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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27)

마른 체격에 모자까지 눌러썼다. 호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겅중겅중 걷는데다 흐릿한 간판 불빛만 갖고 판단하기엔 성별조차 모호했다. 리스는 상대가 앤 블리스가 아닐 가능성도 고려했다.
회색 스니커즈를 신은 목표는 20분 가량 남쪽을 향해 쉬지 않고 걸었다.
이대로 직진하다 왼편으로 빠지면 저평가된 부동산 재개발 지역으로 묶여 갈수록 쇄락하고 있는 B.H.거주지로 이어지게 된다. 해가 떠있는 낮에는 그럭저럭 괜찮으나 땅거미가 지고부터는 베테랑 마약 단속반 형사들조차 발걸음을 꺼려하는 곳이다. 최근들어 권총을 사용한 묻지마 살인이 연속으로 세 건 발생해서 경찰 당국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소지품이 전부 사라진 것으로 보아 단순 절도가 강력 범죄인 강도 행위로 일이 커진 것 같다는게 당국의 해석이었지만, 어쨌든 범인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다. 그리고 꼭 살인범들만 죽은 사람의 몸을 뒤져 지갑을 훔쳐가는게 아니다.
리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목표와의 간격을 일정 거리로 좁혔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부근에 이르자 순간 목표가 흠칫하고 멈춰 섰다.
덩달아 리스도 재빨리 으슥한 구석으로 몸을 붙였다.
하지만 상대는 이쪽의 기척을 알아차린 것 같지는 않았다. 것보다는 다른 이유 때문이었다. 핸드폰이 메시지 도착을 알렸고, 모자를 쓴 목표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화면에 뜬 내용을 확인했다. 리스가 서있는 곳에서도 쳇, 하고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텍스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운동화를 신은 발로 땅을 퍽퍽 찼다. 그러더니 아까보다 더 심하게 겅중거리는 걸음걸이로 2차선 차도를 무단횡단 했다.

『핀치. 앤 블리스의 이름으로 개통된 핸드폰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미성년이라서 법적 보호자의 명의를 빌렸을 수도 있지요. 허나 제가 확인한 범위 내에선 없었습니다. 아, 잠시만요...》
바로 옆에서 은밀하게 소곤거리고 있다는 기분... 목덜미가 오싹해지더니 솜털이 섰다.
목덜미를 문지르고 있는데 핀치가 말을 이었다.
《이거, 안 좋은데요, SNS 기록으로 보면 캐서린 그로보스 본인입니다. 하지만 각각 다른 위치에 한 사람이 나란히 존재할 수는 없으니까 지금 리스 씨가 보고 있는 쪽은 십중팔구 복제폰이겠군요. 또 다른 캐서린은 지금 라이브 콘서트장에 있는 것으로 조회되고 있습니다.》
『복제폰으로 전송된 문자 내용이 뭔지 확인할 수 있겠어요?』
《약간 까다롭지만 가능합니다. 기다리세요.》

리스 또한 2차선 도로를 건너 모자를 쓴 친구에게로 다시 접근했다.
한 블록을 지나자 주변은 훨씬 밝아졌다. 야간 영업을 하는 편의점이나 셀프 세탁방, 패스트푸드점 등등이 나타났고, 분위기에 걸맞게 행인의 숫자도 늘어났다.
비열한 마약 상인이나 칼을 든 강도를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리스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해서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꺼져, 쌍년아.》
목표를 주시하며 걸어가던 리스는 껑충 뛰며 제자리에서 반 바퀴 빙글 돌았다.  
『.......... 핀치.』
《방금 확인한 문자 내용입니다.》
심장에 안 좋다, 이런 건. 깜짝 놀랐다는 건 숨기고 이마를 지긋이 눌렀다.
《설마, 제가 욕을 했다고 생각한 거예요? 미스터 리스.》
리스는 황급히 부정했다.
『그럴 리가요.』
《흠, 방금 리스 씨 목소리 톤이 올라갔어요.》

핀치의 도움으로 이제 리스의 핸드폰으로도 그들이 주고받는 문자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속의 속도로 - 애들이 엄지손가락만 가지고 그렇게 빠르게 글자를 입력할 수 있다는 점에선 그저 놀라울 뿐이다 - 엄청난 단문들이 날아다녔다. 그리고 내용의 거의 다수가 욕설 - 목을 따버리겠다, 이런 건 애교일 정도의 - 리스의 한쪽 눈썹이 구부러졌다. 상대가 가운데손가락을 치켜올린 사진을 전송했다.

《말로 떠들지 말고 날 잡아보시지 - 븅신》
《엉덩이 구멍에 손가락 넣고 질질 싸고 있냐》
《아니. 네 시체 사진을 찍으러 간다》
《체크-인》
《웃어봐. 지금 총으로 네 머리 겨누고 있어》
《구라 즐즐》
《졸라. 체크-인》

총으로 머리를 겨누고 있다고? 리스는 고개를 세우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엉덩이에 뿔난 강아지가 뜨거운 석탄을 입에 물려는 찰나다.
리스는 전속력으로 뛰었다.
검정색 바람막이 점퍼를 입은 남자애가 커다란 쓰레기통 뒤에서 몸을 일으키는게 보였다. 모자를 눌러쓴 목표가 화들짝 놀랐고, 바람막이 점퍼는 으스대며 총으로 상대의 가슴을 겨누었다.
『누가 구라 즐이라는 거야. 체크-인.』
방아쇠에 손가락을 거는 것과 동시에 리스는 바람막이 점퍼의 오른팔을 꺾었다.
『!!』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던 것 같다. 총알이 발사되었다.
쾅 - 이 소리도 아니고, 탕 - 이 소리는 더더욱 아니고.
총알은 날아갔으나 화약이 터진게 아니다. 핏, 하는 맥주 뚜껑 따는 김 빠진 소리라니.
리스는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제기랄~!! 옷이 더러워졌잖아!』
이 각도에서 보니 틀림없이 여자 아이다. 모자를 눌러쓴 소녀가 앙칼지게 고함을 질러댔다. 그녀의 오른팔이 새파랗게 물들었다.
『페인트?』
『닥쳐! 체크-인!』
소녀가 총을 들어 리스를 조준했다.
이번에도 페인트 탄?
판단을 유보한 채 리스는 왼쪽 팔꿈치로 여자애의 턱을 세게 후려쳤다.
충격을 받고 소녀의 몸이 옆으로 빙글 돌아갔다.
리스는 멈추지 않고 주먹으로 다시 여자애의 관자놀이를 노렸다.
이 정도라면 뇌가 흔들렸을 터, 흰자위를 드러낸 여자애가 큰 대자로 벌렁 쓰러졌다.

Posted by 미야

2012/06/23 10:58 2012/06/2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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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통판 주문은 성공했으니까 만족.
23일 토요일에 전 정상 근무합니다. 그지 똥갱이 같은 직장이니까효.
것보다 ㅇㅅㄹㅇ님이 개인 블로그에 올려둔 부스 설명도 보고 깔깔 웃다가 혼절했시오.

- 호반장님을이렇게저렇게하고싶은부스
- 글리는게이드라마가아닙니다
- 셜덕이기에셜록부스를내었는데어찌셜록부스를내었느냐하시면...
- 짐모리아티지옥악수회추진위원회
- 셜록의폭력성을시험하기위해존을뺏어보았다
- 영드와특촬의티타임
- 내셔널지옥그래픽
- 콜트로쌀삽니다

아니, 이분들이... ^^;; 콜트로 쌀을 사면 파파존이 거품 물어욧!

서울 국제 도서전에도 가고 싶다아아-

Posted by 미야

2012/06/22 12:51 2012/06/22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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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son of interest (26)

불편한 침묵이 잠시 이어졌다.
그동안 핀치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는데, 악마라는 초현실적인 존재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고, 혹시라도 사탄이 어느 나라 신이냐 리스가 질문할까봐 그런 거였다.
고인이 된 사담 후세인은 부시 대통령더러 사탄이라 욕했다.
그렇다면 사탄은 미국의 신인 것인가.
아니, 그걸 떠나서... 빈 라덴은 어쩌고? 리스가 사탄의 정체는 오사마라고 우기면 그때는 어쩌면 좋단 말인가.

「사람을 두고 무식한 자, 그리고 그보다 더 무식한 자로 구분하는 건 좋지 않아, 해롤드. 자네는 가끔 주변 사람들을 여전히 천동설을 주장하는 종류로 몰아붙이는데 말이지... 이제는 로마 카톨릭도 지구가 태양 주변을 돌고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고?」
그리운 친우가 다정한 목소리로 그를 꾸짖었다.
맞는 말이다. 핀치는 자신이 턱도 없이 리스를 바보 취급했음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
「미안, 네이슨.」

그동안 리스는 뇌에 잔주름을 열심히 만들고 있는 고용주를 곁눈질로 관찰했다.
처음에는 쩔쩔매며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단호하게 입을 다물고, 그리곤 부끄러워한다?
도대체 영문을 모르겠다.
『앤 블리스는 악마 숭배에 관심이 있는 걸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핀치는?』
보다 침착해진 핀치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리스의 질문에 대답했다.
『글쎄요. 앤은 겨우 열 다섯 살이잖습니까. 그렇게 심각할 것 같지는 않네요. 요즘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에 대한 반항심으로 사탄을 거들먹거리니까요.』

또래 여자애들 다수가 그러하듯 뱀파이어 스토리를 좋아하고, 온갖 욕설로 점칠된 마릴린 맨슨의 음악을 듣고, 해골 무늬 피어싱을 하고, 다듬은 손톱에 검은색 매니큐어를 칠하고... 그 정도 치기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라서 사탄을 상징하는 별 무늬의 심볼도 없이 그저 시든 장미로 장식된 인터넷 화면 하나만 가지고 사탄 숭배 운운하는 건 너무 성급했다.
그런 것보다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이것은 웹 디자인 학습 과제의 결과물로서 그야말로 별 것 아닌 것이다.
쓰여진 문구는 요즘 아이들 말마따나 쿨 하게 보이니까 집어넣은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걸까. 핀치는 아랫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렇다. 개운치 않은 것이다.

핀치는 기억하고 있는 책의 줄거리를 더듬었다.
소설에는 가발을 쓴 괴팍한 영국 귀족이 등장했고, 그 가발의 빛깔은 보라색이었다.
「일본인들이 사람 머리카락을 분홍색으로 칠했다고 무어라 할 것도 없군.」
주인공인 브라운 신부는 그 가발을 벗으라고 강한 어조로 말한다. 귀족은 자신의 가문이 오래 전부터 무서운 저주를 받았고, 그 결과 괴물로 변한 귀를 숨기기 위해 가발을 착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한사코 거부한다.
그에게 달려들어 가발을 강제로 벗기자 만 천하에 드러난 그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네?』
리스가 당황해하며 그를 쳐다보았지만 핀치는 계속해서 바쁘게 머릿속 책장을 뒤졌다.
「숨겨야 할 것이 없다는 걸 숨기기 위해 엑스무어 공작은 일부러 요란한 가발을 썼다. 사실 그는 진짜 공작이 아니었고, 그의 정체는 사채업이나 하던 건달 같은 변호사로...」
『음, 그렇다면 신원 도용인가.』
『뭐라고요?』
열 다섯 살의, 보호자가 없는 소녀는 학교는 물론이고 집밖으로 나가지도 않는다.
화랑을 운영하는 이모는 이러한 조카에게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렇다면 앤 블리스가 앤이 아니고, 이모가 사실은 이모가 아니라면 어떨까.

핀치가 막「보험사기」단어를 떠올릴 즈음, 리스가 예고도 없이 노트북을 강제로 덮었다.
핀치의 손가락은 여전히 노트북 자판 위에 올려져 있는 상태였기에「피아노 뚜껑이 내 손가락을 먹었어요」상황은 피할 수 없었다.
『아파!』
『집안에서 사람이 나왔어요, 핀치. 저쪽이 노트북 불빛을 알아차릴까봐 그랬어요.』
『말로 경고해주면 큰일이라도 납니까.』
『계속 딴 생각을 하고 있었잖아요.』
거기까지 말한 리스는 숨죽이고 예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그림자가 빠른 속도로 계단을 뛰어내려와 남쪽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따라가야 할 것 같아요.』
거리가 벌어지면서 사람의 인영이 흐릿해지자 리스가 서둘러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Posted by 미야

2012/06/21 14:47 2012/06/2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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