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좋아. 덕분에 위장이 헐었지만 커피가 좋다. 알갱이 커피를 물에 녹여 초코 우유를 섞어서 마실 적에, 카아~!

CSI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다, 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다. 표지 그림부터 웃겨 죽는다. 굵은 수염의 경찰관은 우억 표정이고, 책의 저자이기도 한 CSI 요원은 시체의 손가락에 입김을 불고 있다. (이 내용이 본문에 있다)

폴리스 라인 저편의 군중들은 그리섬과 호렝이쇼, 맥 반장을 말풍선으로 상상하며 좋아라 웃고 있고... 시체와 벌레, 썩어가는 악취가 난무하는 심각한 상황인데 흑흑흑 소리를 내며 공감 100%.

상당히 재밌다. CSI 열풍이 미국에서조차 하나의 신드롬이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바위에서는 지문을 뜰 수 없다. 그리고 강렬한 느낌표. 나는 일할 적에 미니스커트와 하이힐을 신지 않았다. 강조의 느낌표. 현장과 드라마의 차이는 일반인과 전문가와의 차이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CSI로 근무한 작가의 종횡무진 이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권총자살로 머리를 통째로 날려버린 남자가 있는데 천장에 선풍기가 달려 있다. 선풍기가 회전하면서 골수와 뼈의 파편이 휘라락 날아간다. 무진장 심각한 상황에서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조지, 머리에 쓸 만한 것 없어요?"
그는 가방을 뒤졌지만 없었다. 차 뒤쪽에 소방관 헬멧이 있었지만 너무 컸다. 게다가 챙이 있어서 카메라 플래시에 거치적거릴 터였다. 좌석 뒤에 끼어있는 밝은 노란색 안전모를 찾자 기운이 났다. 그래도 목과 어깨를 가릴 뭔가가 필요했다. 쓰레기통에 있던 천을 살펴봤지만 더럽고 끈적거렸다. 조지도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봉투에 든 내 점심거리를 조수석에 쏟아버리고는 그 푸른색 월마트 봉투를 내게 건냈다.
"좋아요." 나는 낄낄거렸다. "그걸로 해야겠네요."
... 중략 ...
달력 속의 비키니 여인과 조지만 있는 조용한 부엌으로 되돌아가서야 신문지 중앙에 구멍을 뚫고 그리로 머리를 넣었다. 신문지가 내 어깨를 충분히 덮도록 조정하고는 월마트 봉투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그 일부가 목 아래로 내려오게 했다. 그 위에 안전모를 쓰고 장화를 신고 선글라스를 꼈다.


그리섬 반장의 학구적 이미지는 이미 와장창. 저 모습을 상상하고는 맛있게 마시던 커피를 뿜었다. 자살자의 뇌가 사방에 떨어진 장면에서 커피를 마시는 나도 강심장이지만, 아무튼 난 안전모와 신문지를 뒤집어쓰고 시체로 접근하진 않았다. 세상에... 현장이라는 건 이런 분위긴가.

그런데 이건 엉뚱한 소리인데 불법 파일 업로드가 70% 이상이면 사이트가 폐쇄될 거라고 한다. 으아, 지못미 클박. 이젠 미국드라마 어디서 다운받지.

Posted by 미야

2008/06/13 20:57 2008/06/13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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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기 2008/06/13 22:35 # M/D Reply Permalink

    예전 인터넷 서점에서 한참 광고(?)를 할 적에 잠깐 봤는데!!! 하며 읽어내려 가다가!!
    호렝이쇼(!!)를 보고 뿜었습니다^^
    앞, 뒤로 보면 개그하실려고 쓰신건 아닐텐데 말이죠.ㅎㅎ
    이름이야 어찌 되었든, 우리 반장님들이 멋지다는건 변함없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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