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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04 [S☆N-fanfic] Bloody blast 14 by 미야 (1)

※ 윈체스터 브라더스의 퇴마 여행기 드라마 Supernatural 팬픽입니다. ※


양쪽 팔꿈치를 테이블에 의지한 리가 두 손으로 뺨을 감쌌다.
『그런데 미남이라고 하면 구릿빛 피부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었어? 종잇장처럼 하얀 남자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해변가를 돌아다니는 건 질색인데.』
약 3초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자, 잠깐만요!』
토네이도급의 돌풍을 맞은 풍향계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어지럽게 흔들리는 붉은색 화살표가「정신 나갔음, 나사 풀렸음, 이대로라면 난장판임」을 가리켰다. 배가 노를 저어 바위산으로 올라갈 기미를 보이자 샘은 서둘러 이야기를 끊으려 했다. 그렇지만 매번 도움이 되어주지 않는 그의 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초를 쳤고, 상황은 곧바로 통제불능으로 치달았다.
『그런가? 난 새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가 검정색 레이스 브레지어를 벗는 걸 보면 아랫도리가 금방 단단해져. 반면에 태닝한 여자는 솔직히 말해 매력 없다고. 공들여 훅을 벗겼는데 등은 진한 카라멜 색이고 젖꼭지 부근만 둥그런 접시 모양으로 하얗게 번들거려봐. 속옷 라인을 손가락질하며 웃을 수도 없고 한 마디로 기분 잡치는 거지. 유부녀의 웨딩 링 자국이 난 손가락을 보는 것 같기도 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적도 있다니까.』
자! 올라가는 거다, 아라라트 산으로.
눈에 띄게 당황해하는 샘을 뒤로하고 배가 모래사장 위로 한쪽 발을 척~ 걸쳤다.

『어랍쇼. 의외네. 댁은 여자랑 하면서 불 켜고 그러우?』
몸을 앞으로 기울여 네 번째 맥주의 병뚜껑을 돌려 따던 리는 신이 난 것처럼 보였다. 속으로 흥분한만큼 목소리 역시 흥분했다. 이제 그들은 철부지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 이마에 여드름이 돋은 인기 만점의 여학생 흉을 보는데 재미를 붙였다. 팝콘으로 3층 석탑을 쌓는게 가능한지를 나름대로 연구 중이던 딘은 열렬히 반응했다.
『불 끄고 하는게 더 이상하지 않아?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더듬거리는 건 바보 같다고. 그래선 안경 없이 영화관에 가는 것과 똑같지.』
『난 싫다. 몰래 감춰두고 있던 비밀스런 뱃살이 고스란히 드러날 참인데 침대 머리맡 조명이 반가울 리 없잖아. 그쪽은 아무래도 시각적인 걸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군. 하지만 촉각이라던가 미각 같은 건 어둠 속에서 더 짜릿하게 느껴지는 법이야. 새카만 어둠 속에서 엉덩이 라인을 따라 허벅지까지 혀를 가져가면...』
『그래봤자 속이 울렁거리는 바디 오일 맛만 느껴질 뿐이라고.』
『으악! 이야기가 옆으로 샜다니까!』
제발 좀 닥쳐. 행여나 누가 엿들을까 겁이 난 샘은 아랫입술을 떨며 언짢은 소리를 냈다.

실실 웃음을 쪼개던 리가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리며 반항을 시도했다.
『자고로 미남의 조건은 뭐니뭐니해도 구릿빛 피부...』
다 듣지 않고 샘이 한 손가락으로 딘과 리를 번갈아 가리켰다.
『입에 재갈을 물리긴 싫습니다. 두 분, 이야기를 바른 방향으로 진행해도 괜찮겠습니까.』
모두 정숙하도록. 방망이를 들고 법정 모독죄를 경고하는 판사 앞에서 더 이상의 입씨름은 무모한 짓이다. 검사와 변호사는 사이좋게 엉덩이를 내려 착석했고,「미남의 기준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에 대한 주제 토론은 근엄한 표정을 하고 있는 배심원에게로 넘어갔다.

의자 등받이가 영 불편하다며 리가 몸을 바로 잡았다.
『미안. 조금 헷갈리네. 방금 우리가 말하고자 하던 것이 미남의 기준이었어?』
전후좌우 방향 감각을 상실한게 분명한 여자의 멱을 붙잡고 오리털을 마구 뽑고 싶어졌다.
『그새 술 취했어요? 당연히 아니죠!』
『그럼 뭐였는데.』
『왜 이래요. 얼굴이 대단히 창백한 수상쩍은 남자에 대한 거였잖아요!』
『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못 살아! 시선을 피하면서 딴청부리지 마요. 도대체 맥주 뚜껑을 얼마나 딴 거예요!』
『네 생각처럼 그렇게 많이 마시진 않았어. 어... 잠깐만. 화장실, 화장실.』
갈색 머리카락이 형광등 불빛을 받아 창백하게 반짝거렸다. 리는 방광이 금방이라도 터질 사람처럼 엉거주춤한 자세로 일어났고, 샘은 커다란 한숨과 함께 그녀가 통로로 빠져나갈 수 있게끔 재주껏 몸을 비틀어야 했다. 술집 칼리아나의 내부는 대단히 협소했고, 해가 저뭄과 함께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기세 좋게 의자를 밀어젖히면 필연적으로 맞은편에서 비명이 나오게끔 되어 있었다. 광란의 미식 축구가 막 끝난 홈그라운드 경기장 같았다. 밀고, 찌르고, 엉겨붙고. 어쩔 수 없이 샘은 자신의 앉은 키가 남들보다 곱절인 걸 저주하며 리의 작은 엉덩이를 거의 떠다밀다시피 해야 했다.

플로어로 흘러나오는 음악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엔 끔찍한 살사 댄스곡이었다. 저편 어딘가에서 누군가 굵게 신음하며「도대체 어떤 놈 취향이야?!」라고 불평했다.
샘 또한 그 투덜거림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지친 듯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가 몸 단장을 하듯 손등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어휴... 형도 많이 마셨어?』
『많이 마시긴. 이제 두 병 째야.』
『그럼 그만 마셔. 우린 휴식을 취하려는게 아니라 일 하는 중이잖아.』
『걱정 붙들어 둬. 네가 일부러 주의를 주지 않아도 충분히 조절하고 있어.』
모르긴 몰라도 그건 리 또한 마찬가지일 거라고 딘은 생각했다.
숙녀용 화장실은 통로로 나가서 오른쪽이다. 그런데 리는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이는 곧 그녀가 소변을 보러 자리를 비운 것이 아님을 암시했다. 물론 가게 밖으로 나가 노상방뇨를 시도하려는 거라면 또 모르겠지만... 여자들은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길바닥에서 바지를 내리지는 않는 법이다. 아울러 허리춤으로 칼을 숨겨두지도 않는 법이고.

존은 식당으로 어린 두 아들을 데려가면 버릇처럼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곤 했다. 그러면서 딘에게 은밀히 눈짓하며「동생을 잘 보고 있거라」매번 다짐을 주었다. 그러면 딘은 운동화를 신은 발에 힘을 주고 샘의 손을 꼭 붙잡곤 했다. 존이 탐색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대략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고, 긴장을 풀고 식욕을 느낀 딘이 물을 마시는 건 항상 그 다음이었다.
그것을 기억하는 딘은 시선을 아래로 내려 손목 시계의 분침을 확인했다.
뱀 한 마리가 소리도 내지 않고 스르륵 미끌어져 내려갔다. 그럼 앞으로 5분이다.

『왜... 맘에 걸리는 일이라도 있어?』
그의 형이 손가락만 꿈틀거려도 대단한 의미가 있을 거라 착각하는 샘은 어쩐지 조심스러운 기색이었다. 딘은 시계에서 얼른 시선을 떼고 눈치가 귀신 삼단인 동생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팝콘이 생각보다 짜.』
그 대답에 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누그러졌다.
『그야 쉬지 않고 계속 집어먹으니까 그렇지.』
『젠장. 이 동네에선 공짜 안주로 땅콩은 안 주는 거야?』
샘은 예의 계면쩍은 표정으로 돌아와「그만 좀 먹어」라고 잔소리했다. 그러면서도 접시를 형에게로 밀어주고 있으니 몸 따로, 마음 따로다.
녹화 중인 카메라처럼 눈동자가 딘을 따라 움직였다. 손가락의 움직임, 팝콘을 쥐는 동작, 아삭 소리를 내는 턱, 소금기가 묻은 입술을 혀로 축이는 모습까지 세심하게 지켜보았다. 딘은 정말이지 게걸스레 먹어댔고, 샘은 소리내어 말은 하지 않았어도 그 모습이 좋았다.

그 동생이 슬그머니 어깨를 붙여왔다.
『저기 있잖아, 만약에 그 미지의 사립탐정이...』
『샘, 샘! 네가 말한 그 남자는 불륜 전문 탐정이라서 조 와이저가 치근거렸다던 여자쪽을 쫓고 있는 건지도 몰라. 그랬다면 밤 나들이를 밥 먹듯이 했을 것이고, 올빼미 생활 3년이면 누가 봐도 병자 안색이 되겠지. 어쨌든 내 눈으로 직접 본 것도 아니니까 판단은 유보할래. 너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아. 이것저것 머리에 지나치게 많은 걸 담고 있으면 판단력이 흐려지는 법이야.』
『응.』
샘은 쉬이 수긍하며 팝콘 접시로 손을 넣었다. 그러나 손으로 옥수수 튀긴 걸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딘과는 달리 그걸 집어 입속으로 넣으려곤 하진 않았다.
그러다 그릇 속에서 두 사람의 손가락이 마주 닿았다. 샘은 얼른 손을 뺐다.

『바텐더가 동네 사람들과 한바탕 내기를 걸고 있었어. 다니엘 크로포드가 도박 빚을 피해 도망을 치려 했다면 어디로 갔을까 하고 말이야.』
『예멘이나 짐바브웨로 갔을 거라고 하진 않든?』
『그렇게까지 멀리 달아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지. 여권도 필요하고.』
어디까지나 농담으로 한 말인데 샘은 더할나위없이 진지하게 응수했다. 이것이 그의 단점이다.
버터 냄새가 스며든 손가락을 코에 대고 킁킁거리던 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럼 내기에서 배당이 제일 높은 곳은 어디래.』
『지미 스코트라는 사람이 말하길,「등잔 아래」라고 했어.』
재치 있는 말이었다. 딘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거 말 된다!』

그렇다고 등잔 아래라는 곳을 실제로 뒤질 수는 없는 것이고.
캠핑 도구를 챙겨 근방 야산으로 올라갔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여름의 폭우가 오기 전이니 각다귀떼 걱정만 덜면 보름 정도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아하, 정말로 빚쟁이들을 피해 달아난 거라면 말이지.』
문제는 그들이 흡혈귀에게 아낌 없이 헌혈 중이라는 점이다. 하여 캠핑 어쩌고는 기각.
『버려진 헛간 얘기도 나왔어. 가출한 아이들이 여차하면 임시 잠자리로 이용을 하던 곳이래.』
『그렇담 뱀파이어도 이용할 수 있겠군. 내일 오전에 가보자.』
『오래된 공동 묘지에도 들려야 할 거야. 거기 납골당 자물쇠는 진작에 망가졌대.』
『음, 납골당이라... 알았다. 그럼 거기도 들리자.』
『그리고 여기서부터 20km 정도 동쪽으로 가면 망해버린 사과 농장이...』
『또 있어? 뭐야! 온 동네 투어라도 해야 되는 판국이냐?!』
가라앉은 딘의 속눈썹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아무래도 장난삼아 하는 내기의 판돈이 커지는 모양이다. 아무 곳이나 꾹꾹 찔러보자는 것과 뭐가 다르다는 건가. 이래서야 유용한 정보를 주겠다는 건지, 아님 막노동을 시켜먹겠다는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젠장, 알았으니 이참에 다 나오라고 그래. 또 없대?』
대단히 미안해하며 샘이 대답했다.
『재작년 허리케인에 박살나 수리를 포기하고 버려진 집이 두 채...』
화장실에나 다녀오는게 좋겠다. 딘은 끙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딘. 어디 가려고?』
『수분을 빼러.』
『그럼 나도 같이 가.』
『아서라, 새미. 유치원생도 아닌데 손 붙잡고 나란히 화장실에 가는 건 쪽팔려.』
리가 자리를 비운지 이제 막 5분이 넘었다. 슬슬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딘은 샘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치고 통로로 나왔다. 글세다, 별 일이야 있겠느냐만은...
『금방 올게, 동생아.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너, 지금 무지 웃겨 보여.』
『몰라!』
『계집애.』
『얼간이.』

삐진 어린애마냥 입을 삐죽거리는 동생에게 웃어보이며 사람들 틈새로 재빨리 섞여 들어갔다.
뒷통수로 따라붙던 샘의 시선이 다트 게임을 하려는 손님들 탓에 분산된다 싶자 EXIT 화살표를 따라 왼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양손으로 술병을 들고 뛰어다니고 있는 직원을 피해 구석으로 붙었다. 딘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대략 눈대중으로 훑어본 결과 실내엔 리가 없었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새의 사내가 악을 쓰고 있는 공중전화 쪽으로 시선을 준 뒤, 창고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술통을 굴리느라 팔뚝으로 퍼렇게 힘줄이 돋은 사내가「침침한게 글자가 잘 안 보여요」라는 표정으로 매출 전표에 싸인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뒷문은?
별 생각 없이 손을 내밀어 손잡이를 돌렸다.

그때였다.
『빌어먹을! 나오지 말고 안으로 도로 들어가!』
비명을 닮은 필사적인 외침과 같이하여 눈앞으로 뭔가가 확 달려들었다. 반짝이고, 노랗고, 환하고... 그것이 다이아몬드가 박힌 금반지를 낀 주먹이라는 걸 깨닫기까진 0.2초 가량 소요되었다.

Posted by 미야

2007/07/04 12:46 2007/07/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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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즈 2007/07/05 14:30 # M/D Reply Permalink

    얼굴이 벌개진 샘...형따라 화장실까지 같이 가자고 하는 새미......ㅋㅋㅋ정말 귀여워 죽겠네요~~>,< 그나저나 절묘하게 끝을 맺으셨군요...궁금합니다...ㅠ0ㅠ 설마 별일은 없는거겠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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