해 보이는 딘의 허리.

에피소드의 내용보단 저 동전으로 과연 몇 분이나 즐길 것인가를 골똘히 계산하는 내 머린 도대체 뭔가. 25센트 코인 한 개에 10분? 15분? 그럼 도합 몇 분? 날밤 새냐?! 옆에서 거시기가 불편하다고 새미 지랄할 건 생각 안 하냐. 아님 일부러 도발하려고 그러는 거냐.
(도발해라, 도발해라, 도발해라. 그리고 덮쳐라. 새미는 절대 반항 안 한다. 반항하면 누나에게 연락하긔. 내가 교육 잘 시킬게. 원하면 가죽 수갑도 택배로 보낼 수 있어!)

상대적으로 고물로밖엔 안 보이는 전화통. 요즘에도 저런 전화가 존재하긴 하는가 보다. 소독용 알콜로 박박 닦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거렸다.

* 자고 일어났더니 그림이 엑박으로 뜨고 있다는 이 수수께끼. 테터는 그리 안정적이진 않다.

어쨌든 나의 잠재의식을 찬양할지니. 두 아가씨랑 같이 저 모텔 방 두 개의 베드에서 나란히 일 치루는 형제들을 꿈에서 보고 만세삼창을 불렀다. 그것도 친근하게 서로를 쳐다보며 각자 여자들 옷을 벗기는 거다. 낄낄대고 웃던 딘은 그냥 좋아 죽고, 박서가 흰색에 청색무늬였음. 샘은 그 천진난만한 샘이 아니었다. 그래도 팔을 괴고 옆으로 누워선 계속해서 블라블라 수다를 떨긴 떨더구먼. 여자에게 한 마디, 딘에게 한 마디, 다시 여자에게 한 마디... 그래가지고 언제 일 치룰겨? 딘이 꿰찬 여자는 머리색이 짙었고, 샘이 꿰찬 여자는 머리가 곱슬거렸다.

드디어 성인방송으로 등극했구나 눈물을 흘렸는데 죄다 망상 구라라는 이 슬픈 현실.
저 모텔 인테리어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흑흑흑.
이런게 다 팬픽 소재가 되느니라. All Wet 에 저 내용 삽입이다. 만세, 만세, 만만세.


그리고 저 변태 아니예욤, 알져? 신고하면 때찌예욤. 지하실 파라고 해도 체력이 모자라요.

Posted by 미야

2007/10/27 02:48 2007/10/27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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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10/27 09:30 # M/D Reply Permalink

    와아...........막판에 형제동시상영. 괜찮은데요. 아주...........................써주세요.

  2. 오랜동면 2007/10/27 11:47 # M/D Reply Permalink

    미야님의 잠재의식 너무 재밌어요.
    애들 꿈을그렇게 자주 꾸시다니, 부럽기 짝이 없고..

  3. real 2007/10/28 02:03 # M/D Reply Permalink

    덜덜덜......진짜 저 모텔은 너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거울의 의미를 알아챈 횽아와 전혀 눈치못채고 짐만 묵묵히 푸르던 새미..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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