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은 그득그득 사방이 책장입니다 - 라는 부잣집은 빼고 일반 서민의 집엔 책장이 그리 많지 않다. 옷장, 침대, 책상, 화장대 등을 빼면 놓을 자리도 마뜩잖은데다 책을 사는 걸 대단히 싫어하는 엄마들도 많다. (참고서나 교재는 아무리 많아도 괜찮지만 소설책 사는 걸 반기는 엄마는 희귀종이다) 따라서 다수의 가정에선 속칭 공간박스라는 것으로 대충 위기를 모면하고 책장의 추가 구입은 결단코 고려하지 않는다. 그 결과, 만사가 짜증나는 반항적 자녀들은 넘치는 책들을 어떻게 한정된 공간 속에 성공적으로 꾸.셔.넣.을.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라면 박스에 넣어도 보고, 차곡차곡 쌓아 침대 밑에도 넣고, 별 지.랄을 다 떨게 되기 바로 직전까지...
주어진 책장이 하나 있다. 어떻게 꽂으면 잘 들어갈까. 세우는게 낫나, 아님 눕히는게 괜찮나.
서양식 제본은 세우는게 정석, 동양식 제본은 무조건 눕혀야 한다. 그러나 집에 천자문 내지는 맹자, 논어 등등이 있을 리는 거의 없으니 정석은 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리를 시도해보면 차곡차곡 눕히는 쪽이 같은 공간에 3권에서 4권은 더 집어넣을 수 있다. (사실은 빈틈 없이 꾸셔넣는 거다)
이거 좋다.
맨 아래에 깔린 책을 도무지 꺼낼 방법이 없다는 것만 빼면.
책을 꺼낸다고 발버둥치다 손톱이 와지끈 부러지고 난 다음엔 퓨전이라는 걸 생각하게 된다. 일단은 세우고, 공간이 남는 틈틈이 책들을 눕혀서 끼워넣는 방법이다.
단, 세워둔 책들의 크기가 들쭉날쭉인 경우엔 대 재앙이 되어버린다. 눕히고 세워둔 책들 전부가 허리가 휘어진다. 3개월만 지나면 모조리 새우등 되어버림. 꺅.
들어갈 장소를 잃은 놈들이 반항한다. 옷장으로, 침대 밑으로의 침투가 시작되고 있다.
책장을 하나 장만하고 싶은데 가구는 역시 암만 싸구려라 해도 비싸다.
심즈처럼 치트키 사용하면 안될까요.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