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정도 됩니다. 두께감이 상당해서 장광설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책의 내용이나 완성도를 떠나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일사천리로 읽어나가지 못했다는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만, 여하간 그건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언급하도록 하고.

혹자들이 약올리듯 언급하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적이다 싶을 정도로 모두가 함구하던 뒷통수를 친다는 반전은 제겐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습니다. 너무 많이 기대를 했었나 봅니다. 이게 그 반전이었어? 이러고 눈을 부릅떴다는...

추리소설은 아니라고 봅니다. 살인사건이 있고, 누가 범인인지를 추적하고, 범인을 잡았다 (응? 잡았던가?) 는 것만 따지자면 추리소설은 맞겠지만요.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이 책은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추리소설을 모방한 일본식 고딕 환상소설이라는게 더 맞을 듯. 사건보다는 분위기가 중요하며 그렇기에 범인을 추적하고 잡는다는 일에 열중할 까닭도 없습니다. 이건 작품의 약점이기도 한데요, 반면에 그것으로 점수를 후하게 주는 사람도 있으니 판단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몫입니다. 암흑관의 기괴한 분위기에 푹 쩌는 것만으로도 저는 기뻤습니다. 이런 집에 들어가 딱 하룻밤만 머물렀음 좋겠더라고요? 윤광 없는 어둠과 피빛의 인테리어라니. 꺄울. 상상만 해도 막 소름돋고. (<- 좋아서)

걱정했던 그대로 우라도의 이름은 이 책의 내용 전부를 설명했습니다.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저는 이를 갈고 원망했습니다. 이럴 수도 있는 겁니까? 이름 하나로 모든게 파악될 줄이야. 오노 주상을 상대로 고소라도 하고 싶어지더라니까요.
이봐요, 부부가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해도 되는 겨~?!

이야기의 시점이 엄청 혼란스럽게 왔다갔다 합니다만, 그것만 참으면 한편의 납량 특집 미니 드라마를 본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달리아의 축복이 함께 하길.

* 십각관의 살인을 주문하려니 품절이란다. 이런. T^T *

Posted by 미야

2008/08/09 21:00 2008/08/0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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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냐 2008/08/13 17:22 # M/D Reply Permalink

    와우! 미야님이 애용하시는 곳은 십각관이 품절됐나봐요?
    제가 자주가는 알라딘엔 있던데~함 가보세요 ^-^
    전 관시리즈에 대한 로망?을 품고 발매되자 마자 산지라~흐 *^^*
    암흑관은 예전에 사놓고 아즉도 읽지 않았는데~추리가 별로 안나오나요??
    세권짜리라 나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데 우웅 ^^;;;
    그러고선 읽지 않고 보관만하고 있는 1인...훗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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