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Next »

힘들다

사흘 내내 한 여섯 시간 잤던 것 같군요. 금요일 저녁에 이모부가 돌아가셔서 장례식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것보단 장례식장에서 집에 다녀가고 하는게 장난이 아니었어요. 장례식장은 고덕(서울의 동쪽 끝)인데 우리 집은 인천... 지하철 타고 2시간 반. 왕복 5시간. 살려줘.
지병이 있으신 분이시고 칠순도 넘으셨으니까 나름대로 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상한건지, 아님 이게 보편적인 건지? 장례식장 밖에 죽치고 앉아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죄다 이모의 아들, 외삼촌의 딸, 그 딸의 딸...;; 부계는 안 보이고 모조리 모계. 얼쑤.

아무튼 시신을 수렴하고 입관하는 걸 보면 참 싫다는 생각이 듭니다. 칭칭 동여매는 건 답답해 보이고, 손발을 싸는 건 또 왜 그런 건지. 베옷은 거칠어 보이고, 불편해 보여요.
저는 늘 덮고 자던 이불을 관에 깔고, 베개에, 평상복에, 편한 운동화에, 안경 쓰고 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시신엔 안경을 안 씌워주더라고요. 안 보이면 어쩌라고.

입관하는 방 유리창에 물 흐른 손바닥 자국이 있더군요. 울다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비비곤 유리창을 팡팡 때린게 고스란히 보이더라고요.
장례식장 가는 건 그래서 참 끔찍합니다.
보너스로는 넋 나간 듯이 앉은 정체불명의 X라는 것도 있고.
그리고 지루함을 잊기 위해 천진난만하게 뛰노는 어린 유족들도 있죠.
피곤한건 둘째고 그 덕분에 머리가 다 쾅쾅 울려요.

Posted by 미야

2006/10/30 12:34 2006/10/30 12:34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55

Leave a comment

Supernatural

TV를 보다 거실에서 잠이 들었다. 갑자기 아내의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깨어난다. 놀란 남편은 2층에 있는 아기 방으로 서둘러 올라간다. 이상 없음을 확인한 찰나 아기의 얼굴 위로 두 방울의 선혈이 떨어진다. 천장을 올려다보니 창백한 안색의 아내가 배가 갈라진 채 벽에 달라붙어 있다. 비명을 질러대기가 무섭게 폭발하듯 화염이 일고, 천장에 달라붙은 아내는 속수무책으로 타들어간다.


미국판 전설의 고향. 드라마「수퍼내추럴」의 프롤러그입니다.

에... 2% 부족한 심령 호러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아직 6화밖에 못 봤습니다만, 미국 퇴마사는 유령에게 권총을 갈긴다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동생 샘의 핀잔 그대로 유령에게 총알이 무슨 소용이 있답디까. 그래도 화끈한 형님께선 동생의 생명을 위협하는 아줌마 유령에게 사정 안 봐주고 총알 세례를 퍼붓더군요. 역시 미국이야, 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부적이나 주문도 영... 드라마에선「장사도구」설명엔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네요.


최근 동양 귀신이 헐리우드에 많이 진출했다는 걸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나「링」! 코믹 패러디 영화인「무서운 영화」에서 노골적으로 따라하더니 곳곳에서 사다코 출연!! 깨어진 거울 속에서 저주받은 블러드 메리가 기어나오는 장면은 더도 말고 사다코 그 자체! 텔레비전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것만 달랐지 그 엉거주춤한 각기춤 포즈까지 판박이!「죽음의 물」편에서 호수에서 눈만 빼꼼 내밀고 있던 어린 소년의 모습은「주온」! 더러운 물에서 죽어가는 희생자는「검은 물 밑에서」에서 모티브를 많이 빌려왔더군요.

하긴 사람이 원한을 품고 죽어 귀신이 된다는 설정 자체가 동양풍이죠. 서양에선 사람은 죽으면 천국 내지는 지옥으로 고 어웨이 하는 법이라고 믿어졌으니까요.


그래도 유령보단 역시 미남 형제들에게 시선이 가는 것도 사실인지라... (발그레)

무서운 종류지만 가볍게 즐기기엔 딱인 것 같습니다.

Posted by 미야

2006/10/27 13:46 2006/10/27 13:46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54

Leave a comment

시즌2 : 안경

시력이 나빠졌다고 불평했더니「나이는 못 속이는구나」하고 피식 웃었다.
턱에 수염도 나지 않는 날 갖고 영감님 취급하는 것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다가 내 눈이 나빠진 건 야밤에 책을 너무 읽어댄 탓이지 결코 나이 탓이 아니라는 말씀.
아울러 내가 영감님이면 나와 비슷한 나이또래인 리나 또한 할망이 된다. 나는 그 점을 강조했다.

『넌 우리들의 나이 차이가 수백 살은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리나의 눈이 호떡처럼 땡그래졌다.
『당연하지! 최소한 넌 나보다 삼백 년은 꿇었어.』
옛날 귀족들 방식으로 오목한 차 받침에 뜨거운 오퀴드를 조금씩 부어 마시는 날 보고 그녀는 강조하여 말했다.
『이봐, 제르. 요즘 누가 그딴 식으로 차를 마시냐. 관뚜껑 열고 부활한 뱀파이어나 그렇게 마시겠다. 멀쩡한 찻잔은 냅두고 차 받침을 입에 대고 홀짝거리는 건 도대체 어디 사는 누구에게 배웠어. 혹시 레죠에게 배웠어?』
 『그치만 단풍나무 수액을 끓여 만든 오퀴드는 대단히 뜨거워서...』
『으헛! 뜨거!』
『너처럼 일반 커피 마시듯 하다간 필연적으로 혀를 데운다고.』
한쪽 눈만 지긋이 뜨고 나는 그렇게 쏘아주었다.

어쨌든 최근에 현대어로의 번역에 열중하고 있는 수할마타의 마법서 필사본은 당분간 보자기에 싸두기로 결정했다. 깨알 같은 글씨로, 그것도 오래되어 잉크가 바랜 필사본은 가뜩이나 피곤한 눈엔 독약이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무명씨로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문제의 필사자는 대단히 성의가 없었다. 처음 몇 장은 힘주어 또박또박 썼지만 이내 본색이 드러나 지렁이가 토악질을 해놓았다. 꾸벅꾸벅 졸다가 휙 하고 미끌어진 잉크자국도 하나 둘이 아니다. 그렇게 지겨울바엔 차라리 베끼질 말 것이지, 쏘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는 눈꺼풀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 한 두번이 아니다.

『댁도 참 이상허우. 욕은 뭐하러 해요. 그냥 깔끔하게 태워버리면 되지.』
분서갱유가 생활화된 망할 놈의 마족은 남의 사정도 모르고 태평한 소리나 지껄였다.
『태워?』
『아님 환경을 생각하여 분리수거를 하시던지요. 오래된 종이는 특수 보존 처리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잘못 소각하면 포름알데히드라는 독성 물질이...』
『잠깐, 잠깐. 마족이 무슨 까닭으로 환경을 염려한다는 거야. 너, 쥐약 먹었어?』
『아하, 쥐약을 드신 건 제가 아니라 그쪽이지요. 스할마타의 마법서라니오. 그건 골렘을 만드는 기초 마법서 중의 기초 아닙니까. 당신 같은 실력자가 애들 동화책 같은 걸 열심히 읽겠다고 코가 비뚫어지다니, 이 제로스는 어이가 없을 지경입니다.』
『코가 거기서 왜 비뚫어지냐. 코가 아니라 눈이다.』
누구에게 배워와서 그런 건지 묘하게 박자가 어긋나는 마족의 말 표현법을 정정해주며 이마를 찌푸렸다. 코가 비뚫어져? 난 술을 마신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내가 기초 마법서를 읽으면 하늘이 무너진다고 법으로 정해놓기라도 했던가. 하여간 저놈의 참견쟁이는 별 걸 가지고 타박한다.

『하여간에.』
제로스는 노려보는 이쪽 분위기엔 상관 없이 계속해서 질문했다.
그럴 법도 한 것이, 놈의 등 뒤로 빨간 머리카락의 마도사가 슬리퍼 한짝을 쥐고 그림자 병풍처럼 존재하고 있음이다. 그가 원하든, 원치 않든, 질문은 그녀의 의지에 의해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대단히 질기고 폭력적인 의지다.
제로스는 코코아잔을 입에 가져갔다가 조금은 불한안 듯한 표정으로 옆쪽을 흘깃거렸다. 아무리 마족이라고 해도 슬리퍼로 머리를 맞으면 기분이 꼴꼴해지는 법이다. 따라서 그는「리나님이 시키는대로 잘 하고 있다고요」라고 입간판을 써서 머리 위로 높게 올렸다. 게다가 그 입간판 아래로는「여기서 슬리퍼 던지면 반칙」이라는 P.S 글귀까지 적혀 있었다.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웃을 거 없어요. 폭격시 그 피해 반경엔 당신도 에누리 없이 들어가니까. 나만 맞을 거 같아요? 당신도 죽는 거예요. 그나저나 스할마타의 마법서는 왜?』
녀석은 계속하여 초조해하면서 코코아잔을 만지작댔다.
『왜라니.』
『그 책은 당신이 찾는 사과 주스 추출법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을 텐데요.』
남들이 들으면 농산물 조합을 제일 먼저 연상하겠지만 여기서 그가 말한 사과 주스 추출법은 있는 그대로의 과즙 추출법 얘기가 아니다. 사과 주스와 레몬 주스를 섞은 액체에서 오로지 사과 주스만을 뽑아내는 방법, 그러니까 키메라로 합성된 내 몸에서 인간 부분만을 분리해내는 방법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제로스는「골렘 만들기 마법서」는 나의 비원인「키메라 분리술」과는 별 상관이 없는 거 아니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아, 그래. 상관은 없겠지. 그치만 만드는 법을 상세하게 알고 나면 효과적으로 골렘을 부수는 법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
『골렘을 부순다? 옳커니.』
『어이? 이야기 도중에 가방은 갑자기 왜 뒤져.』
『부순다면서요. 자요, 망치. 머리 굴리지 말고 단순하게 가세요. 골렘을 부수는덴 이게 최곱니다. 힘 줘서 땡~ 소리가 나도록 후드려 패봐요.』
『이봐?』

망치를 빼앗아 네 머리통을 갈겨줄까,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물어봤다.
제로스는 약하게 쳇, 소리를 내곤 쥐었던 망치를 도로 내려놓았다.
그치만「키메라를 처치할 수 있는 아까운 기회를 놓쳤어」라는 눈빛을 띄고 있는 마족보다 내 신경을 더 자극하는 존재는 따로 있었다.
과자를 먹으면서 화~ 하게 웃고 있는 가우리였다.

웃는 낯짝엔 침도 못 뱉는다는데 왜 긴장하는 거냐고?
그 말이 맞다면 배트맨 시리즈에서 조커라는 악당 캐릭터가 어떻게 나왔겠어.
싱글벙글 웃는 얼굴도 때로는 무섭다. 착하게 생긴 이 금발의 검사의 두뇌가 요구르트로 만들어진 이상 본의아니게 피해를 주는 일은 허다하다. 하여 나는 바짝 긴장했고, 입가로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묻은 사내가 주섬주섬 꺼내는 물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며칠 전에도 눈이 침침하다느니 말했었지? 내 이럴 줄 알고 좋은 걸 준비했어. 자, 받아. 제르가디스.』
『뭐냐, 이건.』
『시장에서 샀어. 그거 파는 아저씨 말이 이것만 있으면 눈이 환해진대. 잘 안 보이고 눈앞이 침침하다 싶으면 그걸 써.』
심플한 검정의 뿔테다.
반짝거리는 새 안경이다.
가우리는「나, 착하지」라는 듯이 웃었다.
안경을 만지작대다말고 흥 하고 콧김을 뿜었다.
다 좋다 이거야.

『돋보기 안경이잖아.』
『응?』
『너도 내가 나이 삼백 살의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응?』
『뭔가 핀트가 어긋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응? 뭐가 어긋났는데?』
거기서 반문하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냐. 이 멍충아.



『그러니까...』
『지금의 것까지 합하면 열 번은 물어봤을 거다, 의사 선생.』
『이상해서 질문드리는 겁니다. 팔뼈가 부러진 건 이해가 갑니다. 갈비뼈에 금이 갈 수도 있지요. 아주 멋지게 넘어지셨으니까요. 여관방 2층 계단에서부터 굴러 시장 어귀까지 정신 사납게 굴러갔다고요. 그런데 그게 뭐시다냐...』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질 않았다.
침 한 번 삼키고 의사는 열 한 번째 질문했다.
『..........돋보기?』
『시끄럿!』
『할아버지 안경이라도 훔친 겁니까?』
『시장에서 돈 주고 샀다!』
『정말로? 그럼 당신 아이큐는 얼마?』
『시끄럿!』

가우리가 위문 선물로 가져온 파인애플 깡통을 움켜쥐고 나는 버럭 고함만 질러댔다.

Posted by 미야

2006/10/23 11:52 2006/10/23 11:52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miya.ne.kr/blog/rss/response/153

Leave a comment
« Previous : 1 : 2 : 3 : 4 : Next »

블로그 이미지

처음 방문해주신 분은 하단의 "우물통 사용법"을 먼저 읽어주세요.

- 미야

Archives

Site Stats

Total hits:
1016036
Today:
281
Yesterday:
94

Calendar

«   2006/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