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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fanfic] 습작

* 속칭 말하는 <빠꾸>를 당할 줄이야...;; 정식 수정본을 올리는데로 이 글은 삭제하겠습니다. *


작게 흥얼거리던 콧노래가 점점 커지더니 지금은 마이크를 붙잡고 공연 중인 프레디 머큐리가 되어버렸다.
벙벙한 표정을 지은 샘은 욕실 방향으로 고개를 고정시켰다.
노래인지 외침인지, 그것도 아니면「엘 고어는 사탄이다」구호인지 이쪽에선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특급 롤러코스터를 타고 360° 회전을 거듭해 간식으로 먹은 핫도그를 고스란히 게워냈다. 기백은 훌륭한데 음정, 박자는 죄다 꽝. 마지막은 가가멜이 스머프를 붙잡으려다 벼랑에서 추락하며 비명을 지르는 걸 닮았다.
《@)#_~♬ 우갸우갸, %(#)%~♪ 흐응응~♩》
잔뜩 신이 나서 지휘하는 포즈까지 잡았던 것 같다. 와장창 하고 플라스틱 물건이 바닥으로 곤두박질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이제 샘은 화를 내는게 좋을지, 아님 웃어야 좋을지 헷갈렸다.
『형! 적당히 좀 해. 계속 그러면 옆방에서 시끄럽다고 항의 들어와.』
그런다고 얌전해지면 딘 윈체스터가 아니긴 하지만.

왜 저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낙엽이 굴러가는 것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오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아니, 솔직히 말해 딘 윈체스터에겐 그런 태평스런 시절 자체가 없었다. 거울을 보며 여드름을 고민할 나이에 그는 일렬로 진열한 깡통에 모두 몇 개의 총알 구멍을 낼 것인가를 두고 불타올랐다. 예쁜 여자아이와 같이 영화관에 갈 궁리를 하는 대신에 겁나게 뜨거운 탄피를 땅바닥에서 어떻게 주워올릴 것인가를 연구했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 샘은 도리질했다 - 남들은 다 겪는 사춘기를 비정상적으로 건너뛴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애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성숙하고, 어른이라고 하기엔 철이 덜 들었다. 이예이예 정신나간 후렴구에 샘은 귓구멍을 틀어막았다.

『오늘이 무슨 날이야?』
『음?』
『연거푸 커피 열 다섯 잔을 마신 사람처럼 굴고 있잖아.』
타올 한 장만 허리에 두르고 욕실 밖으로 나온 딘은 동생의 타박에 피식 웃었다. 그 웃음이 불을 지른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왜 이러셔, 새미. 형님은 그냥 기분이 좋은 거야. 굳이 이유를 달자면 저녁에 먹은 감자튀김이 무척 맛있었다고 할까.』
『흥! 차라리 오늘 본 검정머리 웨이츄리스가 취향이었다고 하지 그래.』
『물~론 그런 까닭도 있고.』

가볍게 넘기는 대답에 샘의 눈초리가 사납게 변했다. 그래봤자 딘은 노랗게 튀는 불똥은 별 거 아니라는 투로 캔맥주의 팝탑을 땄다. 그의 사랑스런 신경질쟁이 동생은 비가 와도 툴툴거렸고, 비가 오지 않아도 툴툴거렸다. 사소한 반응까지 일일이 신경썼다간 뇌가 타버린다. 적당히 무시하고 있다가 이젠 되겠거니 하는 찬스를 노려 뒷통수를 쓱쓱 쓰다듬으면 끝, 시선은 이미 스포츠 뉴스로 향해 있었다. 그래, 오늘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이겼나, 졌나? 목구멍을 넘어가는 맥주는 시원해서 기분 좋았다.

『옷이나 제대로 입어. 어깨를 차갑게 하고 있음 감기에 걸려.』
『아직 더워.』
『딘! 내 말 안 들려?! 감기 걸린다니까!』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운 어조다.
시선을 엉뚱한 벽장쪽으로 돌린 동생은 똥구멍이 헐었다는 식으로 안절부절이다.

그 까닭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딘은 계속해서 능청을 떨기로 결심했다.
『아, 덥다... 샘? 너도 마실래?』
팔랑팔랑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딘을 향해「응」이라는 긍정의 대답이 돌아왔다.
딘은 냉장고 문을 새로 여는 대신, 자신이 마시고 있던 캔맥주를 동생을 향해 내밀었다.
샘은 무뚝뚝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리고는 엉뚱하게도 형이 허리에 감고 있는 타올 속으로 손가락 하나를 미끌어뜨렸다.

Posted by 미야

2008/06/15 19:36 2008/06/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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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이렌드 2008/06/16 10:34 # M/D Reply Permalink

    어라, 얌전한 샘희가 부뚜막...아니, 횽아의 무릎팍으로 올라가는 겁니까!! 여기서 중간생략은 너무 잔인한 처사라구요!!! ㅜ.ㅜ

  2. 로렐라이 2008/06/16 20:33 # M/D Reply Permalink

    앗! 어제 읽고 덧글 달려고 했는데 뿅 하고 사라져서 어리둥절 했었어요'ㅂ'
    흑흑흑 미야님의 강력한 절단신공에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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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좋아. 덕분에 위장이 헐었지만 커피가 좋다. 알갱이 커피를 물에 녹여 초코 우유를 섞어서 마실 적에, 카아~!

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표지 그림부터 웃겨 죽는다. 굵은 수염의 경찰관은 우억 표정이고, 책의 저자이기도 한 CSI 요원은 시체의 손가락에 입김을 불고 있다. (이 내용이 본문에 있다)

폴리스 라인 저편의 군중들은 그리섬과 호렝이쇼, 맥 반장을 말풍선으로 상상하며 좋아라 웃고 있고... 시체와 벌레, 썩어가는 악취가 난무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흑흑흑 소리를 내며 공감 100%.

상당히 재밌다. CSI 열풍이 미국에서조차 하나의 신드롬이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바위에서는 지문을 뜰 수 없다. 그리고 강렬한 느낌표. 나는 일할 적에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 강조의 느낌표. 현장과 드라마의 차이는 일반인과 전문가와의 차이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CSI로 근무한 작가의 종횡무진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권총자살로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린 남자가 있는데 천장에 선풍기가 달려 있다. 선풍기가 회전하면서 골수와 뼈의 파편이 휘라락 날아간다. 무진장 심각한 상황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조지, 머리에 쓸 만한 것 없어요?"
그는 가방을 뒤졌지만 없었다. 차 뒤쪽에 소방관 헬멧이 있었지만 너무 컸다. 게다가 챙이 있어서 카메라 플래시에 거치적거릴 터였다. 좌석 뒤에 끼어있는 밝은 노란색 안전모를 찾자 기운이 났다. 그래도 목과 어깨를 가릴 뭔가가 필요했다. 쓰레기통에 있던 천을 살펴봤지만 더럽고 끈적거렸다. 조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봉투에 든 내 점심거리를 조수석에 쏟아버리고는 그 푸른색 월마트 봉투를 내게 건냈다.
"좋아요." 나는 낄낄거렸다. "그걸로 해야겠네요."
... 중략 ...
달력 속의 비키니 여인과 조지만 있는 조용한 부엌으로 되돌아가서야 신문지 중앙에 구멍을 뚫고 그리로 머리를 넣었다. 신문지가 내 어깨를 충분히 덮도록 조정하고는 월마트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그 일부가 목 아래로 내려오게 했다. 그 위에 안전모를 쓰고 장화를 신고 선글라스를 꼈다.


그리섬 반장의 학구적 이미지는 이미 와장창. 저 모습을 상상하고는 맛있게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자살자의 뇌가 사방에 떨어진 장면에서 커피를 마시는 나도 강심장이지만, 아무튼 난 안전모와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시체로 접근하진 않았다. 세상에... 현장이라는 건 이런 분위긴가.

그런데 이건 엉뚱한 소리인데 불법 파일 업로드가 70% 이상이면 사이트가 폐쇄될 거라고 한다. 으아, 지못미 클박. 이젠 미국드라마 어디서 다운받지.

Posted by 미야

2008/06/13 20:57 2008/06/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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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기 2008/06/13 22:35 # M/D Reply Permalink

    예전 인터넷 서점에서 한참 광고(?)를 할 적에 잠깐 봤는데!!! 하며 읽어내려 가다가!!
    호렝이쇼(!!)를 보고 뿜었습니다^^
    앞, 뒤로 보면 개그하실려고 쓰신건 아닐텐데 말이죠.ㅎㅎ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 반장님들이 멋지다는건 변함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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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죽을지도 몰라

주문한 책장이 벌써 도착했어요.
막상 도착한 물건을 보자 저에게 공감각이 없다는 걸 통탄할 수밖에 없었는데...


-  저걸 머리에 이고 살겠다고?
- 어리석은 저를 징벌하여 주십시오.

생각한 것보다 무지 크더군요. 높이가 2미터에 가로가 1미터15cm...
가뿐하게 그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방안에 놓고 보니 장난이 아닌 거예요. 파달이를 실제로 보면 난 기절하겠구나 절감.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보면 앙앙 울음이 나오는 건 확실.
젠슨~!! 네가 기뻐하며 스테이크를 먹이는 퍼피는 무서운 퍼피야~!!

각설하고.
책들을 끼워넣으며 엄청 행복해하는 모습에 마마님은 할 말을 잊음.
옆방에 임시 적치한 책을 일부 가져와 차곡차곡 바벨탑을 쌓은지라 이미 빈틈은 없음.
그런데 왜 책들은 높이가 다들 제각각인 건지. 국제 규격이라는 건 없는거냣.
읽지도 못하는 원서 몇 권을 하부에 장식으로 찔러넣음. 그런데 웃긴 건 책이 낡았음. 어째서? 그동안 생활이 어려워 꺼내서 펼쳐보지도 못했구마. 더 황당한 건 게중에 영어나 일어가 아닌 책이 나옴. 기절할 것 같음. 꼬불 몽불몽불 글씨체로 봐선 (아마도) 스페인어로 추정... 언제 산 거냣! 아니, 그보단 이걸 왜 산 거냣?! 아마도 충동구매한 모양인데 15년 전의 나는 도대체?

시신덴 슬레이어즈 팬북이 발굴됨. 할렐루야.
X파일 소설책도 두 권이 발견됨.

아무튼 높이 2미터 높이로 책을 쌓아놓고 보니 나름 장관이긴 합디다.
구리구리한 폰카에선 높이가 안 보이는데 하안색 공간박스 네 번째가 일반적인 성인 여성의 키높이예요. 책장은 위로 칸이 하나 더 올라가고요.
요즘들어 거실을 서재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다던데 9세 미만의 아동이 있는 집에선 이런 걸 설치했다간 큰일나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더라고요.

PS : 그런데 의자가 갑자기 망가졌어요...;; 왜지?!

Posted by 미야

2008/06/11 22:33 2008/06/11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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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로렐라이 2008/06/14 20:11 # M/D Reply Permalink

    엇...저 밑에 아련히 보이는 낯 익은 색의 책은 해리포터 시리즈인건가요 미야님? 'ㅂ'*
    높이가 2미터에 가로가 1미터15cm! 제 방에도 그런 책장님이 있는데 항상 들어설 때마다 그 압도적인 포스에 놀라곤 해요. 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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