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 of interest (21)

검정색 더블백을 챙겨들고 600번대 서가로 향했다.
600번대 책장에 붙은 도서 분류 총목은「기술」, 아이러니한 느낌이지만 총기류를 숨겨두기엔 적합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성 탐사선을 쏘아 올리고 티타늄으로 인공 관절을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기 역시 인류가 발전시킨 기술 중 하나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인명을 살상할 수 있도록 원시적인 손도끼와 몽둥이로부터 시작해 부지런히 그 성능을 개조시켜왔다. 현대에 사용되는 총기류는 이제는 예술 수준이다.
리스는 허리를 굽히고 교묘하게 가려놓은 나무판자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책 보다 훨씬 무거운 것들이 정체를 드러내었다.

이중의 소음제거 장치가 부착된 MP5SD 무소음 기관단총과 9mm 탄창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탄창 하나에는 서른 발의 탄약이 장전된다. 1점사로 조정하면 서른 번을 발사할 수 있고, 3점사로 조정하면 열 번을 발사할 수 있다. 물론 자동연사 모드도 있다. 하지만 리스 탄약을 쓸데없이 낭비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제대로 조준도 하지 않고 드르륵 갈기는 건 겉멋이 잔뜩 든 코흘리개 길거리 갱들이나 하는 짓이다.

살짝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MP5SD가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쥐고 왼손으로 총신을 지탱하도록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리스는 성인 인구의 약 13%에 해당하는 왼손잡이다. 오른손으로 글씨까지 쓸 수 있도록 훈련했으나「보다 익숙한 손」이라는 건 분명 존재한다. 왼손잡이용 가위를 만들어낸 것처럼 왼손잡이 전용 기관단총이라는 것도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 있다.

『글쎄요. 독일인들은 자기 고집이 꽤 강하지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다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할 겁니다.』
『제작사인 해클러 앤드 호크는 진작에 영국으로 넘어갔는데요, 핀치.』
『오우.』
수류탄과 연막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핀치에겐 군수 회사의 다국적 합병은 관심 밖이었다.
회사가 넘어갔어? 그럼 다시.
『영국인들은 전통을 고수하려는 습성이 꽤 강하지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 건 똑같다고 생각하고...』
『핀치.』
살짝 핀잔하며 약 6kg의 무게를 담은 더블백의 지퍼를 닫았다.

핀치는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다. 어느 쪽 손가락이든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해도 러시아 마피아를 상대로 싸우러 가는 사람 앞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었다.
핀치는 지긋이 입술을 깨물었다. 자신이 철부지 어린애처럼 투덜거렸다는 사실이 속상했고, 이런다고 상황이 개선될 리 없다는 점에서 또한 속상했다.

『미안합니다.』
리스는 그가 초조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기에 간단한 고갯짓으로 핀치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요, 핀치. 상대는 군사훈련을 받은 헤즈볼라가 아닌데다 자기 몸에 발신기가 달렸는지조차 알아차리지 못한 바보들이니까요. 당신이 염려할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대머리 뒷통수에 독수리 문신을 새긴 사내의 옷 주머니로 발신기를 몰래 붙여두었다. 직접적으로 몸싸움을 벌이게 되면 상대가 눈치 채지 못하게 이런 일을 하는게 가능하다.
덩치는 자가용이나 택시를 이용하지 않았다. 나름 머리를 써서 추적을 피한답시고 지하철을 이용해 뉴욕 곳곳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쓸데없는 짓이었다. 이쪽에서는 마우스 버튼을 몇 번 클릭하는 것만으로 그의 위치를 정확히 잡아낼 수 있었다.
1시간여의 무료한 지하철 투어를 마친 사내는 이쯤해서 되겠거니 긴장을 풀고 결국 지상으로 올라왔으며, 최종적으로 부르클린 플랫부쉬에서 멈춰섰다.
리스는 오늘 밤 안으로 플랫부쉬에 있는 그들의 모처를 날려버릴 작정이었다.

『그들이 버터워스 씨의 집을 엉망으로 망가뜨렸더군요. 빈집털이 흉내를 내어 가재도구 전부를 부쉈어요.』
『증거 자료가 들어가 있을 컴퓨터를 노린 거군요.』
『네. 그들이 컴퓨터 하드를 뜯어갔어요, 핀치.』
『하지만 우리는 없어진 하드 드라이브의 완벽한 복사본을 이미 가지고 있지요.』
『그걸 카터에게 전달해줘요.』
『그렇게 하죠, 미스터 리스. 어렵지 않습니다.』

정작 어려운 점은 따로 있었다.
핀치는 문득 생각났다는 투로 질문을 던졌다.
『그나저나 조나단 버터워스 씨에게 자기소개를 어떻게 마무리 했습니까? 미스터 리스. 당신이 넥타이를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의심했잖아요.』
『...』
『연방 요원이나 사복 경관이 사용할 법한 디자인의 넥타이를 제가 몇 개 골라드릴까요?』

리스는 미소로 보였으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핀치가 보기에 그 미소는「나에게 그딴 건 묻지 마」였다.

Posted by 미야

2012/06/07 22:05 2012/06/07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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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량 문제 어쩌냐

블로그에 글만 올리는데 용량이 얼마나 들겠어 - 라고 룰루랄라 하다가...
백업 데이터의 용량을 보고 기겁했습니다.
티스토리 계정을 하나 구해놓고 여차하면 옮길 수 있도록 꼼수를 부려놓기는 했는데요.
데이터가 너무 커서 티스토리로 옮길 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겠더군요.
사, 사진은 이제 안 되겠다... 으아.

솔직히 TR, TD 이런 거 모르거든요.
티스토리는 또 택스트큐브와 연산자가 달라서 글자 간격이라던가 이런 거 손보려면 난감하구요. T^T
몇 년간의 축적 데이터이다보니 덩치가 공룡 맘모스급으로 커지기만 하지 작아지진 않고요.
이쪽도 다이어트가 시급한 상황이라서 슬프네요.

그러다 생각났는데, (횡설수설)
핀치가 만든 기계 말예요. 서버가 아무리 많아도 데이터 보존엔 턱도 없이 모자를 듯하지 않아요?
아니면 이놈이(응?)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무슨 좀비 피씨 만들 듯해서 리소스를 부분 활용한다면야 모를까, 물리적 서버에 저장되는 용량은 분명 한계가 있을 것이고, "까먹기" 기능도 일부만 적용되는데 그 많은 정보를 어디다 쌓아놓고 사느냐고요.

용량이 모자라, 용량이... 중얼중얼.

Posted by 미야

2012/06/07 11:16 2012/06/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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