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비버에겐 분장이고, 화장이고, 변장이고가 없다. 낡은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 전반을 덮은 수염을 가볍게 빗질하면 그걸로 끝, 순식간에 그는 바비 싱어가 된다. 덕분에 그는 짧은 토막 시간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었고, 촬영 장소에 제일 먼저 나타날 수 있었으며, 남들이 모르는 걸 자주 목격하기도 한다. 지금처럼. 구석에 숨어 이리와 손짓하는 젠슨, 그리고 머리를 숙인 채 쪼로로 달려가는 제러드 같은 걸 말이다.

짐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고개를 흔든다. 이건 뭐, 10대 아이들이 형이 피우던 담배를 훔쳐와 뒷골목에서 하나씩 피워무는 꼬락서니고... 그리고 근심에 젖는다. 담배면 차라리 괜찮다. 어쩌면 더 심각한 것일수도. 오죽하면 연예계 밑바닥이 얼마나 타락했는지는 하느님도 모른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이번만큼은「남의 일엔 참견하지 않는다」는 주의를 잠시 접어두었다. 날카로운 청새치의 눈빛을 한 그는 지역 보안관을 연기했을 적의 자세로 두 사람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 거기서 은밀히 뭘 하고 있나.
- 엇, 짐!
- 다른 사람이 보면 배우들끼리 마약 거래한다고 오해하겠네, 젠슨.
- 뭐요?! 설마요! 우린 그런 거 안 해요!
- 물론 나는 믿어. 그치만 그렇게밖엔 안 보이던데. 그래... 자네가 제러드의 호주머니로 은밀히 찔러준 건 그럼 뭔가? 엑스타시 같은 마약이 아니라면 당당히 말해줄 수 있겠지?
- 저어... 그것은...
- 길게 얘기할 것도 없네. 제러드는 주머니에 든 걸 이리 꺼내놓게!
- 그... 저...
- 얼른!
- 아, 알았어요. 드릴게요.
- 메야, 이건... 춥파춥스?!
- 그리고 이거.
- 쫀득이?!
- 아저씨, 나 이거 먹으면 안돼? 모처럼 젠슨이 챙겨줬는데 도로 뺏어가면 싫어.

Posted by 미야

2008/08/22 10:39 2008/08/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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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음냐 2008/08/22 11:45 # M/D Reply Permalink

    쫀득이 너무 맛있음 ㅠ,ㅠ 하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불량식품의 추억이란...하아~ -///-
    암튼 청새치 눈빛을 한 비버아저씨 멋지지 말입니다 *^^*

  2. 로지 2009/07/31 21:48 # M/D Reply Permalink

    ㅜㅜㅜ 앉은 자리에서 40편 독파했습니다 ㅜㅜㅜㅜ 저의 사랑을 드립니다 미야님... 아 그런데 벌써 거의 1년전에 쓰신 거네요 ㅜㅜㅜㅜㅜ 저도 이 시리즈가 지구 종말 때까지 네버엔딩 되기를 바라는 강도심보입니다만 ㅜㅜㅜㅜ
    영한문 막론하고 게으른 성격에 잘 찾아보지 않는 팬픽이지만서도, 미야님은 예외라고 강력히! 외치고 싶습니다!! ㅜㅜㅜ 미야님의 제이투는 최고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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