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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23)

『새 번호가 도착했습니다, 미스터 리스.』

하지만 리스는 평소와 달리 핀치의 말에 집중하지 못했다.
핀치는 번호가 적혀진 메모지가 아닌 포장지로 싸여진 상자를 들고 있었고, 납작한 모양새의 선물 상자는 넥타이가 들어가기에 아주 적당한 크기였다.
리스는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투로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너무 고급이어도 안 되며, 그렇다고 유행에 뒤쳐져서도 안 된다. 리서치 결과, 형사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디자인은 차분한 청회색의 격자무늬 - 리스의 따져 묻는 시선을 의식한 핀치는 서명이 필요한 행정 서류라도 되는 양 상자를 내밀었다.
바로 이런게 문제다. 사적인 선물이 아닌, 업무의 연장선이라는 뉘앙스가 리스를 열받게 만들었다.

『이제는 이게 지켜야 할 드레스 코드가 되는 겁니까. 저는 넥타이를 좋아하지 않는데요.』
『잠시만요. 지금 저더러 리스 씨의 취향을 존중해달라 요구하시는 건가요.』
핀치의 말투는 원한에 감싸여 싸늘했다.
『설탕 한 스푼이 들어간 센차, 정확하게 한 스푼입니다. 이게 제 취향이죠. 이걸 깔끔하게 무시하고 무가당의 센차를 가져다 준 사람이「존중받아야 하는 취향」어쩌고를 주장하는 건 아귀가 맞지 않죠.』

역시나 녹차가 원인이었군. 리스는 뒷통수를 긁었다.
『그 설탕 한 스푼 말입니다, 핀치. 차이나타운에서 개인적으로 신세를 졌던 첸 노인이란 분이 있는데요. 녹차에 설탕을 넣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흥분해서는 어떤 코쟁이가 녹차에 설탕을 넣어 마신다는 거냐, 양놈들은 도대체 녹차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녹차의 생명은 자연에서 우러난 담백함이다, 거기에 설탕이라니, 쌀밥에 사탕 뿌려 먹는 입맛인 거냐, 완전히 미친 짓이다, 이러면서...』
다 듣지 않고 핀치가 고개를 까딱였다.
『첸 노인에게 안부 전해주십시오. 제 취향을 존중해줘서 무척 고맙다고요.』
그리고는 특유의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보드판 쪽으로 걸어갔다.

『앤 블리스, 15세. 여성. 보호자는 이모인 캐서린 그로보스. 모친은 지병으로 일찍 사망했고, 부친은 7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금이 간 부위를 셀로판 테이프를 두껍게 붙여 고정한 유리 판넬은 오늘따라 텅 비어 있었다.
프로필 사진조차 찾지 못한 경우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휑한 경우는 드물다.
리스는 핀치가 어쩌면 심술을 부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고 잠시 의심했다.

『15세면 아직 학생이겠군요. 그리고요? 이게 전부입니까?』
핀치는 똑 부러지는 어조로「아직까지는 이게 전부다」잘라 말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미스터 리스. 매우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기록상으로 블리스는 심지어 태어나 지금까지 학교를 다닌 적도 없습니다.』
리스는 두 눈을 꿈뻑였다.
『학교도 안 다녔다고요. 미국에서 그런게 가능합니까?』
『선천적인 질병을 가지고 있거나, 범죄에 연루되었거나, 부모의 종교적 신념 때문이거나...  홈스쿨을 하는 학생들이 200만이 훌쩍 넘습니다. 주 정부가 공인한 교과과정을 따르고 거기에 따른 학업 평가를 받지만 사립이든 공립이든 학교에는 가지 않는 거죠. 부모나 가정교사, 인터넷 학습 등을 통해 교과를 배웁니다.』
『흐음... 그리 썩 좋은 것처럼 들리지는 않네요.』
『학생에게요, 아님 우리에게요?』

거기까지 말한 핀치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리스에게 건넸다.
『어쨌든 사정이 그렇다보니 제가 찾아낸 건 치과 기록이 전부입니다. 자산 및 법적 관리는 이모인 캐서린 그로보스가 전부 대신하고 있고, 모든 흔적은 그곳에서 끊깁니다. 어쩔 수 없이 그로보스 양을 먼저 만나봐야 할 겁니다.』
그리고 리스가 애써 외면한 선물 상자를 다시 들이밀었다.
넥타이.
고급은 아니며, 다소 촌스러운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자 자, 일단 한 번 걸쳐봐.
『NHERI (미국가정교육리서치연구소) 이름을 들먹이려면 지금 그 옷차림으로는 안 돼요.』
리스는 핀치가 심술을 부리고 있는게 맞다 확신했다.

Posted by 미야

2012/06/13 13:43 2012/06/1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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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즌 파이널도 아직 못봤는데... 아직도 범인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3시즌으로 고고씽을 했단 말이지...
너, 너무 늘어지는 거 아닙니까. 노르웨이인가 덴마크 원작에선 1시즌에서 범인 잡았잖아요오오,
범인은 알고 봤더니 레드존이었다, 이런 건 아니겠지.

아직 화이트칼라 2시즌 정주행 중.

Posted by 미야

2012/06/12 15:32 2012/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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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22)

플랫부쉬에서의 총격전은 어쩐지 수사기관 공무원들의 밥그릇 쟁탈전으로 비화되는 듯했다.
제일 먼저 조직 폭력 전담반이 싸이렌을 울리며 출동했다. 그러더니 SVU 팀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합류했다. 다음으로는 양복을 잘 차려입은 FBI 무리가 옷자락을 펄럭이며 등장했다.
연필은 씹어 먹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우걱우걱 - 이라는 얼굴을 한 카터가 맞은편 데스크에 앉은 후스코를 향해 질문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누가 가져갈 거래요?』
12개의 미해결 사건으로 허우적거리던 중이던 후스코는 32개의 미해결 사건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동료 형사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누가 이기나 가위바위보라도 하겠죠, 뭐.』

문 닫긴 서장실에선 허리에 손을 얹은 남자들이「황야의 결투」라는 제목의 오래된 고전 영화를 재촬영 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신호를 하면 동시에 권총집에서 무기를 꺼내 서로를 향해 총질이라도 할 분위기다. 조직 폭력 전단반의 웨슬러가 강한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보자 공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그 가운데서 서장은 카우보이 모자를 눌러 쓴 보안관 역할을 자청하며 이쪽저쪽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아무나 이겨라.』
카터는 끝이 보이질 않는 서류 작업으로 돌아갔다. 이틀 전에 발생한 수퍼마켓 2인조 강도 사건으로도 충분히 골머리가 아팠다. 게다가 어제 밤엔 그녀의 잘 생긴 아들네미가 사전에 이렇다 말도 없이 통금시간을 어기고 늦게 귀가했다. 정녕 외출금지를 당하고 싶은게냐 위협하며 아들의 귀를 잡아 당긴게 오늘 아침의 일이다.
한숨을 내쉬며 시계를 흘깃 쳐다보았다. 강도 사건 목격자 진술을 받으러 슬슬 나가봐야 한다. 더 정확하게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는 목격자를 설득하러 가야 한다. 서른 두 살의 구두 판매원이라던 목격자는 완전히 겁에 질려 CCTV에 찍힌 자기 얼굴은 사실은 비슷하게 닮은 다른 사람의 얼굴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 하부 조직이 아동 포르노 DVD를 팔다 일라이어스 조직에게 두둘겨 맞았습니다.』
모양새는 합동 수사 방식으로 가기로 했단다. 영광스런 최종 보스 타이틀을 거머쥐지는 못했으나 정보의 공유를 약속받은 FBI는 서장실에서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카터의 치맛자락부터 잡고 보았다.
『죄송하지만... 도넬리 요원.』
『자기네들끼리 실수로 오인 사격을 한 모양이긴 합니다만, 사망 한 명에 중상자 다섯 명입니다.』
이쪽에서「지금은 제가 많이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찾아와주세요」말을 꺼내기도 전에 도넬리 쪽에서 선수를 쳐서 카터의 말꼬리를 잘랐다.
『양복 입은 남자가 무소음 기관단총으로 무장을 하고 습격을 했다더군요. 러시아 계열과 이탈리아 계열이 전쟁 중인 지역에서 일라이어스가 먼저 선승을 날린 거죠. 그리고 러시아 마피아 쪽에 잠입한 우리 정보원 말로는 일라이어스가 일방적으로...』
카터는 귀 기울려 듣는 척하며 도넬리가 꺼내든 사진으로 시선을 내리깔았다.
죄다 모르는 얼굴의 스킨헤드 족속들이었다.
「총 맞아서 유감이에요, 그런데 그게 본심은 아니라는 거 알죠?」내용으로 카드라도 보내면 적당할 것 같다.

『흐음... 일라이어스 쪽으로는 잠입한 정보원이 아직 없는 건가요, 요원님.』
『노력은 하고 있는데 쉽지가 않군요.』
『하지만 경찰서 쪽으로는 유능한 잠입 정보원을 한 명 두셨네요. 제가 알게 되는 내용이 있음 따로 긴밀하게 연락드릴게요. 보아하니 웨슬러는 요원님을 따돌림할 분위기군요. 그는 자기 사건을 가져가는 FBI를 좋아하지 않아요.』
『이해합니다, 형사님. 그것보다 시멘스키 형사님을 만나보고 싶은데요.』
『왜요.』
『이번 플랫부쉬 사건과 연관된 중요한 물증이 그쪽을 통해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아... 그거요. 시멘스키도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전달받은 거라고 하던데요.』
『그 익명의 제보자가 혹시 일라이어스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흐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는데요, 요원님. 일라이어스는 영리하니까요. 적을 없애기 위해 또 다른 적을 이용하는 거죠.』
거기까지 말한 카터는 이제는 정말 나가봐야 한다는 투로 입구 방향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도넬리는 얌전히 물러서며 길을 터줬다.

경찰서 건물을 벗어나고 1분 뒤, 발신 제한으로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 제한」글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통화 버튼을 누르는 대신 폴더를 그냥 닫았다.
그리고 핸드폰에 대고 삿대질을 했다.
『대신 수퍼마켓 강도를 잡아줄 것도 아니잖아요! 난 오늘 바쁘다고요, 존.』

Posted by 미야

2012/06/12 11:50 2012/06/1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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