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그의 인생은 화약 냄새 자욱한 연옥이었다. 매일이 투쟁의 나날이었다. 상대방이 주먹을 날리면 딘은 그때마다 발끈해선 맞은 것 이상으로 때리고 보았다. 상대가 노인이든 마피아든 입장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보복은 철저하게 하고 보는 것이 철칙이었다. 왼뺨을 맞으면 상대의 오른뺨을 올려붙였다. 엉뚱하게도 그는 이것이야말로 정의라고 생각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다.「하룻밤 자고나선 훌훌 털고 다 잊어버려야지」생각하곤 이불을 뒤집어쓴 채 끙끙 앓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여기서「거의」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고함을 지르며 덤벼든 인간이 제3자가 아닌 샘이었을 경우엔 세 번에 한 번 꼴로 눈 감아 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제끼리의 주먹다짐을 빼고나면 그가 맞대응을 포기한 적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관하다.
그치만 여자가 따귀를 때린 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폭력이라기 보다는 감정의 빅뱅에 더 가까운 그 행동 앞에선 이거다 싶은 답이 없었다. 여자들은 얻어맞은 당사자보다 더 아픈 얼굴로 흐느껴 울었고, 몸을 시계추처럼 흔들어댔고, 수그리고 앉아 입술을 깨물곤 했다. 아무리「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지만 그런 여자를 상대로 손찌검을 할 수는 없었다. 기껏해야 어깨를 뒤로 떠미는 것 정도밖에 - 그것도 힘 안 주고 살살 미는게 전부였다. 그러면서 딘은 그녀들이 스스로 울음을 그치기를 간절히 바랬고, 기적은 모세가 홍해를 둘로 가르는 빈도로 일어났다. 다행이라면 태어나 지금까지 감정적으로 격앙된 여자로부터 따귀를 맞은게 딱 여섯 번밖에 없... 아니, 방금 전의 것까지 횟수로 넣어 딱 일곱 번밖에 없다는 거랄까.
얼얼한 통증을 호소하는 뺨을 감싸쥐고 펄쩍 뛰었다. 손바닥 도장이 찍힐 거라곤 짐작도 못했기에 놀라움은 컸다. 불온한 공기를 눈치챈 샘이 비누를 들고 욕실에서 뛰쳐나올까봐 큰 소리도 못 내고 그저 도둑이 개 꾸짖듯 입만 뻥끗거렸다. 《왜 때려!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야!》 《이 병신 같은 새끼. 그걸 몰라서 되물어?》 동시에 짝 소리가 나게끔 두 번째 손바닥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반대편 뺨이었다. 불이라도 난 것 같았다. 맵고 활활 달아서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아읏! 이게 무슨 짓이야!》 《정신 차리라고 때렸다. 이제 정신이 좀 드냐? 아님 더 때려줘?》 《망할 년. 내가 언제 흰자위를 드러내놓고 기절이라도 했다든?!》 《눈 뜨고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데 그럼 그걸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이리 가까이 와. 이참에 내가 확실하게 정신 번쩍 들게 해줄게. 손가락 마디 두 세 개 정도 부러뜨리면 되겠지. 싫든 좋든 머리에서 스파크가 확 튈 거야. 어디보자. 오른손을 망가뜨리면 당분간 곤란하겠지? 자! 그러니까 왼손으로 타협을 보자고. 오케이?》 《리!》 《얼른 목소리 낮춰, 이 등신아! 샘이 안에서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학생들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은 무엇입니까. 수학입니다. 그녀가 일반론에 의거하여 눈짓으로 욕실을 가리켰다. 그 의견을 결코 묵살할 수 없었던 딘은 울분을 억지로 삭히며 짐짓 뒤돌아 섰다. 『샘! 대충하지 말고 빡빡 잘 씻어! 알았냐?!』 안쪽에서 무어라 빠르게 말대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코흘리개 어린애인줄 아느냐, 짜증나게 굴지마라 등등의 내용인 듯 싶었다. 확신은 할 수 없었다. 귀 기울여 들은 것도 아니거니와, 타일이 부착된 매끄러운 벽면에 여러번 반사된 단어들에선 자음이 죄다 빠져 있었다. 따라서 의미불명의 웅웅웅, 왕왕왕에서 약간 사정이 괜찮았을 뿐이었고, 그 결과 워너 브라더스의 벅스 버니 만화에 출연하는 멍청한 오리 대피 덕이 비음을 섞은 특유의 목소리로 뜨거운 물이 안 나온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것과 매우 흡사했다. 별 재주가 없는지라 딘은 텔레비전 만화채널로 시선을 고정시킬 때마다 그랬듯이 그게 무슨 뜻인지를 해석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했다. 설령 지금 샘이 한 말이「형이 아침에 먹은 베이글은 실은 땅바닥에 떨어졌던 걸 내가 3초만에 도로 주웠던 거야」라고 했어도 확인 불가다. 지금으로선 샘이 딴 짓을 않고 - 이를테면 문에다 귀를 바짝 대지 않고 착실하게 머리를 감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족했다.
걱정과는 달리 국냄비가 끓어 넘치지 않았음이 확인되자 딘은 다시 리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그녀는 알콜 중독자인 남편에게 별거를 선언한 여자처럼 침대 위로 중간 크기의 여행가방을 가볍게 던지고는 옷가지를 들었다 놓았다 하며 바쁘게 움직이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러다 뭐가 마음에 안 들었던지 구겨진 스커트는 그대로 놔두고 벽에 붙여둔 종이들을 모조리 뜯어 한꺼번에 쓸어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그것은 폭풍이었다. 가구에서 서랍을 빼내어 거꾸로 뒤집었다. 포장을 뜯지 않은 콘돔, 헤어 브러쉬, 립스틱 같은 것들이 가방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치 태고적 홍수가 나서 모조리 쓸려 떠내려가는 것 같았다. 보고 있자니 범람한 미시시피 강물로 익사한 소의 거대한 몸뚱아리가 흙탕물 속에서 뜨고 가라앉았다가 다시 뜨는 걸 구경하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머뭇거린 뒤에야 딘은 입을 열 수 있었다. 『저어... 난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거든?』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올리며 그녀가 허리를 꼿꼿이 세웠다. 번들거리는 리의 눈빛은 너무나 많은 것을 말하고 있어서 역설적으로 그 의중을 읽어내리기가 불가능했다. 다만 확실한 건 푸른색에서 시커먼 검정색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라는 거였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말이다. 『내 내답이라면 네 뺨따구 양쪽으로 새빨갛게 잘만 찍혀져 있구먼. 거울을 들여다 봐, 딘 윈체스터. 그게 네 요구에 대한 나의 답이야.』 다시금 담배 생각이 간절해진 것 같다. 리는 애원과 갈망이 뒤섞인 표정으로 비닐이 뜯겨진 담뱃곽에서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했다. 누군가「피워도 돼」허락만 해준다면 그 댓가로 에덴 동산에 숨겨진 생명 나무를 향해 망할 제초제를 트럭으로 뿌려대는 짓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불칼을 든 천사따윈 문제가 아니었다. 영겁의 저주는 무섭지 않았다. 필더에 이를 박고 회색의 연기를 폐로 하나 가득 빨아대야 했다. 지금 당장!
『아악, 짜증나!』 패스받은 농구공을 드리볼하며 뛰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식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리의 판단에 의하자면 경기 분위기를 훼방놓은 심판은 어떻게든 자신의 바보 천치 같은 행위를 설명해야 옳았다. 지금처럼 마뜩지 않은 표정으로 머리를 만지며 운동장을 가로질러가는 미모의 치어리더에게 엉뚱하게 시선을 주어선 안 되는 거였다. 『뭐야, 진짜~!! 갑자기 겁이라도 집어먹은 거냐? 흡혈귀 녀석들이 떼를 지어 덤벼드는 걸 보니 그렇게 무섭든? 피를 봤더니 세상이 당장 끝장날 것처럼 보였냐고. 법적인 효력을 발휘할 유언장을 미리 작성하지 않은게 걱정이야? 어디 말해봐, 딘 윈체스터 씨.』 그녀는 눈을 부릅떴고, 성질이 난다며 리바이스 청바지를 바닥에 던졌다. 그 모습은 영화「사랑과 영혼」에서 귀신과 접신하고 경련을 일으키던 우피 골드버그처럼 희극적이기까지 했다. 『도대체 어디서 유추해낸 결론이냐.「이젠 끝장인가봐요, 난 이제 죽음을 각오했으니 대신 내 동생을 잘 부탁해요」라니. 앙?!』
딘은 가렵지도 않은 팔꿈치를 반복해서 문질렀다. 그는 한 여름에 두꺼운 겨울 솜바지를 입은 듯한 어색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뒤로 도망갈 문은 굳게 닫겨 있었고, 앞에선 빗자루를 쥔 분노의 여신이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이 상황에선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입술을 비틀어 억지로 웃었다. 그러나 눈은 결코 웃을 수 없었다. 리가 다시 재촉했다. 『입이 달라붙었냐!』 『말 할게. 말 한다고! 머리에 세 방이나 총을 쐈어. 무려 세 방이었어. 제기랄, 세 방이나 명중시켰다고. 머리의 반은 날려버렸단 말이다!』 그러고도 사내는 꿈 꾸는 표정으로 똑바로 달려와 임팔라의 지붕을 두드려댔다. 주먹을 마개로 삼아 신음소리가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걸 강제로 억눌렀다. 그러나 어디로도 고정할 수 없는 시선이 불안하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까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런 녀석들이 지천에 깔렸다고 생각해봤어. 결국 난 싫든 좋든 냉정하게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러니까 우리가 이 상황에서... 이, 이 상황에서...』 목이 메였다. 딘은 그러길 원하지 않았음에도 말을 더듬었다. 『만약, 그러니까... 내가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하, 하지만 나에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내 동생, 나에겐 무지 소중해. 소중하다고. 아아, 이런 젠장.』
참을 수가 없어져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혓바닥이 콕콕 쑤셨다. 아버지와 약속했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동생을 구하라고 하셨다. 그 아버지가, 그 존 윈체스터가 눈물을 보였다. 충격을 받은 아들은 망가진 녹음기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네, 아버지... 네, 아버지... 약속해요, 약속해요, 내 전부를 걸고 약속할게요.
리의 표정이 굳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선 그녀로부터 뜨거운 콧김이 확 뿜겨졌다. 그들은 거의 키스할 정도의 거리로 밀착되어 있었다. 『이 멍청아. 최악의 경우라는 건 말이다...』 리의 손가락이 딘의 목덜미에 닿았다. 『어떻게든 살아남겠다는 생각을 접는 그 순간부터가 최악이 되는 거다. 대신 죽겠다는둥, 이 한 몸 희생하겠다는둥 같잖은 헛소리는 집어치워. 죽어도 좋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죽게 되어버린다고. 그 작은 마음의 틈새가 적으로부터 공격당할 허점을 만드는 거야. 몸에 빈틈이 있으면 그건 커버할 수 있어. 하지만 마음에 빈틈이 있으면 그건 무엇으로도 가릴 수 없어. 바늘이 들어갈 틈이 있으면 칼이 들어오는 거야. 나는 죽어도 괜찮다고? 웃기지 마. 절대로 아니야. 하나도 괜찮지가 않아. 그리고 그건 네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리려는 그 사람에게도 절대로 괜찮지가 않은 일이라고!』 이제 그녀의 손가락은 옷자락을 세게 틀어쥐었다. 『내 말 들어. 고참 선배가 하는 말을 들으라고! 반칙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살아남겠다고 강하게 생각해. 살겠다고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과 같이, 둘이서 같이! 남극 바다에 빠져도 반드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란 말이다. 암벽 등반을 하면서 밧줄을 놓아버리는 바보 짓은 정상에까지 다 올라가고 난 다음에야 하라고. 절벽 중간에서「도저히 무리인 것 같으니 난 그만 포기할래요」하고 끈을 놓으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76kg짜리 성인 남자를 산 꼭대기에서 미친 듯이 잡아당겨야 하는 내 팔뚝이 너무 불쌍하잖아 - 라고 말을 맺으며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몸을 뒤로 밀쳐내기 전에 쪽 하고 입술이 먼저 부딪쳐왔다. 『내가 못 살겠다. 다 커다란게 징징 우는 소리나 하고 앉았고.』 코흘리개 어린애 취급이 영 껄끄러웠지만 딘은 내색하지 않았다. 『손수건으로 코까지 풀어줘야 하나 속으로 무지 쫄았다구.』 농담을 농담같지 않게 한 그녀는 등을 돌리고 다시 가방 꾸리는 일로 돌아갔다.
『오리진을 상대하다보면 누구라도 질려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말이야, 너희들을 끌고 무사히 가나안 평야를 넘어야 하는 내 사정도 생각해주기 바라.』 오리진? 처음 듣는 얘기다. 나프탈렌 냄새가 진동하는 옷장을 열고 여권으로 보이는 수첩을 챙기던 리는 손가락을 빙글 돌려보였다. 『그래, 오리진... 성경에 보면 최초의 인간은 아담과 하와라고 하지? 그리고 아담은 신으로부터 특권을 부여받은 것으로 묘사되어 있지. 동방으로 에덴이란 이름의 동산을 만들고 사람을 그곳에 두고 그것을 다스리게 했어. 그리고 하느님은 흙으로 만들어진 들짐승과 각종 새들을 에덴 동산으로 끌고와 아담으로 하여금 그들의 이름을 짓게 했지. 네 녀석도 헌터니까 이름을 짓는다는게 상징적으로 무얼 의미하는지는 잘 알고 있을 거야.』 『그야 명령을 내리고 지배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뜻이지.』 『바로 그거야.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건 말이야, 딘. 일반인들에겐 알려지지 않았지만 뱀파이어들도 나름대로 이와 비슷한 전설을 갖고 있다는 거야.』 『에?』 『최초의 뱀파이어의 여자는 아세베스, 신을 섬기지 않는다는 의미지. 최초의 뱀파이어 남자는 에티온, 흐려진 물에서 스스로 기어나온 존재야. 처음에는 형체가 없었지만 신을 닮은 아담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고 생각했기에 그 그림자를 훔쳤어. 그리고 아담이 들짐승의 이름을 지으면 가만히 외워두었다가 남몰래 그 이름을 호명하여 짐승들을 꼬여냈지. 이들이 기원, 뱀파이어들이 숭배해 마지않는 오리진이야.』 여기까지 말한 리는 딘에게 팩스로 들어온 감열지를 들이밀었다.
Posted by 미야
2007/07/2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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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at 2007/07/23 22:32
- Filed under 투덜투덜
신 내린 것처럼 타자를 치며 한창 분위기 타고 있는데 따악 걸렸다. 젠슨, 몸무게 얼마입니까?급한 마음에 인터넷으로 프로필을 뒤져봐도 키와 눈동자 색 이야기만 있을 뿐, 정작 찾고 있는 몸무게 언급은 없었다. 민감한 거니까 그러겠거니 싶었지만 덕분에 중요한 부분에서 중요한 대사를 뜯어 고쳐야 한... 우겍! 싫어! 189cm라면 대략 루카와를 모델로 삼아도 되는 것인지? 그치만 이쪽은 헌터이고 (사실은 배우이고) 한쪽은 고교생 농구선수 (사실은 만화책 등장인물) 다.
자잘한 거에서 막히는게 제일 짜증난다. 대략적인 허수를 적고 딘이 <내가 뚱보로 보여?!> 라고 맞받아치는 걸로 해야 하나. 그치만 분위기상 농담 따먹을 장면이 아니라는게 문제.하느님, 로또 복권 당첨번호를 가르쳐 주시는 김에 젠슨 몸무게 숫자도 꿈으로 보여주세요.살아 생전에 별 소원을 다 빌어본다. * 머리 나쁘면 죽도록 고생. 솔로몬의 작은 열쇠가 레메게톤이고, 레메게톤에서 서술한 것이 게티아 마법이고, 그렇다면 글리모아는 뭐꼬. 여하간 불만인게 이놈들은 히브리어, 라틴어, 헬라어와 콥트어, 그리스어 말고는 학습을 전혀 안 하는 거냐? 인간들도 외국어 배운다고 땀을 빼는데 이래서는 너무 게을러빠진 거 아닌가. 그리스 말로 <목격한 거 안 말해주면 계속 저주할거야, 할멈...> 이라 으름장을 놓던 먼치 형사 생각이 나서 잠시 혈압이 내려갔다. 눈 땡그랗게 변해 <그리스 말을 다 할 줄 알아요? 선배?> 이러던 투투올라는 무지하게 귀여웠지만, 영어로는 저주가 되지 않는다는게 대략난감. 뭐, 어쨌든간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강력한 슈(呪)는 이름이라고 아베노세이메이가 그랬지. 에잇, 아밤바다!
Posted by 미야
2007/07/23 22:32
2007/07/23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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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있는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3시즌 시작 전까지「Moon-light rod」편이 끝나야 딱 맞는데 이 속도로 봐선 워째 가능할 것 같지가 않네요. ※
모즈볼리 모텔의 입구를 장식한 깜빡이 색전등을 마침내 찾아냈음에도 샘은 그 안으로의 진입을 망설였다. 당연한 얘기지만「방금 전에 실수로 사슴 열 다섯 마리를 한꺼번에 치어 죽였거든요. 아님 우리가 차로 들이받은게 아프리카 코끼리였을까요?」식의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그걸 고스란히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로 그 점이 문제였다. 어둠이 그럭저럭 그 모습을 감추어주긴 했어도 채 굳지 않은 대량의 피는 녹슨 쇠붙이 냄새를 진하게 풍겨댔다. 누군가 바로 그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익명으로 경찰에 신고할 거라는 건 불을 보듯 뻔했고, 그것도 강력 사건으로 신고될 거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지금도 충분히 죽을 맛이다. 이 마당에 뺑소니 혐의로 체포당하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서 샘은 모텔에서 한참 떨어진 으슥한 장소로 차를 세웠고, 굵은 한숨과 함께 엔진을 껐다.
헤드라이트 불빛이 사라지고 암흑이 주위를 포진하자 세 사람 모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을 삼갔다. 피곤한 탓도 있었지만 입을 열었다간 뭔 소리가 튀어나올지 그게 무서웠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히스테리를 부리지 말라는 법이 없었다. 특히나 딘은 무릎 위로 얌전히 손을 얹은 채 초긴장상태였는데 불결한 피를 뒤집어쓴 옷을 전부 벗어 태웠던 것처럼 더러워진 임팔라 또한 휘발유를 들이붓고 불을 당겨야 한다고 설득하려 할까봐 걱정이 산더미였다. 절대로 안돼, 라이터를 꺼내고 그러기만 해봐, 차라리 날 죽여, 속에서 하고 싶은 말들이 서로 뒤엉켜 아우성을 쳤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겠다며 동생이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춰오자 딘은 한층 더 긴장하여 좌우로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젖은 신문지처럼 빛이 바랜 피부 탓에 콧잔등 위로 뿌려진 자잘한 주근깨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화형식을 하자는 얘기가 나오면 그 즉시 자동차를 끌어안고 알라스카까지 단숨에 도망이라도 갈 태세다. 한숨만 나온다. 그놈의 망할 사랑의 도피행에 자신을 끼워주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한 샘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갖고 딘을 저주했다.
이 와중에 제일 먼저 운을 뗀 사람은 리였다. 『일단 좀 씻자. 내가 먼저 들어갈테니 5분 뒤에 신호를 보고 따라와. 108호실이다. 제일 가장자리에 있는 방이야. 잔소리처럼 들리겠지만 만약 신호가 없으면...』 『화염병을 던질까요, 아님 기관총이라도 쏠까요.』 차에서 내린 그녀는 유리창에 두 손을 대고 서서 콧방귀부터 뀌었다. 『웃기고 있네. 지금 장난하나. 실력이 쥐뿔인 주제에 날 돕겠다고 참견하며 끼어들기만 해봐. 등껍질이 벗겨지도록 빗자루로 마구 때려줄테다.』 샘은 바보가 된 기분에 고개를 떨궜다. 『그럼 우리더러 어쩌라고요.』 『어쩌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달아나야지! 자, 약속해. 어떻게 한다고?』
단단히 엄포를 놓고 난 뒤에야 리는 셔터가 굳게 내려진 전당포를 가로질러 빠르게 달려갔다. 신중하게 주변을 살핀 뒤, 셔츠를 두손으로 움켜쥐고 자세를 한껏 낮춘 채 울타리를 넘는 모습은 부모 몰래 외출했다 들키기 전에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는 틴 에이저를 많이 닮아 있었다. 복잡하고도 비밀스런 사생활을 즐기는 철부지들이 선호하는 출입구 - 이를테면 사다리가 놓여진 창문을 노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빼면 영락없었다. 불현듯 샘은 그녀의 진짜 나이가 궁금해졌다. 딘과 비슷한 또래일 거라 막연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터무니없는 착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록 콘서트와 남자친구, 불법으로 다운로드받은 MP3와 배꼽 피어싱이 관심사의 전부일 소녀들보단 확실히 삭은 외모였지만... 그놈의 두꺼운 화장이 변수였다. 여자들이 눈두덩이에 뭘 바르느냐에 따라 적게는 2년, 많게는 10년까지 자기 나이를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다는 건 가까이에서 제시카를 봐서 잘 알았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는 것과 마찬가지다 - 라고 제시카는 웃으며 말하곤 했다. 실제로 하이힐을 신은 제시카는 원래의 키보다 10cm는 족히 커보였다.
딘이 고개를 길게 빼는 것과 동시에 리가 방문에 열쇠를 꽂았다. 하지만 바로 손잡이를 돌리진 않았다. 허리를 숙여 문 아래틈을 살짝 더듬거렸고, 딘은 그녀가 사전에 그곳에다 얇은 핀을 끼워뒀음을 눈치챘다. 예민한 상황에선 존도 종종 그렇게 하곤 했다. 만약에 핀이 움직였다면 그건 나쁜 소식이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기를 꺼내드는 것이 현명하다. 아니면 최소한 연막탄 정도는 터뜨려야 했다. 다행히 침입자는 없었던 것 같다. 장치한 핀을 도로 집어들고 안전을 확신한 리는 그제야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등 스위치를 켜자 내려진 커튼 틈새로 환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조금 있다 불은 다시 꺼졌고, 정확히 3초 뒤에 아까의 행동은 실수라는 듯이 도로 환해졌다. 『샘? 신호다. 우리도 들어가자.』 특대형 피자를 주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찌그덩 소리를 내는 자동차 문을 닫았다.
「어떤 의미에선 아빠보다 훨씬 더 대단해」 일주일치 선불을 내고 빌린 모텔방은 후텁지근한 차안에서 곰삭은 페스트푸드의 냄새를 풍겨댔다. 낡은 소파와 커피 얼룩이 남은 카펫, 반액 세일로 팔려고 해도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창고에서 썩어나갔을 금속제 책상 같은게 어색하게 제 자리를 지켰다. 성전처럼 우뚝 자리를 지킨 싱글 침대는 그나마 상태가 양호했지만 산더미처럼 벗어던진 옷가지와 읽다 만 프린트물 덕분에 이미 오래 전에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종이는 침대를 점령하고도 모자라 바닥과 벽면, 그리고 화장대까지 진출해 있었다. 빈 공간이 있다 싶으면 투명 셀로판 테이프로 무질서하게 붙여나간 뉘앙스다. 덕분에 1989년 12월자 미시간주 지역신문에서 오려낸 여교사 베르니카 부르의 납치, 살인사건 기사 옆으로 엉뚱하게 패밀리 레스토랑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다. 다시 그 옆으로는 스페인의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인 후안 마누엘 소아레스 감보아가「엘 문도」의 편집자에게 보낸 협박편지의 사본이 올라가 있었다. 그녀가 무엇을 찾고 있고, 무엇을 알고자 한 것인지는 당사자의 설명이 있지 않는 한 알아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나름대로의 법칙을 갖고 열심히, 열심히, 부지런히, 부지런히 자료들을 벽에 붙여나갔던 존과는 천지차이다.
딘은 심호흡을 한 다음, 거울 옆으로 붙은 사진으로 시선을 주었다. 도저히 진위를 모르겠다. 이 여자는 무슨 목적으로 피렌체의 명소인 베키오 다리를 찍은 관광용 엽서를 붙여놨을까. 『좋은 곳이야. 다리 위로 멋진 보석상이 죽 늘어서 있지. 낮이나 밤이나 금은보석으로 번쩍거린다고. 혹시 가본 적 있어?』 리의 질문에 샘은 눈알을 굴려댔다. 『그럴 리가요. 우리 형은 중증의 비행기 공포증이예요.』 딘이 그 장소가 어딘지를 알아본 건 순전히 사진에 장소의 이름이 인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면 그곳이 일본 혼슈의 센다이라고 해도 그런가보다 하고 대충 넘어갔을 것이다. 비행기가 무서워 대단히 미안합니다 - 흥, 소리를 내곤 엽서를 거울에서 떼어내 거꾸로 뒤집었다. 뒷면에는 대단히 훌륭한 필체로 짤막한 안부의 글이 적혀져 있었다. 여자가 아니라 남자의 글씨다. 멋지다는 느낌이었다. 친애하는 리디아님, 이곳에서 본 아르노강의 야경은 당신을 닮아 무척이나 아름다웠습니다... 딘의 눈동자가 글씨를 따라 옆으로 게걸음을 치자 그 즉시 리는 누가 죽었기에 멋대로 황제의 자리에 올랐느냐며 펄쩍 뛰었다. 『뭘 보는 거야! 댁이 지금 구경하고 있는 건 은밀한 사생활이라고!』 성큼 걸음으로 다가와 엽서를 황급히 빼앗은 그녀는 골치 아프다는 투로 욕실을 가리켰다.
『부탁을 드리죠. 엽서엔 관심 꺼주시고 지금부터 샤워를 해주세요. 시간 절약을 위해 가급적 동생분과 같이 들어가 주셨으면 합니다. 사이좋게 서로의 등에다 비누칠을 해주세요.』 『에?!』 『왜 깜짝 놀라는건데. 둘 다 남자잖아. 그리고 형제이고. 뭐가 문제지?』 정말로 의아해하는 리의 태도에 딘은 은밀히 충격받았다. 설마, 다른 사람들에겐 이게 문제가 안 되는 건가. 딘은 침을 꿀꺽 삼키고 목을 움츠렸다. 싱글 침대 2개가 나란히 놓여진 한 방을 쓰며 여행을 다닌게 벌써 2년이다. 상대가 있든 없든 껑충걸음으로 진 바지에 다리를 끼워넣은 것도 여러 번이다. 셔츠를 벗어던진 알몸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봐왔고... 그래도 같이 목욕까지 한다는 건 상스럽다고 생각한다. 우물거리며 샘을 쳐다봤다. 동생 역시 고양이가 혀를 물어가기라도 한 것처럼 할 말을 잊은 채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포르노 영화 감독이 검정색 속옷만 입은 출연자들을 향해 큐 싸인을 보냈다는 식이었다. 카메라는 돌아가고, 어색해 죽으려는 남자배우는 발기불능에 빠졌다. 『구, 궁금해서 그러는데... 자, 자매들도 같이 샤워하고 그래?』 『글세. 나는 외동딸이라.』 임대한 다기능 복합기에 메시지 알람이 켜진 걸 확인하던 리는 귀찮은 듯이 대꾸하곤 곧 등을 돌렸다. 가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삼파장 전구의 불빛을 받아 갈색의 머리카락이 탈색이 덜 된 백발처럼 보였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여러 단추를 조작했고, 이내 윙 소리를 내며 기계가 예약된 팩스 감열지를 길게 토해내기 시작했다. 토스터기 타이머 조작마저 서툴렀던 존과는 사뭇 대조적었다. 그녀는 다시 띡띡 소리가 나게끔 숫자판을 눌러댔다. 샘은 그 모습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과 많이 흡사하다고 여겼다. 『뭐 하나, 도련님들. 욕실로 안 가고.』 팩스에서 잠시 눈을 떼고 리가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설마, 샴푸로 머리를 감는 법부터 시작해 겨드랑이에 비누칠하는 방법까지 일일이 가르쳐줘야 하는 건 아니겠지. 아니면 수도꼭지에서 물 나오게 하는 것부터 알려줘야 하는 거냐? 그런 거야?』 딘은 가만히 눈짓했고 샘은 알았다며 먼저 욕실로 향했다. 용의주도하게도 샘은 안으로 들어가면서 욕실 문을 걸어잠궜다.
『와... 저 자식 진짜 냉탱이 없네.』 걸쇠가 돌아가는 찰칵 소리에 리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러나 딘이 그렇게 하라고 무언의 명령을 내렸을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기에 비난의 화살은 다시 동생으로부터 형에게로 돌아왔다. 『한심해서.』 금속제 테이블에서 포장을 뜯은 담배를 집어든 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모텔에서 제공하는 일회용 종이 성냥을 찾아 이곳저곳을 뒤졌다. 그러다 퍼득 깨달았다. 보드카를 흠뻑 뒤집어쓴 몸으로 성냥불을 댕겼다간「스턴트맨이나 특수효과 없이 연기하는 리얼한 잔다르크의 최후」가 될 터였다. 쳇, 소리를 내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도로 책상 위로 던져버렸다. 입이 텁텁해 미칠 지경이었으나 목숨을 걸 만큼 못 참을 것도 아니었다. 『아님 나에게 달리 할 말이라도?』 그도 그럴 것이 딘은 지은 죄를 자백하러 온 카톨릭 신자처럼 보였다.
딘은 대답하기를 잠시 미룬 채 욕실에서 물줄기가 터져나오는 기척을 기다렸다. 조금 지나자 쏴 소리가 들려왔고, 바로 지금이야말로 고해성사를 하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라는 걸 알았다. 물론 샤워기만 틀어놓고 문짝에다 귀를 바짝 대고 있을 수도 있다. 샘은 의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래서 딘은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췄다. 『나도 헌터야, 리.』 『물론 그러시겠지.』 기껏 분위기를 맞춰줬더니 뚱딴지 같은 소리나 한다며 눈을 부라렸다. 어쨌거나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가망이 없다면 우리 두 사람을 포기해도 원망하지 않아. 그쪽부터 살아남을 궁리를 해.』 『어머~ 그거 엄청 고마우셔라.』 리는 약간 화가 난 눈치였다. 『지금 내 생각을 해주는 거야? 맙소사. 아랫도리가 흠뻑 젖어올 정도로 감동적인데.』 그리고는 음란하게 손으로 사타구니를 꾹 눌렀다. 그 못난 태도에 딘은 손을 들었다. 『장난하는 거 아냐.』 『그럼 그게 진담이었수? 난 농담이라 생각했수. 닥치고 동생이랑 같이 머리나 감으슈.』 『아직 내 이야긴 안 끝났어, 리.』 딘은 더욱 목소리를 작게 했다. 이젠 거의 속삭이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만약 둘 중에 한 사람만 구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잠깐!』 『나를 포기해.』
진심이다. 때문에 불쾌하다. 리는 거부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팔짱을 꼈다. 목덜미로 기분 나쁜 오한이 달렸다. 리는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흔들어댔다. 『이게 무슨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을까, 아님 버거킹 햄버거를 먹을까 하는 문제인줄 알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한 건지는 알고 있는 거냐? 이건 음식을 주문하면서 양파를 빼달라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라.』 듣지 않고 딘이 말했다. 『저 녀석을 구해.』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유일한 진리라도 되는 것처럼 그는 확고했다. 『내 동생을 구하라고.』 절대로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 같은 그 모습에 리는 걱정스러운 듯 얼굴을 찡그렸다.
Posted by 미야
2007/07/22 10:08
2007/07/2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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