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비버에겐 분장이고, 화장이고, 변장이고가 없다. 낡은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 전반을 덮은 수염을 가볍게 빗질하면 그걸로 끝, 순식간에 그는 바비 싱어가 된다. 덕분에 그는 짧은 토막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촬영 장소에 제일 먼저 나타날 수 있었으며, 남들이 모르는 걸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구석에 숨어 이리와 손짓하는 젠슨, 그리고 머리를 숙인 채 쪼로로 달려가는 제러드 같은 걸 말이다.
짐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흔든다. 이건 뭐, 10대 아이들이 형이 피우던 담배를 훔쳐와 뒷골목에서 하나씩 피워무는 꼬락서니고... 그리고 근심에 젖는다. 담배면 차라리 괜찮다. 어쩌면 더 심각한 것일수도. 오죽하면 연예계 밑바닥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는 하느님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번만큼은「남의 일엔 참견하지 않는다」는 주의를 잠시 접어두었다. 날카로운 청새치의 눈빛을 한 그는 지역 보안관을 연기했을 적의 자세로 두 사람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 거기서 은밀히 뭘 하고 있나.
- 엇, 짐!
- 다른 사람이 보면 배우들끼리 마약 거래한다고 오해하겠네, 젠슨.
- 뭐요?! 설마요! 우린 그런 거 안 해요!
- 물론 나는 믿어. 그치만 그렇게밖엔 안 보이던데. 그래... 자네가 제러드의 호주머니로 은밀히 찔러준 건 그럼 뭔가? 엑스타시 같은 마약이 아니라면 당당히 말해줄 수 있겠지?
- 저어... 그것은...
- 길게 얘기할 것도 없네. 제러드는 주머니에 든 걸 이리 꺼내놓게!
- 그... 저...
- 얼른!
- 아, 알았어요. 드릴게요.
- 메야, 이건... 춥파춥스?!
- 그리고 이거.
- 쫀득이?!
- 아저씨, 나 이거 먹으면 안돼? 모처럼 젠슨이 챙겨줬는데 도로 뺏어가면 싫어.
Posted by 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