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라고 잘 모르실 분들을 위해 돌아가는 줄거리를 [순전히 제 입장에서] 적겠습니다. 객관성은 당연히 떨어집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니까요.
뭐, 그간 공개가 길었으니 이미 보신 분들 많으시죠? 시발점은 일명 [모드라기] 시리즈입니다. 초창기 작업이라 표현은 영 엉성하기 짝이 없는데 내용은 제로스와 제르가디스가 내기를 걸어 먼저 흥분하는 사람이 지는 걸로 하고 베드 인을 하는 겁니다. 줄거리를 한 줄로 요약하니 알콩거릴 것 같죠? 전혀 안 그렇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게 문제가 되었죠.
제로스는 전혀 흥분하지 않는 제르가디스 귀에 리나 목소리로 말을 겁니다. 그리하여 제르가디스는 넘어갔고, 내기에 졌고, 제로스에게 무섭게 비난받았습니다. 이때 제로스가 굉장히 차가운 말로 비꼬았기 때문에 읽는 분들의 취향에 따라 충격이 컸다고 합니다. 제로스* 제르가디스 커플링 지지자들 중에 저를 용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비난한게 모두... 아유.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장소인, 그리고 취향이 가지각색인 하이텔 공개게시판에 그걸 공개했다는 걸 지금도 후회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실수입니다. 저연령층에 대한 배려로 1시간만 공개하고 재빨리 삭제했지만 제 생각이 무지 짧았습니다. (*** 수정합니다. 타통신으로 퍼가셨다는 걸로 인식했는데 그건 다른 글이었나 보군요) 절 바보라고 마음껏 비웃으셔도 좋습니다. 전 멍청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당시엔 성적인 표현이 문제였겠다 생각했습니다. 요즘엔 남남커플링의 애정표현 수위가 광속 우주선 타고 안드로메다 성운까지 한 번에 돌파입니다만, 대략 10년 전입니다. 전 그걸 걱정했습니다. 호모파비아는 그때도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습니다. 제로스가 제르가디스를 대단히 혐오하는 것으로 나오는 마지막 결론이 문제였던 겁니다. 제로스가 이럴 리 없어, 이건 제르가디스님이 아니야, 나의 박살난 환상을 돌려줘, 당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사과를 요구하는 바이다... 날아오는 메일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내용이었습니다. 짧은 메일의 경우는 욕말이 다분히 섞였고요, (아마도 저연령층인듯) 이와는 대조적으로 장중한 문체로 길게 적어 사과를 요구하신 분들은 지금도 슬레이어즈 팬픽션에서 활동하면서 제법 알려진 분들입니다.
아래 말씀하신 분, 끼어들지 않겠다고 했다는 오빠 분에 대해 언급하셨죠? 후자입니다.
이를 다시 곱씹어 보십시다.
팬픽션 작업에서 이런 내용으로 쓰면 안됩니다, 이런 걸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누가 결정할 수 있지요? 원작자 빼고 누구요? 특정 캐릭터를 우상화한 본인들이 결정할 수 있는 겁니까? 이지메 안됩니다. 섹스 안됩니다. 표현이 과격하면 안됩니다... 가이드 라인을 정하고 그 속에서만 글을 쓰라고 결정지을 수 있는 권한이 있으십니까?
기분이 불쾌했다는 이유로 자신이 지지하는 커플링 이미지를 망쳤기 때문이라고 메일에 적어놓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사과하라는데 진짜 돌아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한때나마 좋아했던, 지금은 만화가로 데뷔하신 분이 차갑게 그러시더군요.
내가 망쳐놓았다고.
할 말을 잃었습니다. 전 충격먹었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캐릭터를 즐기면 되는거지, 아니, 남이 하는 망상이 잘못되었다면서 비난을 하다니오. 남남 커플링이 혐오스럽다면서 누군가 항의하면, 그때는 무어라 하실 건데요? 어째서 남자와 남자가 뽀뽀할 수 있느냐고 비난하면... 사과하라고 윽박지르면... 잘못했어요 하고 사과하고 머리를 숙이고 그럴 거예요? 아니잖아요!
이 문제를 쉬지 않고 반복해서 언급했더니 다음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서 공격 방향을 바꾸더군요. 괴롭히니까 애정이 아니다, 슬프게 묘사하니까, 잔인하게 다치게 하니까,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워하니까 애정이 아니다... 살려주세요. 왜들 그러고 살아요?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정말 지쳤어요. 같은 이야길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10년 가까이 지나 이젠 다시 공격이 바뀌어서 꿀리는게 있으니까 공개를 하지 않은 거잖아 - 라고 하시는군요.
뭘 해도 다 내 잘못이라는데 피곤해서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습니다.
이게 마지막입니다. 다신 이 이야긴 안 합니다.
그치만 제르가디스 친위대와 내 이름이 같은 책에 올라가는 건 막아야겠습니다.
주제에 린젤을 두리번거린다는 식의 표현이 아주 마음에 들지 않은 관계로.
유진님이나 다른 분들에게 여쭈어 보아요. 방명록에 가뭄에 콩나물 나듯 가끔 적고 몇주년 기념인가 해서 도트 그림을 하나 선물드렸습니다. 거기 분들, 저에 대해 모르고 저도 친분 쌓지 않았습니다. 지지하는 커플링도 틀린데다 거기서 활동해야 할 까닭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다만, 같은 슬레이어즈 팬으로 그분들을 존경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린젤과의 가장 강렬한 관계는 어떤 분이 메일을 보내 [왜 나의 제명을 요구하셨습니까!] 라면서 화를 냈다는 겁니다. 이게 뭔 소리랴 해서 놀라 확인해보니 그분이 [마마, 당신은 나쁜 여자야] 를 표절했다면서 경고를 받으셨더군요. 아, 진짜... 하지도 않은 일로 욕먹고 정말 오래 살겠다 싶어 무지하게 펄펄 뛰었습니다. 덕분에 한동안 린젤에 대해 선입관이 아주 나빴습니다. 지나고나니 오해가 오해를 부른 일이었더군요. 그때 좀 까칠하게 굴었습니다. 그곳 운영진 분들, 그래도 너그럽게 봐주셔서 지금도 감사합니다.
여하간 하고 싶은 말은 [어딜 감히 넘봐!] 식으로 말씀하실 까닭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뭐, 이미 보고 있지도 않으시겠지만 말이죠.
이 글 이후로 다신 언급 안 합니다. 어떠한 리플을 달으셔도 삭제도 하지 않을 것이며, 반응도 하지 않을 겁니다. 여기까지 제 푸념을 읽으시느라 고통받으셨습니다. 죄송합니다.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