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아무래도 늦었습니다. 마음에 안 든다고 메모에《철썩, 철썩, 철썩》이라 적어 보내지 말긔. ※


딘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괴물과 싸운 적이 있다.「모습 변환자」라고 불리우는, 하수구 냄새를 뼛속에서부터 풍기는 무지 더러운 녀석이었다. 재주도 좋아 남의 목소리까지 훔쳐간 괴물은 남의 집에서 위험천만하게도 부엌칼을 휘둘러대고, 샘을 흠씬 두둘겨 패고, 더욱이 동생을 깔고 앉아 두손으로 목을 졸라대기까지 했다.
은탄환이 장전된 무기를 들어 녀석을 조준하면서 딘은 기계적으로 딱 한가지 생각만 했다.
- 심장을 노려. 행여라도 빗나가면 안돼.
거울을 마주본 채 총을 쏘고 있다는 떨떠름한 기분은 0.5초도 지속되지 않았다. 어차피 그것은 딘이 아니었고, 무엇보다 그가 진심이 되어 샘을 죽이려 들 리가 없었다. 방아쇠를 당기는 동작엔 그래서 한치의 머뭇거림이 없었다. 겉가죽이 많이 닮은게 그게 뭐가 어때서? 처음부터 녀석은 남의 외모를 등쳐먹고 사는 괴물이었다. 은탄환을 심장에 박아넣으면 죽일 수 있었고, 딘은 녀석을 골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라 여겼다. 그게 전부였다.

그치만 지금은?
모르겠다.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이제부터의 내 앞날이 지금과는 달라도 한참 다를 거라는 걸 깨달았다. 그냥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어. 소중한 것이 영원히 사라졌고, 드디어 나는 이 세상에 홀로 남겨졌고, 그 때문에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루더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아인 이 누나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았어. 아니, 대답할 수 없었지. 사무엘 콜트가 만든 총에 맞고 영혼이 갈기갈기 찢겼으니까. 맙소사... 그 아이의 심장 소리가 사라졌는데도 난 울 수도 없었어. 눈물이 말랐어. 그렇게나 두려워하던 일이 현실이 되었어. 가족을 전부 잃었어. 나만 남았어. 어머니, 아버지, 동생... 다 떠났어. 카밀은 도망쳤고, 내 혈종들은 침묵했어. 내게 남은 건 오로지 절망뿐이었다. 정말 무서웠다. 견딜 수 없어 비명이라도 질러볼까 생각했는데 배를 바짝 끌어당겨도 끙끙 소리조차 나오지 않더군. 그저 온종일 거칠게 헐떡거리는게 전부였어. 가슴이 짓이겨지는 것처럼 아팠는데도 목에선 아무 소리도 안 나왔어.』
그녀의 입술 귀퉁이가 가늘게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혼자야. 이 세상에 나 혼자! 나만 남았어!』
눈을 커다랗게 뜨고 뱀파이어를 쳐다보았다.
그 다음 말에 딘은 등줄기로 소름이 얼음 알갱이인양 쭉 뻗쳐올라는 것을 느꼈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어! 나는 뭔가를 해야만 했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

뼈와 가죽이 끊기는 우득 소리가 나면서 가슴에 박혔던 칼이 다시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셔츠 앞섶이 시뻘겋게 젖어들었다. 외관상 출혈은 제법 커보였지만 인간이 봤을 적에나 그런 것이고 불사에 가까운 뱀파이어에겐 그리 심각한 상황은 아닐 터, 그녀는 상처가 난 부위를 손바닥으로 지긋이 눌렀다가 피투성이로 변한 손을 들어 보란 듯이 길게 혀로 핥았다.
『우습게도 난 아.직. 제정신이다. 차라리 이대로 미쳤으면 하고 간절히 바랬지만 그것도 그리 쉽지는 않더군.』
녹슨 쇠붙이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똑, 하고 한 방울의 피가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피! 딘은 자신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동시에 원추형 무늬의 자잘한 핏방울이 구두에 지워지지 않을 얼룩을 남겼고, 단숨에 눈을 찌르려 하는 칼날을 피해 옆구리를 세게 비틀었다.

『딘!』
경고하는데 거기서 내 이름을 부르지 마, 새미.
『디인!』
지금은 아무도 날 불러선 안돼.
『물러서! 물러서라고! 나, 여기서 저 여잘 쏠 거야! 딘! 제발 비켜! 듣고 있어?!』

아니.
네 말은 듣지 않겠다.
여기서 어떻게 물러설 수 있을까.
저 여자의 모습은 미래의 내 모습. 저 여자는 나. 언젠가... 멀잖은 시간 뒤의.
피하지 말고 똑바로 보아야 한다.
샘, 네 형도 곧 저렇게 될 거란다.
그러니까, 새미.
이 형은 어디로도 갈 수 없어. 그저 필사적으로 주먹을 쥐어야만 하는 거야.

옆구리의 통증을 묵살한 채 있는 힘을 향해 팔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여자는 딘의 눈을 공격하려 했고, 둘 다 무시무시한 기세로 충돌했다. 피투성이 주먹이 딘의 머리를 잡아챘고 딘은 질세라 이마를 바짝 들이밀었다. 몸과 몸의 좁은 틈새에서 유리 칼날이 어지럽게 칼춤을 추어댔다. 몇 번인가는 옷자락과 같이하여 살갗을 베었다. 딘은 이를 악물었고 게지나는 으르렁대는 개처럼 입술을 위로 말았다. 날카로운 이빨이 송곳처럼 튕겨나왔다. 위험하다. 딘은 온몸이 진땀으로 흠뻑 젖은 것 같았다. 축축해진 속옷이 기분 나쁘게 들러붙었다. 근육을 당겼다가 그대로 찌르면서 주먹으로 여자의 입을 쳤다. 때리고, 한 박자 쉬었다가 다시 때렸다. 그 충격으로 두 서너개의 엄니가 잇몸에서 빠져나왔다. 날카롭고도 하얀 이빨은 흡사 줄이 끊어진 목걸이에서 빠져나온 깨어진 진주처럼 보였다.
『카악!』
그녀는 보복으로 박치기를 시도했다. 망치로 벽을 찧는 퍽 소리와 함께 눈앞이 잠시나마 흐릿해졌다. 광대뼈 위쪽으로 활활 다는 통증이 산불처럼 번져나갔다.

옆에서 누군가 쇳소리를 질러댔다. 찢기는 듯한 처참한 비명이었다. 딘은 누군지도 모를 그 멍청이에게 시끄러워 죽겠으니 제발 입 좀 닥치라고 한바탕 욕설을 퍼부어주고 싶었다. 그 소리가 계속된다면 멋지게 발광해버릴 것만 같았다. 제발, 제발, 제발! 그러다 깨달았다. 그놈의 시끄러운 멍청이는 그렇게 멀리 있지 않았다. 뱃속 깊숙이로부터 올라오는 악악대는 비명은 다름 아닌 자신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중이었다.

《겁 내지 말거라.》
마구 날아다니던 칼날이 2cm 깊이로 어깨를 찔렀다. 통증과 쓰라림에 등까지 다 찌릿거렸다. 그래도 물러설 수 없다. 딘은 호흡을 멈추고 배 아랫부분으로 강하게 힘을 주었다. 그리고는 칼의 손잡이를 쥔 뱀파이어의 손을 수직으로 들입다 내리찍었다.
《네 동생을 잘 지켜주어라, 딘.》
귀라는게 몸에서 떨어져 나갔음 좋겠다. 진심으로 딘은 그렇게 생각했다.
뇌라는게 녹아서 흔적도 안 남기고 송두리째 증발했음 좋겠다. 진심으로 딘은 간절히 원했다.
《만약 지킬 수 없다면...》
말 그대로 스컹크가 방구를 뀌다 배를 뒤집고 죽을 발언이었다.
《샘을 네 손으로 죽이거라.》
저항할 틈을 주지 않고 뱀파이어의 주먹이 딘의 목울대 한 가운데를 강하게 가격했다. 앞이 까맣게 변하려 했다. 딘은 두손을 목으로 가져가곤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졌다.

- 똥 덩어리 같은 아버지!

판단력이고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던진 여자가 괴성을 지르며 쓰러진 그의 몸 위로 올라탔다. 통증, 절망감. 상실감, 왜 나는 이대로 미칠 수 없는 거지, 거울처럼 서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반사한 눈동자가 충격적인지라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상대방의 눈을 후벼파려 했다. 저렇게 흉측하게 생긴 건 세상에서 없애버려야 한다. 새카맣게 죽어버린 눈빛. 그렇지 않은가. 끔찍해, 정말 끔찍해. 종말과 파괴를 선언하며 위로 치켜올려진 여자의 팔을 간신히 붙잡았다. 푸른 핏줄이 도드라진 매마른 팔이 나무 막대기처럼 딘의 얼굴을 깊숙이 긁으려 했다. 딘도 지지 않고 바둥거렸다. 붙잡은 그녀의 팔을 왼쪽으로 힘껏 비틀면서 강제로 뚝뚝 끊기까지 했다.

『카밀은 날 보자마자 살려달라 애원하며 벌벌 떨더군.』
하지만 손목이 반대 방향으로 꺾어지는 것쯤은 위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 그녀의 눈은 백만볼트의 전기가 통하기라도 한 것처럼 번쩍번쩍 빛을 뿜었다. 풀어지지 않는 왼손이 딘의 멱살을 잡고 바닥으로 밀어젖혔다. 덕분에 뒷통수가 닿은 시멘트 바닥이 쿵쿵 울렸다.
『그 계집은 자기 남편의 시신을 차가운 길가에 그대로 내버려두고 도망을 쳤어. 그 멍청한 것은 내 동생의 장례조차 치러주지 않았다고!』
주먹이 다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힘이 실린 팔꿈치가 늑골을 찍었다.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그년의 목을 물어뜯고 있더군. 뭐, 어차피 그 자리에서 죽일 생각은 눈꼽만치도 없었으니까... 대신 나는 카밀에게 멕시코로 가서 어린애를 죽이라고 명령했지. 그래야 남미의 뱀파이어 헌터들이 불을 밝히고 그녀를 사냥해서 잔인하게 죽일테니까. 그 계집은 그렇게 당해도 싸.』
왼쪽 넓적다리에 격심한 통증이 찾아왔다. 딘은 복날에 더위를 먹은 짐승처럼 끙끙거렸고 다음으로는 어깨뼈가 비정상적으로 구부러지는 감각에 치를 떨었다.
『난 그렇게 해야만 했어. 그것이 내가 할 일이었던 거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녀의 오른쪽 주먹이 번개처럼 내뻗었다. 그것이 딘의 코를 정면으로 갈겼고 퍽 하는 소리가 나면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제 찌릿찌릿한 고통은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갔다. 갑자기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탁한 기침이 터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쿨럭이는 기침은 그리 길게 이어지진 않았고 대신 걸죽한 느낌의 코피가 목구멍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숨 쉬는 일을 방해했다.
『내가 알게 뭐야~!! 시끄러! 입 닥쳐! 다들 조용히 해! 제발 나에게 묻지 마! 묻지 말라고!』
바닥을 거머쥐고 다리를 들어 발길질을 했다. 두 다리가 정확히 뱀파이어의 가슴을 쳤고 미처 피하지 못한 그녀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쿵 하고 쓰러졌다. 이때다 싶자 딘은 피가 흐르는 코를 한 손으로 감싸쥔 채 넘어진 뱀파이어를 재차 걷어찼다. 하얀 몸뚱아리가 쓸모없는 물건처럼 앞뒤로 흔들렸다. 핏기를 잃은 창백한 얼굴이 악 소리를 내며 튕겨 올랐다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걸 차갑게 쏘아보며 여자의 등을 향해 킥을 날렸다.

뿌리부터 올라오는 짙은 혐오감.
《너라도 그렇게 했을 거야.》
물론 그렇게 했다.
《뭐라도 해야만 했다고.》
당연히 그랬을 것이다.

새미를 죽이고 나서.
새미가 죽고 난 뒤에.

그 역시 인간이고 짐승이고 가리지 않고 전부를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서있는 건지, 아님 누워있는 건지 구분이 안 갔다. 헛구역질이 나려 했다. 온몸의 힘이 다 빠져나간 것 같았다. 두통과 피로감이 철사가 되어 몸을 칭칭 감았다. 무릎이 와들와들 떨렸다. 불가항력적으로 딘은 고개를 숙였고 웩 하고 노란 신물을 한웅큼 토해냈다.

살과 피를 먹여 손수 키웠다.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비난하는 눈길.
아버지.
비난하는 눈길.
아버지.

그 소중한 걸 내 손으로 숨통을 끊으라고?
딘은 토악질한 것과 피가 들러붙은 주먹으로 자신의 왼쪽 뺨을 쓰다듬어 내렸다.
그게 자기 아들에게 할 말이라고 생각하우?! 이 좇 같은 놈아!

Posted by 미야

2007/09/23 23:55 2007/09/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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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고 2007/09/25 00:48 # M/D Reply Permalink

    그래도 딘씨는 싸우는군요. 그냥 홀라당 홀릴 줄 알았더니...두근두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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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를 여러번 반복해서 보다보면 (그렇다고 해봐야 마음에 드는 장면만 편식해서 보긔) 얘네들 정말 섬세하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동생에게 가보세요 - 아점마가 혹시 마음이 달라져 샘을 체포하면 어쩌려고?
동네 전화번호부 책에 나오는 첫 번째 모텔에서 짐 록퍼드를 찾으라고 한다.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 지푸라기라도 잡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심각하게 딘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는 다이애나.

동네 첫 번째 모텔에 투숙, 자료 보강중인 샘. 똑똑 문 두드리는 소리에 귀가 쫑긋 선다.

이 다음부터가 쨘하다. 문을 여는 샘의 시선을 보자.
형이 무사히 탈출했으리라 생각했을까. 살인 용의자 입장에서 그건 무지 어려웠을 터인데. 아무튼 방문을 여는 샘의 시선은 형의 대갈통이 있을법한 위치로 고정되어 있다.
이녀석은 은근히 감정을 숨기는게 서투르다. 설마, 어쩌면, 혹시, 그래도 우리형인데 하는 복잡한 표정이 그대로 나온다. 물론 제3자일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나름 긴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봐야 시선의 높이는 딱 <딘의 대갈통 높이>다.

형 왔어?

형, 왔냐니까.

엇, 우리 횽이 똥자루가 되었나욤?
문을 두드린 사람이 더 아랫부분에 위치하고 있음을 깨닫고 눈을 아래로 지긋이 내린다.

난 네 형이 아니다. 다이애나는 키 작다... 그랴, 나는 키 작아! 입을 앙 다문 여사님.

혹시나 했던 형이 아님에 실망한 새미. 동시에 체포당하는 건가 움찔하는 새미. 흑.

Posted by 미야

2007/09/23 13:33 2007/09/2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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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학- 늘어진다

연휴 첫날이라 할 수 있었던 토요일, 쥰쥰은 현관 앞에 쭈그리고 앉아 드라이버 하나 쥐고 도어형 공간박스 9개를 꾸깃꾸깃 조립했습니다.
- 아악! 내 손가락~!!
왜 이러고 사는 걸까, 나는.

바깥으로 나뒹굴던 책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체력이 70포인트 급감했습니다.
환경이 30포인트 올랐습니다.
돈이 5포인트 내려갔습니다.

글자는 아직 하나도 쓰지 않았지만 아무튼 연휴니까요.
이 와중에 컴퓨터를 포맷해 주겠다고 오라버니께서 흐믓한 협박성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 흘.

Posted by 미야

2007/09/23 12:59 2007/09/23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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